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45)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45화(345/400)
도진이 1번 타자로.
그 뒤로 사토가 2번을.
3번 타자엔 놀란이 배치가 됐다.
1회를 완벽하게 틀어막은 도진은 첫 타석을 소화하고자 배트를 손에 쥐던 그때 사토의 부름에 응답했다.
“어쩔 생각이지?”
사토는 타석을 어떻게 소화할 거냐고 묻는 거였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네.”
“원래 공을 좀 지켜보는 스타일이잖아?”
“뭐. 그렇지. 다만 오늘 같은 날 초구를 노려 허를 찌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아서 아직 정하지는 못했어.”
조엘 오스틴이 투수로서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는 건 그저 공을 잘 던져서만이 아니다.
그는 심리 싸움에도 능하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조엘 오스틴의 약점…… 없지. 저 선수는 완벽하니까. 그래도 굳이 하나를 꼽자면 주자가 나갔을 때다.”
도진은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저 약점은 모든 투수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조엘 오스틴은 다른 투수보다 유독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렇기에 이 또한 약점이라고 볼 수 없겠지만, 어떤 대안이라도 떠올려야 했다.
둘의 대화에 놀란이 끼어들었다.
“내 생각은 달라. 조엘이 설마 그걸 모를까?”
사토는 등을 돌려 놀란에게 물었다.
“네 생각은 어떤데.”
“큰 거 한 방 노려야지. 우리 셋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큰 거 한방이라. 조엘 오스틴의 시즌 피홈런 개수를 보고도 그 말이 나오나?”
“아는데. 그래도 홈런을 맞긴 하잖아? 뭐. 자신 없으면 출루라도 하던가. 내가 전부 불러들여 줄 테니.”
도진은 두 선수에게서 완전히 다른 성격을 엿봤다.
‘사토는 확실히 이기기 위해서 조금 더 데이터 위주로 다가가는 경향이 있어. 일본인 특성인가? 반대로 놀란은 조금 더 감성적이야. 자신감이 바탕이 되는 거겠지.’
사람의 생각은 전부 다르므로 무엇이 정답이라고 확정지을 수는 없었다.
“우리에겐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없다. 그 한 번의 기회를 살리려면 공격적인 배팅은 좋지 않아. 놀란. 넌 허망하게 기회를 날리고 싶은가 보지?”
“상대는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야. 우리 생각을 읽고 있을 거라고? 그러니 오히려 부담 없이 휘두르는 게 결과가 더 좋게 나올 수도 있잖아?”
사토는 대화가 안 통한다며 시선을 다시 도진에게 돌렸다.
“킴. 네가 출루하면 번트를 대겠다. 적어도 주자가 2루에 나가 있으면 우리가 승리할 확률이 생기겠지.”
놀란이 버럭! 반박했다.
“올스타전에서 무슨 번트야! 충분히 칠 수 있다고.”
도진은 둘 사이에 섰다.
“지금 타석에 들어서는 건 난데 왜 벌써 미래를 생각하고 있어? 난 내 방식대로 해볼게. 물론 아직 어떻게 할지 정하지는 못했는데 뒤는 부탁한다.”
도진은 즉시 타석으로 이동했다.
타석에 들어서서는 조엘 오스틴을 시작으로 마스크를 쓴 후안 라미레즈와 심판에게도 꾸벅 인사를 건넸다.
도진은 후안 라미레즈의 마스크 사이로 하얀 이빨이 보였다.
“어이. 감히. 스플링커를 안 던져?”
“하. 하하.”
“더럽게 치사하네! 그렇게 맞기 싫었냐?”
“누가 봐도 스플링커를 치겠다고 얼굴에 쓰여 있는데 그걸 어떻게 던져요.”
“오? 한마디로 내게 스플링커를 던졌다면 맞았을 거란 말이네?”
와. 확대해석 뭐냐.
도진은 생각과는 별개로 성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MVP 출신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후안 바로 직전 타석에서 경험했는데 그걸 또 던지라고요?”
후안은 씨익 웃었다.
“뭐.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오늘 출루할 생각은 하지 마라.”
후안은 기분이 참 좋아 보였다.
혼자서 확대해석도 의외로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구나.
도진은 또 다른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물론 이 깨달음이 미래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몇몇 선수들은 저런 마인드 셋을 장착하고 있겠지.
‘우리 팀에도 몇 있지. 예를 들어 그레그라던가.’
마르셀로도 후안과 같은 부류였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들이라 통하는 게 있나? 생각이 들 정도.
‘어쨌든 집중하자.’
잠깐 후안 라미레즈와 대화를 나눈 사이 지금이 어떤 자리였는지 잠시 잊었었다.
도진의 시선이 습관적으로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감독은 그저 팔짱을 낀 채 별다른 제스처를 보내지 않았다.
‘아. 올스타전이지.’
작전은 없다.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시선을 거두려는 찰나.
여전히 심각한 표정으로 언쟁을 벌이는 놀란과 사토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저러다 싸우는 거 아니겠지.’
도진은 아니라고 확신했다.
비록 올스타전이지만, 투수를 어떻게서든 공략하겠다는 둘의 토론이 한편으로는 부러움으로 다가왔다.
‘익숙한 걸로 보아 자주 저러나 보네.’
두 최고의 선수가 서로 다른 정답을 두고 하나의 정답에 이르고자 계속해서 토론하고 있다.
저런 사소한 부분들이 지금 양키스를 그 무시무시한 AL 동부 1위로 만들어 준 거겠지.
‘집중하자.’
도진은 부러움은 뒤로 한 채 금세 잡생각을 전부 지우고 조엘 오스틴에게 시선을 두었다.
조엘은 도진과 눈이 마주치자, 입꼬리가 미세하게 꿈틀댔다.
‘여기서 이렇게 널 만나네.’
조엘은 매일 같이 성장하는 도진이 정말 놀라웠다.
언젠가는 대단한 선수가 되리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그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빨랐다.
에스리우스 로자리오나 자신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빠르게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도진은 그보다 더 빠른 것도 모자라, 투타 겸업을 넘어 수비까지 선보이고 있지 않던가?
‘이미 최고긴 한데. 하나만 주야장천 팠다면 적어도 한 분야에서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 올라섰을 수도 있겠어.’
하지만 도진은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기로 했고 조엘은 그 길을 응원했다.
‘넌 그게 맞아. 하나만 했다면 오히려 몸이 근질근질해서 에너지가 남아돌았을 거야.’
호선을 그리던 조엘의 눈초리가 순간 힘이 들어갔다.
‘그런데 말이야. 오늘은 내가 널 막아야 할 것 같다.’
메이저리그는 언젠가는 범접할 수 없는 슈퍼스타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 주인공은 당연히 도진이었다.
하지만 선수로서 아직 이룰 업적이 많이 남아 있던 조엘은 그 스포트라이트를 당장 내주고 싶지 않았다.
은퇴 직전까지 그가 독차지하려는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아 와야겠지.
‘그리고 너 역시도 내가 진심이길 원할 테고.’
1이닝이나 2이닝만 던지면 되는 올스타전이다.
굳이 완급조절이고 나발이고 생각할 필요 없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조엘의 시선이 순간 아메리칸 리그 더그아웃을 담았다.
이어지는 타선을 봐라.
도진과 고등학교 때 경쟁했던.
그리고 지금도 경쟁하고 있는 동갑내기 친구들이었다.
‘싹을 눌러놔야 월드시리즈에서 만나도 편하겠지?’
초구.
조엘은 와인드업 후 공을 던졌다.
타자의 입장에서는 바깥쪽으로 빠르게 향하는 패스트볼.
그 공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크게 꿈틀대더니 도진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퍼억.
“스, 스트라이크!”
심판의 콜에도 시끄러웠던 경기장에 정적이 흘렀다.
그만큼 육안으로 보기에도 조엘의 투심은 궤를 달리했다.
경기장을 힐끗힐끗 쳐다보며 대화를 나누던 놀란과 사토는 턱이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토론이 멈춘 것도 그때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늘 조엘 오스틴을 상대할 수도 있는 후속 타자들까지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그러니 타석에 직접 선 당사자는 어떻겠는가?
도진은 잠깐 타임을 외치며 타석에서 물러서서 시간을 벌겠다며 장갑을 매만졌다.
‘아니. 무슨…….’
평소 조엘 오스틴의 공보다 좋았다.
도진은 늘 그의 피칭을 영상으로라도 접했기에 알 수 있었다.
‘조엘은 더 발전한 거야.’
이제 절반이 지난 지금 그의 평균 자책점은 무려 1.2다.
최근 야구는 꽤 공격적으로 바뀌었는데도 양대 리그 통틀어 혼자서 1점대 방어율.
더 나아가 1점 초반대 방어율을 선보이는 조엘은 선발 투수 중에서도 압도적인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그 때문에 가출한 정신이 되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이걸 어떻게 치냐?’
무엇보다 도진은 조엘에게 투심을 배운 장본인이었다.
오늘 그가 어떤 방식으로 투심을 사용하는지.
타석에서 더욱 느껴보면서 자신의 투심도 강화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계획이 전부 무로 돌아가는 것으로는 모자랐는지 충격이 되어 돌아왔다.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일단 잡생각에서부터 벗어나자.’
타자는 원래 예상치 못한 공을 접했을 때 머리가 새하얘진다.
지금 머리가 띵한 자신처럼, 스플링커를 접한 타자들도 비슷한 심정이었겠지.
‘이길 확률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져서는 안 돼. 해결책이 필요하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에인절스가 월드 시리즈에 진출하게 된다면 다저스를 만날 확률이 높다.
‘이왕 월드시리즈를 밟게 되면 우승까지 거머쥐어야지.’
그러니 범타는 안된다. 삼진도 사양한다.
어떻게서든 출루가 필요하다.
‘젠장. 이번 시즌 타자에 너무 소홀했나?’
소홀하지 않았다.
도진은 알고 있었다.
올해의 성적은 작년 시즌을 넘어선다는 확신이 있었다.
경험 덕분에 공도 더 잘 보이고 새로운 트레이닝 덕분에 타격에 힘도 더 실리고 있다.
그만큼 조엘의 피칭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그래도 끊어내야만 해.’
천적.
도진은 조엘을 천적이라고 느꼈다.
지금까지 그를 단 한 번도 제대로 이겨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난 횟수 자체가 매우 적고 정규 시즌에는 단 한 번밖에 만나지 못했다.
그렇기에 표본이라고 부르기엔 어렵겠지만, 적어도 도진은 어렸을 적부터 그가 한 수 위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천적 관계는 평생 이길 수 없는 길로 들어설 수도 있게 된다.’
그러니 하루라도 이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게 오늘이었으면 좋겠다.
‘아니. 오늘이어야만 한다.’
도진의 말아쥔 배트에 힘이 들어갔다.
생각하자.
여기서 조엘이라면…… 뭘 던지려나?
아니.
생각을 바꾸자.
굳이 조엘을 공략할 필요까진 없다.
도진은 힐끗 후안 라미레즈를 훔쳐봤다.
‘포수를 공략한다.’
배터리는 하나다.
무엇보다 후안 라미레즈는 공격과 수비 두 분야에서 최고다.
‘그러니 조엘은 후안의 사인을 따를 거야.’
후안의 사인은 결국…….
‘투심이겠지.’
‘억!’ 소리 나는 투심에 자신이 놀라는 모습을 한 번 더 보고 싶겠지.
공이 던져졌다.
도진의 예상대로 초구와 똑같은 코스로 똑같은 구종이 날아왔다.
다만 이걸 제대로 스윙한다고 해서 배트가 공을 맞힐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그만큼 구속이며 구질이며 완벽 그 자체였다.
‘참자. 굳이 건들 필요 없어. 3연속 투심을 던지지는 않을 거야.’
조엘 역시 신이 아니다.
그조차도 이 마구와도 같은 투심을 원하는 로케이션에 매번 박아 넣을 수는 없겠지.
공이 던져지려는 순간.
도진은 번트 자세를 취했다.
그래서인지 손을 떠난 투구는 초구보다 조금 더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왔다.
그리고 그걸 확인한 즉시 도진은 번트 자세를 풀었다.
퍼억.
“볼!”
카운트는 1-1으로 동률을 맞췄지만, 도진은 여전히 놀라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건 오늘 못 쳐.’
그런데 굳이 칠 필요는 없다.
3연속 투심?
절대 날아오지 않을 테니까.
또한 후안 라미레즈의 특성상 변화구로 자신을 상대하려 들지 않겠지.
그 결과.
3구. 바깥쪽 낮은 코스로의 패스트볼을 도진은 결대로 밀어쳤다.
따-악!
타구는 우익수 앞까지 데굴데굴 굴러갔고 도진은 안전하게 1루에 안착하게 됐다.
‘해냈다.’
깔끔한 안타가 나왔다.
도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조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후안은 얼굴을 감싸 쥐었다.
저들의 행동이 도진에게는 큰 힘이 되어 돌아왔지만 만족하지 않았다.
‘하아. 투심을 공략하지 못해서 찝찝한 건 나도 매한가지야.’
그러니 다음번에는 공략 방법을 찾아서 이 투심을 제대로 맞출게요.
도진은 1루에서 조엘에게 눈빛을 보냈다.
조엘 역시 다음에는 맞지 않겠다며 고개를 한번 끄덕이며 도진의 눈빛에 대답해 주었다.
‘그런데 말이에요.’
그 순간 도진의 눈빛이 사늘하게 변했다.
‘그건 차후. 정식으로 맞붙었을 때의 이야기고요.’
저는 아직 만족할 생각이 없습니다.
사토의 타석에서 도진은 초구부터 냅다 2루를 향해 뛰었다.
신계의 팝타임을 보유한.
도루 저지율이 50%에 육박하는 후안을 상대로도 지체없이 뛰었던 것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해 50도루를 기록하는 선수들도 조엘 오스틴 앞에서는 뛰지 못한다.
주자가 나갔을 시 그는 최고의 투수이기 전에 최고의 수비수였으니 말이다.
그의 세트 포지션은 매우 빨라 주자가 타이밍을 잡지 못해서였고, 견제 또한 메이저리그 탑 클래스였다.
그런 배터리가 올스타전에서 하나로 뭉쳤다.
그런데 도진은 그 둘을 상대로 뛰었고, 2루에 안전하게 안착했다.
도진은 흙으로 뒤덮인 유니폼을 툴툴 털며 일어났다.
다만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아쉬움만을 뿜어내고 있었다.
도진은 그 눈빛을 감추고자 눈을 질끈 감았고.
다시 뜬 눈에는 이채가 서려 있었다.
‘다음에는 완벽하게 이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