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63)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63화(363/400)
상우의 타구가 펜스를 맞는 순간 떠들썩했던 관중석이 침묵을 유지했다.
[리! 1타점 2루타를 기록하며 동률을 만듭니다!] [와우. 멋진 타격이었습니다. 갖다 맞추는 타격을 했음에도 힘이 완전히 실려 있었어요. [더군다나 스코어는 1:2. 타자의 부담이 컸을 거잖아요?] [어휴. 상상도 하기 싫어질 정도죠. 솔직히 타자들은 오늘같이 중요한 날에는 자신에게 찬스가 오지 말았으면 하는 선수들도 꽤 많습니다. 그런데 리는 해냈어요!] [한마디로 영웅의 등장이군요!] [네. 새로운 영웅이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내기 일보 직전입니다. 물론! 경기에서 승리해야지만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 겁니다.] [그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그의 친구이자 동료가 도울 수 있을까요? 킴. 타석에 들어섭니다.]도진은 뚜벅뚜벅 타석으로 걸어 나갔다.
그 즉시 레인저스 더그아웃은 타임을 불렀다.
“타임!”
레인저스 감독은 서둘러 마운드를 방문했다.
“조이. 어떡할래.”
그는 레인저스의 1선발이자 아메리칸 리그 최고의 투수.
여기서는 강제로 강판시키는 것보단 이야기를 들어보는 편이 낫다.
“죄송합니다.”
“죄송하긴. 자네는 잘 던지고 있어.”
감독의 덕담에 결단이 선 조이 히메네즈는 눈을 부릅떴다.
도진을 힐끗 쳐다본 이후에는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계속 던지겠습니다.”
“이유를 물어봐도 괜찮겠나?”
“감독님도 잘 아시겠지만, 이번 시리즈는 저 친구를 넘어서지 못하면 저희가 질 확률이 높습니다.”
감독은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여기서 저 선수에게 쐐기를 맞아버리면 이번 시리즈는 힘들어지겠지.”
오늘 승패는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승부나 다름없었다.
팀 내 최고 선수들과의 맞대결이었으니까.
여기서 물러나는 순간 간접적인 패배를 선언한 것이었기에 패배한 선수들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난 자네를 믿네.”
툭툭.
감독은 그대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 광경을 지켜본 해설들은 침을 꼴딱 삼켰다.
[결국 예측하신 대로 조이 히메네즈가 마운드에 남게 됐습니다.] [네.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투수나 감독이라도 저렇게 했을 겁니다.] [1차전이 또 그만큼 중요하기도 해서 그렇죠?] [네. 1차전에서 이긴 팀은 상대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조이 히메네즈는 다시 한번 킴을 만나게 됐는데 오늘은 킴이 앞서나가고 있죠. 이 굴레를 끊어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지 경험 많은 조이가 제일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과연 승부의 행방은 어디로 향할지!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 *
조이 히메네즈는 머리가 복잡했다.
2아웃 2루.
상대는 또다시 맞이한 도진이었다.
여기서 그나마 안전한 방법이라면 도진을 1루로 내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100% 안전한가?
그건 또 아니었다.
도진의 다음 타자는 마르셀로.
득점권에서 클러치 능력이 아주 다부진 선수였다.
자칫 1실점에서 그칠 게 2실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재역전되지만 않는다면, 아직 레인저스는 두 번의 공격 기회가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부분은 바로 자존심.
팀의 중심이자 에이스가 꼬리를 내린다?
이번 시리즈의 행방은 불 보듯 뻔했다.
패배. 레인저스가 맞이할 운명이었다.
하지만 도진을 잡아낸다면 앞선 걱정들이 전부 무의미해진다.
팀의 사기를 끌어 올릴 수도, 자신감도 지킬 수 있었다.
경기를 길게 끌고 나가 연장을 맞이해도 뎁스가 강한 레인저스가 우위에 있다.
그러니 세상이 멸망해도 여기서 피한다는 건 있어선 안 된다.
‘내가 책임진다.’
조이는 허리를 슬쩍 굽혀 포수와 사인으로 대화를 나눴다.
‘조이. 어떡할래?’
‘널 믿는다.’
체인지업 사인이 나오자 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도진 역시 배터리의 수를 읽으려고 노력했다.
‘뭘 던지려나?’
여전히 자신 있을 슬라이더?
아닐 것이다.
적어도 초구부터 슬라이더를 던질 수는 없겠지.
도진은 앞서 2안타를 모두 슬라이더를 받아쳐서 만들었다.
그렇기에 투수가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한들, 두 번이나 맞은 슬라이더를 던질 확률은 0%.
‘그럼 패스트볼이냐 체인지업이냐.’
아니면 잘 던지지 않는 커브냐.
하아.
도진의 입에서 심호흡을 빙자한 한숨이 섞여 나왔다.
어렵다. 너무 어렵다.
이렇게나 부담 넘치는 승부는 커리어상 처음이었다.
‘괜찮아.’
도진은 부담에서 벗어나고자 자신을 다독였다.
이 부담은 조이도 느끼고 있을 테니 말이다.
‘일단은…… 체인지업을 노려보자.’
걸칠 거 같으면 휘두르고 벗어나면 참는다.
결정 내린 순간 공은 던져졌다.
도진은 이미 결단을 내렸음에도 머뭇거렸다.
‘젠장. 애매하다.’
걸칠 것 같기도.
완전히 떨어져 버릴 것 같았기도 했다.
도진은 결국 스윙했다.
하지만 홈 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지는 공은 그의 배트를 우습게 외면했다.
“스트라이크!”
도진은 고개를 좌우로 까닥였다.
아쉽다기보다는 놀라워서 그랬다.
‘여전히 이런 공을 던질 수 있다고?’
투수의 투구 수는 벌써 100구를 넘었다.
더욱이 단두대 시리즈로 부담감도 넘칠 테니 피로감은 더 몰려올 것이다.
그런데도 그의 투구는 완벽했다.
‘젠장. 일 났네.’
지금같이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상황에서 초구 스트라이크라니.
천금을 줘서라도 외면했어야만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도진의 견해였을 뿐 배터리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이번에도 자신들의 생각이 읽혀버려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2구. 손을 떠난 공은 커브.
하늘 높이 치솟았다가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커브는 스트라이크 존에 걸칠 듯 말 듯 날아왔다.
도진은 참기로 했다.
이런 애매한 공은 건드려봤자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았을 게 뻔했다.
퍼억.
일순 정적이 흘렀다.
도진은 미트를 멍하니 바라봤다.
포수는 미트를 그대로 고정했다.
조이는 기대감이 잔뜩 서린 눈빛으로 심판의 콜을 기다렸다.
“볼!”
마운드와 홈플레이트의 거리인 18.44m 간격으로 환희와 아쉬움이 공존했다.
도진과 조이는 심판의 선언에 천당과 지옥을 번갈아 가며 맛보고 있었다.
3구.
도진은 패스트볼을 노렸다.
하지만 조이의 손을 떠난 구종은 슬라이더.
부웅.
크게 헛스윙한 도진의 안광에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스트라이크 투!”
카운트는 1-2.
스트라이크 카운트 하나면 도진은 그대로 타석에서 물러서야만 했다.
벼랑 끝에 놓인 그의 심장이 사정없이 뛰어댔다.
꿀꺽.
침이 넘어갔다.
들킬 수 있는 감정이지만, 제어할 힘이 없었다.
그래도 도진의 머리만큼은 재빨리 돌아가고 있었다.
‘패스트볼이냐. 체인지업이냐. 아니면 슬라이더냐.’
커브는 제외했다.
앞서 커브를 경험하고 나서 다시 한번 던질 배짱이 안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조이 역시 지쳤고, 이 중요한 상황에서 운에 맡기려 들지 않겠지.’
생각을 정리하는 순간 공이 날아왔다.
인터벌이 매우 빨랐던 것이었다.
허를 찔린 도진의 배트가 움직였다.
그런데도 도진의 머릿속은 여전히 고민에 휩싸여 있었다.
‘무슨 공이길래…….’
도진의 입꼬리가 순간 미소를 띠었다.
하지만 그의 몸짓만큼은 다급함이 서려 있었다.
‘참아야 한다!’
슬라이더.
배터리는 앞서 헛스윙한 공을 인터벌 없이 빠르게 던져 같은 결과를 원하고 있을 테니까.
도진의 예상대로 투구는 홈 플레이트 부근에 다다라서 크게 꿈틀댔다.
휘어져 나간 슬라이더는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
도진은 배트를 멈춰 세웠지만, 미간이 구부려졌다.
제때 멈췄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 그랬다.
도진은 멈춘 자세 그대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포수는 재빨리 일어나 1루심을 가리켰고 조이의 기대감 섞인 시선 역시 1루심에 고정됐다.
1루심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애매하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미동 없는 도진의 배트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고는.
모은 양팔을 펼쳤다.
“세이프!”
1루 측 더그아웃.
즉 레인저스 더그아웃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심판! 판정 똑바로 안 해?”
레인저스의 감독.
그가 불만을 품고 더그아웃을 뛰쳐나와 1루 심을 향해 가슴을 들이밀었다.
“돌아갔잖아! 스윙이잖아!”
돌아가지 않았다.
판정은 정확했다.
하지만 감독의 이런 행동은 어디까지나 조이 히메네즈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이 두 선수의 승부에 운명이 걸려 있었다.
“You’re outta here.”
심판은 결국 레인저스 감독에게 퇴장을 선언했다.
욕지거리를 내뱉던 감독은 금세 수긍하며 더그아웃을 떠났다.
이 광경을 멀뚱멀뚱 지켜보던 도진의 표정에 광기가 묻어 나왔다.
‘이렇게까지 한다고?’
도진도 알고 있었다.
이 타석에서의 승부가 이 시리즈의 운명을 결정하리라는 것을.
‘내가 안다는 건 레인저스도 안다는 거야.’
그렇기에 감독의 행동은 선수의 기를 살려주면서 이미 100구를 넘긴 조이 히메네즈가 조금이라도 휴식할 시간을 주려는 하나의 쇼였다.
‘그래도 괜찮아.’
카운트는 2-2.
여전히 타자가 불리하지만 상관없었다.
‘조이. 던질 수 있는 공 하나밖에 없잖아요.’
그거 던질 거잖아요.
그러니까…….
제대로 붙어보죠.
도진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등 뒤에 숨긴 조이 히메네즈는 공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사인.
나오지 않았다.
지금 던질 수 있는 공은 단 하나.
자신의 결정구인 슬라이더도 아니었다.
패스트볼밖에 던질 수 없었다.
슬라이더는 이미 도진에게 읽힌다.
체인지업 또한 걸리면 넘어갈 수 있다.
그렇다고 유인구로 던지자니 3-2 풀카운트가 된다.
감독에게 이번 이닝 직접 해결하기로 했다.
그러니 정면 승부만이 답이었다.
상대 역시 패스트볼을 예측할 것이다.
그래도 상관 없다.
알고 있다고 한들 무조건 안타가 나온다?
절대 아니다.
힘으로 누르면 된다.
구위에서 짓눌러 범타를 만들면 된다.
포심 패스트볼은 일직선으로 공이 날아가지만, 타자는 로케이션과 구속까지 신경 써서 타이밍을 맞춰야만 한다.
고로.
‘내가 이긴다.’
양 선수의 생각이 교차했다.
조이의 자신감 넘치는 와인드업이 들어갔다.
주자가 2루에 있었음에도 말이다.
깜짝 놀란 상우는 뛸 타이밍을 놓쳤다.
2루에 주자가 있는데 와인드업하리라고는 일절 예측하지 못해서 그랬다.
공은 던져졌다.
중력을 거스르는 강력한 패스트볼이 굉음을 내지르며 미트로 날아갔다.
도진의 배트가 나왔다.
빠악!
공이 배트와 만났다.
즉시 도진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밀린다.
이대로는 먹힌 타구가 나온다.
“흐읍!”
순간 도진의 솜털이 전부 쭈뼛 섰다.
들이마신 숨을 바탕으로 이를 악물고는 있는 힘껏 배트를 잡아당겼다.
배트는 도진의 손에서 벗어나 3루 측 더그아웃으로 날아갔다.
온 힘을 다해 휘두른 배트가 공에 맞닿는 순간 힘이 상쇄되며 배트가 손에서 빠져버렸다.
그런데도 도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타구는.
둥실둥실 외야로 날아가고 있었으니까.
도진은 1루로 발걸음을 내딛는 도중.
3루 측 더그아웃을 향해 손 모양으로 숫자 3을 만들었다.
‘넘어간다.’
좌익수가 펜스 근처에서 점프하겠다고 머뭇거렸지만 그는 결국 고개를 떨궜다.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스코어는 4:2.
에인절스는 8회 역전했고.
이 타점은 결승 타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