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58)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58화(358/400)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한 에인절스는 가디언스와의 2차전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어제 환상적인 벨의 복귀전으로 에인절스는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오늘은 15승 6패 방어율 2.78을 기록 중인 킴입니다!] [에인절스 팬들은 기분이 참 좋겠어요. 그렇게 원하던 최고의 원투 펀치가 탄생하는 순간이니까요. 다만 걱정인 부분은 바로 킴의 체력입니다.] [확실히 8월부터 힘이 좀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긴 했습니다만, 누가 그를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요?] [인정합니다. 최초의 풀 타임 Three way player로서 그는 선발 투수, 그리고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야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세간에서 이번 시즌 킴의 골든 글러브는 간당간당한다는 말이 떠돌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풀 타임 야수에 비해서 출전 수가 부족해서죠. 퍼포먼스만 놓고 보면 2년 연속 골든 글러브가 유력해요.] [올해는 신인왕 이상의 상을 수상할 수 있다는 의견도 여럿 있죠.] [당사자인 킴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저는 야구의 신이 킴의 몸으로 환생이라도 한 것 같습니다. 물론 중요한 건 오늘이겠지만요.] [체력이라는 역경을 딛고 극복할 수 있을지. 라인업부터 확인하고 가시죠.]1. 윌리엄 바스테스 3B.
2. 마르셀로 무냐. LF.
3. 아돌니스 로드리게스. DH.
4. 호세 로드리게스. 1B.
5. 켄 매논. SS.
6. 상우 리. C.
7. 라이언 스미스. CF.
8. 제롬 블랙. RF.
9. 그레그 호먼. 2B.
[오늘 킴의 이름이 타석에서는 보이지 않네요.] [음. 역시 체력 문제가 큰 걸까요?] [그럴 확률이 높지만 또 모르죠. 바로 경기로 확인해 보시죠.]상우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경기 운영 어떡할래?”
상우는 도진이 100%의 모습을 발휘하려면 계획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봤다.
이곳은 메이저리그.
객기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었으니 말이다.
도진은 하늘을 힐끗 쳐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옛 기억을 좀 살려보자.”
“옛 기억? 무슨 기억.”
“너 혹시 장산중 경기 기억나냐?”
“당연히 기억나지. 4강에서 붙었던 상대잖아.”
“세부적인 내용도 기억나?”
“어. 5회 퍼펙트 콜드 게임. 장산중이 그리 쉬운 상대가 아니었는데 말이야. 오히려 우승 후보였지. 엥?”
상우는 오만상을 찌푸렸다.
“너 설마. 퍼펙트라도 하겠다고?”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퍼펙트를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었다면 난 벌써 몇 번이나 했을 거다. 여기 메이저리그야.”
“그, 그렇지. 그런데 왜 장산중 이야기를 꺼낸 거야? 아…… 5회 안으로 상대를 끝내겠다?”
도진은 정답이라며 맞장구쳤다.
“응. 어제 벨 조이스도 5회에 경기를 끝냈어. 나도 5회면 충분하다는 걸 입증하고 싶어.”
“여기 메이저리그라며. 그게 마음대로 되냐?”
“아냐. 됐어. 내려가 봐.”
상우는 마치 변을 보다 도중에 끊어버린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
도진이 내비친 포부는 좋은데 전혀 계획적이지 않아서 그랬다.
‘도대체 장산중 때 무슨 일이 있었지?’
분명히 무언가 있었다.
그 사건이 워낙 유명해서 한때 중학 야구에 충격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당장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지금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
도진이니까. 놈은 언제나 충격적인 일을 매번 벌였다.
상우는 결국 답답함을 해결하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홀로 남은 도진은 손에 쥐어진 공을 빙글빙글 돌리며 피식 웃었다.
‘기억나게 해줄게.’
그 후 도진은 등 뒤를 지켜주는 야수들 그리고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일원들과도 눈이 마주쳤다.
대부분이 걱정스럽다거나 안쓰러운 감정이 도진의 전신을 희롱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도진은 치솟은 미소를 유지했다.
‘각인시켜 줄게요.’
내가 어떤 놈인지 똑똑히 보세요.
* * *
상우는 가디언스의 1번 타자 마이클이 타석에 들어서자,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펼쳤다.
‘초구는 체인지업으로 가자. 이 타자는 패스트볼에 강점이 있고 초구부터 휘두를 확률이 50%야.’
도진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즉각 와인드업에 돌입했다.
공이 손을 떠났다.
바깥쪽으로 붙어 앉은 상우는 몸쪽으로 향하는 투구에 눈이 번뜩 뜨였다.
‘미, 미친.’
몸쪽으로 향하는 투구의 바람 소리가 변화구가 아님을 일러주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상우는 성급히 투구가 날아오는 방향으로 미트를 낀 왼손을 쭉 뻗었다.
동시에 타자의 배트가 나왔지만, 공을 맞히지 못했다.
퍼억.
“스트라이크!”
상우는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 금세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양팔을 펼쳤다.
투수의 제구가 안 될 수는 있다.
그런데 사인 자체를 무시한다고?
‘혹시 오늘 사인이 잘못 전달됐나?’
배터리는 원래 사인이 몇 개씩 존재한다.
도진과 상우는 사인이 10개가 넘을 만큼 다른 배터리보다 많았기에 충분히 헷갈릴 법도 했다.
‘하지만 김도진 저놈은 단 한 번도 이런 실수를 저지른 적이 없었어.’
그러니 이건 고의…… 였을까?
‘에이. 긴장해서 그랬겠지.’
도진은 지금 벨과 최고의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그 부담감 때문에 잠깐 헷갈렸겠지.
상우는 오른손을 전부 펼쳤다.
도진에게 오늘 주고받을 사인은 다섯 번째라고 다시 각인시켜 주었다.
도진은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상우도 한결 마음이 편해진 채로 사인을 냈다.
‘뭐. 어쨌든 결과는 좋았으니까. 이번에는 진짜 체인지업으로 가자.’
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그는 다시 와인드업했다.
공이 손을 떠났다.
바깥쪽으로 빠져 앉은 상우는 다시 한번 몸쪽으로 날아오는 패스트볼을 힘겹게 낚아챘다.
“스트라이크!”
타자는 미트에 꽂힌 투구를 힐끗 쳐다봤다.
그때 엉거주춤한 포즈의 상우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턱짓했다.
다소 비웃음 기가 서려 있었지만, 괜찮냐는 의미였다.
상우는 고맙다며,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들어 올렸다.
타자가 다시 고개를 돌리자 상우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로 도진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야! 이 개자식아! 똥개 훈련 시키냐?’
실수가 아닌 것 같다.
고의가 확실하다.
상우는 사인으로 분노를 쏟아냈다.
‘야. 초구는 결과도 좋았고 충분히 넘어갈 수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그냥 안 넘어가. 지금 장난하냐?’
도진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장난 아닌데?’
그때부터 둘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이게 장난이 아니면 뭔데? 바깥쪽 체인지업 달라고! 이거 몰라?’
‘아니. 알아.’
‘그럼 뭔데? 경쟁 포기하기로 한 거야? 압박감 때문에 정신 나갔어?’
도진의 양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가 제자리를 찾았다.
‘진짜 기억 안 나나 보네.’
‘그러니까 무슨 기억…… 헉.’
상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사레가 들었다.
옛 기억이 잠깐이나마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이 데자뷰 뭐지?’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적이 있다.
그 상대는…… 장산중이었다.
‘아. 뭐지? 기억이 날 듯 말 듯 한데.’
상우는 두 팔을 펼쳤다.
그의 표정은 마치 춤을 추듯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야. 그때 장산중 놈들이 너한테 뭐라고 했지? 분명히 뭐라고 했어. 조오온나 무시했단 말이지. 그래서 그때 너도 열받았었고.’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다 왔네.’
‘정답은 끝까지 안 알려주네. 그래. 어쨌든 이건 내가 기억 못하고 있는 건 미안하다. 그래도 힌트라도 줘.’
도진은 투구하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다음 타자쯤 알게 될 거다.’
상우는 미트를 힘없이 들어 올려 허탈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대신 상우는 3구를 접하는 순간 도진의 의도를 깨닫게 되었다.
3구. 자리를 잡고 있던 바깥쪽으로 패스트볼이 날아왔다.
퍼억.
“스트라이크 아웃!”
상우의 입 주변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아. 뭔지 알았다.’
오늘 사인 필요 없겠네.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상우는 사인을 건넬 시간에 그저 한 가운데 미트를 고정했다.
초구가 날아왔다.
앞선 타자에게 줄곧 던진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퍼억.
“스트라이크!”
2구.
이번에도 포심 패스트볼.
애석하게도 타자의 배트는 허공만을 갈랐다.
그리고 3구 역시 포심 패스트볼.
이번에는 타자의 가슴 높이로 하이 패스트볼이 날아왔다.
타자는 그 코스에 다시 한번 스윙했음에도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지금까지 도진은 6개의 공을 던져 2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았다.
그 구종은 전부 패스트볼이었다.
도진은 지금까지 6개 연속 포심 패스트볼 던졌고 전부 스트라이크가 되었다.
더욱이 다음 공도 당연히 포심 패스트볼을 던질 것이며 더 나아가 도진은 5회까지 전부 패스트볼만 던질 생각이었다.
옛 기억이 머릿속에 완전히 자리 잡은 상우의 입꼬리가 치솟았다.
‘그때 장산중. 아니. 우리 동대중을 빼면 전부 도진을 담가 버리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지.’
상대는 도진의 멘탈을 부수겠다고 욕지거리를 시작으로 이런저런 비열한 짓을 했다.
타석에 들어서면 고의사구를 내준다거나 아니면 일부러 맞춰버릴 때도 있었다.
다른 중학교들까지 합심해 어떻게서든 도진의 심기를 거스르게 만들어 거의 야구를 포기하게 할 생각이었다.
조금 유치하지만, 도진이 야구에서 흥미를 깨도록 별의별 방법을 전부 동원했다.
‘그만큼 도진이는 중학교 때부터 언터처블이었어.’
그래도 장산중은 다른 중학교와 다르게 우승 후보였다.
‘적어도 놈들만큼은 정정당당하게 대결해 올 줄 알았지만, 도진이 저놈 믿는 도끼에 발등 제대로 찍혔지.’
도진은 장산중과의 4강전에서 단 한 번도 배트를 휘두르지 못했다.
다만 그런 작전은 도진이 타석에 들어설 때만 통했을 뿐.
투수로 나설 때는 그를 견제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빡친 도진이는 우승 후보였던 장산중을 패스트볼만 던져서 경기를 끝냈지.’
원래 중학교 아마추어 선수들은 변화구를 잘 익히지 않는다.
그래도 변화구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도진은 그때 당시 커브도 던질 줄 알았지만, 장산중에는 의도적으로 패스트볼만 던졌었다.
‘칠 테면 쳐봐라. 아니. 백날 휘둘러도 너넨 치지 못한다였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도진은 당한 건 되갚아 주는 성격이었다.
대신 치졸한 방법을 택하지는 않는다.
‘그만한 실력이 되거든. 저놈은.’
물론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조금은 다르다.
가디언스는 도진을 도발하지 않았고 그 어떤 해도 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접점이 없나?
그건 더더욱 아니었다.
‘자신감. 도진이 저놈은 지금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는 거야.’
장산중을 패스트볼만으로 상대한 것처럼 가디언스를 포심 패스트볼 하나로 전부 잡아낼 생각이다.
그래서 에인절스 선수들의 뼛속에 그가 누군지 새겨버릴 생각이었다.
여기는 메이저리그다.
고로 무모하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도진이와 벨의 격차는 커.’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날 만큼 벨의 커리어가 압도적이었다.
어떤 스포츠든 마찬가지겠지만 야구에서도 커리어는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신인급 선수가 백날 좋은 모습을 보여줘도 커리어가 쌓이기 전까지는 기존 선수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었다.
그러니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제일 좋은 방법이 뭐가 있을까?
‘미친놈이 되면 된다.’
그보다 나은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상우의 안광에 확신이 뿜어져 나왔다.
‘나만 잘하면 되겠네.’
도진은 지금 포심 한 구 한 구에 혼을 싣고 있어서 그랬다.
이걸 잘 잡아내면 도진은 원하는 결과를 이루게 될 것이다.
상우는 헛웃음을 삼켰다.
‘무심한 듯하면서 은근히 의도적이라니까?’
100% 패스트볼만 던져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할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투수가 긁히는 날 패스트볼 비율이 많게는 70%로 압도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전부 패스트볼만 던지기엔 무리가 있었다.
상대가 쉽게 대응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도진은 지금 인터벌을 최대한 빠르게 가져가면서 타자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아 이번 이닝은 이것만으로 유리함을 가져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 제구가 튀는 건 전부 연기다.’
상대 역시 패스트볼만 던지고 있다는 걸 모를 리가 없었다.
‘타자는 패스트볼만 던진다는 걸 알게 됐을 때 기필코 스윙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그걸 사방으로 뿌려대면서 타자의 심리를 역이용하고 있어.’
따악!
3번 타자의 스윙이 공을 맞혔다.
하지만 타구는 2루수를 향해 힘없이 굴러갔다.
“아웃!”
공수 교대.
도진은 1회 총 7개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고 삼자범퇴로 마무리 지었지만, 그의 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