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82)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82화(382/400)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에인절스가 2승 0패로 앞서나가게 됐다.
여기에 더해 3차전도 승리한 에인절스는 월드시리즈까지 단 한 경기 승리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에인절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확률은 98%.
완전히 무너져 내린 양키스에 희망은 없다는 평이 자자했다.
하지만 양키스는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사토와 놀란! 사이 좋게 4홈런을 합작하며 양키스에 귀중한 1승을 선사해 줍니다!]2036년 드래프티가 탈락의 위기에서 양키스를 구원했다.
5차전에서 홈으로 돌아온 양키스는 그 기세를 등에 업고 그 경기마저 승리했다.
에인절스가 진출할 확률인 98%가 어느덧 65%까지 크게 줄었다.
6차전 역시 양키스 스타디움에서 펼쳐졌기에, 양키스의 승리가 예견되었다.
[양키스의 부활! 그들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가고 있다.] [4차전과 5차전에서 각 15안타씩 기록한 양키스. 그들은 6차전 상대인 에인절스의 1선발 킴을 1차전에서 두들긴 전적이 있다.] [양키스! 대망의 역스윕을 할 수 있을 것인가!]커뮤니티도 이 주제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양키스가 뒤집겠네.]솔직히 3:0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질 줄 알았는데. 4차전 5차전 잡은 게 크다.
└에인절스 놈들 오랜만에 월드시리즈 간다고 설레발치더니 꼴이 좋아?
└응. 여전히 3:2. 우리 에인절스가 우세하죠?
└최근 타격만 놓고 보면 양키스가 압도적으로 유리하지. 매 경기 15안타씩 칠 때 에인절스 5안타도 못 침.
└그건 네놈들이 이겼을 때만 계산해서 그런 거고. 우리도 우리가 이긴 경기로만 통계 내면 우리가 우세해.
└그래도 우리 양키스가 안타 수가 더 많음.
└응. 우리 다음 선발 킴임.
└아 그 1차전에 된통 깨진 놈? 개꿀이네?
└F***. 너 어디 살아?
미디어나 커뮤니티 대부분이 양키스의 승리를 예견했다.
그만큼 죽다 살아난 양키스가 시리즈의 분위기를 쥐고 있었다.
물론 다수의 의견에 반박하려는 한 선수가 있었으니…….
* * *
경기 당일.
도진은 음식을 가득 채운 접시 3개를 빠르게 비워나가기 시작했다.
함께 테이블을 공유하던 상우와 호세 그리고 그레그는 말없이 그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결국 이러다 탈이라도 날까 싶은 걱정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호세는 도진의 팔을 잡았다.
“야. 좀 천천히 먹어.”
그레그도 거들었다.
“너 체하기라도 하면 그때는 진짜 *되는 거야!”
도진은 일원들을 스윽 쳐다보더니 접시를 깔끔히 비우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더 가져오겠다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호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거 스트레스성 폭식 아니냐?”
그레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요? 1차전에서 강판당한 게 아무래도 타격이 있는 것 같아요.”
호세와 그레그의 시선이 상우에게 향했다.
그는 둘과는 다르게 도진이 자리를 뜨자 평온한 표정으로 음식을 먹고 있었다.
“어이. 넌 걱정 안 되냐?”
상우는 오늘 도진과 배터리를 이룬다.
투수가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 그를 보좌해야 하는 포수는 초조해야 하기 마련.
하지만 상우는 오히려 그 반대라서 호세와 그레그는 답답함을 느꼈다.
상우는 결국 데일 듯한 안광에 둘을 스윽 쳐다봤다.
“괜찮을 거예요.”
“괜찮아? 넌 저게 괜찮아 보여?”
“오히려 잘된 것 같은데요.”
호세와 그레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상우는 물을 한 모금 들이켜더니 설명을 덧붙였다.
“아직 모르시려나?”
“모르겠으니, 말로 해.”
“쟤 아직 화났어요.”
“화? 무슨 화? 왜? 양키스에 내리 두 번 져서?”
상우는 고개를 저었다.
호세는 설마! 눈초리를 가늘게 찢었다.
“1차전에서 진 거 때문에?”
상우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호세의 목소리가 커졌다.
“아직도 담아두고 있다고?”
“원래 그래요. 아마 시원하게 복수하지 않는 이상 내년까지 저럴 수도 있어요. 그리고 도진이라면…… 아마 오늘 매듭지으려고 하겠죠.”
“그런데 그거랑 저렇게 과식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냐?”
상우는 피식 웃었다.
“도진이나 저나 그렇게 풍족한 집안에서 자라지는 않았어요. 사실 비싼 야구용품이라도 하나 살 때면 허덕여야 하는 그런 집안이었죠. 그래서 말이에요. 공짜로 뭔가 먹을 기회가 있으면 굳이 눈치 보지 않고 먹었었어요. 그게 실력을 늘릴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었고요.”
“실력이랑 먹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에이. 야구 선수는 피지컬이 중요하다는 걸 아시잖아요. 어렸을 땐 어땠겠어요.”
호세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학교에서 밥도 안 주냐?”
“미국은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한국은 돈이 없으면 적어도 잘 먹고 다니진 못했어요.”
“정리해 보자. 그러니까 지금 저 애송이는 복수를 위해 먹는다. 이거네?”
“네. 어렸을 때는 공짜로 먹은 만큼 밥값은 해야 한다는 성격이어서…… 아마 저놈 오늘 많이 먹는 거로 신기록 세울 것 같은데요?”
상우의 말 그대로였다.
도진은 4개의 접시에 음식을 가득 담아서 돌아왔다.
그러더니 다시 입도 뻥긋하지 않고 식사를 이어 나갔다.
그를 멀뚱멀뚱 쳐다보던 호세는 결국 한숨을 꾹 삼켰다.
‘확실히 평소와 다른 모습이긴 해.’
그는 온전히 먹는 거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상우의 말을 듣고 보니 뿜어져 나오는 눈빛에 오금이 지릴 지경이었다.
마치 전쟁터에서 최후의 결전을 앞둔 병사와도 같았으니까.
‘그러니까 먹은 만큼 밥값을 하려고 이렇게까지 먹는 거다?’
이뿐만이 아닐 것이다.
선수는 잘 먹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체력도 더 회복되고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으니까.
‘너무 많이 먹는 것 같긴 한데…….’
아무렴 어때.
아직 2년 차 선수다.
기가 죽기는커녕 자신이 당한 치욕을 갚아주겠다는데 굳이 말릴 이유는 없었다.
그나저나.
호세는 눈초리를 가늘게 찢고 상우를 쳐다봤다.
흠칫 놀란 상우는 호세의 눈치를 살폈다.
“왜, 왜요?”
“그런데 넌 왜 깨작깨작 처먹어? 당장 비우고 더 가져와.”
상우는 허탈감 젖은 눈동자로 호세를 지긋이 쳐다봤다.
‘아니. 그냥 이놈이 이상한 거라고요!’
아직 경기가 시작되려면 6시간이나 남았지만, 도진과 다르게 상우는 긴장감 때문에 심장이 터질 지경이었으니까.
* * *
에인절스는 오늘 경기에서 승리하면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겠지만, 반대로 패배하면 역스윕을 당해 시즌을 마감해야 할 수도 있었다.
물론 7차전에서 승리하게 되면 결국 진출하는 건 매한가지지만, 3승 후 3연패를 하면 위축된 선수들이 7차전에서 제 기량을 선보일 확률은 극히 낮았다.
안 그래도 양키스보다 전력에서 뒤처지는데 7차전까지 치른다는 건 패배로 향하는 지름길이었다.
상우는 도진을 따로 찾았다.
배터리를 이룬 그와 오늘만큼은 명확한 계획이라도 짜기 위함이었다.
둘은 라커룸 밖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도진아. 오늘 어쩔 생각이냐? 우리 이겨야지.”
“이겨야지.”
“그러니까. 계획 없냐고.”
“잘하면 되지 않을까?”
상우는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도진을 쳐다봤다.
도진은 피식 웃고는 팔꿈치로 상우의 옆구리를 툭 쳤다.
“농담이야.”
“넌 이 상황에서도 농담이 나오냐? 징글징글하네.”
“뭐. 솔직히 이렇게 될 줄 알고는 있었어.”
상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상대는 양키스니까. 솔직히 우리가 시리즈를 앞서나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긴 해. 양키스 놈들 진짜 강하긴 하더라.”
1, 2차전 좋은 모습을 보여준 상우는 내리 5차전 동안 선발로 나섰다.
매 경기 타순에 변화는 있었지만, 어쨌든 직접 마주한 양키스는 확실히 강했다.
에인절스가 야수나 투수 어떤 부분에서도 앞서고 있지 못한다고 느꼈으니까.
그렇다고 암울했던 건 아니었다.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전력에서 밀리고 있어도 먼저 3승을 챙겼다.
전력이 밀려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게 야구였고, 에인절스는 양키스를 이길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다만 더는 요행은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젠 분위기마저 양키스 쪽으로 완전히 넘어가 버렸기 때문에 에인절스는 더욱 불리해진 처지에 놓여 있었다.
“내가 연패를 끊어야겠지.”
도진의 목소리는 꽤 날카로웠다.
“그러니까. 어떻게?”
“1차전에 당한 걸 도로 되갚아 주면 되는 거 아니겠어?”
“누가 의욕을 물어봤냐? 계획을 묻고 있는 거라고.”
“패가 다 까인 상황에서 계획이 어딨어?”
상우는 쩝 입맛을 다셨다.
도진의 말이 옳다.
이미 6차전까지 와버린 지금 서로의 패는 전부 까여 있어 이제는 온전히 선수들이 해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야. 그냥 나 대신 호세한테 마스크 써달라고 할까? 솔직히 이 정도면 묘수 아니냐?”
도진은 흠. 턱을 매만지며 침음했다.
‘괜찮은 방법이긴 한데…….’
호세는 명실상부 최고의 수비형 포수.
여태껏 쭉 포수를 봐왔기에 오랜만에 마스크를 써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
다만 한편으로는 악수가 될 수도 있다.
1년의 공백은 절대 무시할 수 없었으니까.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아.”
상우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야! 월드시리즈 가야지! 나 같은 초짜보다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가 마스크를 쓰는 게 백번 낫잖아?”
도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아니라. 오늘 네가 마스크를 써야 해.”
“그러니까 왜?”
도진은 그 이유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상우야. 나 오늘은 진짜 전부 쏟아낼 생각이다.”
“언제는 뒤가 있었어?”
“뒤야 매번 있었지.”
“시즌 중에는 그렇다 치자. 1차전에도?”
“그때는 뒤가 없었지.”
“근데 된통 처맞았잖아?”
“뭐. 그땐 그랬지. 경험이 없었으니까.”
“경험이라…… 너. 생각해놓은 게 있나 보네?”
도진은 살포시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알다시피 1차전에서는 무작정 힘으로 누르려고 했어.”
“그게 네 스타일이잖아.”
“그건 그런데 시리즈 내내 고민을 좀 해봤거든?”
“무슨 고민?”
“내가 1차전에서 보여준 모습은 내가 시즌 때 보여준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어.”
“시즌 때야 체력 때문에 완급 조절이 필수니까. 지금은 시즌이 아니니까 문제가 될 건 없어 보이는데.”
도진은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난 아직 상대를 완전히 힘으로 짓누를 기량을 갖추지는 못한 것 같아.”
“그야. 당연하지. 너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풀 타임은 2년 차야. 아…….”
깨달음을 얻은 상우는 말을 흐렸다.
생각해 보니 도진의 말 그대로다.
그는 2년 차였고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다.
원래 야구에서는 부족한 부분은 연차와 경험이 쌓이게 되면 자연스레 메꿔지게 된다.
그러니 그의 말마따나 상대를 힘으로 짓누른다?
고작 이제 풀 타임 2년 차를 뛰고 있는 선수가?
도진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다시 말하지만, 난 내 야구를 전부 보여줄 생각이다.”
상우의 눈이 순간 번뜩 뜨였다.
금세 솟아난 입꼬리는 확신이 묻어 있었다.
“그러니까. 네가 여태 야구 인생에서 배우고 겪어왔던 종합선물 세트를 봉인 해제 하겠다는 거네?”
도진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상우는 자신이 마스크를 써야 할 이유를 명확히 깨닫게 되었다.
‘하긴. 나보다 네 야구 인생을 잘 아는 포수는 없긴 하지.’
그가 몇 살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무슨 공을 어떻게 던졌는지까지 전부 말이다.
미국에서 아마추어로 뛸 당시에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U-18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봤다.
‘재밌겠네.’
이런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는 도진은 자신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