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80)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80화(380/400)
경기가 시작됐다.
1번 타자 윌리엄은 초구부터 배트를 휘둘렀지만, 잘 맞은 타구가 아쉽게도 중견수 정면으로 향했다.
“아웃!”
이후 도진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의 입꼬리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씰룩대고 있었다.
‘이야. 이거 봐라.’
타카시 사토와는 오랜만에 투타 맞대결이다.
그런데 그 너머로 놀란 카브레라가 보였다.
고등학교 때 제일 두려웠던 두 선수가 한 팀이라니.
‘일단 가볍게 인사부터 해볼까?’
도진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사토는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표면으로만 그렇지, 그의 속마음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계획이 꼬였어.’
어제 도진을 무너뜨리고 승리를 챙겨가겠다는 초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그의 홈런에 양키스는 패배했다.
시리즈의 1차전 승리는 중요하다.
1차전에서 이기는 팀이 상대적으로 여유를 챙길 수 있었고, 이 여유는 선수들의 멘탈에 큰 도움을 준다.
그 때문에 1차전을 챙긴 팀이 시리즈를 가져갈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사실.
‘그래도 쉽게 물러설 생각은 없다.’
양키스 선수들은 오늘 설욕을 다짐했다.
그리고 지금의 양키스라면 고작 1승을 내줬다는 이유로 무너질 팀은 아니었다.
‘대신 널 조심해야겠지.’
사토의 시선이 도진에게 고정됐다.
그를 넘어서겠다는 목표는 다음 시즌으로 미뤄둬야만 했다.
올해는 여전히 그가 앞선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야구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었다.
‘너한테 맞는 한이 있더라도 나머지를 잡으면 된다.’
초구.
공이 던져졌다.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90마일의 슬라이더는 존을 살짝 빗겨나갔다.
“볼!”
2구. 패스트볼은 몸쪽을 찌르고 들어갔다.
도진은 휘두른 배트는 윗등을 맞고 뒤로 흘러 파울이 됐다.
카운트는 1-1.
도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휴. 역시 위력적이네.’
공에 힘이 넘쳤다.
절대 지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가 투구로 전달됐다.
‘그런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오늘 에인절스가 승리하면 시리즈를 더욱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었다.
다만 혹시 경기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그때는 반대로 쫓기게 되겠지.
3구.
공이 던져졌다.
패스트볼을 빙자한 사토의 무기, 스플리터는 도진의 헛스윙을 끌어냈다.
“스트라이크!”
타자에게 불리한 카운트인 1-2.
그런데 도진은 여전히 평온했다.
‘오늘 컨디션 나쁘지 않은데?’
어제 경기 두들겨 맞고 나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타석에서 만회해야 한다는 집념 덕분에 머릿속을 비울 수 있었고.
머리를 비우고 온전히 투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상대가 거는 수 싸움이 읽히는 것 같아.’
4구. 초구와 같은 슬라이더.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공에 도진은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가볍게 밀어 친 공은 1루수 키를 넘기며 라인 안쪽으로 들어왔다.
도진은 안전하게 1루에 안착해서 사토를 살폈다.
그 순간 도진의 표정엔 아쉬움이 들어섰다.
‘어휴. 오늘 쉽지 않겠네.’
사토는 출루를 허용했음에도 당황한 기색 따윈 없었다.
그는 힐끗 주자를 확인하고 다시 포수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차피 네게 맞는 건 이미 익숙하다.’
다만 너를 제외 나를 넘어서는 선수는 적어도 에인절스에 없을 것이다.
사토는 마르셀로를 상대로 초구부터 스플리터를 던졌다.
한복판으로 향하던 투구가 급하게 방향을 아래로 꺾었다.
마르셀로의 배트가 나왔다.
딱.
타이밍이 맞지 않아 밀려버린 타구는 유격수와 3루수 깊은 코스로 날아갔다.
재빨리 움직인 놀란은 백핸드로 타구를 낚아챘다.
도진의 빠른 발을 잡겠다는 그의 송구에는 어떤 망설임도 묻어있지 않았다.
“아웃!”
2루수는 발이 느린 마르셀로를 확인하더니 여유롭게 1루로 송구했다.
“아웃!”
6-4-3 병살타.
양키스는 1회를 위기 없이 넘겼다.
* * *
벨 조이스가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야. 오늘 쉽지 않겠는데?’
역시 양키스는 강팀이구나.
어제 심각한 역전패를 당했음에도 1회부터 기죽지 않는 모습을 보여서 그랬다.
‘저 두 신인들을 보면 알 수 있지.’
사토와 놀란.
저 어린 선수들이 어제의 패배를 딛고 다시 본래의 모습.
아니 그 이상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었다.
투수는 도진에게 출루를 허용했다.
저 배터리를 쥐고 흔들 줄 아는 발 빠른 주자가 1루에 나가 있었음에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방금 수비도 마찬가지다.
도진의 속도라면 충분히 2루에서 살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병살타는커녕 자칫 1사 1, 2루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려운 자세에서도 놀란은 확실한 결단을 내렸고, 도진과 마르셀로를 동시에 잡아냈다.
투수도 잘했다.
그는 도진이 1루에 나가 있었지만,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했다.
‘요즘 애들 참 무섭네.’
그리고 역시나 양키스는 양키스다.
언젠가 한 번 날개를 펼 줄 알았는데…….
하필 그 시기가 하필 지금이라니.
‘세상이 나만 억까하는 것 같냐.’
벨은 하늘에다 원망하고 있었다.
‘월드시리즈 딱 한 번만 밟아보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싫나?’
하지만 고개를 원래대로 되돌린 그의 표정은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원하는 자가 쟁취해야 하는 게 세상의 이치지.’
양키스의 1번 타자 조든 톰슨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2구째 몸쪽 패스트볼을 완벽하게 받아쳐 우전 안타를 만들었다.
벨은 고개를 좌우로 풀었다.
어딘가 불편할 때 나오는 습관이었다.
몸이 불편했던 건 아니었다.
로케이션도 구위도. 오늘 컨디션은 괜찮은 편이었다.
‘이거. 이거. 양키스 친구들이 오늘 이를 갈고 나왔구나.’
벨은 숱한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오늘 경기 쉽지 않겠다고.
선수들의 눈에 가득 들어선 독기를 봐라.
놈들은 어제 킴을 두들겼던 것처럼 오늘 자신도 두들길 셈이었다.
때마침 사토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의 안광이 뿜어대는 열기에 피부가 그을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벨은 여전히 미소를 유지했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딱히 두렵지는 않은데.’
벨은 알고 있었다.
오늘 경기 압도적으로 상대를 짓누르는 피칭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만큼 양키스는 목숨을 걸고 나왔다.
어떤 공에도 배트를 휘두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일단 오늘 감독님이 짜신 라인업이 가지는 의미는 뭔지 알겠어.’
양키스는 좌타자의 친화적인 구장. 1번부터 4번 타자까지 연이어 좌타자가 나온다.
다만 좌타자에 친화적인 구장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당겨쳤을 때의 이야기.
벨은 투구에 돌입했다.
그의 패스트볼이 바깥쪽에 시원하게 꽂혔다.
퍼억!
“스트라이크!”
2구.
벨은 같은 코스로 공을 던졌다.
사토의 배트가 나왔지만, 벨의 체인지업은 헛스윙을 유발하며 미트에 꽂혔다.
“스트라이크 투!”
아돌니스의 사인이 나왔다.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 벨은 3구와 4구를 몸쪽과 높은 쪽으로 유도했다.
다만 심판의 선언은 전부 볼이었다.
카운트는 2-2가 되었다.
벨은 사토의 표정을 읽었다.
‘너. 내가 어떤 공을 어디로 던질지 알고 있구나?’
그런데 이걸 어쩌냐?
5구.
공은 던져졌다.
바깥쪽 패스트볼.
사토의 배트가 나왔다.
따-악!
밀어 친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는 3 유 간을 꿰뚫겠다며 총알같이 날아갔다.
하지만 벨은 굳이 타구를 확인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부웅.
타구음이 경기장을 가득 메운 즉시 도진은 우측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젠장. 머네?’
도진은 무릎을 낮게 굽히고는 몸을 날렸다.
그러고는 타구를 향해 글러브를 쭉 뻗었다.
꽈당.
도진은 낙법 없이 바닥과 크게 부딪혔다.
워낙 빠르고 강한 타구에 대응하고자 준비 자세 없이 몸을 날렸기에 불가항력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무덤덤하게 글러브 끝에 걸린 공을 들어 올려 심판에게 재차 확인시켜 줬다.
“아웃!”
줄곧 유지되던 타카시 사토의 표정에 균열이 갔다.
아쉬움에 턱은 하염없이 벌어지고 있었다.
대기 타석에서 안타를 확신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던 놀란의 표정도 그와 같았다.
놀란은 성급히 입을 다물며 타석에 들어섰다.
‘젠장.’
안타라고 확신했다.
적어도 올해 아메리칸 리그 유격수 골든 글러브가 유력한 자신의 수비 범위를 대입해 보면 글러브 끝에 타구가 걸치기는커녕.
꿰뚫어 버리고 좌익수 앞까지 도달했어야만 했다.
‘빌어먹을 수비 범위야.’
그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있었다.
놀란은 오늘 벨 조이스의 공이 그리 대단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야.’
벨 조이스의 컨디션은 좋다.
예전에 자신에게 큰 벽을 선사해 줬던 위력 그대로였다.
하지만 충분히 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
‘나도 한층 성장했던 거지.’
하지만 안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었다.
놀란의 시선은 투수가 아닌 그 너머에 있는 도진에게 꽂혀 있었다.
‘투수는 의도적으로 바깥쪽으로 승부하려고 한다.’
도진의 수비를 믿고 말이다.
그리고 그는 방금 증명해 냈다.
그래서일까.
놀란의 시야에는 3루 베이스부터 2루 베이스까지 커다란 벽이 세워져 있었다.
전부 도진이 책임질 수 있는 수비 범위였다.
‘망할.’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아니. 말이 되지 않는다.
유격수를 해보지 않았다면 또 모를까.
자신은 올 시즌 유격수 골든 글러브는 따 놓은 당상이었다.
그런 자신보다 도진의 수비 범위가 더 넓었다.
‘범위만 넓다면 또 모를까…….’
메이저리거들 중 수비 범위가 넓은 선수들은 많다.
하지만 그 넓은 수비 범위 때문에 심심치 않게 에러가 나왔다.
하지만 도진은 그들과 달랐다.
‘저 넓은 수비 범위를 에러 없이 전부 카바할 거다.’
놀란은 방금 도진의 수비 장면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문제는 좌타자의 바깥쪽 공을 밀어 치면 무조건 도진에게 걸릴 테니 당겨친다?
‘좋은 타구가 나올 리가 없어.’
물론 밀어 쳐서 외야로 보내면 괜찮겠지만, 그게 뜻대로 되는 법이던가?.
무엇보다 벨은 제구력에도 일가견이 있는 투수.
절대 좋은 공을 주지 않겠지.
‘그러니 방법은 하나인데…….’
놀란은 힐끗, 2루수를 훔쳐봤다.
결국 킴에게 타구를 보낼 수 없다면 저 선수를 노리는 방법뿐이었다.
그레그의 수비는 훌륭한 편.
그래도 도진보다는 못했다.
더욱이 유격수와 2루수를 괜히 키스톤 콤비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두 선수 간의 호흡도 굉장히 중요한데, 같이 뛴 적이 없는 둘의 호흡이 좋을 리가 없었다.
‘에인절스. 키스톤 콤비의 호흡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게 네놈들의 패착이다.’
놀란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벨은 바깥쪽 낮은 코스로 투심을 던졌다.
따악!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원하는 코스로 타구를 보낸 놀란의 입꼬리는 슬쩍 올라갔다.
타구는 2, 유 간으로 향하는 중전 안타 코스.
정확히는 2루 베이스를 기준으로 조금 더 우측으로 형성됐다.
여기서 타구가 잡히는 방법은 단 하나.
2루수가 다이빙 백핸드 캐치로 처리하는 방법밖에 없다.
타격과 동시에 스타트한 주자를 2루에서 쉽게 잡을 수 없었으니 최소 진루타.
2루수가 버벅대 준다면 주자는 올 세이프.
어떤 결과에 초점을 둬도 자신의 승리였다.
하지만 놀란은 물 흐르듯 이어지는 다음 장면에 두 눈을 의심했다.
공을 잡아야 할 2루수가 베이스 커버를 들어갔고.
그 대신 유격수가 타구를 향해 몸을 날렸기 때문이다.
도진은 이번에도 쭉 뻗은 글러브 안으로 타구가 쏙 들어왔다.
그는 바닥에 배를 깐 채로 글러브 안에 있는 공을 그레그에게 토스했다.
송구는 정확했다.
그 정확한 송구를 맨손으로 잡은 그레그는 1루수 호세에게 있는 힘껏 던졌다.
퍼억.
“아웃!”
“아웃!”
6-4-3 병살타.
이닝 종료.
방금 장면으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양키스 선수들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