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74)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74화(374/400)
양키스의 선발 투수 프레드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젠장.’
절대 출루해서는 안 되는 선수가 출루했다.
도진은 발도 빠르고 주루 스킬 또한 격이 다른 선수였다.
포수 칼렙은 서둘러 사인을 보냈다.
‘너무 신경 쓰지 마.’
프레드는 금세 칼렙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그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겠어.’
오늘 에인절스의 3번 타자는 상우.
정규 타석도 채우지 못한 새파랗게 어린 신인이 타석에 들어서고 있었다.
‘놀란과 사토는 저 선수를 조심해야 한다고 했지만…….’
그는 언뜻 보기에도 레드삭스전에서 꽤 성장했다.
하지만 프레드의 눈에는 그저 하나의 애송이에 지나지 않았다.
프레드는 칼렙을 향해 턱짓했다.
‘지금은 주자를 더 신경 쓰는 게 낫겠다.’
‘동의한다. 대신 주자는 수 싸움에 꽤 강해. 피치 아웃으로 잡을 생각은 안 할게. 괜히 카운트만 불리해져.’
‘그래. 데이터 그대로 가자.’
양키스는 도진을 뼛속까지 분석했다.
그를 잡아야 양키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배터리는 알고 있었다.
도진이 주자로 나갔을 시 어떻게 배터리를 공략하고 어떤 카운트에서 뛰는 걸 좋아하는지 말이다.
칼렙은 최종 사인을 냈다.
‘놈은 카운트가 유리해지는 순간 뛸 거야. 그러니 초구는 몸쪽 패스트볼이 좋을 것 같다.’
다른 한편.
베이스에서 살짝 리드를 가져간 도진은 말아쥔 주먹에서 새끼손가락만 슬쩍 폈다.
‘상우야. 내 견제가 좀 빡센 거 같다. 이걸로 가자.’
상우의 동공이 미세하게 커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타격 자세를 잡았다.
그렇게 배터리와 타자 주자의 싸움이 시작을 알렸다.
투수가 공을 던졌다.
투구는 몸쪽 패스트볼이었다.
타자의 배트가 나왔다.
상우는 크게 헛스윙했다.
포수가 공을 잡고 몸을 벌떡 일으켰다.
하지만 주자 도진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포수는 투수에게 공을 던졌다.
공을 건네받은 투수는 후! 짧게 숨을 내뱉더니 몸을 슬쩍 굽혀 포수의 사인을 기다렸다.
포수가 사인을 냈다.
‘좋아. 계획대로다. 바로 2스트라이크부터 잡고 보자. 타자의 방망이가 나름 매섭게 돌긴 했는데, 네 공을 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투수는 사인에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와인드업했다.
2구 역시 몸쪽 패스트볼.
상우의 방망이는 이번에도 헛돌았다.
“스트라이크 투!”
포수는 환희를 삼켰다.
‘좋아. 이제부터는 타자만 신경 써도 되겠어.’
2스트라이크다.
무턱대고 뛸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헛스윙이 나온 이상 2루에서 잡히는 것까지 생각하면 주자는 쉽게 뛸 수 없었다.
배터리가 안도하던 그때.
도진과 상우는 눈빛을 교환했다.
‘상우야. 감 잡았냐?’
‘어. 진짜 답도 없이 빠르긴 한데 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래. 시작하자.’
도진은 배터리의 표정을 힐끗 살폈다.
안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의 먹잇감은 애당초 배터리가 아니었다.
도진의 시선이 슬쩍 유격수 방면으로 향했다.
놀란의 수비 위치는 2루 베이스에서 가까웠다.
적어도 그는 자신이 여전히 뛸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있었다.
‘놀란. 너라면 그럴 줄 알았어.’
도진은 양키스가 자신의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배터리가 카운트를 빠르고, 유리하게 가져가리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니 상우가 타격으로 해결해 줬다면 최상의 시나리오였지만, 그 작전은 이미 실패했다.
다만 이미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이제부터 진짜 작전을 선보일 차례였다.
3구. 투수가 투구에 돌입했다.
도진은 2루로 뛰었다.
놀란의 베이스커버는 빨랐다.
투수의 손을 떠난 구종은 떨어지는 체인지업.
상우의 배트도 함께 나왔다.
힘을 잃고 떨어진 투구가 바닥까지 향했지만, 상우의 배트는 떨어지는 타구를 끝까지 쫓았다.
따악!
타구는 본래 유격수 정면이어야만 했다.
그런데 놀란이 베이스커버를 들어가는 바람에 그 자리는 훤히 비어 있었다.
안타. 도진의 속도에 불이 붙었다.
그는 2루를 지나칠 때 놀란과 눈이 마주쳤다.
“먼저 간다.”
두 선수의 희비가 교차했다.
다른 한편, 좌익수는 쏜살같이 달려 나오며 포구하더니 힘차게 홈까지 공을 던졌다.
하지만 이미 3루를 지나 홈을 쇄도하는 도진을 잡을 수 없었다.
“세이프! 세이프!”
도진은 흙먼지로 뒤덮인 유니폼을 툭툭 털어내며 2루에 안착한 상우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고는 허탈한 표정의 놀란에게 윙크를 날리고는 더그아웃으로 이동했다.
스코어는 1:0.
에인절스가 1회 초부터 득점에 성공하며 앞서가기 시작했다.
* * *
[1아웃 노 볼 2스트라이크에서 작전이 나왔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이래서 무섭죠. 행동에 망설임이 없어요! 자칫 잘못했다가는 이닝이 곧바로 종료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결국 득점을 해버리네요!] [노린 것 같지 않나요?] [그래 보입니다. 애당초 저 코리안 듀오는 2스트라이크에서 런 앤드 히트를 가져갈 생각이었나 봅니다.] [쉽게 정리하자면 우려했던 부분은 그저 우려에 그친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아직 어린 두 코리안 듀오가 이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이 될 수 있는 자리에서 본인들의 역량을 여실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일격을 맞은 양키스 선수들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투수는 그 후 호세와 마르셀로를 상대로 2개의 삼진을 추가해 공수가 교대됐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놀란은 어금니를 빠득 갈았다.
“젠장!”
조금 늦게 움직였다면 병살타였다.
도진은 배터리가 아닌 자신을 노리고 들어왔는데, 이건 예상에 없던 전략이었다.
도대체 어떤 주자가 배터리가 아닌 야수를 노리겠는가?
사토는 놀란의 어깨를 툭 쳤다.
“이건 네 잘못이 아니다. 어차피 뛰는 순간 베이스커버는 들어갔어야 해.”
사토는 주위를 스윽 훑어보았다.
그 누구도 놀란을 나무라지 않았다.
놀란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해냈다.
다만 상대가 수 싸움에서 이겼을 뿐.
하지만 놀란은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도진. 그에게 또 당했으니까.
그 때문에 늘 좋지 않았던 옛 기억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사토는 부들부들 떠는 놀란에게 배트를 내밀었다.
“고작 1점이다. 이 정도는 예상하지 않았던가? 어차피 저 친구에게 두들겨 맞는 건 이미 익숙하잖아?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되갚아 주면 된다.”
놀란은 사토가 건넨 방망이를 손에 쥐었다.
거짓말처럼 분노도 사그라들었다.
“그래. 평생 이대로 당하고만 살 수는 없지. 오늘 그 악연을 끊는다.”
사토는 피식 웃더니 대기 타석으로 이동했다.
눈빛이 살아난 놀란도 곧장 도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한편, 마운드에 오른 도진은 양키스의 1번 타자 조든 톰슨을 만났다.
‘일단 선취점은 따냈어.’
이 선취점은 크다.
쫓기는 처지만 아니라면 리드하는 쪽이 무조건 유리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중반까지는 리드를 유지하고 싶은데…….’
도진은 마스크 사이로 상우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벌벌 떨던 상우도 이제는 전부 옛말이었다.
‘3번 타자로 나서서 타점을 올렸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 이제 나만 잘하면 되겠어.’
자신감을 되찾은 상우의 리드는 타자들이 느끼기엔 까다로운 코스로.
그리고 투수가 던지기 좋은 코스로 공을 유도할 것이다.
사인이 나왔다.
도진은 즉각 고개를 끄덕이며 와인드업했다.
공은 던져졌다.
굉음을 내지르며 투구가 한복판으로 날아갔다.
타자의 스윙이 나왔지만, 홈플레이트에 다다를수록 치솟는 패스트볼은 타자의 배트를 지나쳐 미트에 꽂혔다.
퍼억.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100이란 숫자가 나타나자, 상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도진도 동시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오늘 컨디션 참 좋구나.
이 의미가 담긴 사인을 서로 교환했다.
물론 둘은 이대로 만족할 생각 따윈 없었다.
컨디션이 좋을 때 초장에 기를 확 죽여 놓는다!
2구.
타자는 좌타자의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투심에 배트를 냈다.
따악!
바운드 된 타구를 3루수 윌리엄이 손쉽게 처리했다.
“아웃!”
내보내면 골치 아픈 양키스의 선봉장을 너무나도 쉽게 처리했다.
그 때문에 도진과 상우의 자신감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겠다며 발버둥 치고 있었다.
그 분위기가 쭉 유지될 것 같던 그때.
장내가 술렁였다.
상우는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도진은 타석에 들어서는 선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사토.’
주름 하나 없는 그의 무표정에 도진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자신감 봐라.’
사토는 원래도 무표정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
그러나 도진이 바라본 오늘의 사토는 평소의 그보다 더 냉정했다.
‘역시 넌 이 큰 무대에서도 떨지 않는구나.’
이거. 쉽지 않겠는데?
도진은 그간 다양한 선수들을 만나왔다.
MVP, 올스타, 실버슬러거 등등.
이번 시즌만 해도 선발 투수로서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들을 수없이 상대해 왔다.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들어맞듯이 지금처럼 섬뜩한 느낌을 받았을 때의 결과는 좋지 못했다.
‘내가 극복해야만 하는 숙제기도 해.’
너를 잡고. 양키스를 잡고 올라가는 건 우리 에인절스가 될 거다.
도진은 상우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이며 와인드업했다.
공은 좌타자에게서 먼 바깥쪽.
패스트볼을 빙자한 체인지업이었다.
부웅.
태풍도 가를 듯한 스윙이 나왔다.
하지만 도진의 체인지업은 타자의 스윙을 외면하며 미트에 안전하게 안착했다.
“스트라이크!”
후우.
도진은 한숨 돌렸다.
체인지업이 긁히지 않았다면 저 타구는 홈런이 나왔을 테니까.
그만큼 방금 사토의 스윙은 위력적이었다.
‘성장했구나. 그래도 난 지지 않는다.’
사인이 나왔다.
도진은 고개를 주억이고는 곧바로 투구에 돌입했다.
투구는 아까와 같은 코스.
다만 구질은 달랐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짧고 강하게 떨어지는 스플링커에 사토의 배트가 나왔다.
따악!
투구는 배트의 밑 등에 맞았다.
심판은 즉시 파울을 선언했다.
“파울!”
노 볼 2스트라이크.
투수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카운트.
하지만 사토는 무덤덤했고.
도진과 상우의 동공은 순간 흔들렸다.
‘이, 이걸 바로 갖다 맞춰?’
스플링커는 오늘 처음 던졌다.
특히나 양키스를 상대로는 아예 처음 던진 구종이었다.
오늘을 위해 아끼고 또 아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토는 비록 파울이지만, 배트에 갖다 맞췄고, 이건 예상에 없었던 시나리오였다.
상우는 볼카운트는 여유 있으니, 유인구로 가자는 사인을 냈다.
고개를 끄덕인 도진은 사인에 맞춰 공을 던졌다.
3구는 하이 패스트볼.
4구는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사토의 스윙이 나오길 바랐다.
“볼!”
“볼!”
카운트는 2-2.
애석하게도 배터리가 원하는 결과는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직은 투수의 카운트.
충분히 해볼 만했다.
상우는 지체없이 사인을 냈다.
도진 역시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가보자. 상우야.’
와인드업 후 던진 패스트볼은 바깥쪽 꽉 찬 코스로 향했다.
도진은 코스와 구속 그리고 구위까지 흠잡을 데 하나 없는 최고의 공을 던졌다.
하지만 사토의 눈이 번뜩였던 것도 그때였다.
‘이걸 기다렸다.’
사토에게서 벼락같은 스윙이 나왔다.
그 스윙은 보이는 날아오는 궤적보다 조금 더 위쪽으로 형성됐고.
투구를 쪼개버리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따—악!
도진의 고개가 타구를 확인하겠다며 우측으로 크게 꺾였다.
마스크를 벗어 던진 상우의 표정엔 허탈함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에인절스 선수들은 전원 고개를 떨궜다.
스코어는 1:1.
타카시 사토의 솔로 홈런으로 경기의 행방은 묘연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