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5)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35화(35/400)
미국의 겨울 방학은 학교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12월 중순에서 1월 초까지 이어진다.
FS 고등학교는 3주간의 겨울 방학이 예정되어 있었다.
“날씨 좋네.”
도진은 기숙사를 벗어나 연습장으로 향했다.
운동부는 겨울 방학에도 훈련이 예정되어 있었으며 참석은 자유였다.
한겨울에 운동은 추위 때문에 몸이 다소 굳어있어 부상 위험이 존재한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주에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었다.
이곳 특성상 12월의 날씨가 평균 18도로 한국의 가을보다도 따뜻했다.
도진은 해가 쨍쨍하게 떠 있는 하늘을 바라보며 읊조렸다.
‘캘리포니아가 참 운동하기는 좋단 말이야.’
도진은 멀찌감치 마이크의 얼굴이 보이자 걸음을 빨리했다.
마이크도 도진을 발견하고는 걸음걸이를 멈추더니 한쪽 어깨로 가방을 멘 후 고개를 틀었다.
“여.”
도진은 가벼운 손 인사를 건넨 후 물었다.
“방학에 등교하는 기분은 어때?”
“하. 내가 왜 야구부에 들어서 이런 개고생을.”
마이크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방학은 개인적인 시간인데. 너와 함께라니.”
도진도 맞받아쳤다.
“너 혼자서 편하게 방학을 보내게 할 수는 없지. 원래 고생도 함께 나누면 반감되는 거 몰라?”
“몰라 인마!”
물론 자율 훈련이기 때문에 반드시 나올 필요는 없다.
하지만 도진은 마이크와 다른 일원들도 전부 참여할 것이라 굳게 믿었다.
‘리그 2윈데. 집에서 발 뻗고 쉴 수 있겠어?’
전반기 1위는 산타모니카.
9승 0패로 선두를 달렸고 샌프란시스코는 7승 2패로 3위였다.
두 팀은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맞붙어 산타모니카가 승리했다.
도진도 결과만 알고 있었을 뿐. 경기 내용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한 도진은 연습장으로 이동하며 물었다.
“산타모니카가 샌프란시스코보다 더 강한 건가?”
“이번 경기 최종 스코어는 5:1. 수치상으로 보면 그렇긴 하지. 근데 산타모니카 홈이었으니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기도 하고…….”
“홈 원정이 바뀌면 또 모르겠네?”
“어.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는 작년에 산타모니카를 제치고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초청받았잖아? 후반기에는 복수하겠다고 이를 갈겠지.”
FS 전원은 샌프란시스코가 산타모니카를 이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리그에 무패 팀이 존재하는 것을 원치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후반기에는 정말 전승이 필요하게 됐어. 이대로 간다면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초청받는 건 산타모니카가 될지도 모를 일이니까.’
후반기 전승을 위해서는 3주간 주어진 자유시간을 허투루 사용해서는 안 된다.
물론 지금 당장 도진의 역할은 전반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운드에서도 타격에서도 그리고 수비에서까지 지금처럼 꾸준한 모습을 보인다면 역대급 시즌을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도진은 현행 유지만으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 * *
도널드 감독은 겨울 방학임에도 전부 모인 야구부 일원들에 흡족한 미소를 띠었다.
‘확실히 의욕들이 넘치는군.’
아무리 운동부라도 겨울 방학에 훈련하는 것은 선수 본인의 의지다.
학교가 훈련을 강제하며 학생들의 자유를 억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시야에 보이다시피 전원참석으로 그 누구도 훈련을 거르지 않았다.
고작 절반만 모인 작년과 비교하면 큰 성과였다.
“다들 이른 오전부터 나오느라 고생 많았다.”
야구부 일원들의 표정은 전부 달랐다.
팀이 잘 나가고 있었으니 숟가락이라도 올리고자 참여한 부류는 얼굴을 붉혔고.
방학마다 꾸준히 연습에 열을 올린 일원들은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도널드 감독은 전자든 후자든 딱히 개의치 않았다.
뒤늦게 열심히 하는 부류도 갑자기 기량이 올라와 팀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지금이 중요한 것이지 과거를 얘기할 필요는 없었다.
‘이래서 동기부여는 매우 중요한 법이지.’
FS는 지금 조금만 더 하면 1위를 할 수도 있다는 동기부여가 존재했다.
그리고 선수들의 눈을 보면 그들도 1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가 있었다.
“겨울 방학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2시간 훈련 후 점심을 먹을 것이다. 그리고 추가적인 훈련은 2시간 더 진행할 것이다.”
도널드 감독은 도진을 힐끗 쳐다보더니 재차 입을 열었다.
“더 나아가 보충 훈련을 하고 싶다면 내게 언제든지 말하면 된다. 최대한 돕도록 하겠다.”
일원들도 감독이 잠깐 머무른 시선을 따라 이동했다.
그곳엔 FS의 보물 도진이 별 표정 없이 멀뚱멀뚱 감독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긴장감은 존재하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그의 노력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남아서 훈련을 한다면 킴처럼 될 수는 있을까?’
선수들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물론 사람이 가진 재능은 천차만별이니 힘들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도진은 뛰어난 재능을 갖췄음에도 남들보다 배는 더 노력했다.
“저도 남아서 추가 훈련을 받고 싶습니다!”
목소리는 하나가 아닌 FS 야구부 전체의 목소리였다.
감독의 입꼬리가 치솟았다.
“추가 훈련은 평소보다 많은 훈련량이 동반되어야 한다.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 수도 있다.”
그저 선수들에게 겁을 주려는 발언은 아니었다.
실제로도 훈련량이 급격하게 올라가면 몸이 버티질 못한다.
하지만 일원들의 눈빛엔 두려움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기에 감독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대신! 그 훈련량을 소화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기량을 보유할 것이다!”
듣고 싶었던 대답이 들려오자 일원들의 눈동자는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실력이 늘게 된다면 1위는 결코 꿈이 아니라는 확신이 서렸다.
* * *
감독의 전언이 끝난 즉시 훈련은 진행됐다.
도진은 곧장 연습에 참여하는 대신 감독님과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본래는 자신의 훈련 메뉴를 묻고자 그를 찾았지만, 감독은 자신에게 팀 분위기를 먼저 물었다.
“어떤가.”
“선수들이 의욕이 넘쳐서 보기 좋네요.”
“그래. 확실히 그렇지. 하지만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라네. 솔직히 말하자면 내 야구 인생 30년간 처음 보는 장면이지.”
도진은 알고 있었다.
한국은 추가적인 훈련이 의무나 다름없었지만, 이곳은 미국이 아니다.
겨울 방학임에도 훈련하겠다고 나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인데 남아서 더 훈련하겠단다.
하지만 께름칙한 느낌도 들었다.
‘으. 솔직히 한국의 주입식 교육 같아서 기분이 좀 그렇긴 해. 괜히 나 때문에 다 남는 거 같잖아?’
물론 이럴 땐 미안한 마음보다는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는 게 좋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저들의 기량이 오른다면 자신의 꿈에 더욱 가까워질 테니까.
도널드 감독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본론으로 들어갔다.
“솔직히 자네도 이제 리그 경기를 겪어봐서 알겠지. 우리는 두 번의 원정 경기를 잡는 것을 목표로 두면 된다.”
“샌프란시스코와 산타모니카 원정 경기 말씀이시군요.”
FS는 저 두 팀을 제외하면 전반기에 위협이 될만한 학교들과의 원정 경기를 모두 승리로 가져갔다.
이제는 그들과의 홈경기를 앞뒀으니 견제 대상이 아니었다.
“잘 알고 있구나.”
감독은 그런 도진의 어깨를 톡톡 도닥였다.
‘전반기만큼의 활약을 유지만 해줘도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울 것 같긴 한데.’
하지만 감독은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도진의 전반기 성적은 타석, 마운드 거기에 수비에서까지도 완벽했다.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지표를 기록했다.
그러니 현행 유지를 하라는 말은 그에게 또다시 최고 수준의 경기를 펼치라는 것이었다.
선수에게 압박감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
고등학생들은 압박감을 느낄 때 경기력이 떨어지니 말이다.
물론 그런 압박감을 깨부수는 선수들이 여럿 있다.
그리고 그런 선수들은 대개 프로 레벨에서도 성공한다.
도진도 충분히 그 레벨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지만, 낯선 땅과 아직 첫 시즌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반면 도진은 겨울 방학에 이루고자 하는 계획을 이미 정해두었다.
타격과 수비는 지금의 느낌을 유지하되 훈련량을 조금만 더 늘리면 된다.
그리고 겨울 방학은 훈련량을 늘리기엔 안성맞춤이었다.
‘후반기 전승을 위해서는 내가 마운드에 더 자주 올라야 할 거야.’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가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는 방법은 여럿 있다.
제일 첫 번째가 변화구였지만, 새로운 변화구는 도진의 계획에 없었다.
야구에는 정말 다양한 변화구가 존재했고 자신은 아직 커브밖에 던지지 못한다.
문제는 새로운 변화구를 완벽히 구사하려면 3주로는 부족했다.
‘커브야 애당초 던지는 방법과 원리를 알고 있었으니 쉽게 익힌 거지.’
괜히 어쭙잖게 구종을 추가했다가 투구 밸런스가 무너질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투수 사례가 프로 레벨에서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례를 따라가지 않고 구종을 빠르게 습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했을 때 잃는 게 너무 컸다.
시간이며, 밸런스며, 정말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전승을 위해 시간을 쪼개도 모자랄 판에 무리를 할 수는 없었다.
‘눈에 확 보일 수 있는 성과가 필요해. 새로운 변화구를 배웠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도진에게 한 가지에만 몰두해야 하는 훈련은 배제해야 했다.
‘생각해둔 대로 구속 상승 훈련을 하자.’
구속도 3주 만에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1마일이라도 올릴 수 있다면 마운드에서 차원이 다른 위력을 발휘한다.
‘메이저리거들도 1마일을 올릴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까지 팔 수 있다고 했으니까.’
그만큼 투수는 구속에 갈망하며 구속이 올라간다면 큰 무기가 되어줄 테니까.
무엇보다 근거 없이 그저 구속을 올리겠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지금의 나는 시즌 초보다 몸이 훨씬 잘 만들어졌어. 지금이면 구속을 늘릴 방법이 있을 거야.’
마음을 다잡은 도진은 나직이 물었다.
“감독님. 저는 이번 겨울 방학에 구속을 올리고 싶습니다.”
감독은 도진의 말에 혀를 내둘렀다.
‘정말 매일 놀라게 하는군.’
현행 유지만 해줘도 자신은 도진에게 엎드려 절을 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그는 지금의 성적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말투였다.
무엇보다 그는 어떤 방향으로 걸어야 할지 완벽히 파악하고 있었다.
도널드 감독은 이유를 알고 있었음에도 도진에게 되물었다.
“구속이라……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예측과 확답에는 확연한 차이가 존재했다.
정확한 목적이 있어야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후반기는 산타모니카와 샌프란시스코 원정 경기가 제일 중요하죠. 그들도 저를 파악했을 겁니다. 그리고 대비도 하겠죠.”
감독이 계속해보라고 고개를 끄덕이자 도진은 말을 이었다.
“아마 맞춤 훈련으로 저를 대비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 맞춤 훈련을 깨부수려면 지금보다 더 좋은 공을 던지는 것뿐입니다.”
도널드 감독은 입꼬리를 올린 채 고개를 연달아 끄덕였다.
너무나도 완벽한 대답이었기에 딱히 반박할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그에게 조언이 될만한 말을 꺼내겠다며 입을 열었다.
“차라리 변화구를 익히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네. 구속을 올린다는 건 변화구를 익히는 것보다 훨씬 힘들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구속을 올리는 훈련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시즌 초보다 야구를 할 수 있는 몸이 되지 않았습니까? 저는 구속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진의 대답은 원래 도널드 감독이 해주려던 말이었다.
하지만 도진의 입에서 구절 하나 틀리지 않고 전부 나왔으니 딱히 조언은 필요 없었다.
도진은 말을 이었다.
“제 고등학교 투수로서의 목표는 100마일을 던지는 것입니다. 그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는 꾸준히 구속 증가 훈련을 하고 싶습니다. 비록 이번 시즌에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이 훈련은 지금 당장만을 보는 것은 아니었다.
구속은 미래의 자신에게도 필수였다.
도널드 감독은 확신에 찬 목소리와 눈동자를 띠었다.
“당장 시작해보도록 하지. 구속을 올릴 수 있는 비밀 훈련을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