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77)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77화(377/400)
[호, 홈런이 나왔습니다.]해설의 목소리엔 당황이 역력했다.
[아마 이 경기를 지켜보는 팬분들도 저희와 같은 반응이겠죠?] [그러리라 확신합니다. 킴. 그가 부활했습니다. 이제 2년 차 선수라 충분히 멘탈이 흔들렸을 법한데 그딴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본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게 슈퍼스타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분위기가 한 방에 넘어갔습니다. 지금 양키스 선수들을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그들은 전부 얼이 나가 있습니다.
한편 홈을 밟은 도진은 더그아웃 들어갔다.
그러고는 곧바로 허리를 90도로 굽혀 사과부터 했다.
“경기를 망쳐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아직 2점 차지만 잘 막아주신 덕분에 충분히 따라갈 수 있게 됐어요.”
홈런을 친 선수가 기뻐하기는커녕 느닷없이 사과하는 바람에 에인절스 선수들은 환호와 세레모니를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얼이 나간 그들의 표정에 순간 미소가 피어올랐다.
생각해 보니 지금은 세레모니를 할 때가 아니었다.
일단 양키스부터 잡고 본다.
팀의 중심이 되살아났으니 충분히 해봄 직하다.
일맥상통한 에인절스는 7회에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 * *
7회 초.
스코어는 여전히 2:4.
7번 타자 제롬은 4구 끝에 내야 뜬공으로 타석에서 물러났다.
8번 타자 라이언 역시 3구 끝 당겨친 타구가 유격수 수비에 걸렸다.
7회 초 2아웃.
타석엔 그레그.
언제나 영웅이길 바라는 그에게서 쉽게 볼 수 없는 진지함이 묻어나왔다.
‘출루한다.’
출루한다. 출루한다. 출루한다.
출루하지 못하면 차라리 나가 뒈져버릴 거다.
그레그는 자신에게 암시를 걸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지금이 승부처라고 봤다.
‘선발 투수는 이번 이닝이 마지막일 거야.’
그다음 양키스의 필승조가 나오겠지.
에인절스가 다음 회에 필승조를 만나는 건 그리 좋지 않다.
양키스의 불펜진이 워낙 뛰어나기도 했고, 이제 겨우 선발 투수의 공이 슬슬 눈에 익기 시작해서 그랬다.
하지만 결국 새로운 투수를 만나는 건 기정사실.
‘차라리 불펜을 이번 이닝에 끌어내야 해.’
출루만 하면 가능하다.
기필코 해야만 한다.
에인절스 선수들은 도진이 순간 무너졌을 때도 버텨주며 점수가 벌려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런데 내가 한 건 뭐지?’
그레그는 타격 자세를 잡았다.
한 게 없다.
그래도 괜찮다.
지금 해내면 되는 거니까.
그레그는 원래 직감에 몸을 맡기는 선수였다.
‘물론 그 직감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아서 문제지.’
그레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지금은 상대 투수만 조질 생각을 해야지 부정적인 생각은 일절 도움 되지 않아서 그랬다.
‘할 수 있…… 어.’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척.
그레그는 타격 자세를 잡았다.
‘너! 브라더보다 못하는 놈이잖아.’
킴이 너보다 몇 수 위라고!
물론 오늘은 좀 그렇긴 한데! 그래도 브라더가 더 나은 선수라는 건 사실이잖아.
근데 더 잘하는 선수가 져야 해?
패전 투수가 돼야 하냐고!
‘조오오온나 불공평하잖아!’
그러니 나는 출루해서 득점까지 할 거다.
때마침 공이 날아왔다.
몸쪽 패스트볼이었다.
‘발사 각도. 발사 각도. 발사 각도. 그레그. 넌 영웅이 아니야! 적어도 오늘만큼은 조연이야!’
부웅.
경쾌한 스윙이 나왔다.
타구는 배트의 밑 등을 때렸다.
하지만 배트의 밑 등을 때린다고 무조건 아웃인가?
그레그는 1루를 향해 쏜살같이 내달렸다.
밑 등을 때린 타구는 크게 바운드가 된다.
그 바운드의 높이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한때 스즈키 이치로라는 타격왕은 일부러 밑 등을 맞춰 내야 안타를 수없이 만들어왔다.
지금의 자신은 이 숨 막히는 무대에서 양키스 1선발의 공을 정확히 받아 칠 자신이 없어 나온 묘수였다.
“으랴아아아아!”
그레그는 1루 베이스가 가까워지자, 몸을 붕 날렸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원래 그냥 뛰는 거보다 느리지만 그만큼 그레그는 절박했다.
“세이프! 세이프!”
그레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고는 몸을 일으켜 타구를 확인하려고 했다.
1루 베이스만 보고 뛰느라 명확한 상황을 몰랐지만, 낌새를 보니 2루수가 공을 한 번 더듬었던 것 같았다.
보고 뛰었다면 굳이 이렇게까지 안 해도 안전하게 세이프가 될 타구였다.
‘아…… 보고 달릴걸.’
그레그는 고개를 떨궜다.
미국 전역이 지켜보는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경기에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부끄러움은 고작 찰나의 순간일 뿐이었다.
“나이스 힛!”
저 멀리 있는 3루 더그아웃에서 환호가 들려왔다.
그레그는 금세 씨익 웃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 이게 영웅이지. 뭐가 영웅이냐.’
적어도 지금은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자신에게 쏠려 있었으니까.
다음 타자. 1번 타자 윌리엄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 역시도 어떻게서든 출루하겠다는 일념 하나였다.
‘4타수 무안타로 마무리할 수는 없어.’
에인절스는 월드시리즈에 가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곳에 도달하려면 양키스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야만 했고.
당장 오늘 경기 이겨야 승산이 생긴다.
‘투수는 흔들리고 있을 거다.’
이닝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내려가고 싶겠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도진이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정말 경기는 모르게 된다.
오늘 자신의 순번은 1번.
선봉장으로 나서서 결과 조차 내지 못했다.
야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월드시리즈로 가고 싶다면 그에 합당한 성적을 내야 한다.
‘투수가 투수인지라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어.’
윌리엄은 작년에 9번 타자로 도진과 호흡을 꽤 많이 맞췄다.
그때의 도진이 1번 타자로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생각이 끝을 맺는 순간, 투수가 공을 던졌다.
윌리엄은 곧바로 번트 자세를 취했다.
2아웃이다.
수비 위치가 내야에서 조금씩 뒤로 멀어진 걸로 보아 그 누구도 번트를 예상하지 않고 있었다.
도진은 늘 상대의 허를 찔러왔다.
그러니 오늘 도진을 대신해서 나온 자리에서 그의 공백을 이렇게라도 메꾼다.
토옥.
번트 타구가 3루 방향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3루수가 뒤늦게 앞으로 뛰쳐나오면서 포구했지만, 2루 주자 세이프.
그리고 1루 주자 마저 세이프.
2아웃만 해도 과열됐던 양키스 스타디움이 차갑게 식기 시작했다.
위기의 상황에서 절대로 마주쳐서는 안 될 선수의 타석을 앞두고 있어서 그랬다.
* * *
양키스의 투수 교체로 잠깐 경기가 멈췄다.
상우는 대기 타석에 있는 도진을 찾았다.
“야. 직접 해결해라.”
도진은 상우를 힐끗 쳐다봤다.
도진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송장이었던 놈이 기고만장해서는. 네가 태평하게 대답할 때냐. 너 때문에 우리 지고 있다고?”
“잔소리는. 안다니까 그렇네.”
“에휴. 이제 타석에 들어서는 놈한테 더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여튼. 이겨보자.”
상우는 도진에게 주먹을 내밀었다.
도진은 그의 주먹을 툭 건들고 타석으로 이동했다.
‘의욕 넘치는 모습 보기 좋네.’
웃기게도 저게 힘내라고 한 거다.
상우도 이렇게 이기고 싶어 하는데 다른 팀원들은 어떻겠는가?
자신도 그렇다.
누구보다 오늘 경기 이기고 싶었다.
그러려면 이번 타석에서의 결과가 중요했다.
‘2사 1, 2루. 어떻게 나오려나.’
아마 승부하겠지.
안타 하나면 2루 주자가 들어온다고 해도 여전히 3:4였다.
‘대신 쉬운 공을 주지는 않을 거야.’
장타면 동점이고, 홈런이면 역전이다.
그러니 볼넷을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뒤가 상우니까. 여의찮다면 좀 더 쉽게 갈 생각도 하고 있을 거야.’
물론 여기서 볼넷으로 나가도 큰 손해는 없다.
2아웃 만루에서는 단타라도 단번에 2점을 올릴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볼넷은 안 돼.’
도진은 직접 해결하고 싶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오늘 자신이 망칠 뻔한 경기를 다시 되돌려놓는다.
타석에 들어선 도진은 준비를 끝낸 투수를 힐끗 쳐다봤다.
양키스의 셋업 투수 도스바니 산토스.
좌완 투수에 105마일까지 던지는 파이어볼러였으며 WHIP가 채 1도 되지 않은 특급 선수였다.
‘그래도 빠른 공을 던지는 대신 제구는 그리 좋지 않아.’
도진은 초구를 기다리기로 했다.
초구 패스트볼이 바깥쪽 높은 코스로 날아왔다.
퍼억.
“스트라이크!”
도진은 잠깐 타석에 물러서서 전광판을 힐끗 쳐다봤다.
101마일.
상대는 제구를 더 신경썼다.
‘제구에 초점을 맞췄다는 건…… 역시 나에게 좋은 공을 주고 싶지는 않다는 거지.’
젠장.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도 그럴 게 여전히 상대는 힘을 빼고 던졌어도 101마일을 기록할 만큼 빠른 공이 날아와서 그랬다.
‘차라리 전력투구로 정면 승부하는 편이 나은데.’
도진은 생각을 이어나간 채로 타격 자세를 잡았다.
‘있어. 상대가 정면 승부하게끔 하는 방법이.’
투 스트라이크를 내주면 된다.
그러면 상대 역시 미련 때문에라도 승부하려고 들 터.
다만 문제는 내가 105마일의 투구를 건들 수 있냐는 건데…….
‘그래도 상우보다는 내가 해결하는 게 나아.’
상우는 아직 경험이 너무 적었다.
빠른 공에 대처하려면 적어도 1년 정도는 풀 타임으로 뛰어야 한다.
그런데 그는 백업선수로 정규 시즌에 활약했다.
2구. 공은 던져졌다.
95마일의 슬라이더가 몸쪽으로 크게 꺾여져 들어왔다.
퍼억.
“스트라이크 투!”
어휴.
잔털이 쭈뼛 섰다.
그만큼 위력적인 투구였다.
그래도…… 초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긴장이 역력했던 투수의 표정이 한결 편해졌기 때문이다.
‘0-2. 지금은 유인구겠지.’
공이 날아왔다.
다시 한번 슬라이더였다.
다만 몸쪽으로 바짝 붙은 투구는 자칫 유니폼을 스치겠다며 날아왔다.
도진은 성급히 엉덩이를 뒤로 뺐다.
유니폼에 스치면 볼넷, 도진은 절대 걸어 나갈 생각이 없었다.
“볼!”
카운트는 1-2.
승부냐 유인구냐의 기로에서 도진은 유인구를 노렸다.
그런데 상대의 패스트볼은 역으로 몸쪽을 찌르고 들어왔다.
‘젠장!’
본능적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틱.
스치듯 빗맞은 타구는 포수의 미트 안으로 우당탕탕 튕기며 들어갔다.
하늘이 도운 것인지 공은 미트에서 도로 튀어나왔다.
“파울!”
하아.
도진은 땅이 꺼질세라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마음을 추스른 도진은 전광판을 힐끗 쳐다봤다.
103마일.
패스트볼을 예상했더라도 칠 수 있었을까?
투수는 아쉬워했다.
그 모습을 보고 도진은 마음을 가다듬었다.
‘확실해졌어. 상대는 도망가지 않을 거야.’
카운트는 여전히 1-2.
5구 슬라이더가 날아왔다.
‘지금 상황에서 파이어볼러가 결정구로 슬라이더를 던질 리는 없지.’
도진은 유인구라며 단정 짓고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퍼억.
존을 벗어난 슬라이더는 도진의 예상대로 볼.
카운트는 2-2가 되었다.
‘온다. 이번엔 분명히 패스트볼이 올 거야.’
최대 105마일에 달하는.
170km의 공이 올 거다.
꿀꺽.
침이 꼴딱 넘어갔다.
105마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섬뜩했다.
‘그래도 무조건 타이밍을 맞춰야 해.’
두 번의 기회는 없다.
도진은 그렇게 봤다.
다만 저 무지막지한 구속에 곧바로 타이밍을 맞출 수 있을까?
속도가 워낙 빨라 타이밍이 조금만 늦거나 빨라도 범타가 나올 것이다.
‘어떡하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어떻게서든 해결하겠다는 부담감 때문에도 그랬다.
그러자 그때.
번뜩임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자, 도진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타이밍. 맞출 방법을 찾았다.’
투수가 투구에 돌입했다.
손을 떠난 투구는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고 있었다.
확신에 찬 도진은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투구가 배트를 만나자, 천둥이 치는 듯한 굉음을 뿜어냈다.
타구는 좌측 담장을 향해 쭉쭉 뻗어나가고 있었다.
도진은 배트에 스핀을 주고는 유유히 베이스를 돌기 시작했다.
‘나 투타 겸업이야.’
자신이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을 대입해서 타이밍을 찾았다.
백번 천번 던져봤기에 어떤 타이밍에 미트에 꽂히는지 알고 있었다.
스코어는 5:4.
에인절스는 재역전에 성공했다.
* * *
에인절스는 도진의 홈런으로 1차전을 승리했다.
원정에서의 승리는 달콤했다.
양키스 선수들은 도진에게 두 번째 일격을 맞자마자 의욕이 완전히 꺾였다.
물론 고작 이제 1차전이 끝났을 뿐.
2차전은 벨 조이스와 타카시 사토의 선발 맞대결이 기다리고 있었고.
양 팀 모두 여전히 한 치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