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43)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43화(343/400)
도진은 올스타전이 진행되는 뉴욕, 양키스 스타디움에 도착했다.
팬들과 인사를 나누고 라커룸에 복귀하자 양키스 듀오이자 도진의 양옆 라커의 주인인 놀란과 사토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여. 올스타 선발 투수. 성장 속도가 말도 안 되는군. 2년 차에 올스타 선발 투수라니.”
놀란의 읊조림에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놀리는 거냐? 둘 다 타자 투표 1, 2위잖아.”
도진은 전체 투표 1위를 달성했지만, 타자 투표에서는 3위였다.
팬들의 눈에는 올 시즌에 선발 투수로서의 임팩트가 타자보다 컸기 때문이다.
‘놀란과 사토의 타격 성적만 보면 딱히 문제가 될 건 없지.’
놀란은 타율 2할 9푼에 벌써 20홈런 고지를 밟았고 아메리칸 리그 홈런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투타 겸업으로서 지명타자로만 뛰는 사토 역시 2할 8푼에 15홈런.
신인치고도 매우 훌륭한 퍼포먼스를 기록해 가산점이 붙었다.
“1번이 너잖아?”
“나야 뭐. 운이지.”
둘의 대화에 사토가 끼어들었다.
“여전히 겸손하군.”
“네가 할 소리냐.”
“난 전혀 겸손하지 않다.”
놀란은 사토의 대답에 풋! 웃었다.
“둘이 아주 가지가지 하네. 내 눈에는 둘 다 완전 선비야. 알아?”
도진과 사토는 입을 꾹 다물었다.
적어도 놀란의 눈에서는 그렇게 비칠 수밖에 없겠지.
그는 전형적인 미국인이자 자신감의 아이콘이었다.
“그나저나. 킴. 우린 언제 만나냐? 네 스플링커 기대하고 있다.”
“기대는 무슨. 너한테는 안 던질 거야.”
“벌써 수 싸움 들어가는 거야? 정말 지긋지긋하다.”
도진은 쩝. 입맛을 다셨다.
양키스 선수 둘 사이에 낀 것도 모자라 벌써 견제라니. 피로가 몰려왔다.
대화를 나누는 사이 누군가 다가왔다.
“잡담은 여기까지.”
도진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
조이 히메네즈.
그가 우뚝 서 있었다.
도진은 성급히 허리를 굽혔다.
“안녕하세요.”
“인사가 과하군. 다음엔 손이나 흔들어라. 뭐. 어쨌든. 동갑내기 친구들끼리 만난 건 좋은데. 너무 시끄럽게 떠들지는 마라.”
놀란은 어깨를 으쓱했다.
“조이. 올스타전인데 편히 좀 봐줘요.”
다만 도진과 사토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아시아인 특성상 선배에게 말대꾸는 하지 않는 성향 때문이었다.
조이는 놀란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미소 지었다.
“적당히만 떠들라고. 적당히만. 누군가의 고막이 찢어지겠어.”
올스타전에 임하는 선수들의 각오는 제각각 다르다.
누구는 즐기려고, 누구는 이름을 각인시키려고 나온다.
이미 작년 올스타에 참여했던 놀란 역시 도진과 마찬가지로 즐기러 나왔던 것이었다.
올스타 분위기나 이곳이 미국이라는 점에서 잡담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조이는 모두가 같은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았기에 주의만 주면서 나름 부드럽게 넘어가려고 했다.
이를 알았던 놀란은 결국 손을 들어 올리며 미안함을 표시했다.
“죄송해요. 시끄럽긴 했네요.”
누구 하나가 자존심을 부렸다면 자칫 큰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도진은 조이를 향한 시선에 부러움을 담았다.
‘이야. 이게 리더구나.’
마치…… 벨 조이스를 보는 것 같았다.
그 역시도 조이와 비슷한 면이 있었다.
호세는 호통을 치는 성격이지만, 벨은 유한 성격이었다.
‘하반기 에인절스의 중심을 잡으려면 내가 저 역할을 해야 하는 걸까?’
도진은 금세 해답에 도달했다.
‘아냐. 이건 나와 맞지는 않아.’
사실 뭘 어떻게 해야 선수들과 더욱 진솔해질 수 있을지.
더 나은 방향으로 함께 걸어갈 수 있을지는 시도해 보지 않는 이상 모르는 일이다.
‘시도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
만약 의도치 않기에 선수의 자존심이라고 건든다면?
되돌릴 수 없겠지.
사람의 관계가 그런 법이었으니까.
‘하아. 어렵다 어려워.’
도진은 진짜로 그렇게 느꼈다.
야구만 하는 거면 또 모를까.
팀 전체를 살피는 처지가 되어 보니 여간 힘든 게 아니지만 결국 해내야만 했다.
‘1위라는 자리가 그만큼 지키기가 어렵지.’
때마침 아메리칸 리그를 맡게 된 양키스의 감독이 라커룸에 들어왔다.
그는 입장하는 순간 조이 히메네즈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조이. 자네가 이번 올스타전 주장을 맡지.”
“제가요?”
“왜. 누구 추천해 줄 선수 있나?”
“본래 올스타 1위를 대표로 내세우는 게 일반적이긴 한데.”
양키스 감독은 도진을 힐끗 훔쳐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무 어려. 그리고 물러.”
무르다.
생판 모르는 남에게서 들려오는 단어에도 도진은 상처받지 않았다.
‘무르다라. 생판 모르는 사람의 눈에 그렇게 보인다면 맞는 말이겠지.’
무엇보다 양키스 감독직은 보통의 카리스마가 아니면 앉을 수 없는 자리다.
미국 최고의 구단이자,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양키스를 맡으려면 그만한 배짱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도진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저도 조이 히메네즈가 적임자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해도 저는 아직 부족하거든요. 몇 년 뒤에 기회가 오면 그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도진은 씩씩하게 대답했다.
감독의 무르다는 말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감독은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띠었다.
조이도 어쩔 수 없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하겠습니다.”
“그래. 정해졌군. 그럼, 오늘 모두 잘 쉬고 경기 날 보지.”
그 말을 끝으로 감독은 라커룸을 벗어나자, 피부를 벨 것 같은 칼 같은 카리스마도 함께 멎었다.
한바탕 휘몰아친 폭풍이 사라지자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이 뿜어져 나왔다.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던 사토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잘 대처했다.”
놀란도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완벽한 대처였어. 우리 감독님 무서워서 나와 사토 역시 찍소리도 못하는데. 넌 잘 넘겼네? 이게 아시아인인가? 좀 배워야겠는걸?”
“놀란. 킴은 아시아인이라서 저런 대답을 내놓은 게 아니다.”
“엥? 그럼?”
“그냥 이 친구는 야구에서만큼은 더럽게 솔직하니 아마 틀린 말이 아니라며 수긍한 거겠지.”
놀란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르다는 말은 자존심이 좀 상할 텐데? 누가 나한테 그랬다면…….”
“너 감독님께 그 말 자주 듣잖아.”
“감독님은 날 명단에서 뺄 수도 있으니까 그런 거고! 반대로 너도 감독님께 저 말 자주 듣잖아!”
“감독님이니까. 하지만 킴은 양키스가 아니라 아예 생판 남이다.”
놀란은 일리 있다며 턱을 매만졌다.
“하여튼 누가 나한테 그랬다면 난 못 참아. 대단한 업적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야. 물론 우리 감독님은 대단한 업적을 이루셨지만.”
“나는 참을 거다. 입도 꾹 다물고 있을 수 있겠지. 다만 이 친구처럼 수긍하지는 못했겠지.”
놀란은 팔꿈치로 도진의 옆구리를 툭툭 건드렸다.
“사토. 이 친구를 너무 저평가하는 거 아니야? 얘 Three way player야.”
둘은 동시에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그저 멀뚱멀뚱, 세월아 네월아 별생각 없는 도진의 표정에 진절머리가 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헤이. 킴. 너 정말 무르다는 말을 인정한 거야?”
도진은 살포시 고개를 까닥였다.
“틀린 말은 아닌 거 같은데? 일단 당장 이 라커룸 안에서 조이 히메네즈와 나를 두고 누굴 주장으로 뽑을 거냐 물으면 나도 조이 히메네즈에게 표를 던질 거라서. 너는?”
“나, 나도 조이 히메네즈.”
“사토는?”
“나도 조이 히메네즈다.”
도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정답 나왔네?”
“그래도 생판 남에게 무르다는 소리를 들은 거잖아.”
“양키스 감독님이지만, 생판 남은 아니지. 그래도 야구판에서는 나보다 훨씬 대 선배님인데.”
놀란은 결국 턱이 벌어졌다.
“너, 너 사고회로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네.”
사토도 혀를 내둘렀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미국에서는 미국인처럼 행동해야 하는 법이지. 무릇 미국에서 성공한 일본 선수들이 대개 그랬으니까. 그런데 넌 다르군. 마치 동아시아인처럼 굽힐 땐 굽히면서 자신감은 또 넘친단 말이지. 인정할 땐 또 인정하고. 너도 어찌 보면 미국에서 자라와서 이곳의 습관이 배어 있을 텐데 참 신기하군.”
사토는 미국에서 성공한 아시아인들을 예로 들었다.
그들은 머리와 피부색만 다를 뿐. 미국인과 다를 바 없이 자신감이 넘친다고 했다.
도진은 사토의 말에 반박했다.
“그들은 그들만의 성공 신화인 커리어라는 바탕이 있잖아. 현지에서도 성공하기 위해선 그게 정답이라고 본 거고. 다만 난 아직 성공하지 못했잖아? 그러니 조언은 언제나 귀담아듣는 편이야.”
놀란과 사토는 남다른 도진의 마인드 셋에 크게 놀랐다.
도진이 누구던가?
작년 시즌 신인왕에 이어 올 시즌은 더욱더 순항하고 있었다.
당장 기록만 놓고 보면 MVP 후보에도 오를 수 있었다.
그러니 그가 걷는 길은 옳다.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자존심을 부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배우려고 드는군. 나라면 저렇게 못 할 텐데.’
‘배울 점이 늘었군. 배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놀란과 사토 역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들이 걷는 이 길이 올바르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의 태클이 들어온다? 이걸 견딜 수 있을까?
못 견딜 것이다.
떠도는 말로는 3살 난 아이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정말 가능할까?
무엇보다 도진의 말마따나 양키스 감독은 야구계에선 대선배가 맞지만, 그는 도진과 접점이 없었다.
성격상 툭 던진 말이라도 상대 선수에게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됐다.
그런데도 도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더욱 심오하게 고민했다.
‘음. 다른 선수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모두가 자신과 같지는 않구나.
누구는 이걸 틀렸다고 말하지만, 자신은 이걸 옳다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정답은 없지.’
다만 팀을 통솔할 수 있는 정답은 있을 것이다.
최대한 그 정답에 빠르게 도달하고 싶었지만, 당장은 그저 감 정도만 잡았을 뿐이었다.
도진이 심각한 표정을 짓자, 놀란은 그의 옆구리를 툭 쳤다.
“우리가 했던 말을 고민 중이라면 신경 쓸 필요 없다. 우리는 야구 선수야. 올스타전이나 생각하자.”
사토도 거들었다.
“상대는 월드시리즈에서 만날 선수들이다. 여기서 기강을 한번 잡아두는 게 좋겠지. 쉽지는 않겠지만.”
쉽지 않다.
도진도 동의했다.
“나도 조엘 오스틴 상대로 한번은 이기고 싶어.”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셔널리그 선발 투수로 나오는 조엘 오스틴.
도진은 여태껏 조엘 오스틴을 상대로 성적을 내지 못했다.
물론 올해 들어 처음 다저스를 만났지만, 시범 경기에서는 매번 대패한 기억밖에 없었다.
‘만약 차후 에인절스가 챔피언십 시리즈를 넘어 월드시리즈로 가게 된다면?’
그래서 다저스를 만나게 된다면?
“조엘 오스틴. 이번만큼은 이겨보고 싶다.”
놀란은 뒤집어 펼친 손바닥을 도진에게 내밀었다.
“너만이 아니야. 나도 조엘 오스틴에게 한번 먹이고 싶다.”
사토도 놀란이 내민 손 위로 자신의 손을 포갰다.
“나는 그를 만나는 게 이번이 처음이지만, 현역 최고의 선수를 상대로 꼭 성적을 내고 싶다. 문제는 우리에겐 고작 한 번의 기회밖에 없다는 걸 명심해라.”
올스타전에서의 선발 투수는 길어야 2이닝을 던진다.
도진과 사토 그리고 놀란은 1회부터 그를 마주하게 되지만, 주어진 기회는 단 한 번이었다.
도진도 그들을 따라 손을 포갰다.
“그래. 우리가 조엘 상대로 점수 한번 내보자.”
셋은 포갠 손을 동시에 치켜올리며 기합을 내질렀다.
그 즉시 셋은 죄송하다는 말을 연발하며 눈치를 살폈다.
앞서 조이의 주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조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승리를 위한 기합임을 알았기에 달리 지적하지 않았다.
도진은 둘과 함께 하는 식사 자리를 위해 라커룸을 떠나면서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번 올스타전은 적당히 쉬러 왔는데 할 일이 많아졌네?’
자신만의 리더쉽을 갖추는 것이 제일 먼저 할 일이다.
갖추지 못한다면 에인절스가 흔들릴 때 중심을 잡아줄 수가 없었다.
이런 부분들을 이번 올스타전에서 다양한 스타 선수들과의 만남으로 조금이라도 깨우치고 싶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조엘 오스틴을 상대로 성적을 내는 것.
지금까지 늘 벽이라고만 느껴졌던 최고의 투수를 상대로.
비록 이벤트성이 짙은 올스타전이지만, 성적을 낼 수 있다면 자신감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도진은 하반기에도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순항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