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84)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84화(384/400)
[삼진! 또 삼진입니다!] [이 선수가 정말 2년 차가 맞을까요?] [이퓨즈에 이어 커브라니. 그에게서 볼 수 없는 구종이 벌써 2개나 나왔습니다. 양키스. 간담이 서늘하겠는데요?] [인정합니다. 특히 선수들은 허를 찔렸을 때 느끼는 허탈감은 상당하거든요.]3회까지 전부 삼자범퇴.
양 팀 모두 단 한 명도 출루하지 못했다기에 선수들은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다.
이 경기 투수전이 되리라고.
4회 초.
양키스 선발 투수 프레드는 도진에게 첫 안타를 맞았지만, 남은 타자들을 깔끔하게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4회 말.
양키스의 1번 타자 조든이 두 번째 타석을 맞이하게 됐다.
타자를 힐끗 쳐다본 상우는 서둘러 시선을 거뒀다.
‘오늘 양키스의 1번부터 3번 타자만 꽁꽁 묶어 놓기만 하면 된다.’
그러니 네가 어떤 야구 인생을 살아왔는지 양키스 놈들에게 똑똑히 보여주자.
상우는 즉각 사인을 냈다.
고개를 끄덕인 도진은 와인드업 후 즉각 공을 던졌다.
떠오르는 듯한 포심 패스트볼은 타자의 배트를 지나쳐 미트에 꽂혔다.
퍼억.
“스트라이크!”
2구 역시 포심 패스트볼.
앞선 투구보다 조금 더 높게 형성됐지만, 이번에도 타자의 배트는 헛돌았다.
퍼억.
“스트라이크 투!”
3구.
도진은 사인이 나오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였다.
상우는 순간 눈을 끔뻑이다 말고 성급히 미트를 정 중앙에 고정했다.
‘성격 급하기는.’
공이 날아왔다.
타자의 배트도 함께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스윙은 애꿎은 바람 소리만 남길 뿐.
퍼억.
“스트라이크 아웃!”
3구 연속 포심 패스트볼.
똑같은 공을 연속 3번이나 던졌지만 타자는 공략하지 못했다.
공을 받자마자 미간을 찡그린 상우는 전광판을 스윽 훑어봤다.
104마일.
‘진짜 있는 힘껏 던지네.’
어렸을 적 도진은 포심과 커브, 투 피치 투수였다.
그런데 위기의 상황 때마다 변화구 대신 줄곧 패스트볼만 던졌다.
그 모습이 오늘 다시 이 중요한 무대에서 나온 것이었다.
‘칠 테면 쳐봐라. 가능하다면 말이야.’
물론 메이저리그에서 줄곧 패스트볼만 던지면 배팅볼 투수가 되기 십상이었다.
‘그러니 패턴을 좀 바꿔야겠지?’
사토가 타석에 들어섰다.
상우는 도진에게 사인을 전달했다.
도진은 즉각 와인드업했다.
바깥쪽으로 향하는 공에 사토의 스윙이 나왔지만, 힘을 잔뜩 잃고 바닥까지 떨어진 투구에 헛스윙했다.
퍼억.
“스트라이크!”
미트에서 공을 꺼낸 상우는 도진에게 공을 던져주고 곧바로 생각을 정리했다.
‘이 다음이 아마…….’
상우는 다시 바깥쪽으로 걸터앉았다.
도진은 사인이 나오는 순간 투구에 돌입했다.
바깥쪽 꽉 찬 코스로 향하는 투구는 끝에서 우측으로 더욱 휘어져 나갔다.
그 때문에 투구는 배트에서 멀어졌고.
퍼억.
“스트라이크 투!”
상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젠장. 순서가 이게 아니었는데.’
이걸 까먹고 있었네.
상우는 엄지와 새끼를 펼쳤다.
기다렸다는 듯이 사인을 수긍한 도진은 와인드업했다.
그의 손을 떠난 투구는 탑스핀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앞서 놀란에게 삼진을 빼앗은 커브보다 낙폭이 더 컸다.
부웅.
요란한 바람 소리와는 다르게 사토가 휘두른 배트에는 확신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게 12-6 커브는 도진이 고등학교 시절까지만 던졌으니까.
퍼억.
“스트라이크 아웃!”
사토는 타석에서 쉽게 물러서지 못했다.
그런 그의 어깨를 놀란이 잡았다.
“들어가라. 꼴사나워 보인다.”
크게 한숨을 내쉰 사토는 결국 터덜터덜 더그아웃으로 복귀했다.
빈 타석에 들어서게 된 놀란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이, 이게 도대체 뭐지?’
지금 마운드에 선 투수는 자신이 아는 도진이 아니었다.
데이터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투구를 하고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
여기서 문제라면 그의 피칭에 서린 자신감이었다.
‘던지지 않던 구종을 던지면서 저렇게 자신감이 넘친다고?’
6차전 시리즈 스코어는 3:2.
여기서 양키스가 이기면 3:3으로 동률이 되며 역스윕에 가까워진다.
그러니 이렇게나 중요한 경기에서…….
‘저게 가능한 건가?’
제일 자신 있는 공을 던져도 모자랄 판에…….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렇게 돼버린 이상 배터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을 수가 없었다.
도진은 환상적인 선수다.
그렇기에 투수로 나섰을 때의 그를 공략하려면 최소 그가 어떤 공을 던지는지 알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그는 원래 그의 데이터를 벗어나 3개의 구종을 추가로 던졌다.
지금 도진이 던지는 구종은 포심, 투심, 체인지업, 스플링커, 이퓨즈, 커브, 2종류로 모두 합하면 총 7가지였다.
체인지업을 제외하면 전부 패스트볼 계열만 갖춘 줄 알았던 그가 사실은 다양한 무기를 갖추고 있었다.
생각을 아직 정리하지 못한 놀란은 초구를 맞이했다.
낮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커브는 빠르고 강력했다.
퍼억.
“스트라이크!”
놀란의 눈동자에 허망함이 번졌다.
‘파워 커브까지?’
7개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방금 8개로 늘어났다.
물론 도진은 더는 이퓨즈를 던지지 못할 것이다.
3가지의 커브 역시 결국 커브로 그 결은 같았다.
그래도 안심할 수 없었다.
커브에 대한 데이터는 없었으니까.
지면 짐을 싸야 하는 양키스 선수들은 시간에 허덕일 수밖에 없었다.
퍼억!
“스트라이크 투!”
커브를 신경 쓰고 있었더니 패스트볼이 날아왔다.
놀란의 머릿속은 잔뜩 엉켜버린 실타래처럼 꼬여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한복판으로 향하는 투구 힘차게 스윙해 봤지만.
끝에서 힘차게 꺾여버리는 스플링커에 크게 헛스윙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5회 초를 앞둔 경기의 스코어는 여전히 0:0이었다.
* * *
5회 초.
상우는 도진을 더그아웃 뒤편으로 끌고 갔다.
도진을 벤치에 앉힌 상우는 무릎을 쪼그려 앉아 그와 마주 봤다.
“야. 괜찮냐?”
상우가 보기에 도진은 상당히 지쳐 있었다.
아무래도 집중력을 극한으로 끌어 올리고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자신이 보기엔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뭐. 아직까진.”
“얼마나 버틸 수 있냐.”
“글쎄. 9회까지 버텨야지.”
“엥? 경기를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도진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상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가능하냐?”
“어. 아직 보여줄 게 남아 있잖아?”
상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미 다 보여준 거 아닌가?’
여기서 더 보여줄 게 있다고?
뭐 숨겨둔 비장의 수라도 있는 건가?
“그게 뭔데?”
“실망이네.”
“아니. 진짜 몰라서 물어보는 거야.”
도진은 상우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거보단 위기부터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 보자.”
“양키스 세 번째 타석 말하는 거지?”
“응.”
“하긴. 세 번째 타석부터는 커브는 통하지 않겠지. 어떻게 넘길래?”
“모르겠어. 근데 세 번째 타석만 잘 넘기면 9회까지 책임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좀 도와줘.”
상우의 턱이 슬금슬금 벌어졌다.
도진은 지금 정신력을 극한으로 소모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기껏해야 6회까지 밖에 던지지 못한다고 봤다.
투수는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구종을 던질 때 실투가 나오지 않으려면 극한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도진은 오늘 단 한 번도 실투를 던지지 않았지만, 그건 정신력을 갈아 넣어서 만든 결과였다.
그러니 지금이 야구 인생에서 제일 지쳐 있을 때인데 9회까지 책임진다니.
‘감독님이 허락하려나?’
하겠지. 실점만 최소화한다면.
도진은 에인절스의 1선발이었다.
아무리 감독이라도 메이저리그에서 1선발은 믿음이었다.
상우는 결국 미간을 찡그렸다.
“에휴. 알았다. 최선은 다해볼게.”
“한 가지 더.”
“뭔데?”
“점수 좀 내줘.”
상우는 헹! 코웃음을 쳤다.
“그게 말처럼 쉽냐?”
“그래도 해줘.”
상우는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도진은 지금 에인절스의 2번으로 중책을 맡고 있었지만, 여기서 그에게 타자 역할까지 맡긴다면?
‘더 빨리 지칠 거다. 투수로서 제 위력을 내지 못해.’
도진은 오늘 마운드를 혼자서 책임지고 싶어 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게 에인절스의 유일한 승리 공식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알았어. 그래도 너무 믿지는 말고.”
몸을 일으킨 도진은 순간 휘청거렸다.
지금까지 줄곧 놓지 않았던 집중력이 순간 풀려버렸기 때문이었다.
팔과 다리의 후들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Three way player로서의 첫 시즌.
그 누적된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와 그를 괴롭혔다.
상우는 도진을 부축했다.
“꼴값 떨긴. 가서 음료수 마시면서 좀 쉬자.”
부축은 더그아웃 입구까지 이어졌다.
도진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기 전 상우의 부축에서 벗어났다.
“여기선 혼자 들어갈게.”
“안 그래도 그러라고 하려고 했어.”
* * *
도진은 6회와 7회 그리고 8회, 총 3이닝 동안 양키스 타선에 안타 3개를 허용했다.
그래도 실점과는 연결되지 않았다.
에인절스 역시 공격에 애를 먹고 있었다.
전광판에 나타난 숫자 2는 총 2개의 안타밖에 기록하지 못했다는 걸 나타내고 있었다.
9회 초.
정규 이닝 에인절스의 마지막 공격은 9번부터 시작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양키스의 셋업 도스바니 산토스는 기분 좋게 이닝을 시작했다.
100마일을 우습게 넘나드는 그의 패스트볼은 다음 타자인 윌리엄도 손쉽게 처리하게 됐다.
9회 초 2아웃.
도진의 타석이었다.
1차전에서는 도진이 도스바니 산토를 상대로 역전 홈런을 뽑아낸 바 있었다.
그런데도 양키스가 도스바니 산토스를 자신 있게 올린 이유는 바로 나타났다.
“베이스 온 볼스!”
굳이 도진과 상대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9회 초. 2아웃.
타석에 들어선 상우는 입맛을 다셨다.
‘젠장. 징글징글하네.’
0의 균형이 좀처럼 깨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약속했는데 말이야.’
도진에게 점수를 내준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여기서 실패하면 그 약속을 깨버리게 된다.
‘어떻게서든 우리는 오늘로 시리즈를 끝내야 해.’
도진은 팀의 핵심이다.
그런데 지금 그는 정신력으로 겨우 버티는 게 전부였다.
만약 여기서 에인절스가 지면?
아마 7차전을 출전할 수 없을 만큼 지쳐 있었다.
‘문제는 내가 저 공을 칠 수 있냐는 건데…….’
하아.
상우는 한숨을 뿜어냈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상대는 좌완에 100마일 이상을 뿌려대는 투수였다.
상우는 1루에 나가 있는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죽은 동태 눈이 된 모습을 보고 있자니 턱에 힘이 들어갔다.
‘해결해 보자.’
각오를 다진 상우는 수 싸움에 돌입했다.
‘도진이를 걸어내보냈어. 이건 어떻게서든 나와 상대하겠다는 거야.’
좋은 공을 주지 않으려나?
그건 잘 모르겠다.
투수도 기필코 여기서 승부해야 할 테니까.
‘나까지 걸어 내보내지는 않겠지.’
2사라도 1루와 1, 2루는 다르다.
2루에 주자가 나간 이상 단타 하나면 홈으로 들어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승부밖에 없어. 승부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면 초구는 스트라이크를 잡아야 하고.’
그럼, 구종은?
‘뻔하지.’
패스트볼.
다만 구종을 알아차렸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투수가 한복판에 던지지는 않을 테니까.
그런데도 상우는 피식 웃었다.
‘몸쪽. 100%.’
여긴 양키스 스타디움이다.
우타자가 당겨쳤을 때 약점을 가지는 그 양키스 스타디움 말이다.
투수가 투구에 돌입했다.
손을 떠난 투구는 굉음을 내지르며 날아오고 있었다.
상우의 눈동자에 순간 희망이 담겼다.
스윙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따—악!
제대로 맞았다.
완전히 얹혀버렸다.
하지만 상우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젠장. 짧다!’
맞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이 타구는 담장을 넘기지 못하리라는 것을.
그래서 문제였다.
지금 주자는 도진이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쳐 반송장인 그 도진 말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저 미친 새끼가?’
1루로 내달리던 상우는 간신히 욕설을 참았다.
어금니를 꽉 깨문 채 전력질주 하는 도진 때문이었다.
“야! 이 미친놈아! 힘 아껴야지!”
내뱉고 후회했다.
어차피 도진은 멈출 위인이 아니었다.
지금 어떻게서든 점수를 내서 1점 달아나고 싶은 건 어떤 선수든 매한가지일 터.
2루를 눈 앞에 둔 상우는 도진에게 여전히 시선을 고정했다.
그는 3루 베이스 코치가 멈추라는 말까지 무시하며 홈으로 쇄도하고 있었다.
‘송구는……?’
유격수가 공을 잡고 곧바로 홈으로 던졌다.
세이프인지 아웃인지 아슬아슬했지만, 아웃에 더 가까웠다.
공을 잡은 포수는 도진이 달려오는 방향으로 팔을 휘둘렀다.
타이밍상 무조건 아웃이었어야만 했는데…….
부웅.
도진은 태그가 몸에 닿기 직전 지면을 박차고 크게 도약했다.
그 행동으로 포수의 태그를 피할 수 있었다.
쿠당탕!
낙법 없이 바닥에 떨어진 도진은 흙먼지를 일으켰다.
심판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흙먼지 때문에 콜을 잠깐 아껴두고 있었다.
흙먼지가 완전히 사라졌다.
심판은 양손을 스르륵 펼쳤다.
“세이프! 세이프!”
도진의 손등 위로 포수의 미트가 올라가 있었다.
9회 초. 스코어는 1:0.
0의 균형을 먼저 깨뜨린 에인절스는 월드시리즈까지 9회 말 마지막 수비를 남겨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