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55)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55화(355/400)
한국 포털 사이트 해외 야구 소식란에는 도진과 박정환의 악수를 나눈 사진이 연일 화제가 되었다.
-한국 최고 선수들의 훈훈한 모습.
-경기가 끝난 직후 인사를 나누는 우리 자랑스러운 한국인들.
커뮤니티에서도 같은 주제로 온종일 토론을 이어 나갔다.
-손을 먼저 내민 박정환은 참 선배인가?
내면을 모르는 사람이나 뽕이 차오르겠지.
└ㄹㅇㅋㅋ. 박정환 성격 모르냐? 저 새끼는 지밖에 모르는 놈임.
└김도진이 난놈이네. 지 다리 작살낼 뻔한 선수에게 먼저 다가가다니.
└유언비어 퍼뜨리지 마라. 그런 일 없었잖아?
└살인 미수는 죄가 아니냐? 무슨 개소리를 하고 있어. 그때 엄연히 박정환은 김도진 무릎 노리고 들어간 게 맞아. 시대가 어느 시댄데 이제 우리도 안 속지.
└그럼 김도진은 왜 박정환을 찾은 거지? 사진이 찍힌 장소가 애스트로스 더그아웃이라 먼저 인사하러 간 게 맞는데?
└왜긴. 우리 김도진은 원래 착해.
└김도진 찬양 적당히 해라. 그냥 김도진도 그때 실수라는 걸 알았으니 별일 없다는 듯 인사하러 간 거 아니냐.
└그러니까. 자기 선수 생활이 작살날 뻔했는데 이걸 용서해 준다고? 간디임?
└당사자들 아니면 아무도 모르지. 괜히 넘겨짚다가 고소나 당하지 마라.
└박정환이 또 한 고소하지.
└악플러 300명 고소 사건은 아직도 회자되니까.
└뭐 어쨌든 둘이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보기는 좋네.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하나라도 더 활약하면 좋은 거잖아?
└그건 맞지.
커뮤니티를 훑어보던 상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라커룸 의자에 편히 앉아 있는 도진을 흘겼다.
“야.”
“왜.”
“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박정환 선배에게 간 거야?”
“또 커뮤니티 보냐?”
“원래 너 빼고 다 커뮤니티 보거든? 그래서 이유가 뭐야?”
“글쎄. 그냥 옛 기억이 떠올라서일까?”
“그건 또 뭔 개소리냐?”
도진은 피식 미소 지었다.
“내가 처음 미국 왔을 때 말이야. 그때 진짜 우울했거든.”
“왜?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뭐. 그리고 그때는 나이도 어려서 반항심도 있었어. 박정환 선배의 모습에서 예전 나를 봤고.”
“너 쓰레기였어? 미국 애들 담그려고 했어?”
“그런 건 아니고.”
도진은 어물쩍 넘어가려고 했지만, 상우는 득달같이 달라붙었다.
“뭔데! 뭐냐고!”
“그냥. 그때 난 야구를 계속하고 싶었는데 감정을 숨기고 있었거든. 지금 박정환 선배는 분명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데 상당히 위축된 모습이잖아?”
“한국에 비하면 확실히 그렇지.”
“그래서 그랬어. 박정환 선배도 불편함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상우는 고개를 주억였다.
“하긴. 반성은 하지 않아도 그 장면이 계속 떠오를 수는 있겠지. 하지만 여기서는 그냥 적응 못 해서 본 모습이 나오지 않은 걸 수도 있잖아?”
“그럴 수도 있지. 어쨌든. 과거로 돌아와서 누구와도 벽을 쌓던 내게 끝까지 손을 내민 건 마이크였어.”
“마이크. 참 착하지. 근데 정확히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데?”
미국에 와서 눈과 귀를 닫았다.
그런데도 마이크는 자신에게 끝까지 관심을 준 친구.
그가 없었다면 자신 역시 이 자리에 없었을 것.
도진은 상우에게 함축해서 설명했다.
“맞네. 그때 U-18 대회에서 너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 들었었다. 그래서 너도 마이크처럼 대인배라도 되고 싶어서 그런 거냐?”
“글쎄. 어쨌든 박정환 선배는 한국 사람이고 한국 야구에 크게 이바지할 선수니까.”
상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개 같은 놈. 애국이라서 욕도 못 하겠네. 솔직히 나였으면 용서 안 했어. 오히려 까발렸을 거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났잖아?”
“그래도. 용서가 쉽냐?”
도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상우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서 가능한 거야. 그때 무슨 일이 있었다면 나도 문제로 삼았겠지. 아무튼 박정환 선배도 한국이든 미국이든 야구 자체에 큰 발전을 주는 사람 중 한 명인 건 사실이잖아? 그래서 그런 거야.”
도진은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연습 시간 다 됐으니 준비하고 그라운드로 나와라. 먼저 간다.”
도진은 그때 호세 덕분에 박정환의 꿍꿍이를 이미 알아채고 있었음에도 박정환을 용서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벌써 1년이 지났다.
평생 마음에 담아둔다면 밴댕이 소갈딱지가 된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 박정환과는 같은 지구에 같은 서부 리그로 계속해서 만날 수밖에 없다.
‘깔끔하게 없었던 일로 하고 마음을 다잡는 게 앞으로 내게도 좋겠지.’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간직한 채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
도진이 추구하는 방향과 거리가 멀었다.
프로 선수 중에서도 최고가 되려면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아야 한다.
팬들만이 아니라 선수들에게조차 말이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는 하루빨리 풀어버리는 게 최선이지.’
최고의 자리에 도달하기가 이렇게나 어렵다.
지금 어떻게서든 우승 반지를 거머쥐어 최고에 한 걸음이라도 더 다가가고자 발버둥 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해내야만 한다.
당장은 이런 노고를 사람들이 알아줄 수는 없겠지만, 차후 전부 드러날 테니까.
다만 상우는 라커룸을 벗어나려는 도진의 등에서 한참 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
‘지가 무슨 예수님이야? 부처님이냐고!’
그래도 이해할 수는 있었다.
도진이니까.
저놈은 야구와 관련되어서는 한없이 관대한 놈이었다.
‘멘탈이 저래 버리니 따라가고 싶어도 못 따라가지.’
부럽다.
그리고 솔직히 좀 멋있다.
적도 아군으로 만들 수 있는 포용력은 유일하게 도진만 가질 수 있는 장점이겠지.
* * *
9월도 어느덧 5일을 남겨두고 있었다.
에인절스는 여전히 지구 1위.
레인저스가 세 경기 차이로 2위를 지키고 있었고, 애스트로스는 다섯 경기 차이 3위였다.
아직 35경기를 더 남겨두었기에 안심할 수는 없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옷을 갈아입은 도진은 좁혀지는 격차에 혀를 내둘렀다.
에인절스는 8월 중순까지 레인저스와 다섯 경기까지 차이를 벌렸지만, 8월 말에 들어와서는 그 차이가 세 경기로 좁혀졌다.
뒷심이 부족하다.
에인절스가 겪는 문제점이었다.
‘전력만 놓고 보면 우리가 레인저스에 앞서는 게 없긴 해.’
스타 선수의 숫자도 적었고, 뎁스 차이도 컸다.
더욱이 레인저스는 최근 세 번의 3연전을 전부 위닝시리즈를 거둬 기세마저 심상치 않았다.
“애송아. 잠깐 얘기 좀 하자.”
호세는 도진을 라커룸 밖으로 따로 불렀다.
“요즘 컨디션은 어떠냐?”
“아직은 버틸만해요.”
“쯧쯧. 버틸만하다는 애가 요즘 들어 6이닝도 못 채워?”
호세의 말 그대로였다.
도진은 최근 등판 세 경기에서 모두 5이닝만 채우고 내려왔다.
그중 한 번의 승리와 두 번의 패배가 있었다.
두 번의 패배에서의 실점은 2실점과 3실점으로 망했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1선발이라는 무게감을 생각했을 땐 만족스럽지 않았다.
호세는 투덜대는 말투와는 다르게 위로를 건넸다.
“뭐 네가 작년처럼 마무리 투수로 등판했다면 체력이 부족하지는 않았겠지. 갑작스럽게 선발로 나서게 됐으니 어쩔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만족스럽지는 않아요. 최근에는 투수로 나설 때마다 지명 타자로 나서고 있으니까요.”
“체력 관리의 일종이지. 그게 나쁜 건 아니잖아? 대폭 망하지만 않는다면 우린 최소 와일드카드로 진출할 수 있을 거다.”
호세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봤다.
에인절스는 서부 리그 1위.
2위 레인저스 또한 와일드카드 1순위였다.
그렇기에 에인절스와 레인저스의 자리가 뒤바뀌더라도 다음 라운드에 대한 진출은 문제없었다.
다만 와일드카드보다는 지구 1위가 무조건 좋다.
며칠의 휴식이 더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 기간이 비록 길지 않아도 선수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저희 1위 해야죠.”
“그러면 좋겠지. 그리고 좋은 소식도 있다.”
“무슨…….”
“벨. 놈이 돌아온다.”
주먹을 불끈 쥔 도진의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다.
“정말요? 언제요?”
“당장 내일부터 마이너리그에 합류해서 컨디션 점검한다더라.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2주 내로는 돌아올 거야.”
충분하다.
벨이 정규 시즌 내에 돌아오는 것 자체가 에인절스에는 큰 행운이었다.
도진은 배시시 웃었다.
호세는 흥. 코웃음을 쳤다.
“좋냐?”
“당연히 좋죠. 호세는 안 좋아요?”
“놈이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건 알고 있어. 다만 놈이 돌아왔을 때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어서 마냥 좋아하기엔 좀 그래.”
“무슨 문제요? 좋은 점밖에 떠오르지 않는데요?”
벨은 에인절스의 1선발이자 슈퍼스타다.
그런 선수가 벤치를 지켜주는 것만으로 팀에 해가 될 건 없었으므로 도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호세는 심각했다.
“아니. 있어.”
“그러니까 무슨 문제요.”
“첫 번째는 리더가 둘이 돼버린다.”
도진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에이. 무슨 둘이에요. 당연히 제가 물러나야죠. 전 어디까지나 땜빵이었어요.”
“너야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벨도 그렇게 생각할까?”
도진은 표정에 의문을 가득 담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 그렇지 않을까요?”
“아니. 넌 올 시즌 에인절스를 잘 이끌고 있어. 덕분에 우리가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거고. 벨 놈도 돌아오면 적어도 이번 시즌만큼은 너를 계속 그 자리에 앉히려고 할 거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도진은 호세의 말뜻을 이해했다.
벨 조이스는 슈퍼스타. 그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 역시도 에인절스가 더 높은 곳에 도달하길 원하는 선수였다.
그렇기에 지금 체제에서 변화가 생기길 바라지 않겠지.
호세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벨의 생각이야. 과연 선수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무슨 말씀이세요?”
“벨은 원래 에인절스의 리더야. 제 입으로 직접 올 시즌은 너를 믿고 따른다고 할지라도, 기존 선수들도 놈처럼 믿고 따를 수 있느냐가 문제야.”
아…….
깨달은 도진은 고개를 주억였다.
자신도 벨이 돌아온다고 했을 때 이미 그에게 다시 자리를 내어주려고 했다.
에인절스에서 오래 뛴 아돌니스나 켄 그리고 레이날도 같은 선수들은 벨의 체제에 더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반대로 난 아직 이룬 게 없어.’
벨처럼 긴 커리어 동안 성적을 꾸준히 냈나?
작년 신인왕을 탄 게 전부였다.
이번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걸 당장 커리어로 내세울 수는 더더욱 없었다.
그러니 다른 선수들이 말로는 자신을 믿는다고 해도 머리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당연히 더 믿음직스러운 선수에게 마음이 향할 테니까.
“그럼, 이 자리를 그냥 벨에게 내어주는 게 낫지 않아요?”
“아니. 그건 좋지 않아. 에인절스가 1위를 지킨 건 네가 있어서 가능한 거니까. 벨은 여태껏 에인절스를 1위까지 올리지 못했고.”
“그럼 어떡해야 해요? 전 무조건 팀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길 원해요. 리더가 중요한 자리임을 알지만, 팀이 하나가 될 수만 있다면 전 포기할 수 있어요.”
호세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렇다는 건 팀이 하나가 될 수만 있다면 그 자리를 포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네?”
도진은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마 벨도 저와 같은 생각이겠죠.”
“그렇겠지. 그래서 말인데 멍청한 네 두 놈들을 위해 방법을 하나 제시할게. 정확히는 너를 위해서지만.”
“뭔데요?”
호세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벨과 지금 자리를 놓고 경쟁해라. 그리고 실력으로 이겨라.”
그것이 에인절스가 1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는 열쇠가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