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60)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60화(360/400)
에인절스는 레인저스와의 마지막 원정 3연전을 앞두고 있었다.
두 팀의 승률은 88승 71패로 현재 동률을 이루고 있었다.
벨은 라커룸의 중심에 서서 목소리를 높였다.
“다들 이번 3연전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선수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3연전을 통해 아메리칸 리그 서부 1위 자리가 정해진다.
벨은 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다시 한번 언급하겠다. 우리는 이미 플레이오프를 확정 지었지만, 여기서 이기는 팀은 2번 시드를 얻게 된다.”
2번 시드.
아메리칸 리그 승률 2위 팀을 뜻하는 바다.
1번 시드는 양키스.
그들은 100승을 달성해 아메리칸 리그 최고의 팀으로 거듭났다.
남은 2번 시드를 두고 에인절스와 레인저스가 다투고 있었다.
“2번 시드를 획득해야지만, 디비전 시리즈에 직행할 수 있다. 여기서 3번 시드로 떨어지는 순간 와일드카드전을 치러야 한다는 걸 잊지 마라.”
3번 시드부터 6번 시드까지는 와일드카드전을 치른다.
야구만큼 승패를 확실시할 수 없는 스포츠에서 와일드카드전을 치른다는 건 부담이었다.
“킴. 나와서 한마디 하지.”
호명 당한 도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벨의 옆에 섰다.
그러고는 시작할까요? 라는 뜻으로 벨을 힐끗 쳐다봤다.
벨이 고개를 끄덕이자 도진은 목에 힘을 주었다.
“무조건 이기고 보죠. 초기 목적부터 달성하고 나서 더 나은 미래를 여유롭게 바라보는 게 여러모로 좋으니까요.”
에인절스 선수들의 공통적인 목표는 작년 시즌보다 더 나은 성적을 거두는 것.
그러므로 이번 3연전에서 최소 2승을 거둔다면 최소 작년에 달성했던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더욱이 작년보다 사정면에서 더 나아지게 된다.
와일드카드전을 참여하지 않아 얻을 수 있는 휴식 때문이었다.
“저희는 작년 와일드카드전을 통해 디비전시리즈를 밟았지만, 결과는 솔직히 만족스럽지 않았죠.”
레드삭스에 0승 4패 대패를 했다.
뎁스가 약한 에인절스는 주전 중심으로 경기가 돌아가기 때문에 컨디션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더 써야 했다.
“그러니 오늘 3연전을 월드시리즈라고 생각하면서 임해 봐요. 물론 월드 시리즈에 진출해 본 적 없는 저희에게 다소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예행연습이라고 생각하면 편하잖아요?”
도진의 안광이 자신감을 뿜어냈다.
선수들도 끄덕이는 목에 각오가 더해졌다.
“첫 경기. 무조건 잡겠습니다. 내리 2연승 거둬버리고 마지막 경기마저 쉬도록 해요.”
도진은 오늘 선발 투수로 나서게 됐다.
그 상대는 조이 히메네즈.
레인저스 역시 총력전이 예고되어 있었다.
* * *
[레인저스와 에인절스의 경기가 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늘 이 두 팀의 경기가 화두잖아요?] [그렇죠. 두 팀을 제외하면 전부 순위가 정해졌어요. 무엇보다 이번 시리즈에서 지는 팀은 아쉽게도 와일드카드로 떨어지게 됩니다.] [다만 승리하는 팀은 2위를 달성하며 디비전 시리즈를 직행하게 되니 재밌는 경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바로 레인저스 라인업부터 확인해 보도록 하시죠.]1. 잭슨 스미스. CF.
2. 타일러 로드리게스. SS.
3. 로안 마르티네즈. 1B.
4. 코너 톰슨. LF.
5. 에단 존슨. 3B.
6. 다이런 가르시아. RF.
7. 메이손 데이비스. C.
8. 칼렙 라미레즈. 2B.
9. 아드리안 클락. DH.
P. 조이 히메네즈.
[다음은 에인절스입니다.]1. 도진 킴 DH.
2. 마르셀로 무냐. LF.
3. 켄 매논. SS.
4. 호세 로드리게스. 1B.
5. 제롬 블랙. RF.
6. 라이언 스미스. CF.
7. 윌리엄 바스테스. 3B.
8. 그레그 호먼. 2B.
9. 상우 리. C.
P. 도진 킴.
[먼저 레인저스는 이번 시즌 제일 많이 봐왔던 라인업입니다.] [네. 제일 자신 있는 선수들로 꾸렸다는 이야기죠.] [에인절스는 변화가 보여요. 킴이 선봉장을 맡게 되었어요! 그만큼 이 경기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겠지만요.] [그렇습니다. 킴이 1번 타자로 다시 복귀했습니다. 사실 후반기에 들어서 에인절스는 킴을 쭉 지명타자로 사용하거나 9번 타자로 기용했거든요?] [체력 때문이겠죠?] [네. 팬들과 전문가들은 아쉬워했지만, 결국 에인절스는 현재 아메리칸 리그 서부 1위입니다. 계획이 들어맞았다고 볼 수 있죠.] [물러설 수 없는 대결에서 그가 1번 타자로 복귀했다는 것. 아마 차후 플레이오프 경기에서도 상위타자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겠죠?] [아마 그럴 것 같습니다.]때마침 도진이 타석에 들어서고 있었다.
해설은 재빨리 소개를 이어 나갔다.
[킴. 타석에서 그의 성적은 타율 3할 8리. 홈런 28개. 타점은 93개입니다. 도루는…… 29개네요.] [작년보다 훨씬 덜 뛰긴 했죠. 아마 그의 포지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일 겁니다.] [주자의 체력 소모가 크잖아요?] [그렇죠. 킴은 작년 타격에 힘을 더 쏟아부은 모습이었습니다. 다만 이번 시즌에는 선발 투수가 되며, 투수로서 힘을 더 써야 했죠. 사실 저 기록이 아쉽다고 느껴질 만한 기록은 아니잖아요?] [동의합니다. 몰아치면 30-30에 100타점을 기록할 수 있고, 오늘 승리까지 거둔다면 킴은 17승 투수가 됩니다! 물론 조금 못 미쳐도 이미 훌륭한 성적이지만, 팬들은 기록 달성을 원하고 있을 겁니다.] [물론 그의 앞을 막아서는 상대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올 시즌 20승 7패 방어율 2.45를 기록 중인 조이 히메네즈니까요.] [두 MVP 후보의 대결 한번 지켜보도록 하시죠.]* * *
도진은 타석에 들어서며 조이 히메네즈를 힐끗 쳐다봤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도진은 목 인사를 건넸다.
조이 히메네즈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도진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어휴. 조이는 아무리 봐도 무섭다니까?’
내셔널리그에 조엘 오스틴이 있다면 아메리칸 리그에는 조이 히메네즈가 있다.
그런 선수와 지금 단두대 매치를 앞두고 있었기에 입 안이 바짝바짝 말랐다.
‘오늘 감독님께 1번 타자를 달라고 조르기는 했는데…….’
도진은 오늘 경기가 시작되기 전.
9번 타자에 이름이 올라간 걸 급하게 수정하고자 조 캐넌 감독을 찾았고.
떼를 써서 겨우 1번 타자로 복귀할 수 있었다.
본래 선발 투수로 나설 때는 마음 편히 9번 지명타자로서 활동해 투수로서도 힘을 더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냥 힘을 내서는 레인저스를 이길 수 없었다.
‘2선발은 벨. 1차전 이기면 연달아 2차전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도진은 오늘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레인저스를 이기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시작이 중요하다.
‘기선제압 해보자.’
도진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사인을 기다리던 조이 히메네즈는 후! 짧게 숨을 내뱉었다.
‘잡아야만 한다.’
팀의 디비전시리즈 직행도.
선수로서의 자존심도.
도진과의 첫 타석 승부에 전부 걸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안타도 내줄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팀 전체의 분위기가 흔들릴 테니까.
레인저스는.
그리고 다른 메이저리그 구단은 도진을 경계하고 있다.
그는 이미 슈퍼스타 반열까지 한 발짝을 남겨두고 있었으니까.
슈퍼스타.
그들에겐 경기를 쥐고 흔들 능력이 있었다.
그러니 도진이 적어도 그 반열에 오르기 전 눌러놔야만 레인저스가 웃을 수 있다.
‘쉽지는 않겠지.’
도진은 고작 2년 차에 자신과 경쟁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조이는 누군가 자신의 뒤꽁무니를 쫓아오는 느낌은 처음 받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은 언제나 앞에 달리는 선수들을 역전해 왔으니까.
침이 바짝바짝 말랐다.
손바닥을 흥건히 적신 땀은 거짓이 아니었다.
‘내가…….’
조이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하지만 불편한 감정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떨고 있다고?’
MVP와 사이 영을 2번이나 수상한 내가?
어째서일까?
이유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넌 처음부터 그랬지.’
이상하게도 도진은 자신의 생각을 읽는 듯했다.
그만큼 어떤 공을 던져도 도진은 즉각 대응했다.
‘사인이 읽힌 건 아니야.’
그럴 리가 없었다.
사인 훔치기가 존재한다 해도 매번 사인을 훔칠 수는 없는 노릇.
무엇보다 에인절스는 사인을 훔치지 않는 구단이라고 익히 잘 알려져 있었다.
‘그냥 저 친구의 재능이 남다른 거다.’
조이는 그렇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결론은 확신이 서려 있었다.
‘원래 메이저리그에는 수십 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 하는 천재가 하나도 아닌 여럿이 나오는 법이지.’
조이는 그 광경을 쭉 봐왔다.
무엇보다 자신 역시 그런 부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도진은 달랐다.
그는 수십 년이 아니라 수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역사상 유일무이한 재능이었다.
그러니 떨고 있는 자신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었다.
‘난…… 방어전을 치르는 게 아니라 도전자다.’
여기서 승리해서 다시 상대를 도전자로 만들면 그만이다.
이 또한 조이 히메네즈의 멘탈 관리 방법.
덕분에 이 자리에 도달했고 유지해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순간 그의 코 주변에 주름이 구겨졌다.
‘정말 그럴까?’
아니.
도진은 다르다.
조이 히메네즈는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자신이 도전자의 자리로 내려가는 순간 앞으로도 쭉 도전자일 거라는 생각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긴다. 적어도 내가 지금은 더 나아.’
조이 히메네즈는 생각을 전환했다.
약한 마음을 갖는 순간 도진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내가 나은 부분이라면…….’
조이 히메네즈의 입꼬리가 꿈틀댔다.
‘경험.’
적어도 경험만큼은 도진을 압도하고 있었다.
‘너. 처음이잖아.’
목숨줄이 오가는 경기는 처음 뛰어보는 거잖아.
도진에겐 그 경험이 없었다.
작년 시즌 와일드카드전을 통과하면 디비전시리즈에 안착했지만, 그것뿐이었다.
반대로 자신은 숱한 와일드카드전도 치러봤고, 월드시리즈까지 밟아봤다.
고로.
‘내가 낫다.’
조이 히메네즈는 감정을 완전히 추슬렀다.
다만 한편, 투구를 기다리던 도진이 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멘탈 관리가 참 빠르네.’
표정에서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도진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걸 어쩌죠?’
상대의 마음이 순간 흔들렸다.
애써 다잡았다고 해도 곧장 진정시킬 수는 없을 터.
더욱이 상대가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결국 인간이다.
지면 나락을 향할 수도 있는 이 중요한 경기에서 100%의 힘을 발휘하긴 힘들 것이다.
자신감이 넘쳤다면?
예전처럼 꾸물거릴 이유가 없이 즉각 피칭으로 보여줬을 테니까.
‘나도 마찬가지겠지만.’
하지만 상관없었다.
에인절스는 레인저스보다 잃을 게 없다.
적어도 에인절스를 제외하면 남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것이다.
‘부담은 저보다 조이 당신이 훨씬 많겠죠.’
말아쥔 배트에 힘이 들어갔다.
그 즉시 초구가 날아왔다.
강한 풍량을 일으킨 투구가 한복판으로 향하자.
부웅.
왼쪽 입꼬리가 올라간 도진의 배트가 거침없이 나왔다.
그러나 배트의 궤적은 이상했다.
한복판을 향하는 대신 바깥쪽 하단에서부터 크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그 즉시 조이 히메네즈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포수의 흡! 들이마시는 숨소리가 그라운드를 가득 메웠다.
둘의 생각이 교차했다.
‘슬라이더가…….’
읽혔다.
그리고 맞는다.
Fu**!
따—악!
경쾌한 타구음은 담장을 넘길 것임을 알렸다.
도진은 무심하게 배트를 바닥에 툭 던져놓고 1루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홈런! 홈런입니다! 에인절스가 1회 초 리드오프 홈런으로 1:0으로 앞서 나가게 됩니다!]물러설 수 없는 단두대 시리즈에서 에인절스는 도진의 홈런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