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87)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87화(387/400)
에인절스와 양키스의 경기가 막 끝난 직후.
드넓은 거실 쇼파 위에서 휴식을 취하던 조엘 오스틴에게 다저스 3루수 앤서니의 전화가 걸려 왔다.
“여보세요?”
-야. 결과 봤어?
“봤어.”
-소감이 어때. 지금 다들 업셋 일어났다고 난리던데.
“글쎄. 난 올라올 팀이 올라왔다고 보는데.”
-하긴. 너만 에인절스가 올라올 거라 했었지.
“이런 쓸데없는 소리나 하려고 전화했냐.”
-어. 그냥 했는데?
“그럼 끊는다.”
-잠깐! 소감은 어때? 제자 만나는 거잖아.
“제자는 무슨. 헛소리 나불거릴 시간에 스윙이나 더 해라.”
뚝.
조엘은 즉시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30초 후.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조엘은 옆에 툭 던져놓은 핸드폰을 다시 집어 들고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앤서니.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나 보군.”
-조엘. 앤서니가 아니라서 미안하네.
중후한 목소리에 조엘의 눈이 번뜩 뜨였다.
반쯤 누워 있던 몸도 벌떡 일으켰다.
“가, 감독님. 죄송합니다. 친구가 장난질을 해대서요.”
전화를 걸어온 주인공은 도널드 슈메이커.
FS 고등학교 감독이었다.
-나도 농담이네. 그나저나 물어보고 싶은 게 몇 개 있어서 이렇게 전화했네.
“뭐든지 말씀하세요.”
조엘에게 도널드 감독은 은사였다.
그가 자신을 발굴하지 않았다면 자신 역시 이 자리에 없었을 테니까.
그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어떤 부탁이든 뭐든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번 월드시리즈 1차전 티켓 몇 장만 구해줬으면 좋겠는데.
조엘은 피식 웃었다.
“FS 야구부원들과 같이 오실 거죠?”
-그래. 이 친구들에게도 좋은 견학이 될 것 같아서.
“네. 문제없이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말이야. 이건 별개의 얘기지만, 자네의 개인적인 생각도 좀 궁금하네.
도널드 감독의 함축한 의미를 조엘은 알고 있었다.
그는 월드시리즈에서 도진을 만나게 된 걸 묻고 있었다.
“솔직히 얼떨떨해요.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 몰랐거든요. 그런데 감독님도 보셔서 아시잖아요? 그 친구는 이미 저와 같은 레벨이에요.”
-솔직히 그 말에 동의하지는 않아. 대단한 선수가 맞지만, 아직 자네의 레벨에 도달하진 못했거든.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자신감이 좀 생기네요. 저도 감독님 말에 동의는 합니다. 아직 저와 나란히 서기엔 다소 부족함이 있지만, 머지않았을 것 같아서 조금 두렵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그 친구와도 통화해보셨나요?”
-아직. 그리고 딱히 전화를 걸 생각은 없네.
“왜요?”
-그야 그 친구는 지금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니까. 그리고 킴은 엄연히 도전자야. 괜히 전화해서 자네를 거론하면서까지 흔들 필요는 없겠지.
“조금 섭섭한데요? 그래도 뭐. 감독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1차전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죠.”
-그래. 무운을 비네.
통화는 그대로 끝이 났다.
조엘은 다시 소파에 등을 기대며 입꼬리를 치켜세웠다.
‘정말 여기까지 왔구나.’
재밌겠어.
* * *
딩동.
딩동. 딩동.
딩동딩동딩동.
도진은 요란하게 울리는 벨소리에 터덜터덜 일어나 현관문을 열었다.
“밥 사 왔어.”
상우는 양손 가득 음식을 바리바리 싸 들고 나타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뒤로 그레그와 마이크도 함께 입장했다.
“혹시 몰라서 양식도 사 왔다.”
“일식과 중식도 있다. 너 원래 안 가리고 잘 먹잖아.”
셋은 마치 제집인 양 거실 테이블 위에 능숙하게 음식을 세팅했다.
도진은 20가지가 넘는 음식을 앞에 두고도 바로 소파에 누웠다.
“야. 내려와서 밥부터 먹어.”
상우의 닦달에도 도진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귀찮아.”
그레그도 거들었다.
“뭘 먹어야 월드시리즈에서 활약하지.”
“지금은 진짜 아무것도 먹기 싫어요.”
대신 마이크는 과학적으로 접근했다.
“이해는 한다. 지금 넌 누워 있는 거 말고 아무것도 하기 싫겠지. 그거 근육이 피로에 찌들어서 그래. 원래 근육을 풀어줄 때는 운동으로 풀어주라는 말이 있긴 한데. 힘을 비축해 뒀다고 필요할 때 전부 사용해야 하는 선수 특성상 딱히 맞는 말은 아니지. 그래도 근육이. 아니 네가 조금이라도 회복하려면 먹는 건 필수다.”
절대 미동하지 않을 것 같던 도진이 그 말을 듣곤 소파에서 벗어나 바닥에 앉았다.
상우와 그레그는 눈빛에 존경심을 담아 마이크를 쳐다봤다.
“역시 대학생인가. 논리적이네.”
“우리 같이 야구밖에 모르는 놈들과는 확실히 달라. 개 멋있다.”
마이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뭘 부러워하고 그래? 난 메이저리거가 더 부러운데.”
식사는 누가 시작하는 말도 없이 곧바로 시작됐다.
도진은 여전히 음식을 앞에 두고 멍하니 허공만 쳐다보고 있었다.
“시체가 따로 없네.”
“좀비 같다.”
“좀비도 지금 쟤보단 감정이 있을걸?”
도진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만큼 지금 그는 무아지경에 이르렀다.
다만 안 좋은 쪽으로.
정말 음식은 손도 대기 싫을 만큼 당장은 그냥 눕고 싶은 게 소원이었다.
그러나 그때.
위이이잉.
도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도진은 눈을 끔뻑였다.
그러게.
어떻게 아무도 축하 연락이 안올 수가 있지?
그나마 친한 놀란과 사토는 어제 경기장에서 미리 축하받았다.
여기 앞에 셋은 경기가 끝난 직후 함께 라커룸에 있었다.
[나: 문자로는 처음이네.] [하리: 월드시리즈도 응원할게!]짧은 연락은 그대로 끝이 났다.
다만 도진은 이어지는 서늘한 눈초리를 견뎌내야만 했다.
“개 같은 놈.”
“망할 놈.”
“남자는 싫다 이거냐?”
도진은 시선을 능숙히 외면한 채 앞에 놓인 볶음밥 용기를 들고 한 숟갈 떠서 먹었다.
“매일 보는 게 남잔데 좋겠냐.”
셋은 금세 수긍했다.
“하긴.”
“차라리 남자한테 축하받을 바엔 안 받고 말지.”
“그건 좀 너무 가지 않았어?”
남자 넷이 모여서 식사하고 있다.
그것도 전부 야구에 관련된 남자들이라 당연히 야구 얘기가 나왔다.
“도진아. 지금 어디든 전부 네 얘기뿐이더라.”
“내 얘기? 무슨?”
“신문이나 기사 혹은 뉴스도 그렇고. 어디든 네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어.”
“그냥 네가 에인절스 기사 찾아봐서 그런 거겠지.”
그레그는 슬픈 표정으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사실이야. 그리고 저 브라더 놈 기사도 몇 개 있는데 나만 없어.”
상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스멀스멀 올라가는 입꼬리만큼은 막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에이. 무슨. 전부 도진이 기사지.”
“기만자 새끼.”
“무슨 기만자야.”
“근데 너 표정은 왜 그따윈데?”
마이크는 둘의 대화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 얘기가 다수긴 한데 그건 에인절스가 월드시리즈를 확정 짓기 전에 다저스가 먼저 월드시리즈를 확정 지어서 그런 거야.”
다저스는 하루 전날 전부 기사로 나갔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마이크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리도 단독 기사가 몇 개 있었어.”
도진의 목소리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
“오?”
“진짜야. 나도 몇 개 읽었거든. 포스트 시즌에 제일 큰 성장을 이뤘다는 기사가 몇 개 있었어. 사실이기도 하고. 솔직히 중심 타선으로 나가서 좋은 성적을 냈잖아?”
도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예상보다 훨씬 잘해주긴 했어.”
상우는 고개를 푹 숙였다.
이번에는 진짜 얼굴에 활짝 핀 표정을 감추려고 한 게 보였다.
다만 그레그는 여전히 울상이었다.
마이크가 그런 그를 위로하려고 들었다.
“그레그. 상심하지 마. 기사 몇 개 있었으니까.”
그레그는 금세 화색이 됐다.
“오! 진짜?”
“어. 일단 마지막 글러브 토스 수비를 칭찬했고…….”
“왜 그래? 왜 말을 흐려? 설마 그게 끝이야?”
“아니. 하나 더 있긴 해.”
그레그의 눈동자가 다시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다.
“뭔데?”
“1차전 내야 안타…….”
“왓? 무슨 6차전 끝났는데 1차전 성적을 가져와?”
상우는 큽! 웃음을 참았다.
“쓸 게 없었나 보지.”
“닥쳐! 갑자기 클린업에서 운 좋게 좀 성적 좀 냈다고 뭐라도 된 것 같아?”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젠장. 너 월드시리즈에서 두고 보자고!”
“뭘 굳이 월드시리즈까지. 그냥 지금 마음껏 봐.”
그레그는 부들부들 떨었다.
상우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도진에게 마이크가 물었다.
“그나저나 소감은 어때?”
“기분이야 좋지. 어쨌든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월드시리즈에 가는 거니까.”
“아니. 그거 말고. 선배이자 스승 만나는 자리잖아?”
티격태격하던 상우와 그레그도 일순 침묵하며 도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지금까지 줄곧 죽어 있던 도진의 눈동자도 금세 되살아났다.
“어떻긴.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래도 이겨야지?”
도진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 이기고는 싶어.”
“이번만큼은 진짜 쉽지 않은 거 알지?”
“알지. 상대는 지구 최강의 선발 투수니까.”
에인절스는 조엘 오스틴을 최대 두 번이나 만나게 되는데…….
그의 맞상대가 도진 자신이었다.
상우와 그레그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거들었다.
“하. 하필 만나도…… 그냥 필리스가 올라왔어야 하는데.”
“그러게. 조엘 오스틴을 어떻게 이기라는 건데?”
마이크는 턱을 매만졌다.
“그러니까 둘은 이 친구가 조엘 오스틴한테 진다고 말하는 거지?”
상우와 그레그는 뭔 질문이 그따위냐는 듯.
눈동자에 경멸을 담고 마이크를 쳐다봤다.
상우는 에휴! 한숨을 내쉬더니 나직이 물었다.
“야. 갑자기 외계인이 침공했어. 지구를 살리고 싶으면 야구 시합을 하재. 너라면 선발 투수로 누구 보내겠냐?”
마이크는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조엘 오스틴.”
그레그도 질문했다.
“네가 야구 구단주야. 그런데 딱 1시즌 만에 우승 못 하면 죽는 병에 걸렸어. 대신 너한테 단 한 명의 메이저리거를 무조건 공짜로 데려갈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졌어. 누구 고를래?”
“조엘 오스틴.”
그 봐! 너도 그렇잖아!
상우와 그레그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마이크를 쳐다봤다.
도진은 쩝 입맛을 다셨다.
“이것들이 나 기죽이려고 모인 자객들인가? 알아. 나 같아도 조엘 오스틴 내보내고 뽑을 거라고.”
하지만 마이크는 도진의 푸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끝까지 들어봐. 말 안 끝났으니까.”
셋의 시선이 마이크에 꽂혔다.
마이크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디까지나 킴의 기량이 지금 그대로 유지됐을 때의 이야기야. 조엘은 이미 탑을 찍었어. 물론 야구 선수는 끝없이 발전하고 조엘도 앞으로 더 발전하겠지만, 아직 신인 선수인 너희보다 기량 증가 폭이 더 크기라도 하겠어?”
“너 또 무슨 수가 있는 거야?”
도진의 질문에 마이크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 그래도…… 이길 확률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일단 두 팀은 각 리그를 대표해서 월드시리즈에서 맞붙는다는 거야! 비록 짧지만,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또 스텝 업을 하는 건 어때?”
개소리를 묘하게 일리 있게 늘어놓네.
그게 말처럼 쉽냐?
성장이 하고 싶다고 하는 거냐고!
하지만 정말 다저스를 이기려면 방법은 그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