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52)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52화(352/400)
도진은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6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승리는 챙기지 못했지만, 첫 쿠어스 필드 원정이었음에도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했기 때문에 소득은 있었다.
여러 미디어는 도진의 로키스전에서 나온 구속 향상을 조명했다.
-킴. 이 어린 선수는 다시 한번 본인의 기록을 경신…….
-쿠어스 필드에서 100마일을 기록했다는 건 102마일 이상 던질…….
-도대체 그의 한계는…….
커뮤니티도 같은 주제에 관한 토론이 이어졌다.
-원래 구속이 이렇게 쉽게 오르는 건가?
무슨 눈 감았다 뜨면 오르는 것 같냐?
└절대 아니지. 그랬다면 다른 투수들도 다 100마일은 족히 던졌을 테니까.
└인정. 원래 구속 훈련은 따로 해야 해. 시즌 중에 구속이 오르는 건 오로지 5월밖에 없어. 그때부터 투수들의 몸이 100%로 올라오면서 최고 구속을 던질 수 있게 되거든.
└그 후 차츰 시즌이 진행되면서 떨어지지. 그런데 킴은 오히려 올랐네? 도대체 왜 저래?
└힘을 아껴뒀다. 솔직히 이것밖에 없음. 매커니즘이 변한 것도 아니고 시즌은 진행 중이야. 여기서 선발 투수의 구속이 오른다는 건 말도 안 되지.
└힘을 아껴? 아직 100%를 보여주지 않았다. 뭐 이런 거야?
└아마 제구 때문인 것 같은데?
└다음 등판이 애스트로스였나? 그때 정확히 알 수 있겠네.
└제구가 잡히지 않는 강속구는 솔직히 이점이 없어. 괜히 힘만 더 소모할 뿐.
└제구는 잡으면 되잖아?
└그게 말처럼 쉬웠으면 모든 투수가 그레그 매덕스지.
└LOL. 말 편하게 하네. 만약 킴이 리미트를 깼는데 제구도 잡는다? 그럴 일 없다고 내 전 재산을 걸게.
└전 재산 얼만데?
└20달러.
└피자나 사 먹어라. 어쨌든 구속을 늘리면 본래 구종들까지 힘을 받긴 하는데. 득실을 따져봤을 때 좋을지는 모르겠어. 킴은 선발 투수니까.
└인정. 선발 투수는 강속구보다는 더 많은 이닝을 던지는 데 초점을 두지. 괜히 구속 올리겠다고 힘을 더 소모하는 순간 이닝은 그만큼 줄어드는 법이니까.
전문가들도 팬들과의 의견이 일치했다.
굳이 지금 잘나가는 선수가 애써 도박을 걸 필요는 없다는 코멘트가 줄을 이었다.
괜히 그랬다간 밸런스가 무너질 수도 있었으며, 그로 인해 잘나가는 지금 통째로 무너질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도진의 생각은 달랐다.
* * *
에인절스는 애스트로스와의 홈 3연전을 앞두고 있었다.
시합에 앞서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도진은 강속구 투수들의 피칭 영상을 일일이 찾아보고 있던 그때.
오늘 마스크를 쓰게 된 상우가 그를 찾았다.
“아직도 보고 있냐?”
“어.”
“징하네. 집에서도 하루 종일 보더니. 근데 구속 꼭 올려야 해?”
상우는 도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말을 덧붙였다.
“그럼, 왜 연습 때는 안 던졌어?”
“연습이니까.”
“그래도 던져보고 조언을 구해봐도 되는 거 아냐?”
도진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시즌 중이다.
원래 구속을 늘리는 훈련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 마무리를 지어놔야 한다.
괜히 시즌 중에 무리했다가 근육이 잔뜩 놀란다거나 찢어져서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으니까.
물론 도진은 이미 시즌이 시작되기 전 구속 훈련을 이미 마무리 지었다.
‘시즌 중에는 잘 몰랐는데. NFL 훈련하길 잘했어. 자연스럽게 구속이 늘다니.’
무엇보다 연습은 연습일 뿐이다.
연습 때 온 힘을 다해 던지는 투수는 없다.
더욱이 벌써 8월. 시즌이 끝나려면 이제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작년에는 이맘때쯤 체력에 허덕이고 있었는데 올해는 훨씬 나았다.
피로가 몰려오는 시간이 빨라지고는 있었지만, 아직은 견딜 만했다.
‘문제는 아직 1위를 단정 짓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는 거지.’
레인저스가 세 경기 뒤진 채로 바짝 뒤를 쫓고 있다.
그 뒤로 오늘 맞붙는 애스트로스가 네 경기 차이로 3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니 저 격차가 더 좁혀질지 벌어질지는 이번 3연전에서의 결과가 알려줄 것이다.
‘어쨌든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아. 일단 구속이 늘면 결정구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라 필수야.’
결정구를 늘려야 디비전 시리즈를 넘어 챔피언십. 그리고 월드 시리즈에 가서도 경쟁력이 있을 테니까.
“일단 감독님 덕분에 뭐가 문제인지는 알았어.”
“로키스전에서는 오로지 팔의 힘만으로 던졌다고 했지?”
“어. 그랬지.”
로키스전에서는 오로지 팔의 힘만으로 던졌다.
그래서 위력적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전신을 사용해서 던지면 더 좋은 공이 나올 거 같긴 한데 무조건 좋은 쪽으로만 생각할 순 없잖아?”
“그렇긴 해. 문제는…… 실패했을 땐데.”
여기서 실패란 제구를 뜻했다.
구속을 깨버리는 건 별달리 어렵지는 않았다.
로키스전에서 증명했듯이 팔의 힘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하지만 제구가 잡히지 않는다?
이건 매우 큰 문제였다.
‘엄한 투구 수만 늘어나는 셈이니까.’
지금까지 투구 수를 줄이겠다고 별의별 노력을 다했는데 갑자기 반대의 길을 걷는다?
그럴 순 없었다.
여기에 더해 파이어볼러의 숙명은 바로 피홈런이다.
‘공이 빠르면 빠를수록 배트에 맞는 순간 반발력이 더 생기지.’
그러므로 빠른 공을 던지겠다고 냅다 한복판으로 던지면 피홈런만 늘어나게 된다.
“그래도 결국 강행할 거잖아?”
“어. 오늘 경기에서 무조건 감이라도 잡아놔야 해.”
“왜 오늘이야? 시즌 끝나려면 아직 많이 남았잖아.”
“오늘이 마지노선이야. 우린 아직 순위 싸움 중이니까. 미래를 위해 체력도 더 신경 써야 하고.”
“하긴. 그렇겠네. 헛짓거리가 길어지면 힘도 더 빨리 빠질 테니까. 그래서 감은 잡았냐?”
“솔직히 잘 모르겠다.”
상우는 도진의 어깨를 툭툭 쳤다.
“걱정하지 마라. 뒤로 새는 공은 내가 다 잡아줄 테니까.”
도진은 상우에게 주먹을 내밀었다.
제구가 흐트러져도 상우는 전부 잡아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상우는 도진이 내민 주먹을 툭 치며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난 오늘 상대가 좀 껄끄럽네.”
도진은 상우를 향해 눈을 치켜떴다.
상우는 에휴. 한숨을 내쉬었다.
“애스트로스에는 박정환 선배 있잖아.”
KBO 홈런왕 출신 박정환.
상우는 그를 잘 알고 있었다.
한국에서 같이 뛰지는 않았지만, 한국 아마추어 선수는 전부 박정환을 동경한다.
상우도 원래는 그중 하나였다.
“아…….”
도진은 작년에 있었던 박정환과의 트러블을 잠깐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이번 시즌 선발 투수로 처음 만나네?’
애스트로스와는 시즌 중 몇 번 만났지만, 그를 처음 마주하게 됐다.
순간 도진은 사악하게 스멀거리는 미소를 성급히 감췄다.
‘음. 오히려 잘됐나? 안 그래도 실험 대상이 필요했는데…….’
더 강한 공을 던졌을 때의 단점이라면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거다.
100마일이 넘는 투구가 사람으로 향한다?
이건 양쪽 모두에게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이걸 도대체 언제 실험해야 할지 고민되긴 했어.’
쿠어스 필드는 원래 투수의 본모습을 100% 발휘할 수 없었기에 테스트 장소로 적합했다.
100%로 던져도 90% 정도밖에 힘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쿠어스 필드가 아니라면 또 다르다.
온 힘을 다해 던진다면 90%를 넘어 100%는 가볍게 찍을 테고, 110% 혹은 120%의 위력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 공이 만약 사람에게 향한다?
어휴.
도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상우야.”
“왜.”
“만약 감독님이 빈볼을 지시했어.”
상우는 재빨리 도진의 말을 끊었다.
“뭔 개소리야? 우리 감독님 그런 분 아니시잖아.”
“아니. 만약 말이야. 빈볼을 던지라고 지시하셨어.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미국인이고, 그다음 타자는 한국인이야. 누굴 맞출래?”
“매국노 테스트냐?”
상우는 질문의 요점을 파악하지 못했다.
도진은 무뚝뚝하게 물었다.
“그냥 궁금해서.”
“싱겁긴. 무대는 메이저리그지? 여기서 한국인이 미국인을 맞추기는 좀 그렇잖아?”
도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상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답변 고맙다.”
“근데 이건 무슨…… 아…… 설마. 아니지? 박정환 선배 맞추려고? 복수야?”
“그런 건 아니야.”
도진은 그 외 다른 대답을 내놓지 않았지만, 박정환을 고의로 맞출 생각은 없었다.
어쭙잖은 복수 따위는 정말 신경 쓰지 않고 있었으니까.
‘찌질하게 같은 놈이 될 순 없잖아?’
대신 맞게 되면 하필 그게 박정환이었을 뿐.
* * *
박정환은 경기에 앞서 더그아웃에 앉아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고는 작년 시즌 도진과의 만남을 떠올렸다.
‘젠장. 제대로 쪽팔렸지.’
괜히 같은 한국인 선수 무릎을 작살내려다가 한 땀 한 땀 쌓아 올린 이미지가 무(無)로 돌아갈 뻔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도진 측에서 별다른 액션이 없었기에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에 안들어.’
박정환은 올해 더 나은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8월이 된 지금 타율은 2할 6푼으로 매번 3할을 넘게 친 KBO와 비교하면 한창 낮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원래 메이저리그에는 3할 타율을 기록하는 타자들이 적어.’
평균적으로 리그에 10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지금 자신이 친 홈런 개수는 18개.
이맘때쯤 한국에서 30개 이상을 친 것에 비하면 한창 모자라지만, 조금 더 힘을 내주면 20개는 넘길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20개의 홈런은 강타자의 표본.
박정환은 부상 그리고 도진과의 트러블 때문에 작년 시즌 체면을 구겼다.
그 체면을 되찾고자 이번 시즌에 목숨까지 걸며 훈련에 임했고 결과도 좋았다.
하지만 한국 스포츠 기사나 커뮤니티를 볼 때마다 울분이 차올랐다.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놈에게 가 있어.’
언제나 1면을 장식했던 박정환은 더는 없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도진은 1선발이니까.
그것도 모자라 아메리칸 평균 자책점 2위를 달리고 있었다.
운이 따랐다.
박정환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김도진 널 눌러버리겠다.
그리고 그 기회가 찾아왔던 것이었다.
5번 타자로 승격한 자신은 오늘 그를 최소 두 번은 만날 것이다.
‘더 빠르게 강판 돼도 괜찮고.’
이번만큼은 비열함은 접어두고 실력으로 기필코 눌러버리겠다.
더욱이 박정환은 한국에서도 여름에 특히 강했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그 강점이 드러나고 있었다.
‘이제 100마일의 공도 완전히 눈에 익었어.’
김도진. 각오해라.
기필코 무릎을 꿇게 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