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64)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64화(364/400)
[타구는 담장을 그대로 넘겨 버립니다! 투 런 홈런! 에인절스 8회에 리드를 다시 가져옵니다!]상우는 홈 플레이트 앞에서 도진이 베이스를 도는 모습을 지켜봤다.
‘제엔장!’
상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렇게라도 힘을 한 곳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온몸을 지배하는 전율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김도진. 역시 넌 해내는구나!’
오늘만큼은 자신에게 쏠릴 줄 알았던 스포트라이트가 다시 한번 도진에게 넘어갔다.
아무렴 어때.
에인절스는 오늘 경기 승리를 거둘 테니까.
짝.
도진이 홈플레이트를 밟는 순간 둘은 하이파이브와 옛 기억을 살려 핸드 셰이크도 나눴다.
함께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길에는 대기 타석에서 기다리던 마르셀로와도 포옹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호세는 양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자 그의 옆에 있던 벨이 한마디 내뱉었다.
“봤냐?”
“봤다.”
“나도.”
오늘 경기 승리.
그리고 시리즈의 승리.
더 나아가 디비전 시리즈 직행과 리그 우승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호세는 벨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그래도 조금만 더 부탁한다.”
“그러게나 말이다. 이번 시즌이야말로 꿈의 무대를 밟을 적기인 것 같다.”
호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인저스를 제치고 리그 1위가 보인다.
더욱이 상대는 레인저스의 철옹성 조이 히메네즈였다.
그가 무너졌다.
에인절스의 에이스에게 말이다.
때마침 도진이 더그아웃에 도착했다.
선수들은 일제히 도진의 헬멧을 두들겼다.
벨은 어깨를 좌우로 풀더니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가자.”
“어딜?”
“축하하러.”
“웬일이냐? 늘 점잖이나 떨던 놈이.”
“이런 날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
그러더니 선수들과 함께 가세해 도진의 헬멧을 함께 두들겼다.
호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곧바로 세레모니의 행렬에 참여했다.
콩. 콩. 콩.
세레모니가 끝난 직후 도진은 호세와 벨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잘했죠?”
둘은 동시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잘했다! 아주 잘했어!”
* * *
1차전은 에인절스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리고 대망의 2차전.
[8회 초. 스코어는 2:0. 2사 주자 만루. 리 타석에 들어섭니다.]따—악!
[홈런! 만루 홈런이 나옵니다! 리! 역사상 첫 그랜드슬램이 시즌 막바지 리그 우승을 앞둔 중요한 경기에서 터져버립니다! 6:0! 에인절스가 크게 앞서 나갑니다.].
.
.
[벨 조이스 8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마운드에서 내려갑니다.] [아. 에인절스! 지구 우승을 코 앞에 두고 있습니다!]이미 첫날의 패배가 뼛속까지 각인 된 레인저스는 벨을 공략하지 못했다.
더욱이 상우에게 만루홈런까지 허용해 완전히 꺾여 버렸다.
대망의 9회 말 2아웃.
에인절스 선수들은 일제히 더그아웃 입구에서 몸을 반쯤 숙이며 언제든지 뛰쳐나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가자 일제히 더그아웃을 뛰쳐나갔다.
[에인절스! 2039 아메리칸 리그 서부 지구 우승을 달성합니다!]에인절스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축하를 나눴다.
도진은 묵묵히 선수들과 하이 파이브를 나누던 그때.
그런 그를 조이 히메네즈가 찾았다.
“헤이. 킴.”
도진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가 재빨리 레인저스 더그아웃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조이 히메네즈는. 그리고 레인저스는 패배하며 와일드카드가 확정되었다.
그런데 당장 라커룸으로 들어가 분노를 표출하지는 못할망정 자신을 찾았다.
“고생 많았다.”
“조이도 고생 많았어요.”
조이의 표정엔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그만 성장해라. 무섭다.”
“에이. 무슨 말씀이세요. 솔직히 아직 조이에 비하면 한참 멀었죠.”
“입에 발린 소리나 하긴. 우리 팀 일본인과 비슷한 성격이군. 동아시아인들이 어떤 성격인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지만, 답답한 건 여전하다.”
미국인들은 자신감이 넘친다.
그들은 직접 최고라는 말도 서슴없이 내뱉는다.
조이 자신도 그랬다.
그리고 이 자신감이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최고를 유지하려면 그만한 멘탈은 필수였으니까.
그런 자신을 도진이 이겼다.
이번만큼은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여전히 겸손했다.
하지만 밉다기보다는…….
‘두렵구나.’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넘쳐흐르는 도진을 보고 있자니 그랬다.
조이는 성급히 패배자의 표정을 회수하더니 도진에게 주먹을 내밀었다.
“목 닦고 기다리고 있어라. 레드삭스 잡고 올라갈 테니까.”
레인저스는 와일드카드전에서 레드삭스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 레인저스가 승리하게 되면 에인절스는 레인저스와 디비전 시리즈를 치르게 된다.
도진은 어휴! 너스레를 떨었다.
“힘들걸요? 저는 레드삭스 응원하려고요.”
“이거 섭섭하군.”
“어쩔 수 없어요. 조이가 있는 레인저스는 너무 무섭거든요.”
도진은 톡 조이의 주먹을 건드리며 말을 덧붙였다.
“덕분에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배우겠지만요.”
도진은 허리를 굽혀 조이에게 감사를 전달했다.
조이의 한쪽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는 친구야.’
도진은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는커녕 그의 존중에는 진심이 있었다.
조이는 미소를 머금고 등을 돌렸다.
“그럼 또 보자.”
* * *
에인절스의 우승 세레모니는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경기가 끝난 직후 에인절스 라커룸 안에는 수십 병의 샴페인이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샴페인을 흔들어 땄다.
뽕. 뽕. 뽕.
그러고는 서로에게 뿌려대기 시작했다.
도진은 뒤통수를 슬슬 긁으면서 자신의 라커 앞 의자에 앉았다.
호세는 뜯지 않는 샴페인 병 하나를 품에 안고 도진의 앞에 서서 사악하게 웃었다.
“어이. 각오는 됐지?”
도진의 고개가 좌우로 빠르게 움직였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도진의 몸부림에도 호세는 멈출 기미가 없었다.
“어차피 내 알 바 아니야!”
뽕.
잔뜩 흔들어 딴 샴페인은 분수 터지듯이 뿜어져 나오며 도진의 전신을 적셨다.
도진은 그 와중에도 양손으로 입을 가렸다.
샴페인을 들이 붓던 호세는 에휴! 한숨을 내쉬었다.
“반응이 왜 그따위냐.”
호세가 김이 샜다며 병을 회수하자 도진은 여유롭게 대답했다.
“술이잖아요. 혹시라도 입에 들어가면 안 돼요.”
“미, 미친놈인가?”
아니. 오늘 같은 날은 좀 맞춰줘도 되는 거 아닌가?
호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뒤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술 싫어하는 벨 조이스도 오늘은 샴페인을 입 안으로 들이붓고 있었다.
호세는 저걸 보라며 턱짓했다.
도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예요.”
“쓰으벌. 알았다.”
호세는 쩝 입맛을 다시며 도진의 옆에 앉았다.
“그나저나 기분이 별로 좋아 보이진 않네? 무슨 문제 있냐? 혹시 조이 그놈이 해코지라도 했어?”
호세의 눈엔 도진이 그렇게 보였다.
남들처럼 크게 기뻐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에이. 그런 건 아니에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기분이 안 좋은 건 아니에요.”
“도대체 왜? 우승인데?”
호세는 이해할 수 없다며 되물었다.
도진의 양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가 제자리를 찾았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호세의 턱이 빠질 듯이 벌어졌다.
“야. 그래도 리그 우승이야. 에인절스 리그 우승이 20년도 더 됐다고!”
“그렇군요?”
“반응 봐라. 지금 에인절스 팬들은 아주 난리가 났을 거다.”
“다행이네요.”
짝.
호세는 손바닥을 펼쳐 제 이마를 쳤다.
하지만 그는 금세 씨익 웃었다.
“그래 뭐. 이제 풀 타임 2년 차에 리그 우승을 해버렸으니, 감흥이 적을 수는 있지.”
그게 아니라면.
도진은 애당초 리그 우승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부류일 수도 있었다.
‘아마 이게 정답이겠지.’
도진은 태생부터가 달랐다.
그는 위닝 멘탈리티에 절여진 선수였다.
그가 에인절스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이 구단이 얼마나 바뀌었던가.
익숙한 패배에서 벗어나게 됐고 5할 승률을 넘기더니 이렇게 우승까지 해버리게 됐다.
‘무섭다. 무서워.’
그리고 부러웠다.
태생은 다르구나. 다시 한번 느껴서 그랬다.
‘그래도 괜찮아.’
도진이니까.
그는 이 무대에서 존중받을 만한 선수였다.
그의 커리어를 시작부터 옆에서 쭉 지켜보던 자신이 장담할 수 있었다.
때마침 조 캐넌 감독이 라커룸을 방문했다.
그 역시도 선수들의 샴페인 샤워를 피하지 못했고, 굳이 피하지도 않았다.
조 캐넌은 얼굴을 뒤덮은 샴페인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리더니 미소를 띠었다.
“모두 고생 많았다. 리그 우승 정말 축하한다. 난 자네들이 우승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일제히 환호를 보냈다.
도진도 소심하게 들어 올린 팔을 빙글빙글 돌렸다.
“앞으로의 일정을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내일 경기가 끝난 직후 전부 푹 쉬어라. 가벼운 운동만 하고 절대 몸을 강하게 굴리지 마라. 특히 킴.”
조 캐넌의 부름에 도진은 사방에서 쏟아져나오는 시선을 애써 외면하고 조용히 대답했다.
“며, 명심할게요.”
조 캐넌 감독은 만족스럽다며 말을 덧붙였다.
“일주일 후에 디비전 시리즈가 시작하니 정식 훈련은 5일 뒤부터 다시 시작하겠다. 다시 한번 신신당부하지만 제발 쉬어라.”
이번에도 전원의 시선이 도진에게 쏠렸다.
도진은 나라를 잃은 듯한 한숨을 거세게 뿜어냈다.
“쉴 거예요. 진짜예요.”
도진 역시 진심이었다.
디비전 시리즈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휴식은 필수.
고작 일주일로 그간의 피로를 전부 회복할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휴식을 취해 100%에 가까운 몸 상태를 만들어놔야만 했다.
그의 시즌은 이제 막을 내린 것이 아닌 시작이었다.
‘디비전 시리즈. 그 이후에 챔피언십 시리즈. 여전히 월드 시리즈까지 가려면 계단이 두 개나 남아 있어.’
그런데 고작 두 개뿐인 계단은 지금까지 치러온 시즌을 통틀어도 닿지 못할 만큼 높게 치솟아 있었다.
‘그래도 꼭 그 목표에 다다르고 싶다.’
호세의 말마따나 도진은 리그 우승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다저스나 몇몇 구단들처럼 리그 우승을 밥 먹듯이 하는 구단은 이미 여럿 있었으니까.
희소성이 떨어진다.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월드 시리즈 우승은 다르다.
매번 지구 우승을 하는 팀들이 월드시리즈를 우승하나?
절대 아니다.
그렇기에 도진은 월드시리즈 우승 타이틀을 따낼 때까지 멈출 생각이 없었다.
물론 뎁스가 약한 에인절스의 우승확률은 1%조차 안 될지도.
‘그래도 재밌겠어.’
그 목표가 아무리 높다고 한들, 앞을 가로막는 벽을 깨부수고 올라가는 건 도진의 특기이자 취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