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6)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36화(36/400)
도널드 감독은 도진과 함께 마운드로 이동했다.
“일단 구속을 늘리기 위한 원리부터 알아야겠지. 자네는 어떻게 해야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지 알고 있나?”
도진은 즉각 대답했다.
“더 강하게 던지면 되는 거 아닌가요?”
무책임한 답변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정답이었다.
당연히 이를 악물고 던질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구속 차이는 존재한다.
도널드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네. 구속은 더욱 힘껏 던질 때 오르지. 그저 어깨에 더욱 힘을 주고 던져도 구속은 오르는 법이라네. 하지만 투수들은 그렇게 던지지 않지. 왜 그런지 아나?”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제구를 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정확하네. 투수에게 제구는 구속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라네. 그러면 구속을 늘리기 위해선 어떻게 던져야 한다고 보는가.”
“어깨만이 아닌 전신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번에도 정답.
도널드 감독은 도진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렇다네. 전신으로 던져야 구속이 오르는 법이지. 그럼 그 전신을 사용해서 공을 던지는 법을 배워야겠지?”
투수라면 누구나 전신을 이용해 공을 던진다.
와인드업할 때 양팔을 높게 세워 힘을 모은다. 들어 올린 하체를 강하게 바닥을 향해 내딛는 게 바로 투구였다.
그리고 그 전신을 얼마나 고루고루 잘 사용하느냐에 따라 투수의 기량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도진의 투구를 대입해보자면 그는 지금 흠잡을 곳 없이 뛰어난 투구를 선보인다.
그는 결코 큰 몸집을 갖추지 않았다.
물론 시즌 초보다 월등히 몸집이 좋아졌지만, 어디까지나 시즌 초에 비해서다.
지금 도진을 딱 보자면 마이크나 알렉산더와 비교하면 확실히 왜소하다.
하지만 몸집이 크다고 무조건 빠른 공을 던지는 것이 아니다.
그랬다면 보디빌더들이 야구판을 쥐고 흔들었을 테니까.
도진의 장점은 다름 아닌 유연성.
유연성이 뛰어나 전신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알았다.
다른 투수가 3주 안에 구속을 올리겠다면 뜯어말렸을 테지만 도진이었기에 감독도 흔쾌히 허락한 것이었다.
“물론 아직 완벽히 전신을 쓰지는 못하고 있다네.”
도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도널드 감독은 야구공을 손에 쥐었다.
“훈련은 비교적 단순하네.”
감독은 그 말을 끝으로 마운드 위에 섰다.
그러더니 전력을 다해 일직선으로 내달렸다.
어느덧 벽 근처까지 다다르자 팔을 반 바퀴, 아래에서 위로 빙글 돌리며 공을 던졌다.
시범을 끝낸 감독은 도진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일단 이것이 1주 차 훈련이라네.”
도진은 눈을 연달아 끔뻑였다.
훈련 방법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저게 훈련이 되긴 하나?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속된 말로는 굉장히 무식한 방법이라 느꼈다.
야구 종주국에서 나올 법한 발상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의심보다는 직접 해보고 생각하자.’
“저도 해보겠습니다.”
도진은 야구공을 쥔 채 마운드에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벽 근처에 다다를 즘 있는 힘껏 벽에 던졌다.
퍼억.
공을 던지는 순간 도진은 솟아오르는 입꼬리를 제어하고자 아랫입술을 혀로 핥았다.
‘와. 이게 되네.’
“어떤가.”
“확실히 도움 될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외야수 송구를 대입하면 되는 줄 지금 알았습니다.”
외야수가 3루 주자와의 홈 승부를 생각하면 편했다.
그 어떤 외야수도 홈으로 내달리려는 3루 주자를 잡겠다고 제자리에서 플라이를 처리하지 않는다.
몇 발치 뒤로 떨어져 낙구 지점을 포착 후 도움닫기를 통해 홈에다 송구한다.
이편이 훨씬 더 힘이 많이 실리기 때문이다.
이 훈련 방법은 그보다 훨씬 더 과했지만, 비슷한 면이 존재했다.
외야 송구를 해본 도진은 확신이 있었다.
‘이 방법은 확실히 전신을 제대로 사용하는 훈련이야.’
물론 원인을 모르는 누군가 이 훈련을 본다면 미친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만큼 굉장히 무식한 방법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도진은 정답에 가까운 훈련 방법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감독은 도진의 표정을 읽고는 피식 웃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이곳은 미국. 구속을 올리는 훈련을 정말 다양하게 알고 있다네. 이 방법도 그중 하나이며 내가 자주 사용했던 방법이지.”
미국은 강속구 투수들이 즐비하다.
한국도 요즘 들어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존재하지만 어디까지나 극소수였다.
“네. 마운드에서 가만히 던지는 것보다 훨씬 전신을 사용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거면 됐네. 그 느낌을 완벽히 인지 후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면 확실히 다를 걸세.”
* * *
1주가 지났다.
도진은 타격이나 수비 훈련도 병행했지만, 구속 훈련을 제일 중점으로 두었다.
이를 지켜보던 마이크는 언제나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
“아주 멋진 훈련을 하네.”
도진은 비꼬는 목소리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웃음은 참고 얘기하지?”
“너 같으면 참을 수 있겠냐?”
도진은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도 처음 감독님의 시범을 접했을 때 큰 충격에 휩싸였으니까.
그나마 2주 차에는 이 우악스러운 훈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여전히 도움닫기를 통해 공을 던졌지만, 1주 차에는 대강 20걸음이었던 반면 2주 차에는 5걸음으로 줄어들었다.
1주가 더 흘러 3주 차 때는 외야 송구와 크게 다르지 않게 2걸음 또는 3걸음만 내디뎠다.
팡팡.
마이크는 주먹으로 미트를 두 번 치며 쪼그려 앉았다.
“훈련의 성과를 좀 볼까?”
도진은 마이크의 제안에 모자를 매만지며 마운드에 올랐다.
‘겨울 방학 동안 마운드에서 전력으로 던져본 적이 없지.’
마운드에 서긴 했으나 투구를 하는 대신 전신을 사용해서 던지는 법을 중점으로 익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3주 차가 된 지금.
처음 전력으로 던질 기회가 온 것이었다.
케이지 밖에는 알렉산더와 페드로가 도진을 관심 있게 쳐다봤다.
그들 또한 이번 훈련에 대한 성과를 기대했다.
선수라면 흔히 접해보지 못한 특별한 훈련법에 대한 성과가 궁금한 법이었으니까.
“페드로 선배. 어떻게 보세요? 저 훈련이 정말 도움이 됐을까요?”
“원리상 도움은 된다. 물론 3주 만에 구속을 늘리는 건 불가능의 영역이긴 한데. 결과는 두고 봐야만 알겠지.”
알렉산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진은 남들보다 훈련량이 많다.
그리고 그는 지금까지 어떤 일이든 완벽하게 해냈다.
‘다른 선수라면 솔직히 기대되지 않았겠지.’
페드로의 말마따나 3주 만에 구속을 올린다는 건 그만큼 불가능의 영역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대상은 지금까지 꾀조차 부리지 않은 한국인.
과할 정도로 연습에 시간을 과 투자하는 도진이었다.
알렉산더는 마운드를 향해 스피드 건을 들이밀었다.
“준비됐다. 던져라.”
알렉산더의 사인이 나오자 도진은 고개를 한번 끄덕인 후 와인드업했다.
지금까지 자신의 구속은 보편적으로 96마일.
힘이 떨어질 때는 94~5마일을 던졌고 최대 구속은 97마일이었다.
공은 도진의 손을 벗어나자 마이크의 미트로 쏜살같이 향했다.
퍼억.
공을 받은 마이크는 미간을 잔뜩 찡그렸다.
손바닥에선 피가 통하지 않을 만큼의 진동이 느껴졌다.
‘아오. 망할.’
욕이 절로 나오는 위력이었다.
자신은 늘 도진의 공을 받아봤다.
하지만 고작 3주 만에 완벽히 다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됐다.
물론 구속이 확 바뀐 건 아니었다.
대신 소리가 크게 들리게끔 미트질을 하지 않았음에도 공이 미트에 닿는 순간 풍선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진은 미트에 꽂힌 자신의 투구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오? 뭔가 확실히 좋아진 것 같은데?’
그러고는 알렉산더를 힐끗 쳐다봤다.
알렉산더는 스피드 건을 확인 후 미간을 살짝 구기더니 나직하게 말했다.
“97마일.”
구속이 들려오자 마이크는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구속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도진은 이제 고작 초구를 던졌을 뿐이었다.
그리고 최고 구속을 초구에 찍는다는 건.
‘제대로 던진다면 97마일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진다는 거겠지.’
더군다나 구위 자체가 좋아졌다.
누구라도 도진의 투구를 보면 알 수 있었다.
2구. 3구.
도진은 계속 공을 던졌다.
“97마일.”
마이크는 몇 번의 공을 더 받은 직후 미트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러고는 꾸부정한 무릎을 펴더니 억지로 손목을 털며 마운드로 올라왔다.
“젠장! 더럽게 아프네.”
알렉산더와 페드로 케이지 안으로 들어와 도진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혀를 내둘렀다.
“이야. 노력의 결실을 보는구나.”
“3주 만에 구속을 올리다니. 어떻게 돼먹은 놈이냐?”
이전과 같이 97마일이 기록됐지만 구속이 올랐다고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누구도 연습을 시합할 때처럼 던지지 않으니 말이다.
도진이라면 실전에서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공을 던질 테며.
97마일보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고 봤다.
도진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페드로에게 물었다.
“눈에 띌 정도인가요?”
도진을 제외한 셋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공을 받은 마이크를 시작으로 알렉산더와 페드로가 한마디씩 더 거들었다.
“일단 구위 자체도 좋아졌어. 이거 웬만해선 치지 못하겠는데? 물론 나는 칠 수 있겠지만.”
“확실히 전반기보다 훨씬 공이 좋아졌다. 타석에 서보진 않아서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성도 느껴지지 않아.”
굳이 타석에 서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뜻이었다.
페드로도 동의했다.
“이번 훈련으로 폼도 조금 바뀐 것 같아. 원래의 폼에서 자연스레 벗어난 거 같은데? 스트라이드도, 어깨 위치도 조금씩 다 바뀌었어.”
페드로는 같은 투수로서 도진의 변화를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다.
도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신을 사용하려면 자세부터 뜯어고쳐야 했다.
거창하게 바뀐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습관을 뜯어고치는데 무려 3주를 투자했다.
덕분에 조금 더 위력적인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
‘이 조금의 차이는 실전에서는 절대 작지 않은 차이지.’
* * *
3주간의 짧은 방학도 어느덧 끝을 향했다.
오늘은 겨울 방학의 마지막 날이었지만, 훈련을 진행하지는 않았다.
3주간 피땀 흘린 야구부 일원들에게 회식이 진행됐다.
학교에선 이들을 위해 특식을 제공했고 그 특식은 다름 아닌 뷔페.
도널드 감독은 선수들이 전부 음식을 접시에 담고 자리에 앉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모두 3주간 고생 많았다.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실력이 향상돼 나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도널드 감독은 열심히 훈련에 매진한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칭찬을 던졌다.
“이제 우리 FS는 중, 하위권이나 전전하는 팀이 아니다. 전반기는 비록 운으로 상위권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실력으로 당당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팀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지금 당장 리그에서 2위를 달리고 있어서가 아니다.
이번에 상승한 선수의 기량들로 보아 FS는 당당하게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만큼 뛰어난 팀이 됐다.
3주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수들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구슬땀을 흘렸고, 서로 경쟁상대가 되어 훈련에 대한 시너지 효과가 상당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FS 선수들은 대부분 도널드 감독이 뽑았다.
그는 선수 보는 눈이 탁월했다.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들로 추린 FS 야구단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다만 그간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이유는 동기부여도 부족했고, 위닝 멘탈리티를 얻지 못해서였다.
그러므로 훈련량을 늘다 보니 포텐이 절로 터진 것이었다.
선수들은 일절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자신들의 노력 그 전에.
도진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FS는 이번 시즌에도 중위권 정도에나 머물렀을 테니까.
그는 FS의 야구 패러다임을 바꾼 장본인이었다.
물론 다수의 눈빛을 받는 당사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들 고생해서 이룬 거지. 나 때문이 아니야.’
도널드 감독은 도진을 흐뭇하게 쳐다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표정엔 각오가 드러났다.
“후반기 첫 경기가 정해졌다.”
후반기 첫 경기는 전승이 필요한 FS에게 제일 비중이 큰 경기였다.
첫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나머지 경기를 기세 좋게 이어나갈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감독의 표정을 보아 첫 번째 경기가 쉽지 않은 상대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감독은 더는 지체하지 않겠다며 어금니를 꽉 물었다.
“첫 경기는 샌프란시스코 원정 경기다.”
작년 시즌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진출한 샌프란시스코.
그들은 1위 산타모니카와 2위 FS의 원정 경기를 모두 끝마쳤다.
남은 경기를 홈에서 치르는 그들 역시 후반기 전승을 노리고 있었다.
감독의 전언에 선수들의 눈동자엔 당황이 물들었다.
FS는 전반기에 첫 경기 패배 후 남은 경기를 전승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3주를 쉬지 않았던가?
이미 연승에 대한 기억은 머릿속에서 잊혔다.
그렇기에 이왕이면 약팀을 상대로 출발을 승리로 기록하며 기세를 탄 이후에나 강팀들과 만나는 기를 바랐다.
하지만 대개 당황한 표정을 짓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도진은 덤덤했다.
‘이미 짜인 스케쥴을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지.’
샌프란시스코는 쉽지 않은 상대지만 매도 빨리 낫는 편이 나은 법.
‘오히려 잘됐어.’
몸이 연승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첫 번째 경기라면 3주간의 맹연습을 몸이 제대로 기억하고 있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