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40)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40화(340/400)
조이 히메네즈는 4회를 앞두고 레인저스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다들 기운 내서 1점만 내보자. 그거면 된다.”
오늘 레인저스에서는 3이닝 퍼펙트를 달성하고 있는 조이 히메네즈만이 제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은 도진의 호투에 다소 묻히게 됐다.
조이 히메네즈는 숱한 경험을 통해 오늘 경기 투수전이 되리라 직감했다.
선수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감독이 한마디 건넸다.
“아무래도 작전을 변경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이닝부터는 타격으로 간다.”
도진의 투구 수를 늘리겠다는 계획은 그가 3이닝 동안 23개밖에 던지지 않았으므로 실패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원래 중반까지 패색이 짙다가도 단 한 방에 역전할 수 있는 게 야구였으니까.
감독은 말을 덧붙였다.
“상대는 좋은 투수지만, 아직 어리다. 한 번 흔들리면 계속 흔들리겠지.”
더욱이 레인저스의 타선은 강하다.
아메리칸 리그 통틀어 제일 강력한 타선을 보유한 팀 중 하나였다.
그러니 선수 개개인의 퍼포먼스 또한 믿을만했다.
“상대는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 완급조절을 하고 있다. 그 완급조절을 이번 이닝부터 자네들의 장점으로 깨부수면 된다.”
굳이 골치 아픈 작전은 뒤로한 채 투수를 마음껏 두들겨라.
감독의 말이 떨어지자 1번 타자 잭슨 스미스가 자신감을 잔뜩 껴안고 타석에 들어섰다.
‘대충 감은 잡았어.’
여기서 기필코 출루한다.
출루하는 순간 저 투수는 와르르 무너질 것이다.
자신과 후속 타자들이 그렇게 만들 테니까.
그리고 그 기회가 왔다.
따-악!
타자는 몸쪽으로 바짝 붙인 패스트볼을 완벽히 받아 쳤고, 타구는 좌익수 앞에 떨어지며 레인저스는 깔끔한 첫 안타를 신고했다.
베이스를 밟은 잭슨은 베이스러닝 장갑으로 갈아끼고 나서 투수의 표정을 살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왜 아무렇지도 않지?’
이닝의 선두 타자가 출루했다.
더군다나 자신이 주루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걸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 당황은커녕 그의 솟아오른 미소 때문에 혼란이 가중됐다.
잭슨은 입맛을 다셨다.
‘확실히. 저런 멘탈이면 지금도 좋은 투수지만, 차후에는 더 훌륭한 선수가 되겠군.’
그런데 그건 차후의 이야기고.
중요한 건 현재다.
잭슨은. 레인저스는 도진을 무너뜨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 * *
안타를 내준 도진은 고개를 한번 좌우로 풀었다.
‘확실히 강팀이네.’
힘 있는 공을 던졌지만 맞았다.
공격적인 피칭으로 최대한 카운트를 줄이려고 했지만, 타자는 우습게 받아쳐서 안타를 만들었다.
상우의 변화구 사인을 무시하지 않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지만, 아쉬움을 계속 간직하면 미련으로 남는 법.
때마침 상우에게서 주자가 나갔으니 더는 인정사정 볼 때가 아니라는 사인이 나왔다.
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투구 자세를 잡았다.
2번 타일러 로드리게스.
여기서 안타를 내주면 실점과 가까워진다.
1점 승부가 될 것 같은 오늘, 먼저 실점한다는 건 패배에 가까워지는 것과 다름없었다.
타자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주자가 나갔어. 투수가 온 힘을 다해 던질 거다. 그리고 그 마구가 날아오겠지.’
스플링커.
레인저스는 아직 그 공을 접해보지 못했다.
다만 도진의 스플링커 피안타율은 채 1할도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1할 또한 운이었다.
원래 어쩌다 휘두른 게 배트에 맞아서 안타가 됐을 뿐.
‘그나마 그 마구를 자주 던지지는 못해.’
그러니 결정구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초구. 공은 던져졌다.
타자는 패스트볼이 몸쪽을 향해 날아오자 힘껏 스윙했다.
‘맞았다!’
타자는 확신했다.
그의 배트가 공에 닿기 전.
배트를 움켜 진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런데 투구는 홈플레이트 앞까지는 일직선으로 날아오다가 급하게 아래로 꺾였다.
타자는 당황을 감추고 뒤늦게 배트를 컨트롤 해보았지만, 투구는 여유롭게 배트를 지나쳐 미트에 꽂혔다.
퍼억.
“스트라이크!”
타자의 턱이 떡하니 벌어졌다.
너무나도 당당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고 있었다.
그만큼 타석에서 처음 접한 마구는 혼란스러웠다.
‘아니. 이걸 어떻게 치라고…….’
타자는 그 표정 그대로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세상 둘도 없는 마구를 던져놓고 당연하다는 듯한 도진의 표정 때문에 더욱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금세 표정을 추스를 수 있었다.
‘한 번 던졌어.’
여기서 두 번을 던지든 세 번을 더 던지든, 상관없다.
삼진을 당해도 다음 타자들이 해결해 줄 테니까.
‘오히려 스플링커를 던져라. 미리 많이 던지게 해놓는 것도 나쁘지 않지.’
2구는 타자의 바람대로 이루어졌다.
스플링커가 날아왔고 타자는 다시 헛스윙했다.
‘젠장! 연속으로 접해도 말도 안 되는 공이군.’
분명히 떠오를 것처럼 날아오던 공이 끝에서 가라앉았다.
노렸지만, 치지 못했다.
타자가 노리는 공을 놓쳤을 때의 허망함은 타자가 아니라면 모른다.
다 잡은 물고기를 눈앞에서 그냥 놓아준 셈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궤적이…….’
도대체 이걸 어떻게 대응해야 하지?
타자는 서둘러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타격 자세를 잡았다.
‘낙폭은 확인했어.’
이제부터는 대충 낙폭을 예상해서 휘두르면 된다.
적어도 빗맞는다면 파울은 나오겠지.
‘파울이 나온다면 투구 수가 늘어날 테니 어찌 됐든 이득이다.’
3구가 도진의 손을 떠났다.
타자의 배트가 나왔다.
그는 일전에 예상했던 낙폭을 그대로 예상하며 어퍼 스윙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공이 가라앉지 않고 떠올랐기에.
퍼억.
“스트라이크 아웃!”
도진과 상우는 동시에 입꼬리를 올렸다.
둘은 생각을 공유했다.
‘뻔해.’
타자가 스플링커만 노릴 거라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
스플링커를 처음 접한 선수들의 반응이 대다수 저랬으니까.
그러니 또 스플링커를 던져줄 이유는 없었다.
3번 타자 로안 마르티네즈가 비장한 표정을 잔뜩 떠안은 채 타석에 들어섰다.
도진은 상우의 스플링커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멀리서 봤다고 쉽게 칠 수 있는 게 아니다.’
스플링커는 엄연히 타석에 직접 들어서서 경험해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낙폭을 어림잡아 계산해서 스윙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아니면 실투를 노리던가.’
도진은 실투를 던질 생각이 없었다.
오늘만큼은 손끝을 완벽히 채는 이 감각을 믿었다.
초구부터 던진 스플링커는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바람만 가른 타자의 표정은 앞선 타자와 똑같이 황당해하고 있었다.
2구. 도진은 이번에는 체인지업을 던졌다.
타자는 스플링커 궤적을 예측하며 어퍼스윙을 했지만, 체인지업은 그보다 훨씬 낙폭이 컸기 때문에 타자의 배트를 외면하며 미트에 꽂혔다.
“스트라이크 투!”
레인저스의 자랑인 타선이 도진의 피칭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이를 1루 베이스에서 바라본 잭슨은 어금니를 까득 깨물었다.
‘여기서 기필코 점수를 내야만 한다.’
분명 1루에 나간 건 자신들인데 분위기가 넘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주자의 눈이 번뜩 뜨였다.
‘2루라도 훔쳐야겠다.’
여기서 만약 로안이 아웃을 당한다고 해도 2루만 훔칠 수 있다면?
2사 2루.
안타 하나면 득점할 수 있을 테고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올 수 있다.
더욱이 오늘 선발 마운드를 지키는 선수는 조이 히메네즈.
투수전 분위기로 경기가 흘러가고 있는 이상 그는 실점 없이 경기를 끌고 나가줄 것이다.
잭슨은 로안에게 눈빛을 보냈다.
뛸 테니 알아서 하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타자는 내색하는 대신 타격 자세를 잡았다.
도진은 낌새를 눈치챘다.
‘분위기가 달라졌군.’
도진은 3구를 던지기에 앞서 타자의 반응을 살폈다.
상대가 생각했던 것보다 멘탈을 빠르게 회복했다.
여기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둘 수 있다.
‘하나는 공략 방법을 찾았을 때지.’
이건 정답이 아니다.
적어도 이번 타석에서만큼은 타자가 스플링커를 공략할 리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에인절스 선수들은 최근 스플링커를 배트에 맞추기 시작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상대에게 구종을 알려주고 나서 던진 공이었다.
또한 매번 연습 때마다 스플링커를 던졌으므로 타자들의 눈에 익어서였다.
‘하지만 레인저스 선수들에게 스플링커는 처음 던진다. 눈에 익었을 리가 없지.’
천부적인 눈을 갖췄어도 당장 첫 타석부터 이 공을 치는 건 어렵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니 두 번째는…….’
작전이네.
주자가 뛰려나?
아마 그럴 것이다.
도진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타자는 주자에게서 사인을 받고 그 작전을 이행이라도 하고자 정신을 차렸겠지.’
다만 견제는 좋지 않다.
여기서 견제구를 던지면 타자는 오히려 자신감을 되찾을 수도 있다.
투수가 주자를 신경 쓰는구나.
흔들리고 있구나.
이런 감정을 상대에게 굳이 표출해 줄 필요는 없었다.
물론 2루를 그냥 내주는 건 좋은 투수라고 볼 수 없다.
도진은 검지와 약지를 제외한 나머지 3개의 손가락을 펼쳐 어깨에 가져다 댔다.
그 즉시 상우의 턱에 힘이 들어간 것이 보였지만,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3구.
도진의 선택은 스플링커였다.
투구 동작에 들어서자, 주자는 2루를 향해 냅다 뛰기 시작했다.
도진은 흔들리지 않고 투구를 끝까지 이어 나갔다.
공이 미트를 향해 날아갔다.
타자의 배트가 나왔다.
부웅.
타자는 헛스윙했음에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주자가 2루에 도달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도록 헛스윙할 것임을 알았음에도 그냥 스윙했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은 포수의 포구에 혼란을 줄 수 있었으며, 이 혼란이 도루 성공에 도움을 주는 요인이 될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공이 배트에 닿을 수도 있다고 포수가 생각할 때만 해당하는 이야기.
애당초 배트가 공에 닿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다면?
퍼억.
투구가 미트에 꽂혔다.
상우는 그 즉시 반쯤 굽힌 무릎을 곱게 펴고는 2루 베이스를 향해 있는 힘껏 송구했다.
그 동작은 마치 도진의 퀵 피치를 연상시키듯 군더더기 없이 매우 빨랐다.
신계의 팝 타임을 보유한 상우의 송구는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간 그레그의 글러브에 정확히 꽂혔다.
공을 받은 그레그는 별달리 움직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상우의 송구는 정확히 팔을 뻗은 주자의 진로를 완벽히 막아서는 곳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툭.
주자의 팔이 결국 베이스 대신 글러브에 먼저 닿았고.
“아웃!”
병살타.
이닝 종료.
4회까지 완벽히 막아낸 에인절스는 이어서 8회까지도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숨 막히는 투수전이네요. 9회 초까지 두 투수 실점이 없습니다!] [인정합니다. 이제 9회 말을 앞둔 지금. 에인절스가 0의 균형을 깰 수 있을지. 아니면 두 투수 전부 9이닝 노 디시즌을 경험하게 될 것인지!] [여기서 저희가 지켜볼 기록이 하나 더 있습니다! 킴은 처음으로 9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그 빛이 조금 가려지고 있죠.] [그렇습니다. 조이 히메네즈는 8회까지 단 한 개의 안타도, 볼넷도 내주지 않고 퍼펙트까지 단 1이닝을 남겨두고 있으니까요.]9회 말. 정규 이닝 마지막 공격.
7번부터 시작하는 에인절스의 공격.
정규 이닝 마지막 9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도진은 조이 히메네즈를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