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47)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47화(347/400)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나고 하반기가 시작됐다.
휴식은 선수 컨디션 유지에 도움을 주지만,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에인절스가 그랬다.
에인절스는 전반기 1위에 올랐지만, 그 분위기를 이어 나갈 새 없이 강제로 휴식을 취하게 됐다.
1위를 유지하고자 고군분투했던 선수들의 마음도 덩달아 사그라들었던 것이었다.
조 캐넌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라커룸을 찾았다.
“킴. 오늘 쉰다는 거 알고 있지?”
도진은 한숨을 숨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진은 올스타 경기를 뛰고 왔기 때문에, 강제로 선발 로테이션을 한 주 거르게 됐다.
선수에게 휴식을 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감독이 다시 라커룸을 벗어나자,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호세가 혀를 찼다.
“젠장. 이렇게 될 줄 알았어.”
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러게요. 생각보다 더 분위기가 심각하네요.”
전반기에 이어 긴장감이 조금은 유지될 줄 알았지만, 지금 라커룸 분위기는 개판 그 자체였다.
“지금 에인절스의 순위를 완전히 잊었어.”
선수들의 표정은 보면 휴식으로 인해 다소 밝았지만, 지금은 다시 각오를 다져야 할 때다.
하지만 이 분위기가 쉽사리 돌아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위닝 멘탈리티가 부족해서인데, 이게 선수 탓일까?
게다가 에인절스에는 새로운 얼굴들이 많았기에 그들을 나무랄 순 없었다.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으니까.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리려면 고생 좀 해야겠네요.”
“방법은 찾았냐?”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호세는 도진의 말투에서 희망을 엿봤다.
“그래도 있긴 있나봐?”
“올스타전에서 깨달은 부분이 몇 있긴 한데요.”
도진은 올스타전에서의 일들을 호세에게 늘어놓았다.
조이 히메네즈의 리더쉽.
놀란과 사토의 대화 방식.
그리고 조엘 오스틴의 조언까지.
“음. 확실히 팀마다 분위기가 다르긴 하네. 너도 너만의 방법을 찾으리라 믿는다. 어차피 벨 조이스가 있었다고 해도 이 문제를 곧바로 해결하지는 못했을 거다.”
“왜, 왜요?”
“왜긴. 일단 에인절스는 놈이 없을 때 1위를 달성했어. 무엇보다 주장이 시즌을 통째로 비우고 있기도 하고, 에인절스는 작년과 완전히 다른 팀이나 마찬가지잖아?”
그것도 그렇다.
작년 시즌 초와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팀이 되어 있었다.
작년 하반기 트레이드를 시작으로 올 시즌 선수 수급까지 합하면 작년 맴버라고는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사실 난 타고난 리더는 아니라서.”
“아뇨. 호세는 타고난 리더가 맞아요. 어쨌든 덕분에 1위를 달성할 수 있었잖아요.”
“내가 선수를 다루는 방식은 정답이 아니야.”
호세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다혈질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는 윽박지르며 투지를 강요하는 부류.
개인성향이 강한 미국에서는 딱히 좋은 방법까지는 아니었다.
도진은 그래도 호세 덕분에 에인절스가 전반기 1위를 달성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강제로라도 투지를 강요해서 여기까지 왔으니까.’
문제는 지금이다.
팀 분위기가 좋았을 때야 너도나도 으쌰으쌰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괜히 투지를 강요했다가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팀 근간이 뒤흔들릴 테며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할 수도 있다.
그걸 호세도 알고 있었기에 해이해진 라커룸 기강을 굳이 잡지 않았다.
“애송아. 네가 해줘야 한다.”
“부담을 떠넘기시면 어떡해요.”
“그래도 방법이 없어. 지금 에인절스는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한데, 내게 새로운 걸 기대하지 마라. 난 20년 가까이 이 성격 그대로였으니까.”
“일단 최선을 다해볼게요. 어떻게서든 1위를 유지하는 게 먼저니까요.”
1위. 무조건 사수해야 한다.
떨어지는 순간 나락이 눈 앞이었다.
‘그래도 지금 당장 손을 쓸 순 없어.’
당분간은 에인절스가 승리를 챙길 수 있도록 운을 기대하면서 결과를 지켜봐야겠지.
승리를 챙기지 못할 시엔 곧바로 움직여야했다.
* * *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의 선수들은 두 분류로 나뉜다.
재충전을 시작으로 시즌 끝까지 전력 질주한다거나 반대로 긴 휴식 때문에 느슨해진다.
강팀들은 숱한 경험 덕분에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약팀이라면 이때부터 흔들리게 된다.
에인절스의 첫 상대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아메리칸 서부 리그의 꼴찌지만 에인절스는 그들에게 1승 2패로 위닝 시리즈를 내주었다.
그다음 경기는 시카고 컵스.
내셔널리그 중부 1위를 달리는 팀에게 내리 2패를 했다.
1승 4패.
하반기에 들어선 에인절스가 다섯 경기 동안 맞이한 성적이었다.
그 때문에 레인저스와도 동률인 공동 1위가 됐다.
다만 다음 등판은 도진이 예정되어 있었다.
1선발인 그는 누가 뭐래도 팀 내 에이스.
에이스라면 연패의 구렁텅이에서 팀을 강제로 끌어올려야만 하는 처지였다.
[전반기 좋았던 에인절스의 분위기를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인정합니다. 뭐. 전문가들도 이렇게 될 수 있다고 예측하였죠.] [어떻게 해야 이 난관을 타개해나갈 수 있을까요?] [글쎄요. 일단 오늘 경기 승패가 제일 중요하겠죠. 걱정은 미뤄두고 먼저 승리부터 챙겨야 합니다. 쉽지 않겠지만, 해내야 하겠죠.]레인저스는 오늘 조이 히메네즈가 등판한다.
그가 승리하고 에인절스가 패배할 시 1위는 뒤집히게 된다.
도진 역시 부담감을 잔뜩 껴안고 마운드에 올랐다.
본래 하반기부터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할 수 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지금이 되어서는 안 돼.’
최근 다섯 경기에서 에인절스는 1승 4패.
도진의 눈에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타자와 투수의 불협화음이 커.’
타자가 잘 치면 투수가 말아먹었다. 투수가 잘 던지면 타자는 침묵했다.
야구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리듬이었다.
두 리듬이 조화를 이룰 때 상승세를 탈 수 있는데, 조화를 이루지 못할 시에는 승리마저 챙겨가지 못한다.
‘리듬을 맞출 수 있도록 강제로 승리를 쟁취하는 게 내 역할이야.’
투수로서 실점을 안 하면 되고.
타석에서는 타격으로 증명하면 된다.
오늘 마스크는 아돌니스가 썼다.
조 캐넌 감독은 상우에 이어 그레그마저 라인업에서 빼버리며 베테랑 위주로 라인업을 짰다.
경험 있는 선수들을 투입해 연패를 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지금은 힘을 아낄 때가 아니야.’
도진은 1회부터 온 힘을 다해 스트라이크를 꽂았고 결과는 좋았다.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아웃!”
이어서 도진은 3회 말 0:0. 2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서 2루타를 기록했다.
에인절스의 첫 안타이자 단번에 스코어링 포지션에 도달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후속 타자의 불발로 인해 점수를 내지 못했다.
5회까지도 도진은 무실점으로 피칭을 선보였다.
6회 말 노아웃에서 다시 한번 2루타를 치고 나갔지만, 후속 타자들은 또다시 잔루만을 남겼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경기 도중이었음에도 참다못한 호세가 터져버렸던 것이었다.
“야 이 개자식들아! 다들 정신 안 차려? 어디 놀러 나왔어? 안 이길 거야?”
몇몇 선수들은 고개를 푹 숙였고 몇몇 선수들은 반박했다.
대표적으로 마르셀로가 있었다.
“호세. 답답한 건 알겠어. 하지만 우리도 답답한 건 매한가지야. 우리가 치기 싫어서 안 치는 게 아니잖아!”
마르셀로.
그는 예전에 태업으로 구단과 트러블이 있었지만, 도진을 만난 후에 사람도 변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장본인이었다.
그런 그가 호세에게 덤벼들었다.
다시 예전 성격으로 돌아가서가 아니다.
적어도 마르셀로는 입은 은혜를 쓰레기통에 처박을 위인은 아니었다.
다만 그 역시도 답답해서 그랬다.
2번 타자로 나선 그는 오늘 1개의 안타를 기록했지만, 그 역시도 후속 타자의 불발로 홈을 밟지 못했다.
그 역시도 오늘 호투를 펼치는 도진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서 울분이 터진 상태였다.
그렇기에 마르셀로가 목소리를 높인 이유도 타자들이 정신 차리길 바라서였다.
도진에게 도움이 되고자 토론에 참여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노고에도 선수들은 마치 죄인인 양, 전부 고개를 숙인 채 어떤 해답도 내놓지 않았다.
“젠장!”
호세는 집어 든 방망이를 바닥에 던졌다.
분위기가 좋지 못한 지금 해서는 안 될 행동이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울화통이 터질 것만 같았다.
“야! 아돌니스! 켄! 뭐라고 좀 해봐!”
아돌니스와 켄은 에인절스에서 쭉 뛴 선수.
그들이 함께 해결책을 제시하길 바랐지만, 답변은 들려오지 않았다.
도진은 모자를 눌러쓰며 호세의 등을 도닥였다.
“……일단 경기부터 해요.”
화가 가라앉지 않은 호세는 여전히 눈에 불을 켜며 도진을 향해 등을 돌렸다.
그런데 그가 어금니를 강하게 씹는 모습에 화를 조금은 가라앉혔다.
“젠장.”
뒤숭숭한 분위기에도 도진은 결국 7회에도 무실점으로 피칭을 이어 나갔다.
여기서 지면 뒤는 없다는 심정으로 완급조절 없이 훌륭하다는 평가의 컵스 타자들 상대로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그런 그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1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은 직후 조 캐넌 감독이 마운드에 올랐다.
“킴. 이쯤 하면 됐다. 내려가자.”
도진은 손에 쥔 공을 감독에게 넘기는 대신 글러브 안으로 던졌다 뺐다 반복하며 전광판을 확인했다.
구부러진 시야에 들어오는 스코어는 여전히 0:0.
도진은 고개를 저었다.
“제가 경기를 마무리 짓겠습니다.”
“자넨 이미 완급 조절 없이 너무 많은 이닝을 던졌어. 차라리 지금에라도 후속 투수들에게 넘기고 나중을 도모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아뇨. 오늘은 승패가 결정이 날 때까지 제가 던지겠습니다.”
조 캐넌은 굳건한 도진의 눈동자에 결국 내민 손을 회수하고 등을 돌렸다.
“그래. 오늘 경기 정규이닝까지는 잘 부탁한다.”
에이스니까.
그가 내려오지 않겠다는데 내릴 이유는 현재로선 없었다.
특히나 지금같이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때는 선수를 믿는 편이 좋은데 심지어 그 대상이 도진이다.
그를 믿었을 때의 효과를 조 캐넌은 알고 있었다.
도진은 지금 자신이 물러서면 팀을 구렁텅이에서 건져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여기서는 내가 해결하는 게 나아.’
도진의 눈동자에 비장함이 서렸다.
‘오늘 경기 끝나고 선수단에 한마디 하더라도 먼저 내 본분부터 다해야겠지.’
그래야지만 자신의 목소리가 선수들의 귀에 닿을 것이다.
어느덧 포수는 상우로 바뀌어 있었다.
경기 도중 마스크를 썼으므로 도진과 대화라도 몇 마디 나누면서 볼 배합에 대한 이야기라도 했을 터.
하지만 도진은 굳이 상우에게 마운드를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며 손짓했다.
상우도 오늘만큼은 즉각 포수가 있어야 할 자리로 들어갔다.
대신 성심성의껏 도진과 합을 맞춘 결과.
“스트라이크 아웃!”
도진은 8이닝 동안 무실점 피칭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8회 말.
도진은 컵스의 필승조를 상대로 타석에 들어서게 됐다.
머리가 복잡했다.
두통도 동반됐다.
도진은 어금니를 강하게 씹어 이 복잡한 심경을 툴툴 털어냈다.
‘이렇게 될 줄은 알았어.’
하반기부터 팀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뿐만이 아니라 대부분 전문가가 보는 시선도 그랬다.
‘알았는데 막상 겪어보니 답답하네.’
하지만 이 또한 에인절스가 해결해야 할 숙제.
도진은 팀이 더 나아질 방법이 있다면 스스럼 없이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바뀐 투수가 카운트를 잡으려고 들어오는 초구를 도진은 노렸다.
따-악!
천지를 뒤흔드는 타구음은 담장을 넘길 것임을 일렀다.
최종 스코어는 1:0.
결과적으로 도진은 8이닝 무실점과 3안타 1타점을 올렸다.
그러나 경기 직후 라커룸으로 들어선 그는 목소리를 나지막이 내리깔았다.
“하고 싶은 말이…….”
아니.
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에인절스 라커룸 분위기는 승리했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숙연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