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68)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68화(368/400)
[에인절스와 레드삭스! 레드삭스와 에인절스가 다시 한번 디비전시리즈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레드삭스가 에인절스를 상대로 스윕을 해버렸죠. 그 기세를 이어나가며 월드시리즈까지 우승했어요!] [그렇습니다. 그러니 레드삭스는 올해도 에인절스를 스윕해 다시 한번 우승을 거머쥐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올해는 그리 쉬워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동의합니다. 에인절스는 작년과 다른 팀이 되었으니까요. 리그 우승을 거머쥔 그들이 쉽게 물러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어쨌든 먼저 공격에 임하는 레드삭스 라인업부터 살펴보시죠.]1. 자비에 존슨. SS.
2. 마테오 토마스. 3B.
3. 안토니오 미첼. 1B.
4. 제스퍼 길로인. LF.
5. 조던 곤잘레스. RF.
6. 대미언 오티즈. DH.
7. 마르커스 리베라. 2B.
8. 아이사 로드리게스. C.
9. 자말 크루즈. CF.
P. 안드레 페르난데즈.
[참 익숙한 라인업입니다.] [작년 에인절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그 라인업이네요. 확실히 레드삭스는 기분 좋았던 옛 기억을 다시금 되새기겠다는 의지가 라인업에 나타나 있습니다.] [그럼 이에 맞서는 에인절스의 라인업도 한번 살펴봐야겠죠?]1. 도진 킴 DH.
2. 마르셀로 무냐. LF.
3. 켄 매논. SS.
4. 호세 로드리게스. 1B.
5. 상우 리. C.
6. 라이언 스미스. CF.
7. 제롬 블랙. RF.
8. 윌리엄 바스테스. 3B.
9. 그레그 호먼. 2B.
P. 도진 킴.
[변화가 보이네요. 클린업 트리오에 포수 리가 이름이 올라가 있습니다.] [정말 큰 변화라고 볼 수 있죠. 리는 정규 시즌에 규정 타석조차 채우지 못한 선수입니다.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포텐셜이 뛰어난 선수임을 증명하긴 했지만, 여기는 디비전시리즈예요. 작전이 잘 먹혀들지 걱정이 됩니다.] [신인 선수가 팀의 중심에 서면 부담감이 상당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물론 그 부담감을 떨쳐내고 멋진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가 간혹가다 존재하며, 당장 에인절스에도 있죠.] [킴을 얘기하시는 것 같습니다.] [네. 리는 그와 같은 한국인. 그 역시도 신인이지만, 큰 경기에서 강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지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되네요.] [그럼 바로 경기에 돌입하겠습니다.]* * *
상우는 마운드로 오른 도진에게 방문했다.
“하아.”
“왜 한숨이야.”
“기분이 이상해.”
“긴장하긴. 잘할 거다.”
“남 얘기라고 쉽게 말하지 마. 진짜 심장 터질 것 같으니까.”
상우는 꽤 진지했다.
도진도 이유를 알고 있었다.
‘늘 부담 적은 하위타선에서 경기를 치르다가 갑자기 클린업 트리오의 한 자리를 담당하게 되었으니 긴장할 만해.’
상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마이크. 그놈.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냐?”
“왜 마이크 탓을 하냐?”
“마이크가 들어오고 나서부터 내가 5번 타자가 됐어. 이게 마이크의 입김이 들어간 게 아니면 뭐냐?”
“마이크가 감독님보다 위에 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거냐?”
“하. 그렇게 말하니까 또 아닌 것 같기도…….”
도진은 미소를 삼켰다.
아마 마이크의 입김이 조금은 들어간 것은 맞겠지.
앞서 그가 인턴쉽을 체결하기 전.
둘은 타선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토론을 나눴고 상우에 관한 얘기도 몇 번이나 나왔다.
‘나도 오늘 타선에 대한 내막을 완전히 알지는 못하지만…….’
마이크 덕분에 상우는 타격폼을 미세하게 수정하고 나서부터 연습에서 꽤 좋은 모습을 보였다.
시즌과 다른 디비전시리즈에서는 원래 선수의 컨디션에 따라 라인업이 크게 변동될 때도 여럿 있었다.
‘감독님도 상우가 이번 시리즈에서 큰 성장을 거두길 원하시겠지.’
상우는 자신의 전담 포수.
자신이 등판할 때는 무조건 등판한다.
그런 그를 오로지 수비만 염두에 두고 라인업에 포함하면 우승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성장해라. 상우야.’
다만 같은 팀인 만큼 그저 과제나 툭 던져주고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방임하고 싶진 않았다.
‘나와 팀원들이 도와줘야겠지.’
도진은 초점이 맞지 않는 상우의 눈을 들여다보며 그의 어깨를 툭 쳤다.
“타석 걱정하기 전에 일단 1회 초부터 완벽히 틀어막아 보자.”
상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싫다는 게 아니라 정신을 차리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괜히 타순 하나 때문에 경기를 말아먹을 수는 없지. 어떡할래?”
“글쎄. 넌 어떡하고 싶은데.”
상우의 턱이 벌어졌다.
“이놈 또 나한테 떠넘기네.”
“이제 익숙해질 때 되지 않았냐?”
“야. 디비전시리즈야. 꼭 이겨야 한다고.”
“그러니까. 이길 방법 좀 알려줘.”
상우는 못 이기는 척 나지막이 조렸다.
“마이크의 데이터 덕분에 상대 약점을 더 알게 되긴 했어.”
“좋아. 그거로 가자. 거기에 네 입맛을 가미하면 되겠네.”
상우는 울상이 되었다.
“왜 맨날 나한테만 부담을 전부 떠넘기는 건데.”
도진은 상우를 강제로 돌려세우더니 등을 떠밀었다.
푸념은 그만하고 내려가라는 뜻이었다.
‘상우야. 넌 꽤 바쁠 거다. 타격만 성장해서는 한참 부족하거든.’
포수라는 자리가 원래 그렇다.
타격도 수비도 잘해야 하고 거기에 더해 투수까지 잘 리드해야 한다.
그러니 그에게 부담을 주는 건 어찌 보면 도박이다.
‘하지만 도박에 성공하면 뜻하지 않은 큰 이득을 갖게 되지.’
그러니 어디 한번 전부를 걸어 봐.
대신. 네 실수는 내가 최대한 카바 쳐줄게.
* * *
1번 타자 자비에 존슨이 타석에 들어섰다.
상우는 즉각 사인을 냈다.
‘1회는 제구에 신경 써라. 투심. 몸쪽으로.’
도진은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자비에 존슨.
마이크의 데이터로 따지자면 몸쪽 중단과 하단이 타율 2할 초반으로 약점이었다.
초구.
공이 날아갔다.
타자의 배트가 나왔다.
틱.
밑등을 스쳐 지나가는 파울.
스트라이크가 되었다.
카운트는 0-1.
상우의 사인이 나왔다.
‘높은 쪽. 포심.’
도진은 다시 한번 상우의 말을 따랐다.
공이 타자의 가슴 높이로 날아갔다.
타자는 움찔거렸지만, 배트를 내지는 않았다.
“볼!”
1-1.
다시 사인이 나왔다.
떨어지는 체인지업이었다.
공이 날아갔다.
타자는 헛스윙했다.
“스트라이크!”
1-2.
투수가 유리한 카운트.
이어지는 사인은 바깥쪽 높은 코스로의 패스트볼이었다.
‘존 안으로 꽂아 넣는다.’
타자는 바깥쪽 높은 코스에 강했다.
그런데도 상우는 그곳으로 던지길 원했고 도진도 이유를 알고 있었다.
‘마이크의 데이터에 따르면, 타자는 신중한 편이야. 투수가 공을 많이 던지게끔 유도하는 스타일인데…….’
따라서 공격적으로 배트를 휘두를 확률은 극히 낮았다.
상우는 이걸 노리고 있었던 것이며 도진도 그 사인에 수긍했다.
공은 던져졌다.
상우는 힐끗하고 타자의 반응을 살폈다.
‘머뭇거렸냐?’
머뭇거리는 순간 이미 끝났어.
제구에 신경을 써서 구속은 다소 느리다고 할지언정 어디까지나 도진이 던질 수 있는 최고 구속에 비해서일 뿐.
다른 투수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빠른 공을 던지고 있었다.
부웅.
뒤늦게 스윙이 나왔지만, 투구는 이미 미트에 꽂혀있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기분 좋은 시작을 알린 배터리는 레드삭스의 2번 타자를 마주하게 됐다.
이번 시즌 25홈런을 친 중장거리형 타자를 상대로 상우는 초구부터 스플링커를 요구했다.
도진은 대꾸 없이 즉각 와인드업하며 대답을 대신했다.
부웅.
타자의 파워풀한 스윙이 허공을 야무지게 갈랐다.
“스트라이크!”
타자의 반응을 살핀 상우는 즉각 사인을 냈다.
‘얘. 하나 노리려고 한다. 이번 타석은 변화구 위주로 간다.’
2구.
공은 던져졌다.
홈 플레이트 앞에서 속도를 잃고 바닥까지 낙하하는 투구에 타자는 이번에도 헛스윙했다.
“스트라이크 투!”
3구.
상우는 도진이 온 힘을 다해 하이 패스트볼을 던지길 원했다.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인 도진은 상우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퍼억.
굉음을 내지르며 날아가는 102마일 하이 패스트볼은 그대로 미트에 꽂혀버렸고.
방망이를 힘차게 돌려봤지만, 소득이 없었던 타자는 어금니를 까득 씹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상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이크의 데이터와 자신의 입맛을 조금 가미시킨 리드가 통하고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투수가 도진이라서 가능한 일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래서일까.
여전히 손바닥을 흥건히 적신 식은땀은 그의 심정을 대변해 주었다.
시야도 파르르 떨렸다.
머리가 순간 멍해지기까지 했다.
그러자 그때.
이런 심정을 도진은 아는지 모르는지 엄지를 치켜세웠다.
‘어휴. 아주 날 들었다 놨다 하네.’
에인절스의 목표인 월드시리즈.
그곳에 도달하려면 디비전시리즈를 넘어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도 승리가 필요하다.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양키스를 만날 확률이 십중팔구이며 그런 양키스를 상대로 이기려면 보통의 기세로는 불가능했다.
‘난 널 믿는데. 그래도 넌 날 믿어서는 안 되지.’
내가 도대체 뭐라고.
생판 신인이다.
정규 타석도 채우지 못하고 성적 또한 뚜렷하지 않은 다른 누구와 다르지 않은.
여타 다를 바 없는 그 신인 말이다.
그런데 도진은 자신을 믿고 있었다.
상우도 오늘이 크게 성장할 기회라고 봤다.
인생에서 일생일대의 기회가 몇 번 찾아온다고 하는데.
그게 바로 오늘인 것 같았다.
다음 타자가 좌타석에 들어섰다.
상우는 곧장 바깥쪽에 걸터앉아 투심을 요구했다.
‘맞춰 잡자.’
공은 던져졌다.
타자의 배트가 나왔지만, 점점 멀어지는 투구를 정확히 맞추지 못했다.
딱.
데굴데굴 굴러가는 타구를 3루수가 간단하게 처리했고.
“아웃!”
공수교대가 되었다.
* * *
타석에 들어선 도진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일단 시작은 좋고.’
상우에게 필요한 건 자신감이며, 힘들겠지만 하루빨리 자신감을 갖추기를 바랐다.
그런데 고민 없이 즉각 나오는 리드를 보아 지금은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은 듯했다.
‘잘하고 있어. 나도 편해졌고.’
덕분에 도진 역시 예전에 한 번 실패했던 이 무대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투구에 임할 수 있었다.
오늘 같은 날 투수가 자신감을 표출하면 다른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되어주기 때문에 필수였다.
‘그래도 이제 시작이지.’
에인절스는 오늘 기필코 승리가 필요했다.
승리에 다가가려면 득점을 내는 게 먼저였다.
따-악!
도진은 초구부터 날아오는 바깥쪽 패스트볼을 결대로 밀어 쳤다.
타구는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지나 우익수 앞까지 데굴데굴 굴러갔다.
무사 1루.
도진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2루를 슬쩍 쳐다보더니 표정을 굳혔다.
‘승부다.’
배터리도 자신이 뛸 수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포수의 도루 저지 능력은 그다지 좋지 않아.’
대신 피치 아웃을 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무리 송구 능력이 좋지 않아도 피치 아웃까지 이겨내며 도루에 성공할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그래도 해야 해.’
피치 아웃을 이겨낸다면?
배터리는 송두리째 흔들릴 테니까.
도진은 투수가 투구에 돌입하는 순간 곧바로 2루로 내달렸다.
배터리는 도진이 뛸 것을 염두에 두었다며 피치 아웃이 나왔다.
포수는 바깥쪽으로 튀어 나가 공을 받았고, 곧장 2루로 송구했다.
송구는 꽤 정확했다.
하지만 도진은 돌아갈 생각 따윈 하지 않았다.
‘닿아라.’
도진은 태그를 피하고자 최대한 베이스의 우측으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선보였다.
그의 왼쪽 새끼손가락이 베이스에 먼저 닿자.
“세이프! 세이프!”
희비가 교차했다.
기필코 아웃카운트를 올렸어야만 했던 레드삭스는 도진을 잡아내지 못해 암울해졌다.
다른 한편, 에인절스는 1회부터 분위기를 가져오게 됐다.
그러나 도진은 이대로 만족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2구.
도진은 다시 3루를 훔쳤다.
정신을 차릴 틈도 주지 않는 그의 도루 때문에 얼이 나간 포수는 미트에서 공을 더듬거렸고 결국 송구하지 못했다.
“세이프!”
무사 3루.
희생타만 나와도 득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투수도, 포수도 도진의 연속 도루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 결과.
“베이스 온 볼스.”
마르셀로는 흔들리는 배터리를 상대로 어렵지 않게 볼넷을 얻어내며 무사 1, 3루.
에인절스에게는 대량 득점 찬스가.
레드삭스는 실점을 최소화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래서일까.
레드삭스의 1선발. 안드레의 눈빛이 사늘하게 바뀌었다.
포수도 지지 않겠다는 듯 어금니를 빠득 갈았다.
그 각오가 먹혔는지 레드삭스 배터리는 전력투구로 켄을 5구 끝에 삼진으로 잡아내며 한숨 돌렸다.
이어서 호세가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배터리는 당황 대신 그의 약점을 집요하게 노렸다.
5구 승부 끝에 호세는 중견수 방면으로 향하는 얕은 플라이를 쳤다.
타구를 지켜보던 도진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홈에서 살 확률은 50:50.’
타구가 너무 얕아서 그랬고.
중견수의 송구 능력을 생각하면 득점할 확률은 그저 50%였다.
‘어떡하지? 뛰어야 하나? 이번 이닝에 득점을 얻어야지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텐데.’
그러니 자신의 발을 믿고 득점에 기대를 걸어보느냐.
아니면 다음 타자를 믿고 참는다는 기로에선 도진은.
결국 태그업 자세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50%에 기대를 걸기에는 너무 낮은 확률이었다.
도진이 홈을 쇄도하지 않아 결국 2사 1, 3루.
다음 타자에 어쩌면 에인절스의 운명이 걸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도진은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치솟은 그의 입꼬리엔 안도가 서려 있었다.
‘참길 잘했네.’
어금니를 빠득 갈며 타석에 들어서는 상우의 모습을 보자니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