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73)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73화(373/400)
야구는 승자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
그렇다고 약팀이 강팀을 어떠한 요행 없이 쉽게 누를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더욱이 이 무대가 토너먼트라면 더욱 그랬다.
실력이 뒷받침되고 나서 운을 기대야 하는 무대가 토너먼트였다.
그렇기에 에인절스 코치진들은 경기를 앞둔 하루 전날 골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팀 컬러를 살리려면 이 라인업을…….”
“더블 클린업도 괜찮을…….”
“현재 선수들의 타격감으로는 강공도…….”
“허를 찔러 스몰 볼은 어떨…….”
회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
“마이크입니다!”
타격 코치가 호텔 방문을 열어줬다.
마이크는 슬쩍 안을 들여다보았다.
조 캐넌은 들어오라며 손짓했다.
“어서 오게. 지금 자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네.”
에인절스는 신인, 고참 가리지 않고 벽을 허문 구단이다.
도진의 규칙이 도입되면서부터 더욱 자유로워졌고 선수들의 관계도 더 돈독해졌다.
이 규칙은 선수들만이 아니라 코치진들도 포함 대상이었다.
결단이 서지 않은 감독과 코치진들은 이렇게 마이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조 캐넌은 마이크에게 A4 용지 4장을 건넸다.
종이를 들여다본 마이크는 고개를 주억였다.
“라인업이군요.”
“그래. 어떤 라인업으로 1차전을 나서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무엇보다 머리는 많을수록 좋지. 자네는 현장 경험은 적어도 신선한 지식이 있어. 도움을 좀 줬으면 한다.”
마이크는 턱을 매만지며 미간을 찌푸렸다.
“사실 여기 적힌 어떤 라인업으로 나서도 전부 괜찮다고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에인절스의 팀 컬러를 생각했을 땐…….”
마이크는 4장의 종이 중 1장을 조 캐넌에게 내밀었다.
“여기서 조금 수정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종이를 건네받은 조 캐넌은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강공이군. 이유는?”
“일단 내일 선발로 나서는 선수는 킴이지만 아마 실점을 내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 매우 크다고 봅니다.”
“확실히 그렇겠지. 지금 양키스 방망이는 매서우니까. 대비도 잘해왔을 테고.”
“에인절스 선수들은 킴을 믿습니다. 그런 그가 실점했을 때 강공으로 득점해 분위기를 도로 가져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맞불 작전이라면 양키스도 조금은 동요하게 될 겁니다. 예상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확실히. 여기서 더해 우리 선수들도 라인업을 보고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겠고.”
맞불 작전.
자신들이 양키스에 뒤지지 않는다는 게 라인업에서 드러나면 에인절스 선수들은 용기를, 양키스 선수들은 동요하게 될 수도 있다.
야구는 수 싸움이다.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방법은 몇 가지 없지만, 그중 하나가 예상치 못한 라인업 공개였다.
통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멘탈 스포츠에서 단 한 명이라도 멘탈에 실금이 간다면?
이 또한 이득으로 돌아온다.
조 캐넌은 코치진들에게 물었다.
“어떤 것 같나?”
수석 코치가 대표로 대답했다.
“찬성합니다. 사실 상대적 약팀인 저희는 이렇게라도 허를 찌르는 게 좋겠죠. 무엇보다 1차전을 승리하게 된다면, 상대는 더욱 골머리를 앓겠고요.”
“그렇다. 이 라인업으로 승리하면 남은 경기의 라인업을 다양하게 꾸려 상대에게 혼란을 줄 수 있지.”
조 캐넌은 다시 마이크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 부분에서 어떻게 수정하는 게 좋을 것 같지?”
마이크는 당황했다.
“제, 제가 짜야 하나요?”
“어. 자네는 지금 에인절스 선수들의 핵심과 꽤 가까운 사이야. 어쩌면 시즌 내내 함께했던 우리보다 자네가 그 선수들을 더 잘 알고 있을 테고.”
조 캐넌이 말한 몇몇 선수들은 도진, 상우 그리고 그레그와 호세를 말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상우와 그레그는 마이크가 합류한 후로 180도 바뀐 모습을 보였다.
“그럼, 아군과 적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짜보도록 하겠습니다.”
스윽. 스윽.
마이크는 지체없이 라인업을 작성했다.
그는 1차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며 라인업을 작성했다.
작성을 끝낸 마이크는 라인업을 조 캐넌에게 내밀었다.
“여깄습니다.”
라인업을 확인한 조 캐넌의 눈이 번뜩 뜨였다.
“이거면 확실히 동요는 하겠군. 결과까지 따라주면 좋겠어.”
* * *
[양키스와 에인절스! 에인절스와 양키스의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이 이제 막 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 [30년 만에 이 무대에서 다시 만나는 두 팀입니다! 양키스는 2009년 에인절스를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누르고 그해 월드시리즈를 우승했죠. 그 좋았던 기억을 되살리고 싶을 겁니다!] [반대로 에인절스는 설욕하고 싶을 겁니다! 말 길게 할 필요 있겠습니까? 바로 라인업부터 확인하시죠! 양키스입니다!]1. 조든 톰슨. LF.
2. 타카시 사토. DH.
3. 놀란 카브레라. SS.
4. 카를로스 모레이라. RF.
5. 아이작 그린. 1B.
6. 칼렙 블룸. C.
7. 노아 잭슨. 2B.
8. 아미르 데이비스. 3B.
9. 아드리안 파커. CF.
P. 프레드 체이먼.
[양키스. 최고의 멤버를 최상의 자리에 배치했습니다.] [이 라인업으로 올해 재미를 많이 봤거든요. 양키스를 100승 고지에 올려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 라인업입니다!] [1번부터 4번 타자까지 전부 좌타석에 들어설 수 있죠. 좌타자 친화적인 구장 양키스 스타디움에 알맞은 라인업이고요.] [뭣보다 에인절스에는 좌투수와 좌타자 숫자가 매우 적잖아요?] [양키스에 비하면 확실히 그렇습니다.] [추가적인 설명은 에인절스 라인업을 확인 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양키스에 맞서는 에인절스입니다!]1. 윌리엄 바스테스. 3B.
2. 도진 킴 DH.
3. 상우 리. C.
4. 호세 로드리게스. 1B.
5. 마르셀로 무냐. LF.
6. 켄 매논. SS.
7. 제롬 블랙. RF.
8. 라이언 스미스. CF.
9. 그레그 호먼. 2B.
P. 도진 킴.
[에인절스는 평소 좋았던 라인업 대신 완전히 새로운 라인업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쉽게 말해서 에인절스는 양키스와 맞불을 놓겠다는 것 같습니다.] [전력은 양키스가 확실히 우세하다는 평가가 있잖아요?]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무대는 AL 챔피언을 가리는 챔피언십 시리즈입니다. 여기서 승리한 팀은 월드시리즈로 가게 되죠. 아마 에인절스는 기세에서 밀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여기서 의문이 몇 가지 있습니다. 윌리엄은 시즌 내 킴이 9번 타자로 나섰을 시 1번 타자로 꽤 기용돼서 어색하지는 않겠죠. 다만 2번과 3번에 서게 된 선수들은 저 자리가 전혀 익숙지 않을 거거든요?] [에인절스의 코리안 듀오가 2번과 3번 타자로 나섭니다. 사실 저도 이렇게 큰 무대에서 갑작스러운 라인업 변화가 잘 이해되지는 않습니다만…… 유추는 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무엇일까요?] [네. 킴이 2번에 섰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리드오프가 출루하지 못했을 시 그 자리를 메꿀 수 있다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출루했을 때 강공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선수죠.] [킴과 유독 호흡이 잘 맞는 리를 3번에 배치해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 이걸 까요?] [네. 무엇보다 리도 레드삭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무려 MVP로 선정됐을 만큼 타격감이 꽤 좋았습니다. 그렇기에 문제가 되는 라인업이라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5번에 배치된 마르셀로는 킴이 출루했을 때를 대비한 걸 수도 있겠군요?] [그렇죠. 그는 득점권에서 유독 강하니까요. 결국 코리안 듀오의 활약에 모든 게 달려 있습니다.]양 팀 정렬했다.
미국 국가가 울려 퍼졌다.
선수들은 국가가 끝나자,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도진은 재빨리 윌리엄을 찾았다.
“윌리엄. 물고 늘어질 수 있나요?”
윌리엄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 상대가 상대인지라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프레드 체이먼.
양키스의 선발 투수.
올해 17승 9패에 방어율 2.98을 기록한 양키스의 1선발.
탁구장이라고 불릴 만큼 타자 친화적인 구장인 양키스 스타디움에서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MVP 후보이자 사이 영 후보였다.
“출루보다는 공을 최대한 많이만 봐주세요.”
윌리엄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타석으로 이동했다.
대기 타석에 서게 된 도진을 상우가 찾아왔다.
“야. 나, 나 좀 살려줘.”
상우는 말을 더듬을 만큼 떨고 있었다.
도진도 이 중요한 무대에서 3번 타자가 된 그의 심정을 알고 있었기에 굳이 나무라지 않았다.
“이 라인업이 가지는 의미는 알지?”
“어. 너랑 나를 믿는다는 거 아니냐.”
“그래. 알면 됐어.”
“말 쉽게 하네. 나 신인이야! 이제 겨우 5번 타자도 적응될락 말락 했더니 3번이라니.”
“저쪽도 마찬가지잖아?”
도진은 양키스 더그아웃을 가리켰다.
상우는 에휴! 푸념을 내뱉었다.
“쟤네랑 우리랑 같냐? 쟤네는 시즌 내내 줄곧 저 라인업이었고.”
“그래서. 쫄?”
“야. 솔직히 놀란이랑 내가 비교 대상이냐? 저놈 40홈런 쳤어! 타점도 리그 1위라고!”
“답은 나왔네. 내가 놀란 만큼의 활약을 할 테니 네가 사토만큼만 해. 혹시 사토도 무섭냐?”
상우의 눈빛이 변했다.
“무섭냐고? 내가? 일본인한테? 야 나 일본 킬러야!”
그러더니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상대가 미국 구단인 양키스긴 하지만…….”
“한마디로 사토만큼 활약할 수 있다는 거네?”
“해야지. 적어도 한국인이 돼서 일본에는 질 수 없어.”
상우는 예전부터 저랬다.
일본에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일본에게 지는 걸 너무나도 싫어했다.
야구에 한해서가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서 그랬다.
툭툭.
도진은 그거면 됐다고 상우의 어깨를 도닥였다.
때마침 투수의 와인드업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퍼억.
시원하게 꽂히는 바깥쪽 98마일 패스트볼은 오늘 투수의 컨디션을 대변해 주었다.
‘쩝. 투수 컨디션 좋네.’
윌리엄은 5구 끝 승부에서 삼진으로 물러섰다.
그런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도진의 앞에 섰다.
“미안하다.”
“아니에요. 덕분에 투수 공이 눈에 익었어요.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고맙다. 하나 해줘.”
“저도 노력은 해볼게요.”
그 말을 끝으로 도진은 타석으로 걸어 들어갔다.
타격 자세를 잡고 나서는 머릿속을 정리했다.
‘분위기를 가져오려면 홈런이 제격이야. 하지만 양키스 구장은 당겨쳐서 홈런을 만들기 힘들어.’
타구 비거리가 122m를 넘겨야 했으니 말이다.
그러니 홈런을 만들겠다고 마음먹고 휘둘러봤자 펜스 앞에서 잡힐 가능성이 컸다.
장거리형 우타자가 양키스 스타디움에서 꽤 애를 먹는 이유였다.
그러니 여기서는 당겨쳐서 홈런을 만들겠다는 스윙은 자제해야 하는데…….
‘대신 밀어 쳐서 홈런을 만들 수는 있어.’
하지만 상대 투수의 위력적인 투구를 생각해 보면 이 또한 쉽지 않다.
‘그러니 내가 할 일은 매우 단순해.’
출루.
배터리의 생각을 읽는다면 가능하다.
‘몸쪽이냐, 바깥쪽이냐.’
모든 정황이 초구가 몸쪽을 향한다고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투수는 나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려고 하겠지. 맞더라도 홈런성 타구가 잘 나오지 않는 몸쪽으로 던질 테고.’
도진은 힐끗 센터라인 좌측을 담당하는 선수들을 훔쳐봤다.
‘3루수와 유격수는 정상적인 수비위치지만 좌익수는 펜스 근처에 있네.’
장타성 타구만큼은 방지하겠다는 수비위치였다.
때마침 초구가 날아왔다.
패스트볼이었다.
부웅.
도진은 타이밍을 앞당겨 배트를 냈다.
딱!
제대로 얹히지 않아 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은 타구는 3루수 키를 넘어 좌익수 부근의 라인 안쪽에 안착하는 텍사스 안타가 나왔다.
1루 베이스에 도착한 도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타구가 먹혔지만, 의도한 대로는 돼서 다행이야.’
양키스 스타디움은 좌측 담장까지의 거리가 먼 대신, 좌익수가 수비하기 까다로운 구장이었다.
그렇기에 정타를 맞춰 타구가 좌중간으로 뻗기보다는 극단적으로 타이밍을 빨리 가져가서 라인을 타고 흐르길 원했다.
구위에 잡아 먹혀 강한 타구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좌익수가 멀찌감치 수비를 하고 있었기에 안타가 나올 수 있었다.
‘솔직히 이번엔 9할이 운이었어.’
아무렴 어때.
운이든 실력이든 안타는 안타다.
무엇보다 출루하겠다는 초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런 그의 눈동자에 각오가 들어섰다.
‘수 싸움. 시작해야겠지?’
배터리의 목줄을 쥐고 흔들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