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86)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86화(386/400)
“스트라이크 아웃! 게임 셋!”
[2039년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이 결정됐습니다! 그 주인공은 LA 에인절스입니다!] [결국 에인절스가 해냅니다! 저 머나먼 한국 땅에서 날아온 어린 선수가 결국 역사를 써버립니다!] [정말 대단한 투구 내용이었습니다. 1차전 패배로 다시 일어서지 못할 거라는 말이 많았잖아요?] [그렇습니다. 더욱이 이 무대가 어떤 무대입니까? 무려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입니다. 한 번 무너지면 다시 무너지기 십상인데 저 어린 선수는 역경을 딛고 다시 일어났습니다!]허억! 허억!
거친 숨소리만이 양키스 스타디움에 흐르는 정적을 깨부수고 있었다.
도진이 주먹을 불끈 쥐는 순간.
“와아아아아!”
그의 사방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상우는 마스크를 집어 던졌다.
그러고는 마운드로 쏜살같이 달려가 도진에게 달려들었다.
숨을 몰아쉬던 도진은 몸을 슬쩍 피했다.
상우는 바닥에 철퍼덕 엎어졌다.
일순 환호는 정적으로 뒤바뀌었다.
몇몇 관중들만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킥킥댔다.
“이, 이 개새…….”
오들오들 떨리는 상우의 말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도진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사람 상태 보고 달려들어라.”
상우는 푸념을 내뱉었다.
“그래. 내가 잘못했네.”
때마침 누군가 도진의 등짝을 후려쳤다.
호세였다.
“잘했다! 잘했어! 애송아!”
도진은 호세를 힐끗 쳐다보고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오늘은 부정하지 않을게요. 저 정말 잘한 것 같아요.”
“그래. 그래. 잘했지. 잘했어! 월드시리즈. 덕분에 밟아보는구나! 고맙다. 정말 고마워.”
“에이. 뭘 또. 고맙다는 말은 월드시리즈 우승하고 나서 말해요. 이제 시작이잖아요?”
호세는 미간을 찡그렸다.
“넌 무슨 시작만 있고 끝은 없냐? 그리고 이번엔 좀 좋아해라. 우리 에인절스가 월드시리즈에 가는 거라고.”
“그러니까요. 이왕 우승까지 해야죠.”
“네가 너랑 무슨 말을 하겠냐. 이래서 어린놈들이랑은 대화가 안 통해.”
호세는 그런 도진의 목을 팔로 감았다.
어디까지나 기쁨에 눈이 돌아가 도진에게 달려들려는 선수들을 막아주기 위함이었다.
“여기까지다. 일단 예의부터 갖춰라.”
조 캐넌은 선수들을 제지했다.
아쉽게도 야구에는 무승부란 개념이 없었다.
한 팀이 행복하면 한 팀은 불행한 스포츠가 바로 야구였다.
지금 에인절스는 복에 겨웠지만, 반대로 불행이라는 구렁텅이에 허우적대는 양키스가 바로 옆에 있었다.
선수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에서 웃음기를 없앴다.
그도 그럴 게 대놓고 잘 싸워준 적을 앞에 두고 기쁨을 표출하는 건 예의가 아니었으니까.
* * *
도진은 지금 마운드 정 중앙에 서 있었다.
그런 그를 장내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손에 쥐고 찾아왔다.
“킴. 축하합니다!”
도진은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네. 그런데…… 왜요?”
“트로피 받아 가셔야죠.”
“네?”
“ALCS MVP 트로피요.”
“아…….”
“혹시 모르셨나요?”
도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네. 여기 양키스 스타디움인데요.”
“그래도 팬들을 위해 승리 인터뷰는 해야죠. 트로피도 받고요.”
“그, 그렇네요.”
도진은 관중석에서 큭큭 웃는 소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나운서는 도진에게 트로피를 건넸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네. 근데 제가 이걸 받아도 되는 건가요?”
도진은 의아했다.
그도 그럴 게 1차전에서 강판당한 투수가 MVP라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요. 9회 말 3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ALCS에서 완봉을 기록한 선수는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1명뿐이었습니다. 그런 대기록에 이름을 올린 두 번째 선수가 되었으니 충분히 MVP감이 아닐까요? 뭐. 이것 외에도 이번 시리즈에서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펼쳤지만요.”
도진의 동공이 커졌다.
“정말요?”
“네.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여기가 어딥니까?”
“양키스 스타디움이죠.”
“네. 그런데 팬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있죠.”
그 순간.
손뼉 소리가 사방에서 요동치듯 들려왔다.
도진은 미소를 감추고자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쌌다.
아…….
그렇구나.
나 잘했구나.
자부심 강한 양키스 팬들의 축하는 받고 싶다고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처음에는 야유로 시작됐지만, 결국 박수갈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감이 어떻습니까?”
“야…… 유요?”
“네. 야유요.”
“야유가 언제 있었죠?”
“Beat LA라는 응원 문구를 듣지 못하셨나 보군요.”
“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야유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왜죠?”
“그야…… 야유보다는 양키스를 응원하는 구호인 줄 알았으니까요. 기분 나쁘지도 않았고, 대신 위축은 됐습니다. 그래서 1차전에 크게 당했고요.”
사실 이 응원 문구는 야유와 응원이 공존하고 있었다.
도진도 이를 알고 있었지만, 미국인들이 원래 이렇다.
잘한 걸 꾸역꾸역 못했다고 거짓말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끝까지 남아 축하를 건네주는 팬들에게 자신도 작게나마 최고의 응원이었다고 대답했던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시죠.”
“양키스는 아메리칸 리그 최고의 팀입니다. 이 팀을 대신해서 저희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게 되었으니, 최선을 다해서 이겨보겠습니다.”
도진은 그라운드를 울리는 자신의 성을 끝으로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 * *
라커룸으로 돌아가기 전.
팔에 아이싱을 감던 도진을 놀란과 사토가 찾아왔다.
“어이. 거기. 잠깐 얘기 좀 하지?”
“금방 끝나니까 잠깐만 기다려 줘.”
팔을 칭칭 감고 나서야 도진은 그들 앞에 섰다.
놀란은 오른손을 내밀었다.
도진은 왼손을 내밀었다.
“패자에 대한 예의가 없군. 왼손 악수라니.”
“의도적이네. 지금 오른팔 못 쓰는 거 알면서.”
놀란은 큭! 웃음을 삼키더니 왼손으로 도진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 나서 사토와도 악수했다.
“너만 아니었다면 우리 양키스가 올라갔을 거다.”
놀란의 발언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도진은 그저 입을 꾹 다물었다.
여기서는 그냥 조용히 말을 아끼는 게 친구들을 위로하는 길임을 알고 있었다.
사토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도 재밌었다. 많이 배우기도 했고.”
“그나저나 너 오늘 무슨 생각이었냐? 우리가 아는 평소의 네가 아니었어.”
“나도 궁금하다.”
사토와 놀란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는 호기심을 뿜어내고 있었다.
도진은 두 친구를 위해 선뜻 입을 열었다.
“난 이기고 싶었어. 복수하고 싶었고.”
“지금까지 줄곧 우리를 두들겨 놓고 무슨 복수.”
“에이. 내가 언제 그랬어.”
사토가 대답했다.
“고등학교부터 지금까지 줄곧 그래왔지.”
“그건 아마추어 때잖아.”
다시 놀란이 대답했다.
“난 작년 와일드카드전에서도 졌지. 그러니 내가 네게 한번 복수한 거야. 말은 바로 해.”
잠깐 정적이 흘렀다.
도진은 정적을 깨고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이번 시리즈 1차전 말이야. 너네한테 맞은 게 너무 아팠어.”
놀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토는 미간을 찡그렸다.
“그래도 이겼잖아?”
“기만이군.”
도진은 어이없다는 감정을 표정에 드러냈다.
“솔직히 1차전에서 너희 양키스가 방심만 하지 않았으면 우리가 졌을 확률이 커. 그걸 내 탓을 하면 안 되지.”
놀란과 사토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수긍했다.
“그건 인정한다. 전부 이겼다고 확신하고 있었지. 나를 포함해서.”
“정말 바보 같았지. 1차전을 잡았다면 우리가 올라갈 확률도 있었겠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과장일 뿐이지만.”
의미 없는 과장이 아니다.
지금 이 둘은 자신들의 패배 요인을 본인들의 뼛속에 각인시키고 있었다.
두 번의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듯이.
“무섭다. 무서워. 굳이 내 앞에서 이래야 하냐? 뭐. 어쨌든. 나도 1차전에서 너네한테 두들겨 맞은 게 꽤 컸어. 평소대로, 해오던 그대로 6차전에도 마운드에 오르면 맞을 것 같더라고. 그래서 내 모든 걸 걸었던 것뿐이야. 그게 운이 좋게 통한 거고.”
놀란은 사토의 옆구리를 툭 쳤다.
“내 말이 맞지? 얘 야구 인생을 담았다니까.”
“나도 예상하고 있었다.”
둘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도진은 부러웠다.
‘좋겠다. 얘넨 더 발전하겠네.’
뭐. 덕분에 나도 그럴 테지만.
물론 예전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 둘을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 자신도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만큼 이 둘은 자신의 야구를 발전시켜 준 원동력이었다.
놀란은 기지개를 켰다.
“다음에도 이런 요행이 통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비는 철저히 할 거거든.”
“마지막에 퀵 피치와 shimmy는 꽤 인상적이었다. 야구는 힘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깨닫게 됐어. 물론 따라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나도 나만의 무기를 갖출 생각이다.”
도진은 입맛을 다셨다.
“쩝. 내 패는 다 깠는데 돌아오는 거 없냐? 이러면 다음에 너네 만날 때 나만 손해잖아.”
놀란과 사토는 피식 웃었다.
“응원해주지. 우리 잡고 올라갔으니 월드시리즈 우승해라.”
“솔직히 이번에도 네가 먼저 반지를 획득하면 배가 아플 것 같지만,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이 반지를 낀다는 건 더 용납할 수 없을 것 같다.”
도진은 둘에게서 진심을 느꼈다.
그래서 이번에도 왼손을 내밀었다.
“상대가 상대인지라 쉽지 않겠지만, 최선을 다해볼게.”
에인절스의 월드시리즈 상대는 LA 다저스.
그들은 필리스를 4:1로 꺾고 진작에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 지었다.
셋은 내년을 기약하며 각자의 라커룸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 * *
에인절스 라커룸은 여전히 축제 분위기였다.
뒤늦게 도진이 입장하자 모든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애송아. 작당 모의는 끝났냐?”
느닷없는 호세의 발언에 도진은 눈을 끔뻑였다.
“작당 모의라뇨.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양키스 가고 싶어서 어필하고 온 거 아니야?”
도진은 눈초리를 가늘게 찢었다.
“제가요? 왜요? 월드시리즈 진출한 건 저희 에인절슨데요?”
“쯧. 재미없는 놈. 농담 좀 받아라.”
농담이라고?
무슨 농담을 저렇게 하냐.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자신의 라커 앞에 가서 앉았다.
호세는 그런 도진의 옆구리를 툭 치며 속삭였다.
“야. 너 근데 무슨 생각으로 9회에 오른 거냐?”
속삭였다고 다른 선수들이 듣지 못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귀를 쫑긋 세운 채 숨소리도 내뱉지 않았다.
도진은 뒤통수를 긁었다.
“1차전에서 맞은 건 갚아줘야죠. 그래서 오늘은 내킬 때까지 내려가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점수가 워낙 박빙이라 내려갈 수 없었고요.”
“진짜 그 생각으로 오른 거야?”
“네. 그럼요?”
“아니. 혹시 우리 불펜이 믿음직스럽지 않다거나. 뭐 그런 거?”
도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에요. 당한 건 되갚아줘야지 월드시리즈에 가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호세는 넌덜머리가 난다는 듯, 턱이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지갑에서 100달러를 꺼내 상우에게 건넸다.
“네가 이겼네.”
“제 말이 맞죠? 얘한테 물리면 약도 없어요. 이 새끼 진짜 미친개예요.”
도진은 100달러를 주머니에 집어넣으면서 좋아하는 상우를 허망하게 쳐다봤다.
“야. 사람한테 미친개가 뭐냐?”
“미친 독사 할래? 너 진짜 독기 뿜어내는 거 보면 독사 같기도 해. 가끔 섬뜩하다니까?”
“미친 독사도 있냐?”
“어. 너.”
말을 말자.
여기서는 괜히 말꼬리를 질질 끌고 다녀봤자 본인만 손해였다.
때마침 조 캐넌 감독이 라커룸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 모두 고생 많았다. 우리의 월드시리즈 상대가 누구인지는 모두가 알 것이라 믿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선수가 있을 수도 있으니 물어보겠다. 킴.”
도진의 굳게 닫힌 턱이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감독님. 저 그 정도는 알아요.”
“그래서. 누구지?”
“LA 다저스요…….”
조 캐넌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오? 정말 알고 있었군.”
도진은 헛웃음만 내뱉었다.
주변 선수들은 킥킥 비웃어 대기 바빴다.
“어쨌든. 킴의 말마따나 우리 에인절스는 다저스를 만나게 됐다. 자네들도 상대가 얼마나 대단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다저스.
현존 메이저리그에서 제일 강력한 팀.
그리고 포스트 시즌 팀 최약체와 최강이 만나게 된 것이었다.
“다행히 오늘 경기 승리한 덕분에 우리에겐 총 5일이란 달콤한 휴식이 생겼다. 이틀간 푹 쉬고 나서 보도록 하지.”
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침음했다.
‘5일이라.’
충분하다.
지칠 대로 지친 몸이 일시적으로라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도진은 뒤가 없었다.
에인절스도 그럴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월드시리즈를 밟는 에인절스가 만약 이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두 번의 기회는 없을 수도 있어.’
그만큼 야구는 우승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므로, 기회가 찾아왔을 때 쟁취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