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91)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91화(391/400)
[2039년 월드시리즈! 그 대망의 1차전이 곧 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 [다저스와 에인절스! 양 팀은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서 만나게 됐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야구팬들은 참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그렇죠. 더욱이 LA에 사는 팬들이라면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겠죠.] [경기장이 가득 찼어요. 외부에도 사람이 바글바글하더라고요?] [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자리를 구하지 못한 팬들도 현장을 직접 느끼고자 방문한 것으로 보이는데. 다저스의 명물인 다저도그를 먹으면서 핸드폰으로 경기를 지켜보는 것도 묘미겠죠.] [다수의 셀럽도 경기장을 찾았는데 혹시 보셨나요?] [그럼요. 특히나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할리우드가 있잖아요? 베벌리힐스도 그 옆이고요.]때마침 카메라가 곳곳에 있는 셀럽들을 비추기 시작했다.
해설들은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읊어주었다.
[와우. 배우와 가수분들 이름만 벌써 50명 넘게 언급했네요!] [네. 특히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에 얼굴을 비친 제니퍼 화이트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킴의 팬이죠. 둘은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거든요. 여기에 그녀의 오빠가 지금 에인절스의 인턴이라고 합니다.] [마이크 화이트는 UCLA에 다니는 학생인데. 졸업을 앞두고 에인절스와 인턴을 체결했다고 합니다. 더욱이 그는 커뮤니티에서 전문가보다 더 전문가 다운 정보들로 팬들을 즐겁게 해준다고 유명하거든요. 아! 그리고 그 역시도 FS 고등학교 소속으로 한때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군침을 흘리던 포수자원이었습니다.] [하이스쿨 야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그 이름을 모를 수가 없겠죠. 킴과 배터리를 이뤄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을 우승했으니까요.] [그 옆에는…… 와. 이게 누굽니까. 미식축구 LA 램스 소속 알렉산더 아닙니까?] [알렉산더 역시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우승자 출신이죠. 아마 친구의 우승을 응원하고자 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FS 하이스쿨 감독인 도널드 감독도 보이네요.] [그는 조엘과 킴의 은사이기도 하죠. 함께 있는 동양인 여성분이 킴과 친분이 있다고 합니다.] [정말 잘 아시네요. 스토커 아니시죠?] [야구팬들도 전부 아는 사실인데 스토커는 좀…….]때마침 카메라는 경기장을 찾아준 메이저리거들을 비추기 시작했다.
[이게 도대체 누굽니까?] [필리스의 주전 포수! MVP 출신 후안 라미레즈네요! 그가 직관을 왔어요!]그리고 또 다른 선수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의외의 인물들이 전부 왔네요?] [메츠의 유격수이자 작년 내셔널리그 MVP를 타낸 에스리우스 로자리오입니다.] [작년 아메리칸 리그 사이 영을 수상했고 올해도 MVP와 사이 영이 유력한 레인저스의 조이 히메네즈도 경기장을 찾았어요!] [정환 팍도 보입니다! 같은 한국인 후배들을 응원하러 온 걸까요?]이렇듯 정말 다양한 메이저리거들도 다저스 스타디움을 찾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메라에 비친 두 선수가 화룡점정을 찍었다.
[양키스의 핵심인 두 선수가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올해 MVP 그리고 유격수 골든 글러브와 실버 슬러거 후보 놀란 카브레라. 여기에 신인왕이 100% 유력한 타카시 사토까지. 저들의 곁에 앉은 팬들은 오늘 경기 결과와 상관 없이 그저 즐거울 것 같습니다.]월드 시리즈에 이따금 메이저리거가 모습을 드러내는 건 흔히 있을 법한 일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예전 몸담았던 팀을 응원하기 위해서라거나, 아니면 개인적으로 상당한 친분이 있는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놀란과 사토는 도진과 친분이 있었지만, 다른 굵직한 선수들은 굳이 경기장을 찾을 만큼 서로와 친분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더욱이 경기 내용을 확인하고 싶은 거라면 직관보다는 영상으로 접하는 게 훨씬 더 정확했다.
그렇기에 굳이 경기장을 찾았다는 건.
현시대에 줄곧 메이저리그의 왕으로 군림하던 조엘 오스틴, 그가 그 자리에서 내려올 수도 있다는 걸 암시하고 있었다.
[경기에 나서는 양 팀 라인업을 살펴봐야겠죠? 에인절스입니다.]1. 윌리엄 바스테스. 3B.
2. 도진 킴 DH.
3. 상우 리. C.
4. 호세 로드리게스. 1B.
5. 마르셀로 무냐. LF.
6. 켄 매논. SS.
7. 제롬 블랙. RF.
8. 라이언 스미스. CF.
9. 그레그 호먼. 2B.
P. 도진 킴.
[그리고 이어서 다저스입니다.]1. 조니 존슨. SS.
2. 테오 페랄타. 1B.
3. 앤서니 앨런. 3B.
4. 안데르손 스미스. LF.
5. 맥스 곤잘레스. RF.
6. 대미언 인맨. DH.
7. 게르트 뮬러. 2B.
8. 아이작 필립스. C.
9. 브레드 크로포드. CF.
P. 조엘 오스틴.
[경기 어떻게 보십니까.] [양 팀 최근 좋았던 라인업을 가져왔네요. 여기서 눈여겨볼 점이라면 역시나 두 선발 투수의 맞대결이에요.] [도진 킴과 조엘 오스틴. 선 후배 사이가 월드시리즈에서 만났습니다. 사실 투수로서의 평가는 조엘이 압도적이잖아요?] [그럴 수밖에 없죠. 조엘 오스틴이 세운 커리어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니까요. 통산 평균자책점이 2점대인 그는 벌써 역사상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전문가들은 6:4로 미세하게 다저스가 유리하다고 했어요. 왜 그럴까요?] [그야 오늘 조엘 오스틴의 맞상대 킴 때문이겠죠. 바다를 건너온 저 한국인 선수는 에인절스를 월드시리즈까지 올려놓았어요. 그의 WAR은 무려 12입니다. 혼자서 팀의 12승을 추가로 더 챙겼다고 볼 수 있죠.]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치죠. 그 12승이 없었다면. 한 마디로 킴이 없었다면 에인절스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도 못한 거잖아요?] [그렇기에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겠죠. 물론 이번 시즌 다저스 타선은 30구단 중 홈런 개수와 타점 개수 그리고 팀 타율도 제일 높아요. 강력한 선발진에 가려져서 그렇지, 타선 또한 무시무시하다는 겁니다! 그러니 과연! 저 강력한 타선을 상대로 킴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긴말이 필요할까요? 바로 경기로 확인해 보시죠.]* * *
에인절스 선수들은 국민의례가 끝이 난 후 더그아웃 입구에서 원을 그렸다.
중요한 무대에 앞서 하나가 되어 서로의 긴장감을 풀기 위해서였다.
그 사이에 낀 조 캐넌은 중후한 음색을 뿜어냈다.
“월드시리즈다. 이 꿈의 무대에 선 우리가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이다. 다들 알다시피 우린 이번 시리즈에 걸린 게 참 많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조 캐넌은 말을 덧붙였다.
“벨. 이 시리즈에 뭐가 걸려 있지?”
벨은 진중하게 대답했다.
“모든 메이저리거의 꿈. 우승이 걸려 있습니다.”
“그렇다. 그리고 더 있지. 호세.”
호세의 입 틈을 비집고 힘 있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에인절스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빌어먹을 선입견을 깨부술 수 있죠.”
입가에 미소가 핀 조 캐넌은 유연하게 받아쳤다.
“맞다. 만년 꼴찌라는 오명을 벗어던질 수 있다. 그리고 킴.”
도진은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미래가 걸려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 미래지?”
“은퇴를 앞둔 선수는 선수 생명 연장을. 앞으로 선수 생활을 쭉 해나갈 선수들은 돈과 명예가 오르겠죠.”
“그렇다. 그 명예란 무엇이지?”
“우승자 타이틀. 그리고 제 오른쪽에 있는 두 선수는 로열로더의 기회가 열려 있네요.”
도진의 우측 편에는 상우와 그레그가 있었다.
로열로더.
상우와 그레그는 올해가 메이저리그 첫 해.
이번에 우승하면 로열로더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뭐가 더 있지?”
“LA 에인절스의 첫 우승을 차지할 기회입니다.”
2002년. 애너하임 에인절스는 창단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대신 LA 에인절스로 바뀐 이후로는 아직 우승하지 못했다.
“결국 전부 거머쥘 수 있느냐 아니냐는 자네들의 손에 달렸네. 난 자네들이 충분히 쟁취할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오늘 신나게 날뛰어라.”
선수들은 조 캐넌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기합을 뿜어냈다.
그 기합 소리가 워낙 커서 순간 시끌벅적했던 다저스 스타디움에 일순 침묵이 찾아왔다.
잠깐의 정적이 끝난 후.
경기장을 찾은 모든 이들의 시선이 에인절스 선수들에 쏠리게 됐다.
에인절스 선수들은 죽음도 불사르겠다는 비장함을 뿜어대고 있었다.
다만 상대적으로 강팀인 다저스 선수들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그도 그럴 게 오늘 선발로 나서는 조엘 오스틴의 등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으니 말이다.
“도진아.”
상우는 대기 타석에 있는 도진을 찾았다.
“왜.”
“미안한데. 로열로더가 뭐냐?”
도진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진짜 몰라?”
“모를 수도 있지.”
“좋은 거야.”
“그러니까 뭔데?”
도진은 로열로더를 설명해 주었다.
“어…… 진짜 나랑 그레그는 이번 시리즈에서 우승하면 로열로더가 되는 거야?”
도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우는 몸을 파르르 떨었다.
‘로열로더…….’
이름부터 더럽게 멋지네!
되고 싶다! 로열로더!
김도진도 가져보지 못한 타이틀을 획득할 유일한 기회가 아니던가?
물론 로열로더라고 해서 몸값이 대폭 상승할 리는 없겠지.
어디까지나 몸값이 오르려면 개인 성적이 뒷받침되어야 하니까.
그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도진을 따라잡는 건 이번 생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그가 가지지 못한 걸 하나라도 가질 수 있다면?
‘내 야구 인생은 그것만으로도 성공이야.’
상우의 눈동자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뒤편에 있던 그레그 역시 감격에 부르르 떨고 있었다.
전부 도진의 예상 그대로였다.
‘좋아할 줄 알았다.’
오늘 에인절스는 다저스와 월드시리즈 1차전을 치른다.
며칠 전 마이크가 말했듯이 조엘 오스틴 공략은 자신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
‘솔직히 나 혼자서는 힘들거든.’
혼자서는 조엘 오스틴을 무너뜨릴 수 없다.
다만 함께라면 가능할 것이다.
도진은 서둘러 마운드에 오른 조엘 오스틴에게 시선을 돌렸다.
때마침 월드시리즈 대망의 첫 피칭이 시작됐다.
퍼억!
손을 떠난 그의 투구가 순식간에 미트에 꽂혀버렸다.
오늘 1번 타자로 나선 윌리엄은 고작 초구 만에 넋이 나갔다.
꿀꺽.
도진은 마른침을 삼켰다.
‘하아. 역시. 바람대로 되지는 않네.’
오늘 조엘 오스틴은 최고의 컨디션이다.
시범 경기에서.
올스타전에서.
리그에서 만났을 때의 그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쉽게 갔으면 했는데 세상은 역시나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스트라이크 아웃!”
윌리엄은 어금니를 꽉 깨문 채 타석에서 물러섰다.
그러고는 대기 타석에 있는 도진의 앞에 서서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하다.”
도진은 윌리엄의 어깨를 톡톡 도닥였다.
“아니에요. 상대가 상대잖아요?”
도진은 피식 미소 짓고는 말을 덧붙였다.
“기죽지만 마세요. 상대도 인간이니까요.”
도진은 서둘러 주머니에서 껌을 꺼내 입에 넣었다.
껌을 질겅질겅 씹어대며 타석으로 들어선 도진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도진과 조엘.
조엘과 도진.
왕좌를 앞에 둔 두 선수의 첫 번째 맞대결.
그 어떤 누구도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