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75)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75화(375/400)
[타카시 사토의 솔로 홈런! 양키스! 1:1 동률을 맞춥니다!] [정말 대단한 스윙입니다. 바깥쪽 꽉 찬 코스를 그대로 밀어 쳐서 양키스의 제일 먼 구석으로 홈런을 만듭니다!] [실투가 아니었잖아요?] [실투요? 킴은 최고의 공을 던졌습니다. 구속도, 구위도, 로케이션도 흠잡을 데가 없었어요.] [양키스가 준비를 참 잘해왔다는 생각이 드네요.]사토는 무덤덤하게 베이스를 돌았다.
그의 표정은 마치 당연한 결과라고 일러주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당연하지 않았다.
적어도 도진과 상우에게는 그랬다.
‘제, 젠장!’
상우는 마른침을 꼴딱 삼켰다.
삼키고 또 삼켜도 당황으로 인해 바짝 말라버린 목구멍은 수분이 채워지지 않았다.
전광판으로 자연스레 눈이 갔다.
103마일.
도진은 전력으로 던졌고.
최고의 공을 던졌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나왔던 것이었다.
‘이, 이걸 이렇게 쳐버린다고?’
사토. 그는 기술과 힘을 겸비한 완벽한 타격을 선보였다.
올해 신인인 선수가 말이다.
상우의 얼얼해진 뒤통수가 뻐근해지자 자연스레 턱에 힘이 들어갔다.
‘도진이 상태는?’
초점이 살짝 풀려 있다.
이 큰 무대에서.
불의의 일격을 맞았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도진은 명실상부 최고의 선수로 거듭나고 있었지만 그래봤자 이제 풀 타임 2년 차였을 뿐이었다.
이런 경험을 해본 적 없는 그가 흔들리는 건 당연했다.
‘인간이니까.’
상우는 도진의 눈에 초점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사토가 홈을 밟는 순간 그의 초점이 조금 돌아왔다.
상우는 왼쪽 어깨 팔 그리고 가슴을 짚었다.
‘도진아. 마음에 담지 마라. 아직 동점이다.’
도진은 후! 짧게 숨을 내뱉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상우는 그런 도진의 눈을 계속해서 들여다봤다.
‘다행이다.’
상우는 안도했다.
비록 흔들렸지만, 자신이 알던 도진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가 무너진다면?
에인절스엔 희망이 없었으니 말이다.
도진은 괜스레 주먹을 쥐어 악력을 확인했다.
‘아무 문제 없어.’
사토가 잘했다.
그는 원래 잘하는 선수이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지만, 그는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첫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맞은 거지.’
망할.
도진은 자책했다.
여긴 리그가 아니다.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을 가리는 자리였다.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됐어.’
자신감이 너무 넘쳤다.
투수는 언제든지 실점할 수 있다는 걸 간과했다.
‘괜찮아. 상우 말마따나 아직 1점이야.’
그리고 고작 1회였다.
도진은 고개를 좌우로 풀었다.
긴장 때문에 응축된 몸이 사르르 녹아내려 한결 나아진 기분이었다.
‘다음 타자는…….’
큰일이다.
기껏 가출한 정신을 머리채 잡아서 도로 데리고 왔더니 다시 가출하겠다며 발버둥 치고 있었다.
놀란 카브레라.
치솟은 그의 입꼬리엔 광기가 담겨 있어서 그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척.
놀란은 손에 쥔 배트로 외야를 가리켰다.
예고 홈런이었다.
* * *
몇 번이나 언급했지만, 야구 선수에게 제일 중요한 요소라면 역시 멘탈이었다.
놀란은 배터리의 멘탈을 흔들려고 들었다.
예고 홈런.
자신의 시그니처로 말이다.
다만 그저 멘탈만 흔들겠다고 나온 퍼포먼스는 아니었다.
‘넘겨버려 주마.’
놀란은 자신이 있었다.
안다. 이 예고 홈런은 적어도 도진을 상대할 때만큼은 제대로 먹혀든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달랐다.
‘킴. 너도 인간이다.’
사토가 증명했다.
지금까지 쭉 인간 상성인 줄 알았는데 약점을 극복했다.
‘그러니 나도 할 수 있다.’
도진을 잡는다.
어느 순간 자신의 주된 목표였다.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MVP, 혹은 우승.
이런 걸출한 타이틀이 아닌 한 선수를 이기는 것이 목표라니.
누군가는 비웃을 것이다.
하지만 놀란은 정말로 MVP나 우승보다는 먼저 도진을 잡길 원했다.
그는 신인왕.
골든 글러브 위너.
올해는 사이 영과 MVP 후보.
거기에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일한 Three way player.
자신이 어떤 타이틀을 얻게 되더라도 결국 도진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여기서 널 밟고 월드시리즈로 가는 건 우리 양키스. 그리고 나다.’
놀란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도진의 어금니에 힘이 들어간 것도 그때였다.
평소라면 놀란의 예고 홈런을 예고 삼진으로 받아쳤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공을 쥔 손이 올라가질 않는다.
그렇다.
자신은 흔들리고 있었다.
앞선 사토의 홈런은 여전히 가슴 깊이 새겨진 상처로 남아 있었다.
더군다나 지금 타석에 들어선 상대가 누구던가?
‘놀란 카브레라…….’
타격에서 사토를.
그리고 자신을 능가하는 선수였다.
2년 차 선수가 40홈런에 120타점을 기록했다.
실버 슬러거는 따놓은 당상이며 MVP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었다.
현존하는 타자 중 제일 잘 치는 타자라고 본인이 직접.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정신이 혼미해진 사이 상우에게서 진정하라는 제스처가 나왔다.
도진은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상우 말이 옳다.
‘여기서 내가 무너지면 에인절스 전체가 무너진다.’
자신이 숨을 쉬고 있는 한.
두 눈 똑바로 뜨고 있는 이상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됐다.
‘0:0이라고 생각하고 간다.’
힘들게 얻은 득점도. 실점도 없다고 생각하련다.
결국 실점 때문에 이렇게 흔들리고 있었으니까.
일종의 멘탈 관리였다.
사인이 나왔다.
고개를 끄덕인 도진은 즉각 와인드업했다.
투구는 몸쪽으로 향했다.
전광석화 같은 놀란의 스윙이 나왔다.
부웅.
거센 바람을 일으킨 놀란의 배트는 힘을 완전히 잃고 떨어지는 투구에 크게 헛돌았다.
그 순간 두 선수의 희비가 교차했다.
도진의 치솟은 입꼬리엔 희망이.
놀란의 치솟은 입꼬리엔 절망이 담겨 있었다.
몸쪽 체인지업.
제구가 되지 않았다면 확정적으로 홈런이 나왔을 구종이라서 그랬고.
배짱 싸움에서 배터리가 타자를 상대로 승리해서 그랬다.
이 여파는 2구에도 이어졌다.
한복판으로 향하다가 크게 휘어져 나가는 하드 싱커.
놀란의 배트는 멀어지는 투구에 닿지 못했다.
퍼억!
“스트라이크 투!”
순간 절망이 가득했던 놀란의 미소에 희망이 들어섰다.
‘그래. 그래. 넌 원래 이랬지.’
오뚜기처럼 넘어져도 금세 일어났다.
사토에게 맞은 홈런이 꽤 아팠을 텐데.
도진은 언제나처럼 역경을 딛고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일어서지는 못했어.’
도진의 투구는 위력적이다.
예전의 자신이라면 아마 건들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충분히 칠 수 있다는 확신이 스며들고 있었다.
놀란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그가 뿜어내는 기세는 0-2를 맞이해 쫓기는 타자의 기백이 아니었다.
도진이 등 뒤로 숨긴 공을 빙글빙글 돌리는 사이 상우의 사인이 나왔다.
도진은 사인에 고개를 끄덕인 채 와인드업에 돌입했다.
무릎이 올라갔다.
발바닥이 지면에 닿으며 팔이 앞으로 나갔다.
도진이 공을 쥔 그립은 검지와 중지가 크게 벌어져 있었다.
쉐에에엑.
손을 떠난 투구가 한복판으로 향하자.
놀란은 배트를 휘둘렀다.
‘이걸 기다렸다!’
도진의 신무기. 스플링커.
실물로 보는 건 두 번째이며 직접 마주하는 건 처음이다.
그런데도 놀란이 휘두른 배트엔 망설임 따윈 없었다.
투구는 홈플레이트 앞에서 짧고 강렬하게 하강했다.
앞서 사토가 휘두른 배트의 밑등을 맞은 그 궤적이었다.
‘강하다. 그리고 매우 빠르다.’
메이저리그에서 2년 내내 풀 타임을 뛰면서 정말 대단한 투수들을 만나왔지만, 이런 공은 처음이다.
하지만 부릅뜬 그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안광은 투구의 궤적을 끝까지 쫓고 있었다.
‘네 스플링커는 영상으로 하루에 100번도 더 봤다!’
이 공을 받아쳐서 널 누르겠다는 각오로 말이다!
‘여기구나!’
놀란의 어깨에 힘이 실렸다.
당장에라도 터질 듯한 실핏줄이 그의 팔을 둘러싸고 있었다.
따—악!
타구는 우익수 방면으로 쭉쭉 뻗어나갔다.
하늘 높이 던져진 배트가 바닥을 나뒹구는 순간 도진의 고개도 함께 떨궈졌다,
놀란은 유유히 베이스를 돌았다.
* * *
[홈런! 백투백 홈런이 나옵니다! 양키스! 1:2로 앞서나가기 시작합니다!] [왜 양키스가 올해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스플링커였어요. 지금까지 단 한 개의 홈런도 내주지 않은 궁극의 마구가 홈런이 됐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양키스가 정말 킴을 많이 연구한 것 같네요. 물론 결과를 만든 선수들이 그만큼 잘한 것도 있지만요.] [기세가 완전히 넘어갔겠는데요?] [네. 킴이 이렇게 흔들리는 모습은 처음 봅니다. 물론 이해는 합니다. 피로도 꽤 누적됐을 테고 어깨에 짊어진 부담감도 어느 때보다 무거울 테니까요.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이렇게나 냉정한 법입니다.]놀란은 베이스를 도는 내내 주먹은 불끈 쥐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전신을 덮쳐오는 희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아서 그랬다.
홈 베이스를 밟은 놀란은 다음 타자와 하이파이브를 나눈 후 더그아웃에 입장했다.
그 즉시 무수한 손바닥이 그의 헬멧을 두들겼다.
어느덧 더그아웃의 끝에 다다랐을 땐 사토가 손을 내밀었다.
“나이스 홈런. 완벽했다.”
순간 치솟은 놀란의 입꼬리가 금세 제자리를 찾아갔다.
“그래도 고작 이걸로 만족할 수는 없어.”
“동의한다. 그간 저 친구에게 당했던 거 오늘 전부 갚아준다.”
놀란과 사토는 오늘이 적기라고 봤다.
같은 황금세대의 일원 중에서 언제나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은 도진을 끌어내릴 유일한 기회가 찾아왔다고.
그리고 둘의 뜻대로 되는 듯했다.
도진은 흔들리고 있었다.
어찌어찌 1회는 추가 실점을 하지 않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2회도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지만, 전혀 위력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3회.
도진에게 크나큰 시련이 찾아왔다.
양키스의 1, 2번 조든과 사토는 도진을 상대로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여기에 놀란은 2타점 적시 2루타를 기록하며 스코어는 1:4. 양키스가 크게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타임!”
조 캐넌이 마운드를 방문했다.
그는 모자를 푹 눌러쓴 채 가만히 서 있는 도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공을 넘겨달라는 것이었다.
좋게 말하면 투수 교체.
정확하게는 강판이었다.
도진은 손에 쥔 공을 조 캐넌에게 내밀었다.
다만 그는 손에 쥔 공을 바로 넘기지 않았다.
조 캐넌은 그런 도진의 어깨를 툭 쳤다.
“괜찮다. 오늘만이 날이 아니다. 그리고 말이야. 제일 중요한 건 아직 경기가 끝난 건 아니다. 자네가 여기서 내려간다고 에인절스가 졌다는 건 더더욱 아니고.”
도진은 공을 쥔 손의 악력을 풀었다.
손에서 툭 떨어진 공이 조 캐넌의 손바닥에 얹혔다.
모자를 더 푹 눌러쓴 도진은 결국 마운드에서 내려가 더그아웃 구석에 털썩 앉았다.
그 어떤 선수도 도진에게 위로를 건네지 못했다.
아직 어린 선수가 느낄 상실감을 알고 있어서 그랬다.
도진은 깍지 낀 양손으로 턱을 받쳤다.
그의 시선은 더그아웃의 바닥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아웃!”
3회가 지나갔지만, 여전히 스코어는 1:4.
조 캐넌의 선수 교체가 적재적소에 일어났던 것이었다.
그라운드에 나가 있던 주전 선수들이 더그아웃에 도착했다.
그들의 시선은 전부 도진에게 쏠려 있었다.
호세는 파르르 떨고 있는 도진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스포츠음료 하나를 손에 쥐고 다가갔다.
“애송아. 너무 상심하지 마라. 넌 충분히 잘했어.”
도진에게서 어떤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젠장.’
호세는 도진이 느끼고 있을 상실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누구던가?
‘애송이는 팀의 중심이야.’
언제나 에너지 넘치는 친구가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가 여기서 쓰러져서는 안 된다. 다시 본 모습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그래야 어렵겠지만 에인절스가 추격이라도 할 수 있을 테니까.
패배하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여기서 킴이 쓰러지면 추격은커녕 시리즈 4:0 스윕 당할 확률이 높다.’
호세는 결국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해 보고 여전히 무응답으로 일관하면 뺨이라도 한 대 후려쳐야겠다고 다짐했다.
“애송…….”
호세는 도진을 끝까지 부르지 못했다.
누군가 뒤에서 자신의 옷깃을 쥐고 흔들었기 때문이다.
호세는 등을 돌렸다.
상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그러더니 미세한 턱짓으로 반대쪽으로 가자고 했다.
호세는 도진에게서 조금 멀어지는 순간 입에 화를 담았다.
“친구 생각하는 건 좋다. 하지만 우린 프로야. 이 무대가 어떤 무대인지 인지해야 한단 말이다!”
“알아요. 호세. 그리고 도진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거예요.”
“그런데 왜 저런…….”
호세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상우의 눈동자에 비친 희망 때문이었다.
“호세. 도진이 저놈 상심한 거 아니에요.”
“뭐?”
“진짜예요. 그리고 어쩌면 경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왜냐면요…….”
쟤. 진짜 화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