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51)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51화(351/400)
퍼억.
도진의 패스트볼이 한복판에 시원하게 꽂히자, 로키스의 타자와 주자는 너나 할 것 없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들은 마치 짜기라도 했다는 듯이 즉시 전광판을 확인하더니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1루를 지키던 호세는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호세는 올해부터 1루수로 전향했지만, 지금까지 쭉 포수를 해왔다.
그렇기에 미트에 꽂히는 소리만으로도 대충 공의 구위나 구속 정도는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족히 100마일은 나왔을 거다.’
더그아웃에서 팔짱을 끼고 경기를 지켜보던 조 캐넌 감독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정말 저런 무기를 감추고 있을 줄이야.’
도박. 성공이었다.
넋이 나간 해설들은 이어진 침묵을 성급히 깨겠다며 입을 열었다.
[배, 백 마일입니다.] [그, 그렇네요?] [이게 가능한 건가요?] [아뇨. 불가능합니다.] [그럼 도대체 이건 뭘까요?] [자, 자세한 자료가 나올 때까지 잠깐 기다려 보시죠.]때마침 화면에는 방금 도진이 던진 피칭에 대한 자료가 나왔다.
해설의 말마따나, 회전수부터 2,500으로 평소보다 훨씬 줄어있었다.
[회전수는 그대로지만, 구속은 올랐습니다.]여기서 회전수가 그대로라는 말은 쿠어스 필드에서 도진이 던진 패스트볼 수치를 이야기했다.
도진은 쿠어스 필드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피칭할 때 회전수 2,700을 기록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2,500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요?] [하나밖에 없습니다. 킴은…… 애당초 102마일을 넘게 던질 수 있는 투수라는 겁니다.] [네? 원래 102마일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고요?] [그것밖에 없습니다.] [그럼 킴은 도대체 몇 마일을 던질 수 있다는 겁니까?] [방금 100마일이 나왔죠? 아마 킴의 최고 구속은 쿠어스 필드가 아니었다면 103 혹은 104마일까지 나왔을 겁니다.] [지금까지 제구를 위해서 속도를 낮추고 던졌다. 이 말씀이죠?] [방금 공은 한복판이지만, 높은 쪽 패스트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을 때 투구는 비교적 높은 쪽으로 형성되는 법이죠. 그러니 아마 맞을 겁니다.]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네요?] [일단 처음 던진 거니까요.] [그럼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시죠.]* * *
공을 건네받은 도진은 모자를 매만졌다.
‘음. 확실히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네. 그래도 도박 자체는 성공이네.’
도진은 이번 시즌 에인절스와 함께 작년보다 더 높은 순위에 안착하고 싶었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개인적인 목표라면 작년보다 더 잘해서 새로운 상을 타고 싶은 마음도 공존했다.
하지만 그 계획은 보직이 바뀌면서 전부 물 건너갔다.
선발 투수로서 첫 시즌을 보내는 지금은 아직 명확한 목표가 없었다.
사이 영? 혹은 MVP?
이 두 가지의 상을 노리는 것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었지만, 도진은 아직 저 상을 타기에는 이르다고 봤다.
‘내가 조엘 오스틴이나 조이 히메네즈만큼 위력적인 투수는 아니니까.’
조엘 오스틴과 조이 히메네즈는 선발 투수로서 갖춰야 할 요건을 전부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첫 풀 타임 시즌인 자신이 그들만큼의 요건을 전부 갖췄나?
‘절대 아니야.’
그러니 개인 상은 뒤로하고 이번 시즌에는 그들의 뒤꽁무니라도 쫓아야겠지.
‘그러려면 한계를 깨부수는 방법밖에 없어.’
도진은 조 캐넌 감독과의 대화에서는 이것을 도박이라고 표현했다.
한계는 깨고 싶다고 쉽게 깰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다만 도박이라면 말이 또 다르다.
‘도박은 시도 정도는 해볼 수 있는 거잖아?’
다만 도진은 도박이 통하리란 확신이 있었다.
NFL 훈련을 도입하면서 몸이 커졌다.
몸만 커진 게 아니라 힘도 붙었다.
그 때문에 잉여 자원이 남아 있다는 느낌을 계속해서 받고 있었다.
‘그동안 예정에 없던 선발 투수가 되는 바람에 정신이 없긴 했어. 제일 먼저 완급조절부터 신경 쓰느라 눈치를 늦게 챘을 뿐이지.’
도진은 팀의 규율을 정하면서 남는 힘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다.
‘시기도 잘 맞아떨어졌지.’
만약 이 부분을 조금 더 일찍 알아차렸다면?
완급조절도 익혀야 하고 구속도 올리겠다는 욕심 때문에 이도 저도 아니게 됐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곳이 쿠어스 필드인 점도 한몫했고.’
쿠어스 필드는 투수들의 무덤이다.
마운드에 서게 된 도진은 그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오히려 부담은 줄어들었어.’
지금까지는 쭉 1위만을 지키겠다며 피칭을 해왔다.
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개인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그 어떤 투수도 쿠어스 필드 첫 등판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으니까.
‘일단 집중부터 하자.’
여전히 무사 2, 3루. 안타 하나면 최소 2실점.
홈런이면 3실점인데 공의 반발력이 적어 맞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때마침 사인이 나왔다.
패스트볼. 코스는 한 가운데.
도진의 입꼬리가 치솟았다.
‘역시 넌 눈치가 참 빨라.’
코스는 신경 쓰지 마라. 알아서 잡아줄 테니까. 네 공에 자신감을 가져라.
상우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도진은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제구는 신경 쓰지 말라고 했으니까. 마음 놓고 가볼까?’
아무리 여기가 투수들의 무덤이라고 한들 상관없다.
이곳을 홈으로 사용하는 저 타자들이 얼마나 빠른 공을 자주 접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보다 빠른 공을 던지면 그만이니까.
‘최대한 낮게 던져보자.’
생각을 머금은 도진은 즉각 투구 자세에 돌입했다.
손을 떠난 공이 한복판으로 향했다.
타자의 배트가 나왔지만, 그는 투구가 미트에 꽂히고 한참 뒤에 배트를 휘둘렀다.
3구. 도진은 이번에도 패스트볼을 던졌다.
다만 제구가 되지 않은 투구의 코스는 좌측 상단으로 크게 벗어났다.
그런데도 당황한 타자의 배트가 나왔다.
퍼억.
“스트라이크 아웃!”
도진은 드디어 첫 아웃 카운트를 잡고 전광판을 힐끗 쳐다봤다.
‘100마일이라.’
리미트를 깼다.
분명히 다른 구장이라면 최소 103마일은 찍혔겠지.
‘하지만 이상하게 만족스럽지 않아.’
투수는 구속 리미트를 깼을 때 제일 희열을 느낀다.
하지만 도진은 지금 정반대의 감정을 지니고 있었다.
제구가 되지 않아서일까?
경기 중에 해답에 도달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다른 한편, 로키스의 4번 타자 페냐가 타석에 들어섰다.
‘배트에 걸리기만 하면 돼.’
투수는 빠른 공을 던진다.
하지만 이곳은 타자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쿠어스 필드.
아무리 빠른 공을 던져도 맞출 수만 있다면 담장을 넘길 수 있다.
초구. 공은 던져졌다.
타자는 패스트볼 하나만 노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스윙했다.
공에서도 일절 시선을 떼지 않았다.
‘왔다. 넘어간다.’
따악!
쿠어스 필드를 홈으로 사용하는 페냐의 직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둔탁한 소리에 망연자실했다.
타구가 완전히 먹혀버렸기 때문이다.
2사 2, 3루.
도진은 다시 힘을 빼고 던졌다.
제구가 잡히지 않는 공은 위력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이닝에 변화무쌍한 모습을 연달아 보여준 덕분에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어땠냐.”
도진은 더그아웃에 돌아오자마자 상우에게 감상을 물었다.
상우는 쩝 입맛을 다셨다.
“글쎄. 솔직히 난 모르겠다.”
공 자체는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앞서 90마일 중반대의 공에 비하면 그랬다.
투수는 쿠어스 필드에서 전력을 보일 수 없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있는 힘껏 던졌을 때 기대했던 드라마틱한 감흥은 없었다.
제구를 포기할 만큼 위력적인 공인가?
도진 역시 애매모호함에 휩싸였다.
‘기대한 건 이게 아닌데.’
투수에게 제구는 생명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110마일의 공을 던질 수 있어도 제구가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제구가 문제인 것 같지는 않아’
도대체 이 이질적인 느낌은 뭐지?
뭘 놓치고 있는 거지?
고민에 휩싸인 도진을 조 캐넌이 불렀다.
“킴. 잠깐 이리로 와보지.”
도진은 서둘러 그의 앞에 섰다.
“넵. 감독님.”
“그래. 자네의 소감 좀 듣고 싶군. 내가 봤을 땐 결과가 꽤 좋았는데 말이야.”
“결과만 좋았죠. 감독님도 보셔서 아시잖아요.”
“제구가 확실히 말을 듣지 않더군. 하지만 그것이 원래 파이어볼러의 숙명 아니던가?”
“그건 맞죠.”
“하지만 자네의 표정을 보아 지금 제구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나 보군.”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다면 뭐가 문제지?”
“힘껏 던진 만큼의 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네는 방금 위기를 완벽히 벗어났어. 그런데 메리트가 없다고 느끼는 건가?”
다른 투수가 이 말을 들었다면 기만이라고 손가락질해도 할 말 없겠지만 도진은 지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른 구장이었으면 제 최고 구속을 깼을 겁니다. 하지만 타자들이 이 공을 어려워할 것 같지는 않아요.”
도진은 타자들이 두려워하는 투수가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그런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되는 게 먼저다.
구속이 1, 2마일 빨라진다고 해서 타자들이 두려워할까?
‘그럴 수도 있어.’
1, 2마일은 상당한 차이를 만드니까.
그렇기에 투수들은 그 1, 2마일을 더 올리고자 뼈를 깎는 노력을 한다.
‘그런데 뭐 하나가 크게 빠져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네.’
조 캐넌은 도진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말을 건넸다.
“다른 구장이었다면 방금 자네의 투구가 103마일은 나왔을 거라고 보네. 그리고 원래 쿠어스 필드는 자네의 장점인 회전수도 잔뜩 깎아 먹지. 자네도 이 정도는 알고 있으리라고 보네.”
“네. 하지만 1, 2마일 늘어나도 지금과 크게 달라지진 않을 거예요.”
여기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제구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파이어볼러의 숙명이니 이것까진 어찌어찌 넘어갈 수 있다.
두 번째는…….
도진은 하. 한숨을 내쉬었다.
모르겠다. 정말 뭐가 빠질 건지 잘 모르겠다.
102마일 이상의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는 그 자체로도 무기가 되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감독님. 전 위기의 상황에서 스플링커 말고 하나의 무기를 더 갖출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포심이 패스트볼이 스플링커만큼의 위력은 아닌 것 같아서요.”
도진의 복잡했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위력적이지 않다는 문제를 찾게 돼서 그랬다.
“자네는 정답에 근접했군.”
도진은 그를 멀뚱멀뚱 쳐다봤다.
“저,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 잘 모르겠는데요.”
“여긴 쿠어스 필드야. 그리고 자네는 위기의 상황에서 포심패스트볼이라는 결정구로 위기를 넘겼어. 난 일단 이 부분을 희망적으로 보고 있어.”
“그렇지만, 타자들은 포심 패스트볼에 금세 적응하잖아요.”
“그건 자네가 제대로 던질 줄 몰라서. 아니. 제대로 던지지 않아서야.”
포심 패스트볼을 제대로 던지지 않았다고?
아!
도진의 눈동자에 희망이 물들었다.
“깨달았나 보군.”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 캐넌이 대신 대답을 내놓았다.
“고작 힘을 더 줘서 던지면 강한 투구가 나오는 건 맞네. 하지만 그저 팔에 힘을 더 준다고 더 좋은 투구가 나오는 법이던가?”
“아니죠.”
투수는 전신을 사용해서 던질 줄 알아야만 한다.
그래야지만 더욱 강력한 공을 던질 수 있었으니까.
조 캐넌 감독은 여유롭게 말을 덧붙였다.
“자네는 고작 팔에 힘을 더했을 뿐인데 리미트를 깨버렸네.”
그러니 제대로 힘을 실어 던질 수만 있다면?
의문 가득했던 도진의 눈동자에 확신이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