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53)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53화(353/400)
[에인절스와 애스트로스. 애스트로스와 에인절스의 경기가 이제 막 시작됩니다.] [오늘 킴이 과연 자신의 리미트를 깬 것이 사실인지 귀추가 주목되는데요!] [그렇습니다. 최근 5일간 이 문제로 참 떠들썩했죠?] [맞습니다. 8월인데 구속이 오른다? 사실 이게 말도 안 되거든요. 하지만 여태껏 킴이 보여준 모습을 보아 아주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구속 말고도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잖아요?] [이 경기에 무려 세 명의 한국인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는 거죠!] [에인절스는 킴과 리가 배터리를 이뤘고 팍은 애스트로스의 5번 타자로 배치되어 있죠!] [맞습니다. 최근 아시아의 야구 강국은 일본입니다만, 그 파이를 한국이 조금이나마 가져가는 경기가 되는 셈이죠. ‘한국도 여전히 건재하다!’라는 사실을 피력하기 위해 세 선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겁니다] [저도 오늘 한국 선수들이 더 활약을 해줘서 앞으로 다양한 아시아인들이 메이저리그에 더 진출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해설의 오프닝 멘트가 끝나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도진은 1회부터 삼자범퇴로 깔끔한 시작을 알렸다.
다만 모두가 기대하던 구속 갱신은 나오지 않았다.
[음. 1회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8마일. 최고 구속 갱신과는 거리가 좀 머네요.] [타자가 출루하지 않았으니 충분히 있을 법한 일입니다. 일단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죠.]에인절스도 1회 말 점수를 내지 못한 채 2회 초가 시작됐다.
마운드에 선 도진은 타자를 힐끗 쳐다봤다.
‘4번 타자 카터 산체스. 힘 있는 타자지.’
1회는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 지었지만, 오늘 애스트로스는 기필코 원정에서 승리를 가져가겠다는 진심이 느껴졌다.
저들로선 레인저스와 한 경기 차이였고, 여기서 승리를 거둔다면 에인절스와도 격차를 좁힐 수 있었다.
‘일단 타자부터 잡자.’
도진은 상우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인 후 곧바로 투구에 돌입했다.
쉐에에엑.
한복판으로 향하는 투구가 홈 플레이트 앞에서 아래로 급격하게 낙하했다.
따악!
빗맞은 타구는 유격수 정면.
손쉽게 아웃 카운트를 올렸지만, 도진은 남몰래 고개를 갸웃했다.
‘스플링커가 또 맞았네.’
한 개의 공으로 아웃카운트를 올린 것이므로 성공이 맞다.
하지만 헛스윙을 유도하고자 던진 스플링커였기에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여전히 위력적이지만 결국 패스트볼의 일종이라 타자들이 적응을 꽤 잘하네.’
야구는 날이 갈수록 발전한다.
투수도 그렇지만, 타자도 마찬가지였다.
스플링커가 한때는 범접할 수 없는 마구에 속해 있었고, 여전히 훌륭한 공은 맞다.
지금 던질 수 있는 구종 중 유일하게 피안타율이 채 1할도 되지 않았으며 전문가들도 스플링커를 칭찬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선발 투수지.’
스플링커의 창시자 호안 듀란은 마무리 투수였다.
마무리 투수는 한 시즌에 162경기 중 절반도 등판하지 않고 경기당 대개 1이닝을 소화하는 게 전부.
구종의 희소성을 더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선발 투수는 더 긴 이닝을 던진다.
스플링커도 이닝당 한 개에서, 많게는 3개씩 던지고 있었기에 희소성이 떨어지고 있었다.
‘물론 이번 시즌에 스플링커가 완벽하게 공략당할 일은 없어.’
다만 아웃 카운트를 무조건 보장해 주는 것 또한 아니었다.
그렇기에 언제까지나 스플링커만 믿고 있을 수는 없었다.
‘구속을 올리면 전체적으로 피안타율은 줄어들게 될 거야.’
포심 패스트볼만이 아니라 투심과 스플링커 그리고 체인지업까지도 힘을 받을 테니까.
오늘이 테스트해 볼 수 있는 마지막 마지노선으로 잡은 도진의 시야에 익숙한 선수가 타석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나왔네.’
도진은 뒷짐 진 손에 쥐어진 공을 빙글빙글 돌리며 미소를 삼켰다.
* * *
타석으로 이동하는 박정환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젠장. 여전히 무지막지한 공이네.’
벌써 1년을 넘게 메이저리그에 상주하고 있었기에 빠른 공이 익숙해졌다.
또한 멀리서 도진의 공을 봤을 때 치지 못할 정도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조이 히메네즈가 더 무서웠어.’
도진이 미워서 일부러 그를 평가절하하는 건 아니었다.
애스트로스는 같은 지구인 레인저스도 자주 만났다.
야속하게도 조이 히메네즈는 올 시즌 자신들과의 경기에서 매번 등판했다.
그렇기에 두 투수 중 누가 더 위대한 투수냐고 꼽는다면 고민 없이 조이 히메네즈를 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왜 못 치지?’
애스트로스가 약팀인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애스트로스는 늘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팀이었다.
비록 레인저스의 그늘에 가려졌지만, 와일드카드전을 거쳐 플레이오프에 늘 진출하는 구단이었다.
‘그런데 그 기록이 하필 내가 입단한 작년에 깨졌어.’
더욱 자존심이 상하는 건 따로 있었다.
작년은 자신이 애스트로스에 합류한 해였음에도 꼴찌를 다투는 에인절스에 밀려서 탈락했다.
그리고 에인절스의 중심에는 도진이 있었다.
‘작년만큼은 인정한다.’
야구는 기록이 전부였다.
도진의 투타 합 승리 기여도는 무려 10이 넘었다.
혼자서 팀에게 10승을 챙겨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올 시즌엔 더 잘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려울 정도는 아니었다.
‘근데 도대체 왜 못 치는 거야?’
머릿속이 복잡해진 박정환의 고막에 익숙한 언어가 들려왔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박정환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눈을 아래로 힐끗 내리깔았다.
‘아. 맞다. 오늘 포수도 한국인이었지.’
모든 신경이 김도진에 쏠려 있었던지라 잠깐 잊고 있었다.
“어. 어. 그래. 그런데 날 알아?”
“모를 수가 있겠습니까? 한국 최고의 타자신데요.”
박정환의 광대가 꿈틀댔다.
‘얘는 좀 낫네. 아니. 한국인이라면 이게 정상이지.’
혹시 김도진도 자신에 대한 평가를 바꿨을까 싶어 곁눈질로 그를 힐끗 쳐다봤다.
적어도 이번 시즌 홈런 개수만큼은 김도진을 앞서고 있었으니까.
별 반응이 나오지 않자 박정환은 도진을 향해 턱짓했다.
‘야. 넌 인사 안 하냐?’
도진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치솟았다.
박정환의 눈동자에 분노가 들어섰다.
‘감히. 날 비웃어?’
그 감정은 점차 커지기 시작하더니 그라운드 전체에 퍼지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바닥에 배트를 내동댕이치고 다가가 따귀라도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국이었으면 가능했겠지만, 하필 여기는 미국.
박정환은 화를 꾹꾹 담고자 어금니를 꽉 깨물었고 그의 사각 턱이 더욱 도드라졌다.
그 모습을 힐끗 보게 된 상우는 침이 바짝 말라 혀를 날름거렸다.
‘이야. 아주 죽일 기세네.’
상우는 저 반응을 알고 있었다.
자신과 사뭇 다르지만, 아주 다르다고는 볼 수 없었다.
한국 최고의 스타이자 모두의 롤 모델이 김도진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뭐. 그래도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는 않겠지.’
일단 도진은 커도 너무 컸다.
박정환이 전처럼 도진의 무릎을 작살내겠다고 달려든다면, 메이저리그에서 매장당하게 될 것이다.
‘박정환이 도진에게 해를 가하려면 타구를 투수 정면으로 향하도록 치든가. 아니면 배트가 손에서 빠진 척 고의로 집어 던지든가인데.’
그것도 아니면 벤치 클리어링 급의 싸움이 일어나서 박정환이 도진에게 주먹을 냅다 휘두르는 것밖에 없다.
하지만 그럴 일은 극히 적었다.
‘일단…… 박정환이 한국에서는 한 성격 했지만, 여기서는 순한 양이 됐어.’
미국이니까. 한국인이 익숙지 않은 공간을 제 것으로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다.
‘도진이만 가능한 거지.’
또한 배트가 손에서 빠진 척 일부러 투수에게 집어 던지는 건 애당초 말도 안 된다.
그렇다고 타구를 도진에게 일부러 보낸다?
세계 최고의 타자도 자의로 투수를 향해 타구를 보낼 수는 없다.
‘그러니 벤치 클리어링 말고는 해를 가할 수 없긴 한데.’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려나?
‘도진은 순한 양보다 훨씬 더 순해.’
승부욕이 넘치는 선수지만, 박정환과는 다르게 상대 선수를 배려할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도진이 복수를 꿈꾼다?
‘지나가는 개가 웃겠지.’
라고 생각하는 그때.
앞서 도진과 나눴던 대화들이 스멀스멀 떠오르고 있었다.
‘자, 잠깐만. 큰일이다.’
상우는 성급히 체인지업 사인을 냈다.
도진은 앞니가 살짝 드러나게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지랄하지 마. 주자도 없는데 그냥 평소대로 해!’
원래 잘 던지지 않는 커브 사인을 내도 도진은 고개를 저었다.
투심이나 스플링커를 제안해 봤지만, 도진은 끝까지 고개를 저었다.
‘아. 난 모른다.’
상우는 정 중앙에 미트를 고정했다.
그러고는 박정환을 안쓰럽게 쳐다봤다.
‘그…… 행운을 빕니다.’
제구 안 된 공이 바깥쪽을 향하길 기도하세요.
* * *
도진은 박정환의 분노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야. 한국에서 사고 많이 쳤다던데. 이유를 알 것 같네.’
박정환은 조금이라도 경기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퇴장도 고사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부류였다.
‘미국에 와서는 그 모습이 잠잠했지만, 오랜만에 옛 기억이 떠올랐나 보네.’
그런데 어쩌죠?
저는 당신을 상대로 실험해야 하거든요.
‘솔직히 원래는 관두려고 했어.’
상우에게 따로 사인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도진은 앞선 타자들에게 이미 구속을 높여서 던지려고 했다.
‘뜻대로 되지 않았지.’
제구되지 않은 공이 타자에게 향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저 구속을 늘리겠다는 프로젝트를 접을까도 싶었다.
무엇보다 박정환은 한국인이다.
같은 대한민국 태생인 그가 타지에서 쓸쓸하게 프로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지 않던가?
도진은 누구보다 미국 생활이 외로울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건방진 턱짓에 일순 생각이 바뀌었다.
‘대신 난 당신처럼 치사하게 고의로 담글 생각 또한 없고요.’
물론.
무릎이 작살나는 것보다 100마일 넘는 공이 몸으로 향하는 게 더 무섭다는 걸 안다.
‘어쨌든 실험 대상이 되어주시면 저도 그때 있었던 일 전부 머릿속에서 지울게요.’
초구.
도진의 패스트볼이 왼쪽 코스.
즉 좌타자인 박정환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다만 스트라이크 존을 한창 벗어났던 지라 박정환은 피하겠다며 성급히 몸을 뒤로 빼다가 다리가 꼬여 넘어졌다.
퍼억.
꽈당.
미트에 공이 꽂히는 순간 박정환은 크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볼!”
심판의 사인이 나오자, 도진은 손을 들어 올리며 미안하다는 사인을 보냈다.
‘진짜 고의는 아니었는데.’
바깥쪽으로 있는 힘껏 던졌는데 제구가 되지 않아 몸쪽으로 향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속내를 알 수 없었던 박정환은 엉덩방아를 찧은 채 눈에 불을 켰다.
이 개자식이?
입 모양이 딱 그랬다.
도진은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정확히는 전광판을 확인했던 것이었다.
103마일.
기존 최고 구속에서 무려 1마일이나 더 갱신했던 것이었다.
전광판을 턱짓한 도진은 다시 몸을 돌렸다.
‘저거 보세요. 진짜 고의는 아니었는데.’
박정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도진은 진심이 통하지 않자 쩝. 입맛을 다셨다.
그러더니 금세 아쉬움을 털어내며 입꼬리를 치켜세웠다.
‘알아듣지 못해도 어쩔 수 없지. 당신이 뭘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한민족이고 나발이고 나부터 먹고살아야 하는 게 세상의 이치 아니던가?
한결 마음이 편해진 도진은 문제점을 되짚었다.
‘방금도 너무 팔에만 힘이 들어갔어.’
그러니 조금 더 전신을 사용해서 던져보자.
도진의 무릎이 올라가며 와인드업이 시작됐다.
치켜올린 무릎에 절도가 더해졌다.
올라간 팔에 솟아난 실핏줄이 더욱 도드라졌다.
공이 손을 떠났다.
이번에도 코스는 타자의 몸쪽.
다만 초구와는 별개로 스트라이크 존으로 향하고 있었다.
공이 바람을 저항하며 굉음을 내질렀다.
퍼억.
“스, 스트라이크!”
심판의 콜이 들려오기도 전에 관중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전광판의 찍힌 숫자는 104마일.
도진의 최고 기록을 갱신해서였다.
도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거다.’
방금 투구는 구속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을 만큼 위력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심히 놀라서 하체에 다리가 풀려버린 박정환의 모습은 꽤 볼만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