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79)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79화(379/400)
도진은 상우를 4번 타자로 추천했다.
조 캐넌은 데이터를 앞세웠다.
“리는 타카시 사토 상대로 올해 6타수 2안타를 기록한 게 전부야. 타율은 3할 3푼 3리지만, 표본이 너무 적네.”
“네. 그래도 잘해주리라 믿습니다.”
“이유가 뭐지?”
“일단 리와 사토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조 캐넌은 계속해보라며 턱짓했다.
도진은 말을 이었다.
“U-18 대회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타점을 올린 기억이 있어요.”
“음. 한창 어릴 때군.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를 텐데?”
“인정합니다. 사토도 그때와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었고요. 솔직히 기록만 놓고 봤을 때 아직 리가 사토에 비빌 클래스는 아니고요.”
이번 시즌 상우는 백업 선수로 활동했지만, 사토는 양키스의 붙박이 2번 타자와 5선발 투수로 활약했다.
그런 선수가 이제 양키스의 2선발로 나왔다는 것.
그가 얼마나 큰 성장을 이뤘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데도 도진의 눈동자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감독님. 혹시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아십니까?”
조 캐넌은 고개를 주억였다.
“대충 알고는 있네. 양국의 투쟁심을 끌어내겠다는 생각인가 보군.”
“네. 양국의 골은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조금 더 깊습니다. 음…… 쉽게 설명해 드리자면,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관계라고 보시면 편할 것 같네요.”
호세가 대화에 참여했다.
“그 정도면 앙숙 아니냐?”
“스포츠에서는 그렇죠. 서로가 붙었을 때는 절대 지는 걸 용납하지 않거든요.”
조 캐넌의 미소에 만족스러움이 묻어나왔다.
“리를 4번에 배치하면 평소와 다르리라 보는 거군. 그가 100%를 보여줄 수 있다고 믿는가?”
도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120%는 보여줄걸요.”
“좋다. 리를 4번에 배치하도록 하지.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자네에게도 제안을 하나 하고 싶네.”
“네. 얼마든지요.”
“자네가 오늘은 유격수를 맡도록 하지.”
도진의 대답에 의문이 묻어나왔다.
“네? 왜요?”
“원래 오늘 계획에 리는 없었어. 하지만 아돌니스가 포수 마스크를 쓰고 지명 타자 자리에 리가 들어가게 되겠지. 거기에 자네가 3루수를 보게 되면 윌리엄이 오늘 빠져야 한다.”
도진은 아랫입술을 살포시 깨물었다.
‘어제 윌리엄은 1번 타자로 나서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어.’
기습 번트로 안타 하나를 챙긴 게 전부였지만, 내용 자체는 매우 좋았다.
그러니 그가 빠지게 되면 1번 자리가 공백이 되는데.
그렇게 되면 어제와 완전히 다른 라인업을 꾸리게 된다.
조 캐넌은 말을 이었다.
“윌리엄은 오늘 선발 명단에 기필코 포함해야 하네. 에인절스에서 내 작전을 완벽히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는 선수는 자네와 윌리엄밖에 없거든.”
물론 제롬이나 라이언을 빼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 둘은 붙여 놨을 때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둘 다 출루에 능한 선수고 오늘 에인절스에 필요한 건 더 많은 출루야.”
“감독님은 오늘 경기가 타격 전이 될 수도 있다고 보시는 군요.”
“적어도 0:0 같은 극단적인 투수전 양상으로 흘러가진 않을 걸세.”
1차전이 끝났다.
에인절스는 어제 경기의 기세를 이어 나가야 했다.
양키스는 동률을 만들고자 어쩌면 어제보다 더 치열한 경기가 펼쳐질 수도 있겠지.
“그래서 자네가 유격수 자리에 들어갔으면 해.”
도진은 조 캐넌의 뜻을 완벽히 이해했다.
‘감독님은 오늘 경기 양키스의 방망이가 더 매서우리라고 생각하시나 보다.’
그러니 자신을 유격수로 배정하고 싶으신 거겠지.
오늘 선발 투수로 나서는 벨도 매번 삼진을 잡을 수 없다.
어제 자신도 된통 당했는데 벨이라고 당하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그러니 실점을 줄이려면 수비를 강화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 유격수는 진짜 오랜만인데 괜찮을까요?”
“그걸 내게 묻는 건가? 난 자네의 체력이 걱정이지, 수비는 걱정하지 않는다네.”
“네. 유격수로 나서겠습니다.”
그렇게 도진의 이번 시즌 첫 유격수 선발 출장이 예고되었다.
* * *
[양키스와 에인절스! 에인절스와 양키스의 2차전 경기가 이제 곧 시작됩니다.] [1차전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에인절스가 승리했습니다. 정말 재밌는 경기였거든요? 2차전도 기대가 됩니다.] [경기 어떻게 보십니까.] [글쎄요. 홈 팀 양키스가 설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긴 합니다만, 어제 경기를 보고 나서인지 일방적인 경기는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먼저 홈 팀 양키스 라인업부터 살펴보도록 하시죠. 양키스입니다.]1. 조든 톰슨. LF.
2. 타카시 사토. DH.
3. 놀란 카브레라. SS.
4. 카를로스 모레이라. RF.
5. 아이작 그린. 1B.
6. 칼렙 블룸. C.
7. 노아 잭슨. 2B.
8. 아미르 데이비스. 3B.
9. 아드리안 파커. CF.
P. 타카시 사토.
[양키스의 타선은 어제와 똑같네요. 선발은 타카시 사토입니다. 다음은 에인절스입니다.]1. 윌리엄 바스테스. 3B.
2. 도진 킴 SS.
3. 마르셀로 무냐. LF.
4. 상우 리. DH.
5. 아돌니스 로드리게스. C.
6. 호세 로드리게스. 1B.
7. 제롬 블랙. RF.
8. 라이언 스미스. CF.
9. 그레그 호먼. 2B.
P. 벨 조이스.
[어…… 또 예상할 수 없는 라인업이 나왔습니다.] [하하. 그렇네요.] [경기 양상이 어떻게 흘러갈까요?] [예측이 가지 않습니다. 에인절스는 어제와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는 라인업이네요. 하지만 어제 승리를 챙긴 그들을 얕봐서는 안 되겠죠.] [세부적으로 들어가 봅시다. 타카시 사토와 벨 조이스가 만났어요.] [두 선수 모두 훌륭한 투수죠. 벨 조이스야 명실상부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 중 한 명이며, 그가 이뤄낸 커리어는 박수받아 마땅하죠. 당장 은퇴해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만큼 대단한 선수입니다.] [일본의 신인류 타카시 사토도 만만치 않잖아요?] [타카시 사토. 2036년도 드래프티들이 왜 황금세대라고 불렸는지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3인 중 1명입니다. 올해 아메리칸 리그 신인왕은 거의 확정이며 올스타에도 뽑혔죠. 누가 이길지 감히 예상조차 가지 않습니다.] [이제는 타선을 얘기해 보죠. 양키스야 두말할 것도 없잖아요?] [그렇습니다. 저 타선은 무려 올해 MVP이자 사이 영 후보 중 한 명인 킴을 3회에 강판시켰습니다. 물론 결국 에인절스가 웃게 됐지만요.] [반대로 에인절스는 파격적인 라인업을 들고나왔어요.] [인정합니다. 일단 제일 눈에 띄는 건 역시 4번 타자네요.] [최근 들어 중심 타선에서 활약하는 리를 자주 보게 되지만, 활약이 꽤 좋았잖아요?] [환상적이었죠. 레드삭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는 MVP를 거머쥐었고, 어제도 타점을 올렸습니다. 물론 4번이라는 무게감을 견디기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혹시 또 모르죠. 슈퍼스타는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법이니까요.] [그리고 또 눈에 띄는 장면이 있습니다. 일단 아돌니스가 포수 마스크를 쓰게 됐어요.] [네.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 에인절스 타선이 참 강해 보이죠? 이게 강타자가 가지는 힘입니다.] [또 이걸 빼먹을 수는 없겠죠. 킴이 유격수 자리를 맡습니다.] [저흰 그가 얼마나 대단한 수비수인지 알고 있죠. 수치상으로 2년 연속 골든글러브가 유력하니까요. 무엇보다 원래 유격수였던 그가 3루수로 옮기게 된 건 어디까지나 체력 때문이에요. 하지만 걱정되는 부분이라면 오랜만에 서는 유격수 자리가 참 생소할 텐데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참 궁금하네요.]라인업이 발표되는 가운데.
한 선수는 패닉에 빠져 있었다.
상우는 머리를 쥐어뜯고 괴성을 내질렀다.
“으아아악! 김도진! 이 개자식아!”
그러고는 도진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도진은 상우를 외면했다.
결국 상우는 도진의 앞에 서서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야! 너 뭔 짓을 한 거야!”
도진은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뭘?”
“너잖아! 너 아니면 이게 설명이 안 돼!”
“그러니까 뭐가.”
“아니 씹. 내가 4번 타자가 말이 되냐고! 5번? 3번? 그래. 거기까지는 좋다 이거야! 왜 하필 4번 타잔데! 너 이 자리가 무슨 자리인지 몰라서 그래?”
“알지. 4번 타자. 그런데 왜 나한테 뭐라 하는 거냐? 감독님이 정하신 건데.”
“지랄하지 마. 빨리 설명해!”
도진은 입맛을 다셨다.
모르쇠로 일관하면 넘어갈 줄 알았는데 상우는 집요했다.
그래도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왜. 사토한테 쫄?”
“쫄? 쫄? 뒈질래?”
“근데 왜 난리야?”
“분명히 말해두는 데 사토한테는 안 쫄았어. 적어도 놈한테 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으니까. 근데 투수 교체되고 나서는 어쩌라고!”
“어쩌긴 뭘 어째. 너도 내려가 그럼.”
상우는 천천히 눈을 끔뻑였다.
“오? 그런 방법이? 라고 할 줄 알았냐 이 자식아?”
상우는 도진의 멱살을 잡고 비틀었다.
물론 진심은 묻어 있지 않았다.
“강판시키자. 그럼 되는 거 아니냐.”
상우는 멱살을 내려놓았다.
“말은 참 쉽네.”
“어렵겠지. 그래도 어쩔 수 없어. 너도 어제 양키스 빠따 봤잖아. 여기서 빠따로 밀리는 순간 끝이야.”
“그래서 네가 유격수로 간 거냐?”
“어. 감독님이 정하신 거야.”
“내 4번도?”
거짓말이 익숙지 않은 도진은 입을 꾹 다물었다.
충분히 선의의 거짓말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습관이 이렇게나 무섭다.
“헤이. 브라더! 왜 이렇게 흥분했어!”
그레그가 합류했다.
상우는 눈초리를 가늘게 찢었다.
“그레그. 넌 왜 흥분했는데?”
“몰라서 물어? 라인업을 봐! 역사상 최고의 키스톤 콤비의 재림이라고?”
“누가 역사상 최곤데? 그딴 역사 쓰이지도 않았고만.”
그레그는 손가락으로 도진과 자신을 번갈아 가며 가리켰다.
“우리.”
“누가 그래?”
“그야 당연하잖아? 킴은 골든글러브. 나는 차세대…….”
“병신이지.”
“왓? 컴 다운 맨! 4번 타자가 흥분해서 되겠어? 그나저나 진짜 역사적인 날이잖아? 물론 여기서 네가 포수를 맡았으면 역사상 최고의 센터라인이 나올뻔했는데 말이야.”
“아니. 무슨 상 하나 타지 못한 놈이 계속 역사 운운하냐. 도무지 이해가 안 가네.”
“상은 타면 되는 거고. 역사는 만들면 되는 거야.”
상우는 유창한 그레그의 언변에 결국 말문이 턱 막혔다.
도진은 그레그의 옆구릴 툭툭 찔렀다.
“그레그. 실수하지 마. 오늘 우리 둘이 제일 중요해.”
“알지! 알지! 그리고 옆에 이 4번 타자도 중책을 맡고 있지. 사실 이런 날이 언젠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와버렸어. 이겨보자고. 브라더들!”
그레그는 주먹을 내밀었다.
도진은 그 주먹을 툭 건드렸다.
상우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휙 돌렸지만, 그레그는 주먹을 회수하지 않았다.
결국 상우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그레그의 주먹을 톡 건드렸다.
“알았어. 이왕 이렇게 된 거 역사 한번 만들어 보자.”
에인절스와 양키스의 물러설 수 없는 2차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