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41)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41화(341/400)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조이 히메네즈! 9이닝 퍼펙트까지 아웃 카운트를 단 한 개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재밌는 승부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조이 히메네즈가 그 기록을 달성한 것인가! 아니면 킴이 그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인가!] [어떨 것 같습니까?] [글쎄요. 방금 보시면 아시다시피 조이 히메네즈의 위력은 크게 줄지 않았습니다. 그는 많게는 120구까지 던지므로 아직은 한계에 봉착하지 않았죠.] [보이는 대로라면 구속이 1, 2마일 정도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조이 히메네즈가 유리할까요?] [일단 흐름만 놓고 보자면 조이 히메네즈가 유리한 게 맞습니다. 대 기록을 앞둔 투수는 이제 단 한 명의 타자만을 남겨두고 있죠. 물론 스코어는 0:0. 그 대기록으로 팀의 승리까지 거머쥘 수는 없을지라도 퍼펙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시즌 당 많아야 1번 정도밖에 나오지 않을 만큼 대기록이에요.] [조이 히메네즈는 이미 다양한 상을 받아온 선수.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뜻이겠네요?] [흐름을 보면 그렇습니다. 물론 그 상대가 쉽지만은 않죠.] [킴. 그가 이번 시즌 선발 투수로 전향하게 되면서 수비와 타석에서의 모습이 다소 팬들에게 비쳐지지 않은 건 사실이잖아요?] [그렇습니다. 작년에 킴은 이미 타격에서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죠. 그렇기에 전문가들이나 팬들은 새로운 보직에 대해 매일 같이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새로 장착한 스플링커나 퀵 피치의 영향도 있었겠죠? 아메리칸 리그 방어율 2위고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잊어서는 안 되는 게 있는데 바로 킴의 타격 성적입니다.] [킴은 현재 타율 3할 2푼 8리에 홈런 13개. 타점도 40개를 기록했어요. 지금 페이스는 30홈런에 100타점 페이스잖아요?] [네. 꾸준히 이 페이스를 이어 나간다면 홈런 30개 이상에 타점도 100개를 넘게 기록하겠죠.]하반기에는 선수들의 힘이 떨어진다.
그렇기에 예상 기록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무엇보다 도진은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로서 다른 선수보다 체력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해설은 굳이 하반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7월을 앞두고 있었지만, 아직 6월. 전반기였다.
9회 말. 2아웃.
조이 히메네즈의 투구 수는 105개였지만, 그의 위력은 여전히 건재했다.
앞서 삼진을 당한 상우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대기 타석에 있는 도진의 앞에 섰다.
“미, 미안하다.”
도진은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상우의 어깨를 툭툭 도닥였다.
“괜찮아. 나도 오늘 2타수 무안타야. 다른 선수들도 전부 3타수 무안타고.”
오늘 에인절스는 조이 히메네즈를 상대로 단 한 명도 1루를 밟지 못했다.
에인절스가 못해서인가?
‘아니. 이건 조이 히메네즈가 잘해서다.’
그 어떤 타선도 투수에게 퍼펙트를 당할 수 있다.
괴물들만 모인 강팀이라도 충분히 퍼펙트라는 기록의 제물이 될 수 있었다.
도진이 미소를 숨기자 비장함이 드러났다.
‘그래도 우리가 퍼펙트의 제물이 될 필요는 없지.’
상우는 도진의 표정을 읽고는 아랫입술을 강하게 씹었다.
“일단 보이는 대로 위력은 미세하게 줄어들었어. 그런데 제구도 워낙 뛰어난 선수라서 그런지 어려운 코스로만 던지네. 그런데 말이야…….”
상우는 말을 흐렸다.
다음 타자인 도진에게 혼란을 심어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진은 괜찮다며 말해보라고 했다.
상우의 입에서 자신감이 붙지 않은 목소리가 나왔다.
“8회부터 슬라이더를 던지지 않았어.”
슬라이더는 조이 히메네즈의 결정구이자 최고의 무기.
앞서 8회를 복기한 도진의 눈이 번뜩 뜨였다.
‘어? 정말 그렇네?’
조이 히메네즈는 8회부터 패스트볼, 체인지업 위주로 공을 던졌고, 커브를 1구 섞어 던졌다.
도진은 이 숨막히는 투수전에서 딴생각할 틈이 없었기에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왜일까. 도대체 왜 슬라이더를 봉인한 걸까.
“힌트 고맙다.”
타석에 들어서야 했던 도진은 대기 타석을 떠났다.
그러고는 타석에 들어설 때까지 끝까지 머리를 굴렸다.
‘왜 슬라이더를 던지지 않았지?’
해답에 도달할 수는 없었다.
‘조이 히메네즈가 아닌 이상 정답을 알 수 없겠지.’
다만 가설 정도는 세울 수 있었다.
‘말을 듣지 않아서? 아니면 차후 결정구로 사용하려고 해서?’
상대가 이를 알아주길 바라며 슬라이더를 던지지 못하는 척한 건지.
아니면 정말 못 던지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상우가 알아차렸듯이 상대도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상우를 제외한 그 누구도 내게 이런 말을 해주지 않았어.’
일단 상우가 제일 마지막 타자라서 그런 것도 있다.
상우에게만큼은 슬라이더를 던질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삼진을 당하고 돌아온 그를 대신해서 그 누구도 조이 히메네즈가 슬라이더를 8회부터 던지지 않는다고 알려주지 않았다.
상대 배터리는 어떻게서든 역이용하려고 들 터.
‘이 또한 수 싸움…….’
도진은 혼란스러워했다.
차라리 듣지 않았던 편이 더 좋았던 걸까?
타자에게 잡생각은 독이다.
그 독이 자신의 뇌를 지배하고 있었다.
도진은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어쨌든 정보는 중요한 거야.’
그러니 상우의 조언은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일단 직접 느껴볼 수밖에 없겠군.’
도진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 * *
조이 히메네즈는 모자를 매만지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서서히 어두워지는 밤하늘이 시간을 일러주었다.
‘오랜만의 투수전이라 예정보다 빨리 9회까지 왔군.’
보편적으로 최근 야구는 2시간 40분 정도 경기를 한다.
피치 클록이 도입되면서 시간을 25분가량 대폭 단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빨라서 고작 2시간 정도밖에 흐르지 않았다.
물론 이대로 이닝이 마무리되면 연장에 돌입하며 경기는 더 길어진다.
‘그래도 상관없어.’
조이는 하늘을 향했던 시선을 타석에 들어서는 도진에게 돌렸다.
손끝으로 바짝 말라버린 혀를 한번 훑었다.
침이 하나도 묻어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혀가 바짝바짝 타들어 가고 있었다.
침이 미세하게 묻은 손가락을 유니폼에 싹싹 비빈 그는 도진을 잠깐 시야에서 지우고자 눈을 질끈 감았다.
‘정말 대단하군.’
조이는 도진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재작년 9월이었지.’
지금도 어리지만, 지금보다 더 새파랗게 어렸던 저 선수를 마주한 것이.
‘난 그때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쓴맛을 보여주겠다며 굳이 던지지 않아도 될 슬라이더를 던졌다.
그런데 도진은 그때 자신의 슬라이더를 완벽히 눈으로 좇고 스윙했다.
물론 결과는 헛스윙으로 자신의 승리였지만, 그때부터 도진이 대단한 선수가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크고 있었다.
그다음 해 올스타에 함께 뽑혀 MVP를 타내더니……
‘이제는 나와 선발 맞대결을 펼치고 있지.’
도진은 선발 투수가 가져야 할 경험, 운영 등등. 부족함이 눈에 보일 만큼 아직 부족했다.
그런데 그 부족함을 등에 업고도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었고 아직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였다.
‘고작 2년 차야. 2년 차에 전성기를 맞이하는 선수는 없어.’
하지만 적어도 도진은 작년과 비교하면 투수로서도 타자로서도 작년과 비교하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더욱이 올스타 선발 투수라는 명예로운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었다.
올스타 1선발은 리그 내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를 의미한다.
그러니 이대로 시간만 흐르게 된다면?
‘언젠간 내 위에 설 수도 있겠지.’
조이는 어금니를 뿌득 갈았다.
그게 지금이어서는 안 된다.
아직은 도진에게 그 어떤 자리도 내주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9회 말 2아웃인 지금 도진을 출루시키면 여러모로 피곤해진다.
그는 주루 스킬까지 메이저리그 탑 클래스였기에.
‘아웃 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무너지는 건 나일 수도 있다.’
그간의 숱한 경험이 조이 자신에게 일러주었다.
그러니 상대가 아직 어린 선수라도 봐줄 생각은 없었다.
조이는 글러브 안에서 슬라이더 그립을 매만지다가 이내 패스트볼 그립을 쥐었다.
한편, 도진은 짧게 호흡을 내뱉고 타격 자세를 잡았다.
‘슬라이더를 던지려나?’
여전히 모르겠다.
그러니 일단은 초구를 지켜봐야겠다.
여기서 스트라이크가 꽂힌다면 카운트를 하나 내주며 끌려 나가게 된다.
구속이 빠른 공을 보고 스윙하는 덴 리스크가 있다.
‘리스크를 줄여야 해. 아니 기필코 이번 이닝에 점수를 내야 해.’
그러니 리스크 따위는 걸 수 없다.
차후 카운트의 여유가 하나밖에 없을 때나 해야겠지.
초구가 날아왔다.
몸쪽 낮은 쪽으로 패스트볼이 꽂혔다.
퍼억.
도진은 어금니를 갈았다.
그러고는 타석에서 잠깐 벗어나 전광판을 확인했다.
‘97마일…….’
구속은 조금 줄었지만, 100구 넘게 던졌음에도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미트에 꽂힌 로케이션을 보아 제구가 흔들리는 것도 아니야.’
그러니…….
투수는 아직 건재하다.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는 건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초구가 패스트볼이 꽂혀서 그랬다.
투수는 공을 많이 던질수록 악력이 약해진다.
그러면 자연스레 실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변화구가 실투로 날아온다?
놓치지만 않는다면 홈런으로 연결된다.
‘일단 슬라이더는 머릿속에서 지우자.’
아직은 슬라이더만 노리고 배트를 휘두르기엔 리스크가 있었으니까.
‘그럼 패스트볼을 노려?’
그렇다기엔 체인지업과 커브를 배제할 수는 없었다.
상대 투수는 2년 연속 사이 영을 수상한 선수였으니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2구.
공이 날아왔다.
도진은 바깥쪽 낮은 코스로 향하는 패스트볼에 나가려던 배트를 참아냈다.
퍼억.
“스트라이크! 투!”
젠장!
도진은 아쉬움을 속으로 삼켰다.
다른 한편으로는 배트를 참아낸 건 잘했다고 자찬했다.
이걸 건드렸다면 땅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타구가 나왔을 테니까.
‘작전 변경이다.’
카운트는 0-2가 됐다.
여기서는 보고 치는 수밖에 없다.
그때 3구로 커브가 날아왔다.
도진은 제발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라며 속으로 빌며 배트를 참아냈다.
그의 바람대로 커브는 스트라이크 존을 살짝 벗어났다.
“볼!”
심판의 콜에 도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와. 걸치는 줄 알았어.’
처음에는 볼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그런데 그 확신은 공이 가까워질수록 의심으로 변해 있었다.
‘제구가 완벽했다.’
4구. 손을 떠난 투수의 공은…….
‘패스트볼…….’
로 위장한 체인지업이다.
확연하게 느린 구속이 이번만큼은 눈에 보였다.
더욱이 도진은 체인지업을 던질 줄 알았다.
‘이건 제구에 초점을 맞춘 거야.’
배트는 미동도 없었다.
투구는 홈플레이트 앞에서 뚝. 바닥까지 떨어졌다.
“볼!”
카운트는 2-2.
도진은 앞선 타구들을 통해 데이터를 얻어 확신에 다가설 수 있었다.
‘조이. 슬라이더…… 던질 수 있죠?’
지금 결정구로 던지려고 아껴둔 거죠?
생각해 보면 매우 단순했다.
조이 히메네즈의 슬라이더는 메이저리그 구종 가치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공이다.
그런 공을 굳이 투구 수가 많아졌다는 이유로 던지지 못한다?
절대 아니다.
그저 그간 슬라이더가 눈에 쭉 익었던 타자의 눈을 초기화하려고 8회부터 지금까지 쭉 던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조이. 고맙네요.’
사이 영 투수가 자신을 상대로 진심을 다하고 있었으니까.
‘나를 잡아야지만, 대기록을 달성하는 것은 물론, 우리 에인절스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한 거겠지.’
도진은 받고만 사는 성격은 되지 못했다.
‘보답할게요.’
도진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조이는 글러브 안에서 공을 빙글빙글 돌리다가 그립을 쥐었다.
슬라이더였다.
그 즉시 그의 와인드업에는 자신감이 흘러나왔다.
공이 손을 떠났다.
타자는 배트를 휘두르겠다며 전신이 꿈틀대고 있었다.
‘슬라이더를 예상했나 보군.’
그런데도 조이 히메네즈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 슬라이더는 안다고 해서 칠 수 있는 공이 아니다.’
투구는 홈 플레이트 앞에서 도진의 바깥쪽 아래로 크게 꺾여 휘어져 나갔다.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온 투구가 아니라 배트를 유인하기 위한 유인구였다.
도진은 슬라이더가 밖으로 크게 꺾여져 나갔음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여기까진 예상대로야.’
조이 히메네즈는 처음으로 자신에게 메이저리그의 1선발의 강력함을 선사해 준 선수.
누구든 처음은 언제나 머릿속에 남는 법이다.
그렇기에 단 한 번도 그의 슬라이더를 머릿속에서 떠나보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언젠가는 꼭 치고 싶다는 투쟁심만 들끓었을 뿐.
스윙하던 도진의 오른쪽 무릎이 바닥과 맞닿을 만큼 크게 굽혀져 있었다.
이 자세가 아니라면 저 멀어지는 슬라이더를 건들지 못할 테니까.
그래도 이미 머릿속에 이 공이 날아온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혹여 이 자세에서 어떻게 힘을 실어야 할지 백번 천번 머릿속에 그렸었다.
따—악!
타구음이 천지를 뒤흔들 만큼 크게 요동쳤다.
조이 히메네즈는 고개가 힘을 잃고 바닥을 향하는 것을 가리고자 모자를 푹 눌러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