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65)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65화(365/400)
시즌이 끝났다.
각 지구 우승팀들이 결정됐다.
아메리칸 리그 동부는 뉴욕 양키스.
중부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서부는 LA 에인절스였다.
와일드카드는, 레드삭스, 레인저스 그리고 애스트로스가 결정되었고.
타이거즈는 지구 우승팀 중 승률이 제일 낮아 와일드카드로 떨어지게 됐다.
다른 한편 내셔널리그 동부 우승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중부 우승은 시카고 컵스.
서부 우승은 LA 다저스가 차지했다.
와일드카드는 필리스와, 파드리스 그리고 메츠가 포함됐고 승률이 제일 낮은 컵스가 와일드카드전을 치르게 됐다.
도진의 시즌 성적은 이랬다.
타율 3할 9리. 홈런 30개. 타점은 97개. 도루 30개.
리그 통틀어 총 11명의 3할을 기록한 선수 중 하나에 포함되었고 30-30을 기록하게 되었다.
도진은 지금 아파트 수영장에서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상우는 수영장에서 벗어나 도진 앞에 섰다.
“어이. 안 놀아? 종일 누워 있네.”
상우의 이번 시즌 성적은 타율 2할 5푼 8리. 홈런은 10개에 타점은 38개였다.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첫해부터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쾌조의 시작을 보냈다.
“피곤해.”
“부럽다. 난 힘이 넘치는데.”
“놀리냐.”
“시즌이 끝난 야구 선수가 힘이 넘쳐서 좋을 리가 있냐?”
둘은 킥킥 웃었다.
“그래도 그 힘이 시즌 막바지에 큰 도움이 됐잖아? 만루홈런 손맛은 어땠어?”
“어땠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잖아? 시즌 성적 자체는 아쉽긴 한데 그래도 첫 해 이룰 건 다 이룬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아.”
“인정한다. 첫해부터 두 자릿수 홈런 기록한 거면 진짜 잘한 거야.”
상우는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가 말하면 신빙성이 떨어져.”
“진심인데.”
“그냥 넌 조용히 하는 게 남을 돕는 거야. 그나저나 그레그는 어디 갔지?”
도진의 시선이 수영장 옆에 붙어 있는 간이 바로 이동했다.
그곳엔 그레그가 두 명의 금발 여성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 시즌 그레그의 성적은 타율 2할 2푼 8리.
홈런은 7개 타점도 45개로 풀 타임을 뛴 것 치고는 좋은 성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비 지표만큼은 상위권이었다.
에러도 고작 9개밖에 범하지 않아 신인 이상의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였다.
그레그는 도진과 상우의 시선에 미소를 방긋 짓더니 손을 흔들었다.
“어이! 친구들! 여기가 천국이라구!”
도진은 입맛을 다셨다.
상우는 머리가 아팠는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아오. 그레그시치! 저놈은 술을 또 처마시네.”
“내버려 둬. 오늘까지만 마신다잖아. 감독님도 과한 음주만 아니면 괜찮다고 하셨고.”
“진짜 자유롭다 자유로워.”
“미국인들이 원래 저래.”
시선을 거둔 상우는 화제를 돌렸다.
“야. 그나저나 우리 왜 집에만 있는 거냐. 구단에서 경비 지원도 다 해준다고 했는데 호텔이나 가지.”
“귀찮아.”
“쩝. 하긴. 넌 진짜 힘들긴 하겠다. 투타 겸업하면서 수비도 뛰었으니, 몸이 남아나질 않겠지. 회복은 될 것 같냐?”
“이대로 며칠 누워 있으면 괜찮아질 것 같아.”
“마사지라도 좀 받아보지. 도움 되잖아.”
“뭐…… 그렇긴 한데.”
음. 진짜 마사지나 받으러 가야 하나?
스포츠 마사지는 전문가들한테 받아야 한다.
지금 당장 도진의 머릿속에 떠오른 장소는 오로지 한 곳뿐이었다.
에인절스 스타디움.
거기 말고는 없었다.
“가자.”
상우는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
“행동력 봐라.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시체였던 놈이.”
그러더니 그레그에게 크게 소리쳤다.
“어이! 그레그! 외출이다!”
그레그는 입술을 빼쭉 내밀더니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시로시로!”
“정신 나간 놈.”
* * *
도진과 일행들은 스태프들에게 마사지를 받고 나왔다.
일행에는 당연히 그레그도 포함이었다.
집과 구장의 거리가 도보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기에 마실 차 슬금슬금 나왔다.
“아오! 마사지와 미녀들을 맞바꾸다니! 개 손해잖아!”
상우는 아오! 소리를 내며 그레그의 뒤통수를 살짝 쥐어박으려다가 참았다.
“지금 미녀가 문제야?”
“미녀보다 중요한 게 뭔데? 너 여자 사귀어 봤어? 모솔이란. 쯧쯧.”
“너도 못 사귀어 봤잖아!”
“막 사귀기 직전이었다고! 이런 관심도 처음이고! 브라더 너 혹시…….”
“뭐!”
“여자들이 나만 좋아해서 그런 거야?”
미친놈인가?
상우는 어이가 없음을 떠나 허망하다는 표정까지 지은 채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도진은 기지개를 켜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레그. 미녀도 좋은데 시즌 아직 안 끝났어.”
“참나. 인기인은 저리 꺼지세요. 기만자 자식아! 네가 뭘 알아! 나와 브라더의 심정을 넌 평생 몰라!”
상우는 거기에 날 왜 끼는데? 라는 표정이 되었다.
도진은 그레그의 어깨를 톡톡 도닥였다.
그레그는 손 치우라며 멀리 떨어졌다.
“그레그. 앞으로 누릴 인기는 지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뭔 개소리야.”
“생각해 봐. 만약 디비전 시리즈를 이기면 인기가 더 올라가겠지? 활약까지 하면 몸값도 오르고. 그런데 챔피언십 시리즈를 넘어 월드시리즈까지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
몸값도 치솟고 명성도 더 얻게 된다.
도진의 말뜻은 이랬다.
“그래도 내겐 일생일대의 기회였어!”
“두 명 다 만날 것도 아니잖아.”
“만날 생각이었는데?”
“미, 미친놈인가?”
생전 욕과는 거리가 먼 도진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레그는 미국인 중에서도 유독 독특한 편에 속했다.
그러니 저건 진심이겠지.
‘모솔이 이렇게나 무섭네.’
그레그는 도진의 눈빛을 읽었다.
“너. 나 모솔이라고 놀렸지.”
“아니?”
“넌 야구 빼고 훤히 읽혀.”
“진짜 그런 적 없는데?”
도진은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
여기서 동의해 버린다면? 그레그는 왠지 미쳐 날뛸 것만 같았다.
“그레그 잘생겼잖아. 그냥 지금까지 야구에 힘을 쏟느라 여자 만날 시간이 없었던 것뿐이지. 그러니 부와 명성부터 챙기고 진짜 운명의 상대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거지.”
그레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희미하게 미소 짓더니 도진의 옆에 다가와 붙었다.
“이야! 브라더! 날 아주 잘 아네? 내가 좀 생겼지?”
해시시 웃는 그레그에게 시선을 돌린 도진은 한숨을 삼켰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해야겠지.
그레그는 에인절스 일원이었으니까.
그가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게 하려면 어떤 수도 가려서는 안 됐다.
하지만 꼭 셋이 모이면 하나는 초를 치게 되어 있었으니.
“그레그가 잘생겼나?”
상우였다.
다행이라면 한국말이었다.
그레그는 눈동자에 의문을 잔뜩 품은 채로 물었다.
“잘쉥교? 잘쉥교? 이게 무슨 말이야?”
도진은 재빠르게 대답했다.
“good looking. 잘생겼다고.”
“의문문 아니었어?”
“아니었어.”
다행이라면 상우도 자신의 깊은 뜻을 이해한 것인지.
반박하려고 입을 오므렸다가 말았다.
‘급 피로가 몰려오네.’
마사지를 받고 나올 때만 해도 기분도 컨디션도 참 좋았다.
그런데 보모 역할까지 도맡게 되어 그런지 몸이 축축 처지기 시작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레그는 도진과 상우의 사이에 껴서 팔로 둘을 감았다.
“어이. 우리 브라더들. 시즌도 끝났고 몸도 피로하니까 피로를 풀러 가자.”
“어디?”
“어디긴! 번화가로 가자!”
피로 풀자며!
번화가로 나가는 즉시 그 의도와 멀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팬들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테니까.
도진은 상우의 표정을 힐끗 살폈다.
어딘가 기대하는 표정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그래. 가자.”
도진은 팬들과 만나는 자리를 빼는 성격은 아니었다.
‘저 둘의 의도는 그게 아니겠지만.’
아무렴 어때.
허튼짓 못 하게 감시나 해야겠다.
* * *
번화가로 나간 도진은 온종일 사인 삼매경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래도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고 자신을 찾아준 팬들과 사인, 그리고 사진까지 일일이 찍어 주었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었다.
도진은 다시 한번 수영장 선베드에 누워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아. 축축 늘어진다.’
줄곧 유지되던 긴장의 끈을 한순간에 놓아서 그런 걸까?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대로 시즌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도 생겨났다.
그만큼 도진의 전신은 피로에 물들어 허우적대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한 통의 연락이 왔다.
[마이크: 우승 축하한다.] [나: 친구라는 놈이 참 일찍도 연락한다.] [마이크: 바빴어.] [나: 왜? 벌써 졸업이야?] [마이크: 졸업이겠냐? 아직 반년 남았어. 어쨌든. 너도 고생 많았다. 지금 컨디션은 어때?] [나: 별로야.] [마이크: 하긴. 지금 근육이 아주 엉망진창이겠지.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라. 며칠 더 쉬면 괜찮아질 테니까.] [나: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솔직히 지금 상태로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 [마이크: 그래서 말인데. 잠깐 아파트로 들러도 되냐. 시간 괜찮냐?] [나: 수업 안 들어?] [마이크: 주말이다.] [나: 미안. 요즘 날짜 개념이 없네. 와도 돼. 어차피 하는 거 없어.] [마이크: 이미 출발했고 곧 도착한다.]도진은 핸드폰을 멍하니 들여다보았다.
‘뭐야. 왜 물어본 거야?’
그러자 그때.
저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이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고 주인공은 마이크였다.
수영하던 상우도.
또다시 바에서 여성들과 대화를 나누던 그레그도 마이크를 발견하더니 부리나케 달려왔다.
“뭐야? 브라더! 무슨 일이야!”
“마이 프렌드! 갑자기 찾아오고 어쩐 일이야!”
마이크는 그레그, 상우와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는 도진의 앞에 섰다.
에휴. 한숨을 동반한 그는 손에 쥔 서류 파일로 도진의 머리를 툭툭 쳤다.
“대강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시체가 따로 없네. 일어나. 바쁘잖아.”
도진은 마이크에게 일으켜달라며 양손을 뻗었다.
마이크는 도진을 일으켜 주었다.
“가자.”
“어디?”
“난 프레젠테이션하고 넌 듣고.”
“응?”
“시즌 결산. 해야 할 거 아니냐. 그리고 포스트 시즌 대비도.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이왕 리그 우승한 거 월드 시리즈 우승까지 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
도진의 미소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언제 그랬냐는 듯 그의 전신은 활기를 되찾았다.
뭐가 부족했나 싶었더니 의욕이었다.
그 의욕을 채워줄 구원자가 나타났다.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