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44)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44화(344/400)
올스타전은 올스타 위크 중 제일 마지막 날에 열린다.
첫날은 팬들과 인사를 나누는 행사, 둘째 날은 마이너리거들의 올스타전인 퓨처스 올스타가 진행을 시작으로.
셋째 날에는 드래프트가 열리고 그다음 날 홈런더비가 진행되고 나서야 올스타전이 시작된다.
한마디로 도진은 행사 이후 3일간 자유였다.
끄응.
도진은 호텔 수영장의 선베드에 누워서 기지개를 켰다.
방 안에만 갇혀 있기엔 너무 지루해서 이곳에 나와 있었다.
‘쉴 땐 확실히 쉬어야지.’
올스타에 뽑히지 않았더라면 완벽하게 휴식을 취하며 하반기에 조금 더 힘을 실어줄 수 있다.
하지만 올스타는 팬들과 만나는 자리이므로 피곤하다고 거부한다면 그건 프로 선수가 아니었다.
찰칵.
셀카를 찍은 도진은 개인 SNS에 글을 올렸다.
최근 온통 야구에만 집중했던 터라 팬들과 소통하지 못했다.
‘개인 소통이라고 해 봤자 셀카나 올리는 거지만.’
업로드 고작 5분 만에 수백이 넘는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엔 영어와 한국말이 뒤섞여 있었다.
‘한국에서 경기 한번 했다고 한국 팬들이 많아졌네.’
이는 사실이었다.
원래 도진의 개인 SNS에는 영어가 90%. 그리고 다양한 국가의 언어가 10%를 차지했다.
여전히 영어가 제일 많지만, 한글이 30% 이상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올스타전이 좋긴 좋네요! 이렇게 편히 쉴 수도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요! 뭣보다 팬들을 하루라도 더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King! 올스타전 선발 투수 축하!
└조엘 오스틴 밟아 버려!
└오빠! 사랑해요! DM 좀 봐주세요!
└잘 쉬고 하반기에도 잘 부탁한다!
그 후 DM도 확인했다.
개인적인 메시지들이 주를 이었지만, 그중에는 비즈니스에 관련된 내용들도 여럿 있었고 누구나 알만한 유명 스포츠 브랜드들도 포함이었다.
‘돈은…… 이번 시즌 끝나고.’
이번 시즌 느낌이 참 좋다.
적어도 저번 시즌보다는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비즈니스 협상은 몸값만 낮출 뿐.
‘굳이 헐값에 계약할 이유는 없잖아?’
자신의 가치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직접 올려야 하는 법.
도진은 차후 은퇴 후에도 이왕이면 사람들의 입에서 최고였다는 말이 나왔으면 했다.
그 길을 위해 열심히 달려나가고 있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
‘하나씩 해결하자. 하나씩.’
그 첫 번째 난관이 차후 월드시리즈에서 만날 수 있는 조엘 오스틴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 * *
[팬들이 기다리던 올스타전이 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늘 과연 어떤 팀이 이길지. 어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줄지 저도 정말 기대가 되거든요?] [1회부터 그 볼거리가 풍성합니다!] [인정합니다. 2036년 드래프티 황금세대가 1회부터 조엘 오스틴을 만납니다. 고등학교 때 한가락 하던 선수들이 어느덧 훌쩍 커서 지구 최고의 투수를 만나게 되었어요!] [뭣보다 오늘 선발 맞대결은 사제 간의 대결이라고도 하죠. 물론 올스타전 특성상 선발 투수가 고작 1이닝에서 2이닝밖에 던지지 못하지만, 그래도 팬들은 기대를 잔뜩 하고 있어요.] [이뿐만이 아니라 에스리우스 로자리오와 킴이 당장 이번 이닝에서 만나거든요? 현역 최고 선수들의 만남이에요.] [그렇습니다. 과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1회 마운드에 서게 된 도진은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어휴. 라인업 봐라.’
1번 타자 헤이튼 스톰폭스는 올해 벌써 30도루를 기록한 준족이다.
2번 타자 에스리우스 로자리오는 범접할 수 없는 현역 최고의 타자.
그들의 뒤에는 MVP 출신 포수 후안 라미레즈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히려 좋나?’
도진은 이름만 들어도 헉 소리가 나오는 라인업에 기죽지 않았다.
최고의 선수들과의 승부는 언제나 즐거운 법이었으니까.
아무리 이벤트성이 짙더라도 선수들은 지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진심을 보일 것이다.
‘오늘 같은 날 승패에 부담을 내려놓은 채 내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면 더 좋고.’
오늘 마스크를 쓴 포수는 애슬레틱스의 셰인 브레이드웰.
도진은 작년에도 이 포수와 호흡을 맞춰본 바 있었다.
“여. 오랜만이군. 1년 만인가?”
“시즌 내에 만났잖아요.”
“이렇게 호흡을 맞추는 건 1년 만이잖아?”
“뭐. 그렇죠.”
“그래서, 어떻게 할래?”
셰인의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도진은 저 눈빛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스플링커는 던질게요.”
“오? 던질 생각이었어?”
“그럼요. 팬들도 원할 텐데요. 대신 한 타자당 한 번씩만 던질게요.”
셰인은 입맛을 다셨다.
“아쉽네. 그 공을 직접 받아보는 기회라서 약점을 찾으려고 했더니만.”
“그래서 안 된다는 거예요.”
“전반기 1위 에인절스의 인심이 박하다. 박해.”
도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셰인은 도진의 어깨를 툭 건드리며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시작된 경기.
1번 타자 헤이튼에게는 스플링커를 던질 틈이 없었다.
그는 초구부터 배트를 휘둘렀고, 결과는 우익수 플라이였다.
다만 2번 타자 에스리우스 로자리오가 타석에 들어서자 공기가 뒤바뀌었다.
도진은 먼저 모자를 벗어 고개를 꾸벅했다.
인사를 받은 에스리우스는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며 인사를 받고는 타격 자세를 잡았다.
‘이렇게 만날 줄이야.’
에스리우스 로자리오는 작년 도진을 올스타전에서 처음 만났다.
그리고 그 만남이 오늘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마지막이었다.
‘잘 크고 있군.’
슈퍼스타가 될 인재들은 굳이 발굴하려고 들지 않아도 알아서 빛나는 법이다.
에스리우스 로자리오의 눈에 비친 도진은 작년부터 아주 강렬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그 빛이 작년보다 더 강렬했다.
마치…….
에스리우스 로자리오는 감독의 사인을 확인하겠다는 듯 더그아웃을 힐끗 쳐다봤다.
올스타전이고 주자도 없으므로 감독의 작전 지시를 기다렸던 게 아니다.
은연중에 나온 습관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는 더그아웃에 앉아 있는 조엘 오스틴을 찾은 것이었다.
‘당신과 비슷한 빛을 뿜어내고 있어.’
고작 2년 차 선수가 말이다.
물론 조엘 오스틴이나 자신의 2년 차 역시 다른 선수들의 눈에는 비슷해 보일 수도 있겠지.
어디에서 결코 뒤처지지 않는.
누구보다 환상적인 2년 차 시즌을 보냈으니 말이다.
하지만 도진은 궤를 달리했다.
‘투수와 타자도 모자라 수비까지 탑 클래스지.’
2년 차에 30홈런에 100타점 페이스라는 것.
그 기록을 달성하면 슈퍼스타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런데 도진은 선발 투수로서도 벌써 10승이란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니 저 선수를 더는 유망주라고 평가할 수 없다.
온전한 메이저리거.
더 나아가.
‘MVP.’
MVP 눈에 그렇게 비쳤다.
때마침 초구가 날아왔다.
타자의 배트도 움직였다.
바깥쪽 낮은 코스로 제구가 아주 잘 된 패스트볼이었음에도 배트는 그 공을 후려쳤다.
따-악!
타구는 1루수 키를 넘겼다.
다만 파울 라인을 벗어났다.
1루로 달리던 에스리우스 로자리오는 타구가 라인을 벗어나자 아쉬움에 고개를 한번 까딱하고는 다시 타석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제 손바닥을 한번 스윽 훑어봤다.
‘구위 역시 훌륭하군.’
2년 차 투수가 이 정도의 구위를 갖출 수 있다니.
확실한 건 작년 도진은 언터처블이나 다름없었는데 올해에는 더 발전했다.
에스리우스 로자리오는 펼친 주먹을 다시 말아쥐었다.
‘그래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
한편, 도진은 파울 타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와. 이걸 제대로 갖다 맞추네?’
타이밍이 맞았더라면 무조건 안타가 됐을 것이다.
‘선두 타자가 초구부터 휘둘러줘서 그저 고마울 따름이네.’
만약 선두 타자가 초구를 휘두를 대신 공을 조금 더 지켜봤더라면?
‘에스리우스로 로자리오라면 타이밍을 완벽히 맞췄겠지.’
최고의 타자를 상대할 때는 조금 더 신경 써야겠다.
신경 쓴다고 썼지만, 더 경계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포수에게서 사인이 나왔다.
도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거 말고요.’
포수는 즉각 도진이 원하는 스플링커 사인을 냈다.
도진의 끄덕임에는 만족스러움이 묻어나왔다.
‘스플링커는 결정구로 사용하는 편이 제일 효과가 좋지만…….’
에스리우스 로자리오에게 2스트라이크까지 가서 스플링커를 던지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아꼈다가 자칫 맞을 수도 있어.’
일단 2스트라이크를 잡는 게 먼저다.
도진은 즉각 와인드업했다.
손을 떠난 투구는 굉음을 내지르며 포수의 미트가 고정된 한복판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타자의 배트는 홈플레이트 앞에서 꿈틀거리며 아래로 수직 낙하하는 투구를 따라갔다.
따악!
타구는 배트의 밑 등에 맞고 파울이 됐다.
카운트는 0-2.
원하는 바를 이뤘음에도 도진의 동공은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이, 이걸 맞췄다고?’
여태껏 그 누구도 첫 타석부터 스플링커를 맞추지 못했다.
비록 파울이 됐기에 그저 맞췄을 뿐이지만, 그 파울조차 없었다.
‘역시…… 현존 최고의 타자는 다르네.’
다른 선수들도 슬슬 스플링커를 적응하겠지.
여전히 강력한 구종이지만, 야구에 절대란 없었다.
‘괜찮아. 사실 그간 꿀 빨았잖아?’
도진은 낙담하지 않았다.
스플링커 하나 추가했다고 리그 방어율 2위를 달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승리도 차곡차곡 챙겨 어느덧 10승 고지도 바라보고 있고, 이 승리들이 전부 팀의 승리에 보탬이 됐지.’
경기로 돌아온 도진은 두근대는 심장을 억제하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으로 분위기를 환기하려고 했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에 깜짝 놀란 건 매한가지였다.
‘이거…… 위험한데? 일단 에스리우스의 컨디션이 좋다는 건 알겠어.’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이 통할까?
안 통할 가능성이 높다.
타자가 컨디션이 좋을 때는 그 어떤 공을 던져도 맞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위기에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결국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없었다.
‘뭘 던져도 맞을 거야. 그러니…….’
뭘 던져도 맞는다면 그냥 맞춰주면 된다.
도진은 타자에게 잠깐 등을 돌리며 뒤를 돌아봤다.
유격수인 놀란과 눈이 마주쳤다.
도진의 미세한 턱짓이 그를 가리켰다.
놀란은 말아쥔 주먹을 글러브에 집어넣으며 팡! 소리를 냈다.
둘이 사인을 주고받는 사이, 에스리우스 로자리오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빗맞다니.’
배트를 휘두르는 순간 제대로 맞았다고 확신에 차 있었는데 망상이었다.
에스리우스는 오늘을 위해 도진의 스플링커 영상을 몇 번이나 되돌려 봤기에 충격은 배가됐다.
비록 그와 시즌 내에서는 상대할 일이 없어 3일 전부터 챙겨보았지만, 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 확신이 빗나간 적은 없었어.’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빗나갔던 것이었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아래쪽으로 꺾이는 각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날카로웠기 때문이다.
다시 몸을 원래대로 돌린 도진은 3구 투심을 던졌다.
타자의 배트가 나왔다.
따-악!
정타에서 살짝 빗겨났지만, 타구는 3, 유 간을 꿰뚫겠다며 날아갔다.
놀란이 바운드가 두 번 된 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터억.
타구가 글러브 안에 꽂히자, 놀란은 몸을 벌떡 일으켜 1루를 향해 송구했다.
타자의 발도 송구가 글러브에 들어갈 때쯤 베이스를 밟았다.
“세이프! 세이프!”
1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그 즉시 양키스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비디오 판독의 결과로 1루심의 판정은 번복됐다.
“아웃!”
휴우.
도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놀란을 이용하길 잘했네.’
야구는 투수 타자 두 선수만의 싸움이 아니다.
팀을 이용할 수 있다면 백번 이용해도 마땅하다.
놀란의 뛰어난 수비를 아주 잘 알고 있었던 도진은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인을 보냈던 것이었고.
덕분에 놀란도 자신에게 타구가 오리라는 것을 예측해 3루 쪽으로 치우쳐져 수비했기 때문에 아웃 카운트를 올릴 수 있었다.
어쨌든 이 결과는 도진에게 자신감으로 돌아왔다.
‘현존 최고의 타자를 맞춰 잡았어. 큰 수확이다.’
도진은 여전히 완급조절에 애를 먹고 있었다.
‘물론 방금은 전력으로 투구했기 때문에 완급조절과 거리가 멀었지만.’
온 힘을 다해 던질 때는 무조건 삼진을 잡아야 한다는 버릇이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쭉 삼진 위주의 피칭을 해왔으며, 작년 시즌도 마무리 투수로 활약해서 버릇이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다.
‘힘을 빼고 던진다고 해서 무조건 맞춰 잡는 게 아닌 온 힘을 다해 던져서 맞춰 잡아도 결국 투구 수를 줄일 수 있네.’
생각은 늘 해왔지만, 습관을 벗어나지 못했었는데 오늘 최고의 타자를 상대로 해냈다.
‘에스리우스가 스플링커를 건드려서 오히려 잘됐네.’
도진은 어깨를 빙글빙글 돌리며 다음 타자를 기다렸다.
후안 라미레즈.
그가 미소를 잔뜩 품고 타석에 들어섰다.
도진은 이번에도 그에게 꾸벅 인사했다.
후안 라미레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더니 배트로 담장을 가리켰다.
예고 홈런.
놀란의 상징이지만, 올스타인 만큼 딱히 문제는 없었다.
무엇보다 후안 라미레즈는 그 행동에 아주 큰 의미를 담고 있었다.
‘나에게도 던져라. 네 스플링커를 말이다!’
에스리우스는 치지 못했다.
다만 나는 칠 수 있다!
오늘만큼은 작년 네놈에게 당한 치욕과 에스리우스에게 밀려 수상을 하지 못한 울분을 떨쳐내겠다!
문제는…….
도진과 포수 셰인은 흥분한 후안 라미레즈의 생각을 너무나도 쉽게 읽고 있었다.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아웃!”
3구 연속 포심 패스트볼.
도진은 재빨리 마운드를 벗어나 더그아웃으로 피신했다.
무엇이든 녹여버릴 듯한 용광로 같은 후안 라미레즈의 눈빛을 견딜 자신이 없어서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1회 말.
황금세대의 일원들과 조엘 오스틴이 만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