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46)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46화(346/400)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3연속 스트라이크 아웃 콜.
조엘은 후속 타자들에게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
주자가 스코어링 포지션에 있었기에 그는 진심을 완전히 드러냈다.
공수교대가 됐지만 도진은 1이닝을 끝으로 마운드에서 내려가게 됐다.
그 때문에 반쯤 혼이 나간 사토와 놀란의 사이에 앉아 양옆에서 들려오는 한숨을 잔뜩 만끽했다.
“레벨이…… 너무 높군.”
사토의 푸념에 놀란도 한마디 거들었다.
“젠장. 왜 갑자기 진심 모드인데? 올스타전이잖아! 살살해도 되잖아!”
“놀란. 네 스윙은 괜찮았다. 내가 애매해서 그렇지.”
“괜찮으면 뭐 해? 공을 맞히질 못했는데. 아니 무슨 저런 마구를 던지냐.”
“구질만 좋은 게 아니다. 상대 배터리는 우리의 머릿속을 완전히 읽고 있었어.”
“어. 원하는 코스로 절대 안 던지더라. 이럴 줄 알았다면 그냥 네가 번트 댄다고 했을 때 대라고 할 걸 그랬어. 3루에 있었다면 어떻게서든 갖다 맞춰서 타점이라도 올렸겠지.”
무사 2루 득점 찬스에서 1사 3루로 만드는 게 과연 좋은 방법일까?
아마추어는 자주 사용하는 작전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작전이다.
안타 하나면 충분히 득점을 올릴 수 있는데 굳이 아웃 카운트를 희생할 필요까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란은 상대를 너무 얕봤다며 목소리에 큰 후회가 서려 있었다.
“네 잘못이 아니다. 나도 번트를 고민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2스트라이크였어. 내가 조금 더 확실하게 했다면 너도 편해졌겠지.”
“의미 없어. 이미 기회는 물 건너갔는데 더 생각해서 뭐 하냐. 그나저나. 킴. 넌 어떻게 쳤냐?”
둘의 시선이 도진에게 향했다.
도진은 볼을 살포시 부풀렸다.
“글쎄. 그냥 운이 좋았어.”
사토와 놀란은 기만이라는 단어를 꿀떡 삼켰다.
평소였다면 스스럼없이 내뱉었겠지만, 오늘 조엘의 본모습과 직접 마주했으므로 운이 좋다는 말이 기만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래도 넌 깔끔한 안타를 쳤지. 조금은 부럽다.”
“에이. 뭘 또 부럽기까지 해. 나야 주자가 없는 상태로 타석에 들어섰으니 조금 더 편했던 거지.”
놀란도 거들었다.
“그래도 부러운 건 부러운 거야. 어쨌든 기록상 너는 조엘 오스틴에게서 깔끔한 안타를 쳐냈잖아. 사토. 우린 돌아가서 연습이나 더 하자. 이대로는 우리 우승 못해.”
“동의한다. 세상은 넓고 괴물은 많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착각했다.”
가만히 듣던 도진은 부러움에 입맛을 다셨다.
메이저리그 최고 레벨의 동갑내기 선수가 한 팀에서 뛰고 있다.
더군다나 둘은 완전히 다른 성질을 띠고 있었기에, 언제나 상반되는 의견을 낸다.
그런데 그 상반되는 의견을 서로가 인정하려고 든다.
‘마인드가 참 좋아.’
다만 도진도 덕분에 깨달은 바가 있었다.
놀란이나 사토 같은 선수는 에인절스에도 있을 것이다.
‘차후 에인절스에 다양한 문제가 직면하면 대화로 풀어나가야 하는데.’
다양한 선수들을 참고해서 도움이 된 건 맞지만, 여전히 리더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둘 다 팀 내에서도 저런 성격일 거란 말이지.’
도진은 문득 궁금했다.
“양키스의 리더는 누구야?”
둘은 동시에 대답했다.
“감독님이지.”
놀란은 이어서 부연 설명을 했다.
“양키스는 예전부터 이랬어. 메이저리그 구단 중에서도 규율이 제일 빡세잖아? 그 흔한 수염조차 기르지 못하니까. 물론 주장은 따로 있긴 한데 양키스는 감독님이 전부 휘어잡고 있어.”
사토가 거들었다.
“그래서 참고가 되지는 않을 거다.”
눈치 참 빠르네.
그래도 도진은 허! 참! 모르쇠로 일관했다.
“참고는 무슨. 그냥 물어본 거야.”
하지만 둘은 낚이지 않았다.
“너 거짓말할 때는 티가 좀 난다. 우리는 네가 언제나 발전하려는 선수라는 걸 안다.”
“지금 에인절스는 1위. 다만 하반기를 대비해서 팀 분위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서 물어본 거겠지.”
“양키스는 규율 덕분에 야구하기 참 좋은 구단이다. 다른 구단은 비교적 자유롭지만 때로는 그게 문제가 될 때도 있지. 물론 미국인들은 자유를 더 좋아하긴 해. 여튼 도움이 되진 않을 거다.”
비아냥은 섞여 있지 않았다.
놀란과 사토는 우승보다 도진을 먼저 완벽하게 이기고 싶다는 목표를 안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수준을 끝까지 유지하길 바라면서 진실을 알려주었다.
“그래. 고맙다.”
셋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대화의 끝을 맺었다.
그 후 올스타전 경기는 끝이 났다.
도진은 2타수 1안타로 두 번의 타석만 소화하고 내려왔고 놀란과 사토도 두 번째 타석에서는 안타 하나씩을 기록했다.
다만 아메리칸 리그는 내셔널리그에 5:7로 패배했다.
이제 LA로 복귀해야 하는 도진은 따로 조엘 오스틴과 공항에서 약속을 잡고 만났다.
도진은 그의 조언도 듣길 원했다.
“여!”
조엘은 미소와 함께 손을 들어 올렸다.
도진은 성급히 그와의 거리를 좁혔다.
“조엘.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안타 치더니 어깨 좀 올라간 것 같네?”
도진은 에휴 한숨을 쉬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사실 걱정이 있어서 이렇게 연락드렸어요.”
“뭐가 문젠데?”
“지금 에인절스 상황 아시죠?”
“1위잖아? 자랑하려고?”
“그걸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거 잘 아시잖아요. 다저스도 1위면서.”
조엘은 피식 미소 지었다.
“에인절스는 지금 리더가 부재중이지. 그 자리를 네가 대신하고 있고.”
“맞아요. 다저스는 누가 리더에요?”
“남의 영업 비밀을 캐겠다?”
도진은 손사래를 쳤다.
“그런 뜻이 아닌데.”
“투수조는 내가 관리한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언제부터요?”
“MVP를 달성했을 당시부터.”
“꽤 어렸을 때네요?”
“지금도 어리다.”
“말이 이상하게 나왔어요.”
도진은 뒤통수를 긁었다.
조엘은 웃음을 삼켰다.
“나이가 뭐 중요하냐? 성적이 중요하지. 어차피 다 성적 내려고 하는 짓 아니냐. 성적이 좋아야 본인의 가치도 더 올라가는 거라서 딱히 신경 안 써.”
“그래도 나이는 곧 경험인데 중요하지 않나요?”
“글쎄. 난 관계없다고 본다. 우리 다저스는 비교적 자유롭지만, 최고의 선수들만 모여서 그런지 알아서 잘하거든. 다만 에인절스는 상황이 다르잖아?”
“그렇죠. 자리 잡을 때까지 고생 좀 할 것 같아서요.”
“이해는 한다. 1위인 에인절스는 하반기부터 사건 사고들이 발생할 수도 있겠지. 벨이 건재했다면 무난하게 넘어갔을 테지만, 없는 지금은 대안을 찾아야겠지. 다만 내가 네게 정답을 내려줄 순 없어. 난 에인절스 선수들을 잘 모르거든.”
도진은 조엘의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사람은 다 다 다르죠. 그들의 성격에 일일이 맞춰야 할까요?”
조엘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넌 너만의 규율을 만들어야겠지. 정확히는 에인절스 선수들이 수긍할 규율을. 그게 뭐일지는 모르겠는데 일관적으로 행동하는 게 좋아. 그게 규율이니까.”
“그, 그것도 맞는 말이네요.”
조엘은 도진의 어깨에 손을 올려 감았다.
“골치 아플 거라는 걸 예상은 하고 있지만, 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사실 난 경험해 보지 못했거든.”
조엘의 말마따나 다저스는 스타 선수들이 즐비했다.
그들은 알아서 모범이 되며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따르게 되니 구단들이 괜히 슈퍼스타들을 영입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에인절스는 다저스와 상황이 다르다.
선수들의 나이가 평균적으로 어렸고, 스타 선수의 숫자도 적은데 그중 최고의 스타이자 최고참이 부상으로 팀을 떠나 있었다.
‘규율이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에인절스에서 양키스처럼 팍팍한 규율은 맞지 않을 거야.’
다만 또 너무 풀어 둔다면?
그거대로 문제가 될 것이다.
‘에인절스는 이제 하나로 뭉치게 됐지만 그 기간이 매우 짧아. 언제 다시 하나가 여럿으로 나뉠지는 아무도 모른다.’
호세는 이 부분을 걱정하고 있었고, 도진도 하루라도 빨리 해결책을 마련하고 싶었다.
그래야지만, 1위를 지키고 더 높은 곳에 도달할 수 있을 테니까.
“너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묘수가 분명히 있을 거다. 그걸 잘 찾아봐.”
도진은 씩씩하게 대답했다.
“조언 감사해요.”
“그래. 비행기나 타러 가자.”
조엘은 발걸음이 가벼워진 도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지금 야구에 집중해야 할 시긴데. 저 아이에겐 참 많은 시련이 주어지네.’
그런데도 도진은 성적을 내고 있었다.
그냥 성적이 아닌.
MVP에 필적하는 성적이었다.
‘아마 본인이나 팀 성적을 유지하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나서는 모양인데.’
저게 바로 리더쉽이다.
타고난 리더는 누군가 점찍었을 때 나오는 게 아니다.
도진처럼 자발적으로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마음이 생기는 선수야말로 진정한 리더다.
‘미국인들이 그렇잖아?’
팀? 그딴 거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본인이 잘 먹고 잘사는 게 우선이었다.
아마추어 때는 모두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며 꿈을 품지만, 현실인 프로로 올라오면서 그 꿈은 접어두게 된다.
살아남겠다. 돈을 벌겠다.
인간이라면 먹고사는 게 먼저였으니 그 생각이 잘못됐다고 할 수 없다.
‘아니. 당연히 우선시되어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즐비한 메이저리그는 생존 의지가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넌 달랐어.’
도진은 돈을 1순위로 둔 적이 없다.
그는 언제나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였다.
그러면 자연스레 돈은 따라온다고 믿었겠지.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그렇지.’
물론 그의 남다른 재능 덕분에 자신을 믿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도진의 플레이를 보면 자신을 먼저 위한다기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솔직히 그가 자신을 최우선으로 두었다면?
개인만 놓고 봤을 때 지금 그의 가치는 훨씬 더 높은 가치를 지녔을 것이다.
하지만 도진은 나무보다는 숲을 보고 있다.
우승. 메이저리그에서 우승은 하늘이 점찍어 준다고 한다.
‘그 우승마저 거머쥔다면. 더 나아가 우승팀의 주축 선수가 될 수만 있다면.’
역대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오르게 되는 것이며, 도진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에인절스는 경계 대상이 아니야.’
리그 1위를 달리는 팀이지만 경계 대상은 아니다.
혹여나 다저스가 에인절스를 월드시리즈에서 만나게 된다면 100이면 100 무조건 이긴다는 확신이 있었다.
‘에인절스는 미완성이야. 월드시리즈 우승은 완성된 팀만이 달성할 수 있거든.’
요령을 부려서 우승할 수 있는 건 정규시즌뿐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눈 밖에 두면서까지 무시할 수는 없지.’
조엘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도진의 뒷모습이 비쳤다.
에인절스의 슈퍼스타.
그가 리더쉽마저 갖추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이 성장할 것이다.
‘난 너와 위에서 만나고 싶다.’
그래서 큰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었던 것이었다.
그의 스승이라서?
학교 선후배라서?
아니.
자신 역시 메이저리거이며 메이저리그가 직장이다.
정확히는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뛴다는 자부심 때문이었다.
‘그 리그에서 네가 역사를 뒤흔들 선수라서야.’
그러니 힘내서 잘해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