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66)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66화(366/400)
일원들은 아파트 내 회의실에 도착했다.
원래 이곳은 예약제로 운영되지만, 때마침 2시간이 비어 있어 사용을 허락받았다.
노트북을 가동한 마이크는 A4 용지를 일원들에게 나눠주며 발표를 시작했다.
“일단 에인절스는 레드삭스와 레인저스. 두 팀 중 한 팀과 붙는다는 건 알지?”
일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이크는 말을 덧붙였다.
“누구랑 붙게 될 것 같냐?”
“레인저스.”
“레인저스.”
“레인저스.”
공통된 답변에 마이크는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입 틈을 비집고 나온 말은 행동과는 정반대였다.
“뎁스는 레인저스가 더 강하다고 알려졌고 승률도 좋지만 세세하게 파고들면 꼭 그렇지만은 않아. 여기엔 명확한 이유가 있어. 레드삭스는 이번 시즌 다소 운이 없었거든.”
이제부터는 도진이 혼자서 대답했다.
“운? 무슨 운?”
“같은 지구에 양키스가 있었다는 거지. 올해 양키스는 100승을 달성했어. 레드삭스는 85승으로 그에 한참 미치지 못했지만, 만약 양키스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지구 우승을 하고도 남았을 거야.”
“이번 시즌 양키스가 레드삭스와의 상대 전적에서 크게 앞섰어?”
“어. 처참할 정도로 앞섰지. 15승 4패. 양키스가 압도했어.”
도진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레드삭스는 부족한 승률을 다른 팀에서 메꾼 거네?”
“어. 양키스 빼고는 전부 승률이 좋았어. 여기엔 레인저스도 포함이야. 레드삭스와 레인저스는 8승 2패. 레드삭스가 우세했어.”
“그렇다는 건. 우린 레인저스가 아니라 레드삭스를 만날 확률이 더 높다는 거네?”
“일단 내 생각은 그래. 데이터가 레드삭스가 더 우세하다고 말해주고 있으니까. 나눠준 첫 번째 종이를 봐봐.”
도진은 종이를 쭉 읽어 내려갔다.
그 끝에 다다랐을 땐 마이크의 말에 신빙성이 생겼다.
“레드삭스 타선이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꽤 강했구나.”
글로브 라이프 필드.
레인저스의 홈구장이었다.
“어. 조이 히메네즈는 여전히 위력적이긴 한데. 만약 조이 히메네즈가 꺾이는 순간 레인저스는 반등 못 할 거야. 여기엔 팀에 활기를 넣어줄 새로운 얼굴이 부족해서도 있어.”
레인저스는 작년 시즌과 거의 비슷한 로스터를 꾸렸다.
여기엔 장단점이 존재한다.
장점이라면 작년 시즌 우승을 거머쥔 레인저스가 굳이 변화를 꿰하지 않아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단점은 이번 시즌처럼 우승을 놓치며 계획이 꼬였을 때다.
반등의 기회를 잡아야 하는데 큰 변화를 줄 수 없다.
다른 팀들에게도 레인저스가 익숙해서 그랬다.
“레드삭스는 작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했지. 그리고 보강도 쉬지 않았어. 올해 의외의 복병 양키스가 튀어나오긴 했는데…….”
마이크는 내뱉은 말을 정정했다.
“의외의 복병은 아니지. 특급 유망주와 대형 FA 수급에 돈을 왕창 써버렸으니 충분히 낼 만한 성적이었지만. 어쨌든. 레드삭스는 여전히 저력이 있다는 거야. 무엇보다 작년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은 큰 힘이 되어줄 거다.”
“적어도 와일드카드 전에서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이런 거네?”
“그렇지.”
상우와 그레그도 대화에 가담했다.
“듣고 보니 레드삭스가 올라올 것 같다.”
“동의. 생각해 보니 우리 에인절스도 레드삭스와 상대 전적 성적이 밀렸던 것 같은데?”
마이크는 그렇다며 대답했다.
“6승 4패. 레드삭스 6. 그래도 희망적인 소식은 있지. 너넨 와일드카드전을 안 치러도 되니까. 킴. 네가 아마 팀의 1선발로 마운드에 서게 될 것 같은데, 휴식 덕분에 첫 경기에서만큼은 100%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거다.”
일주일간의 휴식은 일시적으로나마 피로를 없애주지만, 누적된 피로를 전부 회복하기엔 일주일은 한참 부족했다.
“대신 두 번째 등판부터 다시 몸이 무거워질 거다. 특히 넌 투수만 하는 게 아니라서 더 그렇게 느낄 테고.”
도진도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었지만, 마이크 덕분에 확신이 섰다.
“레드삭스를 이겨도 문제가 된다는 거네.”
“아마 그럴 가능성이 커. 대신 최고의 컨디션으로 양키스를 상대하는 방법이 있긴 해.”
도진의 눈동자가 궁금증에 휩싸였다.
“뭔데?”
“레드삭스를 스윕해서 휴식 기간을 늘리면 돼.”
“그게 말처럼 쉽냐.”
“안 될 건 뭐 있냐? 작년 에인절스는 레드삭스에 스윕당했잖아?”
“그렇긴 한데…….”
도진은 말을 흐렸다.
마이크는 어깨를 으쓱했다.
“충분히 가능성은 있어. 그래서 1차전이 중요해. 에인절스의 선발진은 네가 1선발로 들어가면서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 됐어. 이유는 알지?”
“알긴 알아.”
자신이 1선발로 서게 돼서 나머지 선발들이 한 단계씩 뒤로 밀렸기 때문이다.
“1선발인 벨 조이스가 2선발로 뛰게 된 것처럼 지금 에인절스 선발진은 한 단계씩 뒤로 밀려 4선발까지 꽤 준수한 편이야. 여기에 원투 펀치는 어떤 팀에도 뒤지지 않지. 물론 어디까지나 네가 잘 던졌을 때의 이야기지만.”
마이크는 도진이 충분히 1선발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리그에 한해서였다.
아직 도진은 포스트 시즌에서의 선발 출전 기록이 없었다.
작년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깜짝 등판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허를 찌르는 전략이었기에 먹혀들었던 것.
완전히 선발로 자리를 잡게 된 지금 요행을 기대하긴 힘들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냐? 그건 더더욱 아니었다.
“어쨌든 넌 작년 디비전시리즈에서 레드삭스를 상대로 무실점을 기록했어. 충분히 해 볼 만할 거다. 팀이 기세를 타게 하려면 첫 경기 승리는 필수. 특히나 상대적 약팀에게 한 방 맞았을 땐 충격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지.”
에인절스는 지구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여전히 강팀은 아니다.
본래 야구에서는 굳이 강팀이 아니더라도 리그 우승을 거머쥐는 경우가 여럿 있었다.
투타의 조화가 잘 이루어졌을 땐 뎁스 불문하고 상승세를 타버리기 때문이다.
이 또한 어찌 보면 요행이었다.
‘문제는 그 뒤야.’
플레이오프는 그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사활을 건 혈투는 요행이 통하지 않았으니까.
뎁스도 경험도 전부 아우러져야만 우승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이해했나 보네?”
“응. 완전히.”
“에인절스가 올라가게 되면 양키스를 만나게 될 거다. 올해 양키스가 얼마나 강한지는 잘 알지?”
“모를 수가 없지.”
개막전인 서울 시리즈에서 에인절스는 양키스에게 승리를 거뒀지만, 그뿐이었다.
양키스는 에인절스와의 시즌 상대 전적에서 7승 3패로 앞섰다.
서울 시리즈에서 두 경기를 잡았지만, 그 후 일곱 경기에서는 고작 한 경기밖에 승리하지 못했다.
‘결국 월드시리즈에 가려면 최고의 컨디션으로 양키스를 만나야 하는 수밖에 없어.’
그것만이 희망이었다.
그러니 마이크의 조언대로 레드삭스를 스윕하면 양키스와의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도 승리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반대로 레드삭스와의 디비전시리즈를 질질 끌게 되면 양키스에 무조건 진다.’
하지만 야구가 마음먹은 대로 되는 스포츠던가?
확률은 높일 수 있을지언정 확정을 지을 수는 없다.
마이크는 복잡해진 도진의 표정에도 피식 웃었다.
“벌써 걱정하냐?”
“걱정되지.”
“걱정할 것 없다. 레드삭스와 양키스를 잡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데이터가 있거든.”
마이크는 백팩에서 A4 용지 한 뭉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언뜻 봐도 상당한 두께에 도진은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
“며, 몇 장이냐?”
“정확히 73장. 양이 너무 많아서 한 장씩만 가져왔다.”
마이크는 상우와 그레그를 스윽 쳐다봤다.
도진도 저 시선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73장을 3명에게 나눠주려면…… 219장이니까.’
그나저나. 저게 도대체 다 뭐지?
도진은 의문을 품었다.
마이크는 도진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이거? 상대 팀 약점.”
마이크는 직접 와서 확인해 보라며 몇 발치 뒤로 떨어졌다.
일원들은 일제히 달려들더니 종이 몇 장씩을 손에 쥔 채 자리로 돌아왔다.
“와. 이게 다 뭐냐?”
내용을 확인한 일원들은 놀라 자빠질뻔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약점은 그렇다 쳐. 선수 습관까지 적혀 있는 건 뭔데?’
여기서 습관이란 카운트 별로 나오는 선수들의 행동을 얘기했다.
볼 카운트가 몰렸을 때.
유리 혹은 동등할 때 선수의 행동거지 같은 것들이었다.
“100%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어. 그래도 참고는 하라고.”
마이크는 무심하게 말했지만, 도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본래 배터리는 타자의 심리도 읽으려고 하고 꽤 잘 파악한다.
그래야지만, 승부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건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어 주는 데이터였다.
마이크의 말마따나 전부 정답일 수는 없겠지만, 기필코 도움이 되겠지.
“이거 정말 우리가 써도 되는 거냐? 너 이거 만드느라 얼마나 걸린 거야?”
“그냥. 심심해서 시즌 초부터 만들기 시작한 데이터가 쌓였을 뿐이다. 뭐 대단한 거라고.”
대단한 거 맞다.
에인절스 전력 분석관들도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기록하지는 않는다.
“마이크. 너 나랑 어디 좀 가자.”
도진은 즉각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감독님. 잠깐 시간 되세요?”
* * *
도진은 마이크와 함께 에인절스 구장에서 조 캐넌 감독을 만났다.
자료를 확인한 조 캐넌 감독 역시 매우 놀랐다.
“이, 이게 다 뭐지?”
“이 친구가 만든 자료요. 제 고등학교 파트너였어요.”
“야구 선수였다고?”
“넵. 그리고 꽤 잘했죠. 사실 전 여전히 이 친구가 야구를 관둬서 아쉽거든요.”
종이를 만지작거리던 조 캐넌은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지었다.
“이거. 큰 도움이 되겠어. 물론 이 방대한 자료를 선수들이 전부 습득하긴 힘들어. 이유는 알고 있지?”
“알고 있습니다.”
미국은 주입식 교육을 좋아하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주입식 교육에 습관조차 배어 있지 않았다.
그러니 이 자료를 나눠주고 달달 외우라는 건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선수들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쭉 잘 해왔던 길에서 굳이 이탈할 필요는 더더욱 없었으니까.
하지만 전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닐 것이다.
분명히 이 자료가 도움이 되리라 믿고 참고하려는 선수도 있을 테니까.
‘신인 선수들이나 성적을 내지 못해 방황하는 선수들은 어떻게서든 몸값을 올리고자 득달같이 달려들겠지.’
조 캐넌은 마이크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자네는 앞으로도 쭉 야구판에서 일할 생각인가?”
“희망합니다.”
“지금 신분이 어떻지?”
“대학 마지막 학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졸업반이죠.”
“그럼 내가 제안 하나 해도 되겠나?”
“제안이요?”
마이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조 캐넌의 눈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그래. 졸업반이면 이제 경험을 쌓을 때가 아니던가. 그래서 자네에게 우리 에인절스 구단의 인턴을 제안하고 싶네.”
“그, 그렇다는 건…….”
“우리 에인절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게 이번 시즌 도와줬으면 하네. 내가 당장 상부에 전달하겠네. 구단도 충분히 수긍할 테고 학교도 허락하겠지. 어때. 생각이 있나?”
도진 역시 예상치 못한 제안에 강한 충격을 받았다.
이런 제안을 기대하며 마이크를 데리고 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금세 마이크를 향해 슬그머니 주먹을 내밀었다.
“마이크. 함께 하자.”
마이크는 먼저 조 캐넌 감독이 내민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도진의 주먹을 툭 쳤다.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