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67)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67화(367/400)
조 캐넌과 마이크의 토론은 1시간 정도 더 흐르고 나서야 끝이 났다.
조 캐넌은 만족스러워했다.
“허허. 대단할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이 정도로 야구에 빠삭한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
“아닙니다. 여전히 부족합니다.”
“일단 잠깐 나가 있도록 하지. 이 친구랑 할 이야기가 있어서 말이야.”
마이크는 회의실을 떠났다.
조 캐넌은 턱을 매만지며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자네도 저 친구의 도움을 꽤 받은 모양이군.”
“네. 이미 들어서 아시겠지만, 과학을 시작으로 음식 그리고 상대의 약점까지 전부 도움을 받았어요.”
“위대한 포수가 될 수 있었는데 아쉽겠어.”
“한 걸음 물러나 분석하는 게 행복하다는 저 친구를 말릴 수 없더라고요.”
“그래. 행복이 최고지. 어쨌든 단장님도 허락하셨으니 저 친구는 당장 내일부터 프런트에서 일하게 될 거야.”
“잘된 것 같네요.”
“이뿐만이 아닐세. 나는 저 친구를 현장에도 배치해 볼 생각이네.”
의문을 품은 도진의 눈동자가 끔뻑였다.
“그래도 되나요?”
프런트는 엄연히 프런트만의 일이, 현장은 현장의 일이 있다.
마이크는 고작 프런트에만 두기 아까운 인재였지만, 아무리 감독이라도 구단의 룰을 마음대로 뒤틀 수는 없었다.
“물론 다른 직원들의 반발을 살 수는 있겠지만, 이 또한 방법이 다 있다네.”
“무슨 방법이요?”
“통역사 대신이라고 하면 되지 않겠나? 리의 영어는 아직 어설프잖아?”
물론 상우는 굳이 통역사가 없어도 선수들과 대화를 나눌 정도는 된다.
소통할 수 있는 단어가 매우 한정적이라서 문제였을 뿐.
그래도 마이크가 더그아웃에 합류하면 상우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고 믿었다.
조 캐넌은 상우가 포수로서 포텐셜이 뛰어난 선수라고 봤다.
배트를 휘두르는 능력도.
데이터를 이용하려는 머리도.
거기에 수비까지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아직 경험이 매우 부족하다.
포수라면 대개 그 경험을 데이터로 채우면 빨리 성장할 수 있다.
그러니 마이크의 데이터가 가미된다면?
조 캐넌은 완성형 포수를 보유할 수 있겠다고도 판단했다.
“아…… 그거 좋은 방법이네요.”
“자네 덕분이야.”
“에이. 제가 뭘 했다고요.”
“자네가 데려왔잖아?”
도진은 피식 웃었다.
“그 부분만 인정하겠습니다. 전 마이크의 데이터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구단이 이렇게 쉽게 기용하리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인턴이잖아. 인턴으로 채용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네. 물론 마이크 그 친구는 인턴이 끝나도 많은 구단에서 눈독 들이겠지만.”
“잘됐네요.”
도진은 진심이었다.
한때는 자신의 미국 생활을 도운 마이크와 메이저리그에서 배터리를 이루는 꿈을 꾼 적도 있다.
그 꿈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깨져버렸지만, 아무렴 어때.
그만큼이나 의미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월드시리즈로 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어.’
도진은 자신에게 다시 야구할 기회를 준 마이크에게 꼭 보답하고 싶었다.
그 기회가 찾아온 것이었다.
‘성적만 내면 마이크의 가치는 덩달아 올라갈 테니 조금의 빚은 갚을 수 있겠지.’
* * *
마이크의 예측대로 레드삭스는 레인저스를 누르고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했다.
오늘은 에인절스 선수들이 레드삭스전에 앞서 정식 훈련에 돌입하는 날인데 마이크도 구단에 합류하게 되었다.
호세는 라커룸 안에 모습을 비친 마이크를 반겼다.
“이야! 이게 누구냐? AI 아니야?”
선수들은 궁금해했다.
“뭐야 호세? 저 친구 누군지 아는 거야?”
“AI는 또 뭐야.”
호세는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런 게 있어. 너넨 몰라도 된다. 관심도 꺼라. 임자는 정해진 것 같으니까.”
그러더니 마이크에게 다가가 팔로 그의 목을 감았다.
“현장에도 나오게 된 거냐?”
“네. 플레이오프까지는 여기 있을 것 같아요.”
호세는 상우와 그레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마이크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저 친구들을 잘 부탁한다. 네가 건들면 달라질 거다.”
호세는 마이크를 100% 믿었다.
그가 가진 야구에 대한 시야는 놀라웠다.
무엇보다 마이크는 자신에게 클로즈드 스탠스를 제안하지 않았던가?
덕분에 타격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고, 이렇게 1루수로 포지션 변경까지 하며 선수 생명을 이어 나가게 되었다.
“자신 없지만 노력은 해볼게요.”
“쯧. 이제는 미국인마저 애송이 화 되고 있네. 말세다. 말세. 어쨌든. 준비하고 그라운드로 나와라.”
그라운드에 나온 마이크는 즉각 상우와 그레그를 따로 불렀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도진도 합류했다.
“둘은 타격 폼을 조금만 수정하자.”
상우와 그레그는 반문하지 않았다.
마이크는 입을 오물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들의 문제가 대충 뭔지는 알고 있나 보네?”
상우가 먼저 대답했다.
“모를 수가 없지. 난 타격이 아쉬웠어.”
그레그도 동의했다.
“난 아주 많이 아쉬웠어. 그러니 당장 타격 폼을 수정해도 잃을 게 없지.”
다만 가만히 듣던 도진은 논리적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급하게 타격 폼을 수정했다가 밸런스가 무너지면? 그게 더 큰 문제 아니야?”
“무너지면 문제가 맞지.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아주 가볍게만 수정할 거야.”
“그, 그게 가능해?”
마이크는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고이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내 펼쳤다.
“이거 읽어 봐.”
종이를 건네받은 도진은 턱이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진짜 AI인가?’
종이엔 상우와 그레그의 문제점이 적혀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충분히 일리 있는 이유였다.
“그거 보면 알겠지만, 일단 그레그부터. 그레그는 타구 발사각이 높은 편이야. 아직 투수를 힘에서 이기지 못하는 그레그는 발사각을 조금만 낮추면 더 좋은 타구가 나올 거야.”
“궤적만 손보면 되는 거네?”
“어. 그레그는 여전히 너무 걷어 올리려는 경향이 있어. 그래서 타율이 엉망진창이었던 거고.”
사실 일원들도 본인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
쉽게 고칠 수 없어 문제가 된 것이지 무지하지는 않았다.
다만 마이크는 달랐다.
어디까지나 그는 대학생. 아직 전문가 딱지가 붙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데이터로 명확하고 정확한 정답을 꼬집었다.
“그리고 다음은 리…… 인데. 너는 그레그랑 달라. 발사각이 너무 낮아.”
마이크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물론 메이저리그니까 압박감이 심하겠지. 동아시아인 특징일 수도 있으려나? 팀 배팅을 하려는 마음가짐이 너무 심해. 너는 네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어.”
도진이 물었다.
“장점이 뭔데?”
“지금 전문가들과 미디어는 리의 장점을 수비 그리고 너와의 호흡이라고 말하지.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난 타격이 묻힐 정도는 아니라고 봐. 얘는 20홈런도 칠 기술을 가지고 있어.”
일원들의 시선이 상우에게 향했다.
상우는 뒤통수를 긁었다.
“솔직히 내가 그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미안하다.”
마이크는 상우의 어깨를 톡톡 다독였다.
“말했지만 여긴 메이저리그고 넌 신인이야. 신인이 시작부터 리그를 씹어 먹는 경우는 매우 적어. 아쉽다면 지금부터 잘하면 되는 거고 앞으로 쭉 잘하면 된다. 내가 최선을 다해 도울게.”
그레그와 상우의 표정은 애매했다.
마이크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아직 자신들을 믿지 못해서였다.
그의 말마따나 여기는 메이저리그.
최고들만 모이는 자리였지, 아무나 발을 들일 수 있는 무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마이크의 말에 둘은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응어리를 떨쳐냈다.
“과학의 힘을 빌리도록 하자.”
* * *
과학의 힘을 빌린다는 마이크의 대답은 일원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다만 자신들이 늘 해오던 그 과학의 힘은 아니었다.
메커니즘을 바꿀 때 과학의 힘은 정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금 메커니즘을 뜯어고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마이크는 그레그에게 두 가지 제안을 했다.
첫 번째는 타격 훈련에서 절대 당겨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 그럼 홈런이 안 나오는데?”
아오.
일원들은 주먹을 말아쥐었다.
살기를 느낀 그레그는 침을 꼴딱 삼켰다.
“아, 알았어.”
그레그는 밀어 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그 즉시 라이브 배팅이 시작됐다.
따-악!
따-악!
‘오?’
도진은 그레그가 곧잘 밀어 치는 걸 보며 신기해했다.
무엇보다 타구의 질 자체가 달라졌다.
발사각이 낮아져서 그런지 높게 뜨는 공보다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자주 나왔다.
도진은 마이크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그레그가 밀어 칠 때는 발사각이 꽤 낮네?”
“어. 물론 경기까지 남은 기간은 고작 2일이라 계속해서 밀어 치라고는 하지 않을 거야. 그래도 오늘만큼은 계속해서 밀어 치며 배트의 궤적을 몸에 익히는 게 중요하거든.”
“넌 이걸 어떻게 아냐? 솔직히 우리 코치님들도 모르는 것 같으시던데.”
선수들은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 제일 먼저 코치를 찾는다.
다만 그들 또한 명확한 답변을 내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마이크는 이렇게 명쾌한 해답을 들고나왔다.
정녕 이게 과학의 힘인가?
과학은 인간의 지식보다 뛰어난 건가?
도진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마이크는 피식 웃었다.
“일단 리도 좋은 결과가 나오면 비법을 알려줄게. 힌트를 주자면 널 참고했다.”
“날 참고 했다고? 야. 난 과학과 거리가 멀어.”
“거리가 멀긴 하지.”
마이크도 인정했다.
무엇보다 도진은 디테일하지 않았다.
이해는 한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머리로 이해하지 않으려고 해도 몸이 알아서 이해하는 부류였다.
세상은 그런 부류를 천재라고 불렀다.
하지만 도진은 재능만 믿고 까부는 부류는 더더욱 아니었다.
때마침 그레그가 후련한 표정으로 라이브 배팅을 끝마치고 나왔다.
“와. 이거 진짜 되는 것 같아.”
일원들은 일제히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눈에 봐도 만족스러운 결과였기 때문이다.
타구 속도는 빠를수록 무조건 좋다.
더 좋은 타구가 나올 확률이 늘어나며 수비의 실책도 유발할 수 있었으니까.
“다음은 리. 넌 일단 당겨치기만 해. 그리고 레그킥을 사용해.”
“당겨치는 건 알겠는데…… 레그킥을 사용하면 타이밍이 안 맞던데.”
“하라면 해라.”
상우는 사방으로 공을 뿌릴 수 있는 스프레드 히터다.
한국 아마추어 타자들은 미국과는 다르게 당겨치기와 밀어치기를 무조건 배우기 때문이다.
상우는 의문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말이야. 바깥쪽 공도 당겨쳐?”
바깥쪽 공은 원래 밀어 치는 게 더 좋은 타구를 만들 확률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상우는 그 습관이 이미 자릴 잡고 있어 쉽지 않다고 봤다.
“일단 해. 발사각을 높이는 훈련이야. 타자는 밀어 칠 때보다 당겨칠 때 발사각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거든.”
“알았어.”
상우의 라이브 배팅이 시작됐다.
그는 의도적으로 당겨치는 데 애를 먹었지만.
따-악!
레그킥을 사용해 제대로 당겨쳤을 때는 담장을 우습게 넘겨버렸다.
상우의 힘과 높은 발사각이 잘 어우러져 완벽한 타구가 나온 것이었다.
가만히 지켜보던 도진은 화들짝 놀랐다.
‘마이크의 논리는 야구 선수들에게는 원래 상식이야.’
하지만 상식 그대로 행하기가 어디 쉽던가?
그건 절대 아니었다.
그런데 마이크는 이렇게 문제해결 방법까지 들고나왔다.
도진의 얼빠진 표정에 마이크는 킥킥 웃었다.
“궁금하냐?”
“어. 궁금해 돌아버릴 지경이다.”
“사실 나도 해결 방법을 찾은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
“논문이라도 찾은 거야?”
마이크는 살포시 고개를 저었다.
“너도, 구단 관계자들도 그리고 리와 그레그도 본인의 문제점은 인지는 하고 있지만, 해결책은 찾지 못했을 거야. 맞지? 메커니즘을 뜯어고치면 가능한 부분이지만, 아무래도 시즌 중이기도 하고 그랬다간 밸런스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지.”
문제점은 메커니즘을 뜯어고치면 해결된다.
그걸 위해서 스포츠 사이언스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그 메커니즘을 바꾸지 못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손가락을 빨고 있어야만 했다.
“그런데 넌 밸런스가 깨지지 않는 선에서 해결책을 가져왔잖아? 어떻게 알았냐고.”
“내가 아까 답을 알려줬던 거 같은데?”
“설마. 날 참고 했다는 그거?”
“어.”
“그러니까 도대체 뭘 참고 한 건데?”
마이크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냥 몸으로 때웠어.”
“……문제해결을 위해 직접 스윙해 본 거냐?”
마이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진은 미친놈인가?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직접 보지 않았지만, 마이크는 수천 번. 더 나아가 만 번도 넘게 배트를 휘둘러서 정답에 도달했을 테니까.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면 되는 거더라고. 사실 줄곧 미련하고 무식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하필 난 그 산증인을 고등학교 내내 지켜봤지. 뭐야.”
도진은 주먹을 내밀었다.
“미련한 놈이네. 그래도 네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냐?”
“어. 나도 저 둘이 이번 디비전시리즈의 키 플레이어라고 보거든.”
원래는 당연히 모두가 키 플레이어다.
모두가 제 역할을 해줘야지만 디비전시리즈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 테니까.
그래도 여기서 굳이 비중을 더 따지자면 저 둘이 많은 지분을 차지했다.
둘은 아직 성장판이 대폭 열려 있었기에.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따라 에인절스가 원하는 스윕을 달성할지 말지가 정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