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8)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38화(38/400)
1회 초.
FS 공격.
대기 타석에 들어선 도진은 말라버린 아랫입술을 혀로 훑었다.
‘젠장. 무겁다.’
그라운드의 분위기도 자신의 몸도.
상당히 무거웠다.
괜히 야구에서 원정 경기 승률이 낮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도진에게는 모든 원정 경기가 처음이었지만, 특히나 샌프란시스코 원정 경기는 다른 어떤 경기보다 부담스러웠다.
긴 거리도 한몫했지만, 상대는 작년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초청받은 강팀.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들 때문에 몸을 제대로 풀었음에도 평소와 같은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겠지.’
1번 타자로 나선 도미닉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스윙 자체가 상당히 느렸다.
스테픈은 평균 구속 93마일로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지만, 도미닉은 빠른 배트 스피드가 장점인 선수로 도미닉의 공을 충분히 맞출 수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긴장 때문인지 그는 스테픈의 공을 갖다 맞추기는커녕 어이없는 스윙으로 3구 삼진으로 물러섰다.
‘쉽지 않겠어.’
도진은 고개를 떨구며 자신을 지나치는 도미닉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괜찮아. 이제 시작이잖아?”
도진은 도미닉의 기를 조금이라도 살리겠다는 생각으로 위로의 말을 건네며 타석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떠나갈듯한 야유가 도진의 고막을 후려쳤다.
동동 구르는 발은 지진을 연상케 할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우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우!”
확실히 압박감이 달랐다.
야유는 원정 경기라면 늘상 들려온다.
하지만 오늘 경기가 갖는 중요성 때문인지 아니면 먼 거리 때문인지 그 어떤 원정 경기와는 달랐다.
이 때문에 도진의 몸은 제대로 풀었음에도 상당히 무거웠다.
타석에 들어선 도진은 심판에게 가볍게 꾸벅하며 인사 후 마운드에 선 스테픈과 눈을 맞췄다.
‘타오르고 있네.’
투수도 오늘 경기의 중요성을 눈동자에 드러냈다.
물론 투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초구.
94마일을 기록한 한복판 패스트볼.
“스트라이크!”
초구에 반응하지 못한 도진은 눈을 번뜩이며 볼을 빵빵하게 불렸다.
쌓아둔 바람을 전부 빼내겠다며 한숨도 크게 내쉬었다.
‘내 위상이 이제는 캘리포니아 내에서도 유명할 텐데?’
그런데 상대 투수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한복판 패스트볼을 꽂아 넣었다.
도진은 잠깐 타임을 외친 후 타석에서 벗어나 장갑을 매만졌다.
‘이거. 이거. 상당히 노련하네.’
강투수와 강타자와의 만남에서는 초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투수가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는다면 타자에게 끌려갈 필요 없이 자신의 피칭을 선보일 수 있었으니까.
반대로 얘기하자면 같은 상황에서 타자는 머리가 굉장히 복잡해진다.
‘젠장. 2구마저 스트라이크에 꽂히면 카운트가 몰린다.’
도진은 급한 마음에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커브였음에도 스윙 했고.
헛스윙이 됐다.
“스트라이크!”
카운트는 0-2.
도진은 호흡을 길게 뿜어냈다.
‘젠장. 말렸네.’
이제 타자는 1개의 스트라이크만으로도 삼진.
평소라면 초구 한복판 패스트볼을 놓치지 않았을 테며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볼을 골라냈을 테지만.
그만큼 자신도 은연중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3구를 맞이하기 직전. 도진은 생각을 달리했다.
‘지금 몸 상태로는 게스 히팅밖에 못하겠네.’
게스 히팅은 구종 하나를 노리고 타석에 임하는 것.
도진은 게스 히팅을 하는 타자는 아니었다.
뛰어난 선구안으로 공의 실밥까지 확인하며 스윙하는 부류였다.
하지만 93마일의 빠른 공과 무거운 몸뚱이 때문에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다음 공이 패스트볼로 날아올 가능성은 무척 낮아. 그러니 변화구만 노린다.’
최소 1번의 유인구로 눈을 현혹하려 들 것이다.
하지만.
퍼억.
공이 미트에 꽂히자 도진은 벌어지는 턱을 통제하지 못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패스트볼. 삼진.
자신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 자리에서 완전히 얼어붙은 도진은 포수의 미트를 몇 초간 멍하니 쳐다봤다.
그러고는 표정을 유지한 채 타석을 벗어났다.
잔뜩 말라버린 아랫입술을 혀로 적신 후 더그아웃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첫 3구 삼진인가?’
전체적으로 무거운 팀 분위기를 올리기 위해선 타석에서 이렇게 무기력하게 물러나서는 안 됐다.
오늘 경기 쉽지 않겠다.
도진은 직감했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 * *
경기 분위기는 샌프란시스코 쪽으로 치우쳤다.
선발 투수 스테픈의 완벽한 피칭으로 1회 초를 무사히 넘긴 반면.
초반에 약한 페드로는 1회에 1사 1루에서 4번 타자 카일리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스코어는 2:0.
샌프란시스코가 선취점으로 관중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물론 페드로는 흔들릴 법한 상황에서 나머지 타자들을 전부 삼진 처리했다.
하지만 위기를 잘 넘겼음에도 분위기는 좀처럼 FS에게 넘어오지 않았다.
선취점 2점을 내줬고.
이 점수는 FS가 느끼기엔 굉장히 컸다.
무엇보다 3회까지 스테픈은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았다.
투수의 강력한 피칭에 마이크와 알렉산더마저도 첫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났다.
물론 페드로도 기지를 발휘했다.
여러 주자를 내보냈지만, 페드로의 위기관리 능력으로 추가 점수를 내주진 않았다.
투수전은 경기 템포가 굉장히 빨랐다.
4회 초.
다시 1번부터 시작하는 FS의 공격.
헬멧을 쓴 도진은 어금니를 꽉 물었다.
‘이번 이닝에서 최소 1점이라도 따라가야 하는데.’
고등학교 리그 특성상 7회까지 이뤄지는 경기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하게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턱대고 투수가 실수하기만을 바랄 수는 없다.
이기게 해달라고 고작 기도나 하는 건 수준 높은 경기에서 통하지 않는다.
‘방법은 있지.’
도진은 지금까지 투수를 쭉 관찰했다.
이번 이닝에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실마리도 찾았다.
도진은 타석에 들어서려는 도미닉을 불러 세웠다.
“도미닉. 내 말 한번 들어볼래?”
도미닉이 고개를 끄덕이자 도진은 서둘러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스테픈의 결정구는 패스트볼이었어. 오늘 제일 자신 있는 구종이겠지. 그리고 알렉산더를 제외하면 전부 패스트볼로 아웃카운트를 올렸고.”
“2스트라이크 이후에 패스트볼을 노리면 된다는 거야?”
“응. 물론 아닐 수도 있어. 타순이 한 바퀴 돌면 볼 배합은 바뀌는 법이니까. 하지만 지금 상황은 또 달라. 상대는 오늘 패스트볼이 제대로 긁힌다고 확신에 차 있을 거야. 우린 저걸 무너뜨려야만 해.”
“그럼 일부러 2스트라이크를 내주고 패스트볼을 노려?”
아닐 시에는 아웃카운트를 하나 헌납하는 셈이지만 도진은 자신의 감을 믿었다.
오늘 상대 투수는 뛰어난 투구를 바탕으로 빠른 승부를 통해 많은 이닝을 가져갈 생각이다.
그러므로 비교적 약한 타자에게는 최대한 빠르게 승부하는 것을 중점으로 둘 터.
제구가 잘 되는 패스트볼을 결정구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확신할 수 있었다.
도진도 그날 잘 긁히는 공 위주로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갔으니 말이다.
“지금은 투수의 패스트볼을 공략하는 걸 중점으로 두어야만 해. 그러니까 부탁할게.”
도미닉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채 타석에 들어섰다.
2스트라이크를 그냥 내준 도미닉은 패스트볼을 노리며 스윙했다.
그리고 도진의 예상대로 패스트볼이 날아왔다.
하지만 결과는 아쉽게도 2루수 땅볼.
타구 코스는 좋았지만 아쉬운 결과였다.
‘2루수의 다이빙 수비만 아니었어도 안타를 기록했을 텐데.’
하지만 결과는 아쉬울지라도 도진의 예측대로 들어맞았다.
결과론적으로는 이번에도 패스트볼을 결정구로 사용했다.
‘배터리는 도미닉의 확신에 찬 스윙에 뭔가 이상함을 느끼겠지.’
하지만 오늘 스테픈의 패스트볼은 상당히 좋다.
그러므로 투수는 이것을 재차 점검하려 들 것이다.
잘못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운이었던 것인지.
그래야지만 볼 배합을 다시 바꿀지 말지 포수와 상의를 할 테니까.
‘그러니까 초구는.’
도진은 배트를 말아쥐었다.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자 지체없이 스윙했다.
몸쪽.
구종은 패스트볼.
자신의 예상대로 투수는 오늘 자신 있는 구종을 점검하려 들었다.
따-악!
타구는 유격수와 3루수를 완벽히 꿰뚫는 좌익수 앞 안타.
‘됐다.’
1루에 멈춰 선 도진은 주루 글러브로 바꿔 낀 후 입꼬리를 올렸다.
그와 동시에 투수와 눈이 마주쳤다.
‘걸렸어.’
도진의 투수 흔들기.
스테픈과 눈이 마주친 순간부터 시작이었다.
저 투수가 무너져야지만 FS는 이번 이닝에 점수를 얻어갈 수 있었다.
* * *
스테픈 웨스트.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여럿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1선발. 혹은 에이스.
캘리포니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투수.
파이어볼러.
그리고 예비 메이저리거.
스테픈은 산타모니카 천하를 처음으로 무너뜨린 장본인이었다.
자신의 활약으로 산타모니카를 젖히고 샌프란시스코가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초청받았으니 말이다.
물론 운도 따랐다.
작년 산타모니카는 약점이 다수 존재했다.
하지만 스포츠에서 운이 작용하지 않을 수가 있는가?
운이든 뭐든 결국 실력이 있기에 가능한 업적이었다.
하지만 스테픈의 이번 시즌 출발은 좋지 않다.
벌써 2패를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스테픈은 주눅 들지 않았다.
이번 경기와 산타모니카와의 경기에서 모두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존재했다.
분명 그랬을 텐데.
‘젠장.’
스테픈은 욕설을 집어삼켰다.
3회까지만 해도 퍼펙트 피칭을 이어나갔다.
리그 2위 팀 FS를 상대로 3회 퍼펙트는 올해 자신만 기록했을 만큼 뛰어난 피칭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신흥 강자로 떠오른 FS는 절대 만만히 봐서는 안 되는 팀이었다.
알렉산더와 페드로는 어디서도 무시할 수 없는 선수였고, 마이크의 합류는 마운드의 안정감을 심어줬다.
포수에게서 공을 건네받은 스테픈은 1루에 나가 있는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특히나 저놈…….’
혜성같이 등장한 한국인.
그는 같은 선수로서 존경할 만큼 그의 실력을 뛰어났다.
미국 야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일으킨 선수였으니 말이다.
적어도 고등학교에서는. 캘리포니아에서는 그의 업적을 펌하할 수 없었다.
이제 고작 전반기를 끝냈음에도 말이다.
물론 아직 경기가 끝나지는 않았다.
그리고 스테픈은 오늘 기필코 승리할 수 있다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내 공은 누구에게도 먹힌다.’
첫 타석에서 FS의 자랑. 2번부터 4번까지 전부 범타 처리했다.
물론 이제는 첫 안타를 내어주긴 했지만, 경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미 도진에 대한 정보는 머릿속에 전부 입력되어 있다.
잘 친다. 잘 던진다. 수비를 잘한다.
그리고 빠르다.
‘주자로 나간 놈의 빠른 발을 막아낸다면 충분히 이번 이닝도 무실점으로 막아낼 수 있다.’
3번 마이크 4번 알렉산더.
자신이 흔들리지만 않는다면 연달아 아웃카운트를 올릴 수 있다.
이미 앞서 증명하지 않았던가?
‘오늘은 그 누구도 내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한다.’
* * *
마이크가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부담감 때문에 몸이 파르르 떨렸다.
물론 상대가 이를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한 떨림이었지만, 오늘 자신의 컨디션을 대변해주는 떨림이었다.
‘후. 쉽지 않네.’
그나마 다행이라면 드디어 FS도 첫 안타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역시나 도진이었다.
‘문제는 1사 1루라서 병살타의 가능성이 있어.’
병살타를 치게 된다면 곧바로 이닝 종료.
기필코 이번 이닝에 점수를 내야 승리에 한 걸음이라도 다가갈 수 있다.
‘쉽지 않아. 더군다나 오늘 스테픈의 투구는 완벽에 가까워.’
그는 오늘 최고의 컨디션이었다.
이런 중압감 넘치는 경기에서 미친 활약을 펼치고 있었으니 말이다.
‘페드로 선배도 제 컨디션이 아닌데 말이지.’
그렇다고 손 놓고 포기할 수는 더더욱 없었다.
마이크는 심호흡을 내쉰 후 자신의 소임을 다하겠다며 감독을 힐끗 쳐다봤다.
감독은 손을 바삐 움직였다.
작전 사인이었다.
문제는…….
‘감독님. 그게 무슨 작전이에요?’
마이크의 동공이 살짝 팽창했다.
생전 처음 보는 작전이었다.
혹시나 작전 사인이 바뀌었나?
‘너무 긴장해서 내가 잘못 본 건가?’
마이크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자로 나간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그런데…….
‘뭐야? 넌 사인이 또 왜 그래?’
도진 역시도 특이한 사인을 보냈기 때문이다.
‘왜 주자로 나가서 투수 사인을 보내고 지랄이냐고! 커브 던질 거야? 네가 스테픈 대신해서 마운드에 오를 거냐고!’
푸념을 속으로 삼키던 마이크는 순간 뇌리에 번뜩임이 스쳤다.
주자로 나가더니 커브를 던지겠다는 사인을 낸다고?
거기에 감독도 생전 처음 보는 사인을?
‘속임수구나!’
투수 흔들기.
샌프란시스코는 첫 경기에서 이미 도진의 주루에 호되게 당했다.
투수와 포수.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의 더그아웃이 이를 모를 리가 없을 터.
‘킴은 뛰지 않는다. 그저 상대를 흔들기 위해 낸 사인이야. 감독님은 이를 미리 알고 계셨고.’
도진은 절대로 뛰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작전만이 유일한 해답이었다.
스테픈이 투구에 집중한다면 오늘 그의 공을 쉽게 치는 타자는 FS에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타석에 선 나보다 주자로 나간 도진이 더 신경 쓰이겠지.’
마이크의 예상대로 들어맞았다.
지금까지 자신 있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은 스테픈의 패스트볼은 스트라이크 존을 크게 벗어났다.
포수는 자리를 벗어나야지만 포구할 수 있는 투구.
바로 피치 아웃이었다.
피치 아웃은 도루를 확신할 때 포수가 주자를 잡겠다고 송구하기 편하게 일어서서 공을 잡는다.
하지만 도진은 뛰지 않았다.
덕분에 마이크는 유리한 카운트로 기분 좋게 타석을 시작했다.
“볼!”
카운트는 1-0.
잠깐의 시간적 여유가 생긴 마이크는 스테픈의 표정을 낱낱이 살폈다.
‘너도 사람이구나?’
이번 이닝의 선두 타자를 잡아낼 때까지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도진의 투수 흔들기가 제대로 먹혀들고 있었다.
‘질 수 없지.’
마이크는 대놓고 도진을 또렷이 쳐다봤다.
‘너라면 이해하지? 이것도 속임수다?’
대답이 들려올 수 없는 거리였지만, 마이크는 도진의 오만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네 타석에나 집중해! 투수를 흔드는 건 내가 할 테니까! 라는 벌레를 바라보는 표정이었다.
‘개자식아! 장단 좀 맞춰라!’
하지만 도진의 표정 때문에 마이크는 피식 웃었다.
웃는 동시에 포수와 눈이 마주쳤다.
마이크는 포수 마스크 사이로 찡그린 표정에 아드레날린이 치솟았다.
‘후후. 의도하진 않았는데?’
자신도 역시 포수다.
포수는 누구보다 포수를 잘 알아보는 법.
지금 샌프란시스코 포수는 자신이 웃었던 바람에 더욱 머리가 아플 것이다.
배터리. 투수와 포수는 한 몸이다.
포수의 머리가 아프다는 건 투수도 마찬가지란 뜻이었다.
2구.
“볼!”
또다시 피치 아웃.
하지만 도진은 뛰지 않았고.
자신들의 예측을 벗어난 샌프란시스코 배터리는 크게 흔들렸다.
“볼!”
“볼!”
스트레이트 볼넷.
마이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배트 한 번 휘두르지 않고 주자로 나간 행운아가 바로 자신이었다.
그리고 경기장은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3이닝까지 퍼펙트 게임을 달성하며 공든 탑을 쌓아 올리던 투수.
그런 그의 탑에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타! 타임!”
포수는 심판에게 양해를 구한 후 곧장 마운드를 방문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1사 주자 1, 2루.
자칫 잘못하다간 투수의 멘탈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홈 관중들은 팀이 위기를 맞이했을 때 힘을 불어넣고자 환호, 혹은 상대에게 야유를 보내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그들은 마른침을 꼴깍 삼키느라 입조차 뻥긋하지 못했다.
[NO. 39. 알렉산더. 타석에 들어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