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61)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61화(361/400)
[리드 오프 홈런! 에인절스가 1:0으로 앞서 나갑니다!] [킴은 이번에도 조이의 슬라이더를 완벽히 받아쳤습니다. 원래 저렇게 쉽게 맞출 수 있는 공이 아니거든요? 구속, 구질, 코스. 무엇하나 빠질 게 없는 투구였거든요.] [이번 공은 노렸다고 볼 수 있겠죠.] [노렸습니다. 노리지 않고서는 배트의 궤적이 저렇게 완벽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정말 다재다능한 선수입니다. 기록 또한 그렇게 말해주고 있고요. 29개의 홈런. 30홈런을 고작 하나 남겨두고 있습니다!]도진은 유유히 베이스를 돌았다.
3루에서 홈을 쇄도할 때는 에인절스가 터를 잡은 3루 측 더그아웃을 향해 고개를 휙 돌렸다.
오른손을 펼쳤다.
그중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접어 3이란 숫자를 그렸다.
에인절스 선수들은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저게 무슨 뜻일까? 도무지 의미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오늘 30홈런 치겠다는 소리네요.”
상우의 목소리가 더그아웃에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덕분에 선수들의 눈동자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팀 중심이 그렇다고 선언하니 믿음이 갔다.
무엇보다 이건 마치.
신개념 예고 홈런.
온몸에 전율이 흐르기 시작했다.
물론 기록을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이 더 컸다.
야구에서 홈런은 치고 싶다고 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단두대 시리즈에서 이기려면 자신감은 필수.
도진이 그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었다.
더그아웃에 도착한 도진은 일원들의 축하를 받았다.
도진은 전원과 하이파이브 후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정신 바짝 차려서 이겨보죠.”
* * *
도진의 세레모니를 본 건 에인절스 선수들뿐만이 아니었다.
마운드를 지키는 조이 히메네즈도 그의 세레모니를 봤고 의미를 알고 있었다.
‘감히…….’
나를 상대로 예고 홈런을?
안다.
저 세레모니가 자신을 도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기 위함이라는 것을.
놀란 카브레라처럼 대놓고 담장을 가리키는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조이는 저 세레모니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쫓기는 상황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초조해져서일 수도 있겠지만, 초구부터 최고의 공을 던졌지만 결국 원했던 결과는커녕 상처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해설들도 카메라가 도진을 비추는 바람에 그의 세레모니를 접했다.
[숫자 3의 뜻이 무엇일까요?] [신개념 예고 홈런인 것 같은데요? 정말 멋집니다! 감히 말하건대 지금이 새로운 슈퍼스타를 영접하는 순간입니다!]또한 이 경기를 아주 먼 지역에서 티비 라이브로 지켜보던 구단이 있었으니.
뉴욕 양키스.
그들은 이미 1위를 확정 지어놨기 때문에 주전 선수들을 거의 다 제외한 채 마지막 시리즈를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경기에 나가지 않은 주전 선수들은 더그아웃을 지키기는커녕 앞으로 자신들의 상대가 될 수도 있는 두 팀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쩝.”
등을 잔뜩 기댄 채 티비를 보고 있던 놀란 카브레라는 입맛을 다셨다.
그의 옆에 턱을 괴며 무심하게 지켜보던 타카시 사토는 피식 웃더니 물었다.
“배고프면 가서 뭐라도 먹어라.”
“이 자식 또. 알면서 이러네.”
“확실히. 네 세레모니보다는 간결하고 멋있는 거 같군.”
“닥쳐라. 굳이 해설해주지 않아도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물론 바꾸는 걸 권장하지는 않는다.”
“왜. 난 못할 것 같냐?”
“넌 지금의 도발이 더 잘 어울려. 상대 투수를 상대로 대놓고 자신감을 표출하는 거니까.”
“흠흠.”
놀란 카브레라는 빙그레 웃었다.
왠지 사토가 그렇다면 정말 그런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놈은 진지해도 한없이 진지했다.
“그래도 여전히 볼품은 부족하지만.”
“알았다고! 일 절만 해! 그나저나 경기 재밌어지겠네.”
“확실히. 우리의 예측을 시작부터 벗어나고 있어.”
놀란과 사토는 레인저스의 승리를 예견했다.
레인저스는 강팀이고 에인절스는 약팀이라서 그랬다.
경험도 실력도 전부 부족한데, 부담감마저 철철 흐르는 경기에서 선수가 본 모습을 발휘하기가 어디 쉽던가?
더욱이 오늘 선발 투수가 누구던가?
이번 시즌 20승으로 화룡점정을 찍어버린 아메리칸 리그 최고의 투수 조이 히메네즈였다.
놀란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 레인저스가 이겼으면 하는 바람이 조금 가미된 것도 있었겠지.”
레인저스는 강팀이다.
저들이 2번 시드를 획득하면 양키스는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레인저스를 만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레인저스는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양키스는 옛 명성을 되찾을 만큼 투타 모두 최고의 조화를 이루고 있어 레인저스보다 전력에서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에인절스에는 도진이 있었다.
사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맞받아쳤다.
“고작 선수 하나 때문에 레인저스가 이기길 바라다니.”
에인절스가 3번 시드가 된다면?
와일드카드전을 치러야 한다.
체력도 당연히 더 소모될 것이다.
둘은 이왕이면 월드시리즈로 향하는 문턱에서 도진을 만나게 되면 그가 잔뜩 지쳐있길 바랐다.
지금 티비에 비치는 도진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둘은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었다.
“한계를 모르는 친구니까.”
그는 야구에서 기본이자 핵심인 데이터를 무시하는 선수였다.
* * *
1회 초가 끝이 났다.
전광판에 기록된 안타의 숫자는 고작 1. 볼넷은 0이었다.
도진의 홈런을 제외하면 그 어떤 선수도 출루하지 못했다.
정신을 바짝 차린 조이 히메네즈가 에인절스 타자들을 틀어막았다.
공수가 교대되며 도진은 마운드에 서게 됐다.
그 역시도 전광판을 슬쩍 확인하며 짧게 숨을 내뱉었다.
‘역시. 조이 히메네즈네.’
야구에서 제일 손쉽게 승리하는 방법은 상대 투수의 멘탈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자신은 리드오프로 출전해 초구를 노려 홈런을 쳤고 세레모니까지 펼쳤다.
조이 히메네즈의 멘탈을 나락으로 보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조이 히메네즈는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잠잠하던 그의 화를 돋우는 셈이 됐지만, 도진은 차분했다.
‘상관없어. 이제부터는 쭉 넘어야 할 산 중 하나일 뿐이야.’
에인절스는 작년에 와일드카드와 디비전시리즈를 경험해 봤다.
그때와 만만치 않게 중요한 경기지만, 이번 시리즈는 적어도 진다고 해서 시즌을 마감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이 시리즈가 끝나고 나면 앞으로 한 경기 한 경기가 지옥이나 다름없을 만큼 혈투가 벌여야겠지.’
그래도 지옥에 발을 담글 거라면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임하는 게 백번 낫잖아?
무엇보다 도진에게 이번 시리즈 승리는 고작 와일드카드를 피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구 우승이 걸려 있어.’
에인절스의 마지막 지구 우승은 2014년.
무려 20년하고도 4년이 더 흘렀다.
2010년 후반대부터 2020년 초반, 에인절스의 뎁스도 정말 강했던 적이 있다.
마이크 트라웃과 오타니 쇼헤이를 필두로 다양한 선수들이 아우러져 우승 후보까지 거론된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때도 결국 우승하지 못했다.
‘한참 못 미쳤지. 이상하게 이 구단은 우승과 거리가 멀단 말이지.’
핵심 선수들은 잘해주었지만, 그 외 선수들이 아주 죽을 쒔다.
그런데 이번 시즌 그 저주를 끊어낼 수 있는 적기가 찾아왔고, 조이 히메네즈를 넘어서면 5부 능선까지는 도달한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잭슨 스미스.
올해 20-40을 기록한 강타자에 발도 빠른 선수였다.
상우는 미트를 바닥에 툭툭 치며 사인을 보냈다.
다채롭게 가자.
도진은 사인의 의미를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본격적인 사인이 나왔다.
몸쪽 투심.
이왕 기를 눌러버릴 거 공격적으로 가자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좋지.’
도진은 와인드업에 돌입했다.
손을 떠난 공이 한복판으로 향하더니 크게 꿈틀대며 우타자의 몸쪽으로 향했다.
타자의 스윙이 나왔지만, 지저분한 구질을 동반한 투구는 배트를 외면하더니 미트에 꽂혔다.
퍼억!
“스트라이크!”
2구를 앞둔 상우는 다시 한번 타자의 몸쪽에 붙어 앉았다.
도진은 고민 없이 즉각 와인드업했다.
무대가 무대인지라 꾸물거림은 타자에게 생각할 시간만 더 주는 셈.
앞서 조이가 자신에게 감정을 읽혀 약점을 드러낸 것을 도진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공이 미트로 날아갔다.
같은 궤적.
하지만 다른 속도와 구질.
크게 힘을 잃고 바닥으로 향하는 투구가 타자의 배트를 여유롭게 외면하며 미트에 꽂혔다.
“스트라이크 투!”
두 번째 스트라이크 선언이 심판에게서 들려오자, 타자 잭슨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젠장!’
정신 차려보니 벌써 2스트라이크다.
여기서 출루해야지만, 팀원들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데 벌써부터 그 목적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출루해야 한다. 몸에 맞아서라도 나가야 한다.’
그게 가능할까?
도진을 바라볼수록 잭슨의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다.
‘보고 친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해.’
노리자. 이것 말고는 당장 방법이 없다.
그런데 뭘 노려야 하지?
도진이 던질 수 있는 구종은 포심, 투심, 서클 체인지업 그리고 스플링커가 있다.
그중에서도 포심 패스트볼이 타자의 뇌리에 박혀 있었다.
‘놈의 무기는 누가 뭐래도 포심 패스트볼.’
최근 들어 도진은 승부를 빠르게 가져가려는 피칭을 선보이고 있었다.
‘아마 체력 때문이겠지.’
그러니 포심을 노린다.
체력을 최대한 보존하려면 표심밖에 없었다.
만약 다른 구종을 던진다면?
‘경기가 중반에 다다를 즘에 마운드에서 내려가겠지.’
오늘 레인저스의 목표는 도진의 빠른 강판이다.
그는 조이 히메네즈에 조금 못 미치는 투수지만, 사실 그 자체가 대단한 것이었다.
3구. 공이 날아왔다.
‘저 구종이 포심이 아닐 수 없다.’
중력을 거스르는 소리.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오는 속도.
이 모든 정황이 포심이라고 알렸다.
타자의 배트가 자신감을 머금고 나갔다.
하지만 타자는 배트를 휘두른 직후 넋을 잃어버렸다.
부웅.
짧게 떨어지는 투구는 배트에 맞기는커녕 얄궂은 바람 소리만을 냈다.
그리고 그 직후.
퍼엉!
고막을 찢어버릴 듯한 소리에 이어 심판의 목소리는 쐐기를 박았다.
“스트라이크 아웃!”
구종은 스플링커.
타자의 예측을 가볍게 빗나갔다.
삼진을 당한 타자는 다음 타자인 타일러 로드리게스에게 다가가 고개를 저었다.
“포심은 던지지 않았어. 충분히 노려봄 직할 것 같다. 그리고 미안하다.”
타일러 로드리게스는 그의 어깨를 톡톡 도닥이고 타석에 들어섰다.
‘포심만 노린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예상은 전부 빗나갔다.
초구 체인지업. 2구. 스플링커. 3구. 투심.
예측을 크게 빗나갔다.
퍼억!
“스트라이크 아웃!”
도진은 다음 타자까지 깔끔하게 처리하며 삼자범퇴 이닝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 * *
경기가 이어지며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도진은 추가 안타와 도루까지 기록하며 30도루를 달성했지만, 이 기록은 금방 빛이 바랬다.
도진은 4회에 피홈런 하나.
5회에 연속 안타를 맞게 되며 1:2로 역전당했기 때문이다.
패색이 짙어지는 가운데 유일하게 도진만큼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아직 1점 차.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점수에요.”
도진은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려고 노력했다.
그의 노고를 알았던 선수들도 금세 정신을 차리겠다며 각오를 다졌지만, 어디 야구가 각오만큼 결과가 그대로 나오는 법이던가?
그만큼 조이 히메네즈라는 벽은 크고 두터웠다.
망치로 강하게 두들긴다고 해서 실금조차 날 기미가 없었다.
어느덧 경기는 7회를 맞이했다.
계속해서 흐르는 이닝과 다르게 점수는 변동이 없었다.
‘하아. 큰일이네.’
평정심을 줄곧 유지하던 도진마저 중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오늘 3타수 2안타. 투수로서도 고작 2실점으로 제 몫을 다하고 있었음에도 팀은 승리에서 계속해서 멀어졌다.
‘역시 혼자는 좀 외롭네.’
혼자 잘해서는 팀을 승리로 이끌기에 다소 부족하다는 것을 도진은 다시 한번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나 손끝에 걸린 희망만큼은 끝까지 놓지 않았다.
‘기회는 온다.’
난세에는.
영웅이 태어나는 법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