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81)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81화(381/400)
[와우. 주간…… 아니 월간…… 이번 시즌 최고의 수비 장면이 나온 것 같습니다.] [도, 동의합니다. 물론 글러브 토스야 메이저리그에서 이따금 볼 수 있는 장면이라 지금 나온 병살타 장면은 꽤 익숙하죠. 하지만 방금 이건…… 정말 감탄만 나오네요.] [뭐가 다르다고 보십니까.] [두 선수는 오늘이 처음 키스톤을 이뤘거든요? 그런데 방금은 마치 10년은 호흡을 맞춰본 키스톤 콤비에게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었어요.] [타구는 중전 안타 코스였지만, 2루수 쪽으로 조금 더 치우쳤죠. 정석대로라면 2루수가 타구를 처리하고 유격수가 베이스커버를 들어가는 거잖아요?] [맞습니다. 그런데 공이 배트에 닿는 순간 2루수는 커버를 들어갔고 유격수가 공을 쫓았어요. 물론 그래서 이런 최고의 결과를 만들 수 있었지만요.] [어쨌든 2루수나 유격수 둘 다 다이빙 캐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2루수가 공을 쫓았다면 백핸드로 공을 잡아야 했죠. 그랬다면 백핸드 그대로 글러브 안에 있는 공을 토스해야만 했는데 그게 굉장히 어렵고요.] [네. 더욱이 주자도 맞는 순간 스타트를 했죠. 초조해진 불편한 자세의 수비수는 실수를 저질렀을 확률이 높아요.] [사전에 약속된 걸까요?] [절대 그럴 리가요. 약속했더라도 몸이 먼저 반응하는 메이저리거들의 운동신경 때문에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이런 장면이 나왔을까요?] [서로를 믿어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하하. 첫 호흡인데 서로를 믿는다. 두 눈으로 봤지만, 여전히 믿기지 않네요.]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결국 1회 초에 나온 놀란 카브레라의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가 고작 10분도 되지 않아 잊혔어요. 양키스. 오늘 쉽지 않겠군요.]양키스가 먼저 호수비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그런데 에인절스는 이에 뒤질세라 더 높은 수준의 수비를 보여주며 분위기를 도로 가져왔던 것.
경기의 행방이 어디로 치우칠지 모르는 숨 막히는 접점의 시작을 알렸다.
* * *
따악!
2회 초.
상우가 깔끔한 중전 안타로 출루했다.
4번으로 나선 그의 표정엔 어떠한 긴장도 서려 있지 않았다.
다만 양키스 선수들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늘 경기는 야수가 끌어나가는 경기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악!
야수들은 경기장 내에 타구음이 울려 퍼질 때마다 제 한 몸 불사르겠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양키스 외야수들은 놓치면 2루타 이상이 될 아돌니스와 호세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며 분위기를 가져오려고 애를 썼다.
몸을 아끼지 않는 호수비에 양키스는 2회 선두 타자를 출루시켰지만, 안전하게 넘겼다.
에인절스도 이에 뒤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호세는 양키스의 4번 타자가 극단적으로 당겨친 바운드 된 타구를 뒤로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복부를 이용해 막아내며 아웃 카운트를 올렸다.
5번 타자의 타구는 중견수 측 담장을 넘기겠다고 쏜살같이 날아갔지만, 펜스에 바짝 붙어 있던 라이언은 환상적인 점프 캐치로 아웃 카운트를 올렸다.
첫 삼진이 나온 것도 2회 마지막 타석이었다.
그렇기에 선수들은 확신할 수 있었다.
오늘 경기 한쪽으로 치우치는 순간 어쩌면 금세 기울어 버릴 거라고.
그만큼 경기장 내 분위기는 삼엄했다.
투수들의 공이 타자들의 배트에 너무나도 쉽게 맞고 있다.
그들의 투구에 어떠한 문제점도 없었는데 말이다.
3회 역시 호수비의 향연이었다.
다만 균열을 무너뜨릴 기회는 4회 초 에인절스에 먼저 찾아왔다.
선두 타자로 나서게 된 도진은 타석에 들어섰다.
‘이 분위기 아주 잘 알지.’
도진 역시 이런 현상을 시즌 도중에 몇 번이나 겪어봤다.
삼진을 잡으려고 해도 좀처럼 삼진이 나오지 않았다.
‘야수들이 분위기를 끌고 나가는 경기가 투수로서는 참 무섭지.’
더욱이 그런 경기에서 도진은 줄곧 패배했다.
경기 운영이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
경험이 적은 투수에게는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양키스의 마운드를 지키는 선수는 타카시 사토.
‘신인이지.’
올스타에 신인왕.
아무리 그가 이번 시즌 신인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한들 그는 신인이 맞다.
표정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 역시도 지금 정신이 없을 터.
‘이 타석에서 투수의 숨통을 반 정도는 끊어 놓는다.’
도진은 자신이 있었다.
경험해 봤으니까.
이 상황에서 상대가 어떻게 나와야 까다로운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다른 한편, 사토는 숨을 깊게 내쉬었다.
‘어지럽군.’
그 역시도 지금의 흐름이 야수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시즌 중에 경험도 해봤다.
하지만 이상하게 집중이 계속 흐려지고 있었다.
왜일까.
사토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때마침 포수에게서 사인이 나와 원인을 깨달을 시간조차 그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사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초구.
공이 손을 떠나려는 찰나.
번트 자세를 취하는 도진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젠장!’
공이 손을 떠났다.
제구는 크게 흔들리며 포수가 요구한 몸쪽이 아닌 그의 얼굴 높이로 날아갔다.
퍼억.
“볼!”
번트를 회수한 도진은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순간 패닉에 빠져 투수를 포함 야수 전원이 전진해 왔기 때문이다.
속으로 미소를 삼킨 도진은 눈을 번뜩 떴다.
그는 사토와는 다르게 집중력이 유지되고 있었다.
오늘 경기는 야수의 손에 달려 있어서?
아니.
‘일단 무대가 무대인 것도 커.’
여기에 1차전 패배한 양키스가 쫓기는 건 당연했다.
무엇보다 고작 1년 차 선수가 충분한 경험을 해봤다고 볼 수 있을까?
물론 투타 겸업인 사토나 자신은 다른 선수들보다 경험치 먹는 속도가 남달랐다.
‘그래도 1년은 부족해도 한참 부족해.’
도진은 자신이 작년 시즌 경험해 봐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사토. 네가 흔들리면 야수들이 함께 흔들린다.’
야수들은 포수를 제외하면 전부 투수의 등 뒤에 있다.
그러나 그들은 투수가 어떤 심정으로 경기에 임하는지 등만 보고도 알 수 있었다.
내, 외야 가리지 않고 전부 뛰쳐나온 지금.
도진은 흔들리는 투수 때문에 발생한 야수들의 초조함을 가지고 놀 생각이었다.
그래야지만 사토를 시작으로 양키스 선수들은 연달아 와르르 무너질 테니까.
‘이뿐만이 아니긴 해.’
이보다 더 중요한 게 하나 더 있었다.
도진은 피치 클록 때문에 잠깐 생각을 접고 다시 타격 자세를 잡았다.
심호흡을 뿜어내던 사토는 투구에 돌입했다.
다만 고작 심호흡만으로는 얽히고설킨 평정심을 되찾는다는 건 밤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
투구는 바깥쪽을 크게 벗어났다.
이번에는 도진이 번트 자세를 취하지 않았음에도 그랬다.
퍼억.
“볼!”
2-0.
타자가 마음 놓고 노림수를 2번씩이나 가져가도 되는 아주 유리한 카운트.
하지만 도진은 노림수를 가져가기는커녕 사토가 투구에 돌입하는 순간 다시 한번 번트 자세를 선보였다.
“볼!”
3-0.
여기서 스트레이트 볼넷이 나온다면 양키스 선수들은 기껏 붙들어 맨 정신줄에 균열이 생긴다.
반대로 에인절스는 흔들리는 투수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도진은 확신할 수 있었다.
‘스트레이트 볼넷이다.’
사토와 양키스.
놈들은 지금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었으니까.
어제 1차전에서 먼저 무너진 건 자신이었다.
하지만 역경을 딛고 일어서서 결국 양키스를 무너뜨렸다.
공이 던져졌다.
도진은 그저 멀뚱멀뚱 서 있었다.
퍼억.
“베이스 온 볼스!”
유유히 1루 베이스를 밟은 도진의 눈동자에 확신이 드러섰다.
‘이번 이닝에 끝내주마.’
* * *
놀란과 사토는 1루 베이스를 힐끗 쳐다봤다.
1회에도 그를 내보냈지만, 그때와는 분위기나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일단 그가 이닝의 선두 타자로 출루했다는 것과 투수는 1회와는 다르게 운영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 여기서 주자에게 2루를 내어준다면?
선취점을 내줄 가능성이 크다.
아직 1차전 패배라는 깊은 상처가 아물지 않은 양키스가 다시 선취점을 먹힌다면.
그때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무너져 내릴 수도 있었으니까.
“헤이. 사토.”
놀란은 사토를 향해 나지막이 읊조렸다.
사토는 등을 돌려 놀란과 시선을 마주쳤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다 막아줄 테니까. 우리 야수들을 믿어라.”
사토는 놀란의 한마디에 단단히 굳어있던 근육들이 거짓말처럼 사르르 녹아내렸다.
“그래. 고맙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야. 네 견제와 칼렙의 도루저지 능력이라면 아무리 놈이라도 제 집 드나들 듯이 2루를 노리지는 못할 거…….”
놀란은 말을 흐렸다.
그 때문에 사토는 놀란의 시선이 고정돼 있던 1루로 성급히 향했다.
그곳엔…….
베이스 러닝 장갑으로 갈아끼고 벌써부터 리드를 큼지막하게 가져가고 있는 도진이 보였다.
이뿐이었을까?
둘과 눈이 마주친 도진은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2루를 향해 턱짓했다.
2루를 훔쳐버리겠다고 대놓고 선언했던 것이었다.
그의 행동에 사토는 기껏 되찾아왔던 평정심이 와르르 무너졌다.
놀란 역시 어떠한 반박도 할 수 없었다.
정말 그라면…….
저 자신감이 그저 투수를 흔들겠다는 속임수가 아닐 것 같아서 그랬다.
그리고 둘의 생각대로 도진은 그저 상대를 흔들고자 해서 나온 행동이 아니었다.
‘긴장해. 초구부터 뛸 거니까.’
사토는 꿀꺽. 마른침을 넘겼다.
포수에게서 사인이 나왔다.
견제였다.
그 역시도 온통 머릿속에는 견제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전부 도진의 손바닥 안이었다.
‘사토. 괜찮겠어? 견제가 좋은 방법은 아닐 텐데? 견제하는 순간 넌 끝이야.’
투구 대신 발을 뺀 사토의 선택은 견제였다.
도진은 그가 견제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가 발을 뗀 순간 2루로 내달렸다.
견제가 걸리면 십중팔구 2루에서 아웃이 되지만 지금만큼은 살 자신이 있어서 그랬다.
견제구가 1루수로 향했다.
하지만 1루수는 그 견제구를 잡기 위해 높이 점프까지 해야 했다.
긴장감에 절여져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사토에게서 실수가 나온 것이었다.
뒤늦게 착지한 1루수는 재빨리 2루 베이스를 향해 송구했다.
베이스커버를 들어간 놀란은 송구를 재빨리 받아냈지만, 도진은 이미 베이스를 밟고 일어선 후였다.
“세이프! 세이프!”
여전히 점수는 0:0.
그렇기에 아직 투수 교체 타이밍은 아니었다.
마르셀로가 타석에 들어섰다.
도진은 마르셀로 대신 대기 타석으로 이동한 상우에게, 그만 볼 수 있도록 슬며시 세운 엄지를 거꾸로 내리꽂았다.
‘끝내 버려.’
* * *
사토는 마르셀로를 상대로 8구 승부 끝에 다시 한번 볼넷을 내줬다.
무사 1, 2루에서 상우의 타석이 왔다.
상우는 배트를 움켜쥔 채 당당하게 타석으로 걸어 들어갔다.
‘미친놈. 무서운 놈.’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치가 떨린다.
자신도 그런데 양키스는 어떨까.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너랑 적이 아닌 게 천만다행이다.’
원래 도진은 상대의 목덜미를 한번 물면 절대 놓아주지 않았다.
적어도 목덜미를 물릴 대상이 아닌 것 자체가 천운이었다.
‘그나저나 양키스. 그러니까 왜 쟤를 화나게 해.’
상우는 아직 도진이 어제의 화가 풀리지 않았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저놈 은근히 소심한 면이 좀 있거든.’
순진무구한 표정에 가려져서 그렇지.
좀처럼 화를 내지 않아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재 뒤끝 장난 아니다?
그리고 그 뒤끝은 아마 이번 시리즈 내내 이어지겠지.
어제와 오늘로 끝이 아니라는 거다.
‘일단 그 전에.’
너 잘 만났다.
상우의 시선이 사토에게 꽂혔다.
그는 일본인.
그리고 자신과 같은 신인이었다.
여기서 그에게 져야 할 이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존재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밥상이 진수성찬으로 차려진 지금 해결하지 못한다면 자존심이 용납지 않았다.
사토의 턱에 힘이 들어가는 모습이 상우의 눈에는 정확히 보였다.
그렇기에 그는 승리를 확신했다.
‘감정을 드러내?’
초구.
공은 던져졌다.
상우의 벼락같은 스윙이 나온 것도 그때였다.
따—악!
몸쪽으로 향하는 패스트볼을 그대로 당겨쳐 버린 상우는 배트를 던져 버렸다.
타구는 훨훨 날아 양키스 구장의 제일 먼 곳.
좌측 담장을 그대로 넘겨버렸다.
3:0.
이 홈런 하나로 양키스는 완전히 무너졌다.
최종 스코어는 8:1.
2차전도 에인절스가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