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94)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94화(394/400)
3.1 이닝 퍼펙트.
조엘 오스틴은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조엘과 도진의 두 번째 승부가 시작을 앞두고 있었다.
질겅질겅.
껌을 씹어대며 타석에 들어서는 도진의 표정에선 어떠한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표정만큼이나 그의 속마음도 이상하리만치 평온했다.
팀이 다저스의 기세에 집어삼켜지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내가 하면 돼.’
도진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앞서 좋은 타구를 한 번 뽑아냈다.
호수비에 막혔을 뿐이라 충분히 조엘을 상대로 해볼 만했다.
‘아니. 기필코 해내야만 해.’
여기서 조엘 오스틴의 저 완벽한 기록에 실금이라도 내지 못한다면 오늘 에인절스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투수인 자신이 경험해 봐서 제일 잘 알고 있었다.
‘투수가 기세를 타게 내버려 두면 안 돼.’
투수에게 타자의 두 번째 타석은 고비다.
한 번 타석에서 선 타자는 투수의 공이 눈에 익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다만 여기서도 투수에게 틀어막혀 버린다면 그때부터는 정말 답도 없어진다.
투수의 기세가 오르는 만큼 타자들의 기세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상대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라면 더더욱 그랬다.
척.
도진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문제는 어떻게 공략해야 하냐는 건데.’
조엘 오스틴은 자신과 상대할 때 순간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철옹성 같던 제구력에 금이 가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거짓말처럼 회복했다.
자신의 타구가 아웃이 선언되는 순간 말이다.
회복력부터가 탑클래스였다.
‘안정을 되찾았어. 아니. 오히려 더 견고해졌을 거다.’
그러니 이번 타석에서는 구종 하나를 노리는 편이 낫겠지.
지금까지 줄곧 바른 판단만 내렸던 선구안은 조엘 오스틴을 상대로는 오작동하고 있었다.
‘투심을 노린다.’
때마침 공이 날아왔다.
바깥쪽으로 향하던 투구는 홈 플레이트 앞에서 꿈틀대기 시작했다.
자신감을 머금은 도진의 스윙이 나왔지만, 그의 배트는 크게 헛돌았다.
부웅.
“스트라이크!”
휘유.
쇳소리가 동그랗게 오므린 도진의 입 틈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투심을 노렸는데 체인지업이라니.
‘구별이 안 되네?’
본래 도진은 투구가 홈플레이트 부근에 다다를 즘에는 구종을 명확히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조엘의 투구에는 끝까지 속았다.
하지만 도진은 미소를 삼켰다.
‘역시. 하나 노리는 게 정답이었네.’
어쨌든 구종을 노리겠다는 그의 판단은 올바르게 떨어졌다.
‘이번에는 투심이냐.’
도진은 다시 타격 자세를 잡았다.
조엘 오스틴도 곧바로 와인드업했다.
다시 한번 같은 코스로 공이 날아왔다.
이번에도 도진의 스윙에는 자신감이 실려 있었다.
다만 애석하게도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시 한번 체인지업에 크게 헛스윙해 버렸기 때문이다.
퍼억.
“스트라이크 투!”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끄덕임은 반성이었다.
‘그동안 너무 까불었네.’
자신이 가진 이 선구안이 무적인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는 걸 오늘에서야 깨달아 버린 것이었다.
노림수를 가져가는 훈련을 조금이라도 더 했을 걸 하는 아쉬움도 뒤따라왔다.
‘아직 최고가 되기엔 멀었구나.’
그래도 괜찮다.
도진은 자신을 위로했다.
고작 2년 차.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지금부터라도 성장하면 된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앞에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다량의 경험치가 있었다.
‘마이크도 여기서 더 성장 못 하면 이길 수 없다고 했잖아?’
그러니 조엘.
경험치 좀 가져갈게요.
‘두 번의 체인지업. 세 번째는 없다.’
조엘은 포심과 투심. 서클 체인지업과 커브 그리고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
하지만 결정구는 패스트볼일 거다.
‘괜히 변화구를 던져서 장타를 맞길 바라지는 않을 테니까.’
그럼, 포심이냐 투심이냐인데.
‘세 번 찍어 안 넘어가는 투수 없지.’
도진은 이번에도 포심 대신 투심을 노리기로 했다.
조엘은 1회 포심을 던졌고 호수비만 없었다면 장타로 이어졌을 법한 타구가 아직 그의 머릿속에 남아 있을 테니까.
‘대신 그 전에 유인구부터 걸러낸다.’
공이 던져졌다.
3구는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커브.
도진은 앞선 예측들로 이 공이 유인구라고 봤다.
“볼!”
카운트는 1-2.
도진은 배트를 말아쥐었다.
‘올 거다. 결정구가.’
여전히 카운트에 여유가 있는 투수는 유인구를 고려해 볼 수도 있다.
다만 도진은 지금이 승부 타이밍이라고 봤다.
‘변화구를 완벽하게 걸러냈어. 배터리도 유인구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거야. 그리고 지금 조엘의 컨디션이라면 굳이 질질 끌려고 하지 않겠지.’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원래 노림수는 모 아니면 도.
지금 조엘을 무너뜨리려면 도박 말고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4구.
공은 던져졌다.
역회전을 잔뜩 머금은 투구는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코스로 날아왔다.
그런데도 도진은 자신 있게 스윙했다.
‘왔다.’
따—악!
도진은 안으로 말려져 들어오는 투심을 결대로 밀어 쳤다.
타구는 우중간을 꿰뚫겠다며 쭉쭉 뻗어나갔다.
우익수와 중견수가 타구에 즉각 반응했다.
힘을 서서히 잃기 시작한 타구. 우익수가 몸을 날렸다.
공이 글러브에 들어갈 듯 말 듯.
그 아슬아슬함에 경기장에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
토옹.
타구는 우익수의 글러브 아래로 빠지더니 뒤로 흘렀다.
우익수의 다이빙 캐치 실패.
결국 뒤로 흐르는 공을 중견수 혼자서 좇게 되었다.
도진의 발에 더욱 불이 붙었다.
그는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로 1루를 돌아 2루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힐끗.
도진은 다시 한번 타구를 찾았다.
여전히 중견수는 공을 쫓고 있었다.
‘이건…… 2루타로 만족해선 안 돼.’
도진은 2루를 돌아 3루로 내달렸다.
공을 포구한 중견수는 중계 플레이를 이어 나갔다.
3루 코치는 팔로 X자를 그리며 도진이 더는 진루하지 못하도록 경로를 막아섰다.
그러나 도진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홈까지 달린다.’
그의 타오르는 눈동자에 3루 코치는 결국 도진의 진로에서 벗어났다.
2루수는 도진이 3루 베이스를 지나친 시점에서 중견수로부터 공을 넘겨받았다.
흘끗.
도진이 홈까지 쇄도하는 모습에 즉각 몸을 틀어 포수에게 송구했다.
2루수는 주자가 홈까지 쇄도할 줄 몰랐다.
당황이 서린 그의 송구는 정확하지 못했다.
그 송구는 홈 플레이트가 아닌 3루 측 더그아웃 입구로 향하고 있었다.
다만 다저스는 다저스였다.
그들이 왜 최고의 구단인지 대변해 주는 장면이 나왔다.
송구 실수를 예견한 포수는 정확한 위치에서 공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대로라면 도진이 포수를 지나치기 전 미트에 공이 꽂힐 테고, 가볍게 태그만 하면 아웃.
터억.
공을 받은 포수는 주자가 달려오는 방향으로 살포시 몸을 틀었다.
도진과의 충돌을 방지하고자 두 발바닥을 지면에 강하게 고정했다.
그런데 보여야 할 도진의 모습이 포수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뒤! 아니 위다!”
조엘 오스틴이 소리쳤다.
부웅.
도진은 그의 말마따나 포수의 머리 위를 뛰어넘고 있었다.
쿠당탕.
마치 서커스에서나 볼 법한 덤블링이 나왔다.
도진의 몸은 포수를 넘어 홈 플레이트 위에 안착해 있었다.
“세이프! 세이프!”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 나오며 스코어는 1:0.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에인절스가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거들 가운데 압도적인 운동신경을 갖춘 도진의 원맨쇼가 다저스 스타디움을 다시 침묵에 빠뜨렸다.
* * *
해설들은 경악했다.
[이,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 나왔습니다!] [와우.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킴은 방금 에인절스에게 득점을 떠 먹여줬습니다.] [타이밍상 아웃이었잖아요?] [네. 사실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은 야수의 실수가 나오지 않는 한 쉽게 나오는 장면이 아닙니다. 다저스는 다이빙 캐치에서 실수가 나왔지만, 중견수가 그 실수를 빠르게 수습했거든요? 중계도 정확했고 2루수 송구도 운이 따랐어요. 하지만 킴은 결국 득점을 해내고 맙니다.] [그 철옹성 같은 조엘 오스틴이 먼저 실점합니다.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잖아요?] [그렇습니다. 조엘 오스틴에게 먼저 득점을 따낸다는 것. 그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거든요. 주자가 없을 때도 위력적인 투수지만, 주자가 있을 때도 흔들리지 않기로 소문이 자자하니까요.] [아마 킴은 주자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흔들리지 않는 조엘 오스틴에게 득점할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네요?]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3루 코치는 멈추라고 사인을 보냈지만 킴은 무시하고 홈까지 뛰었죠. 1사 3루면 득점할 확률이 높잖아요? 하지만 상대는 조엘 오스틴. 다른 투수들과 다르게 1사 3루여도 흔들리지 않는 투수라고 생각해서 이런 결단을 내렸을 테고, 결과는 완벽했습니다.] [정말 아크로바틱한 장면이었어요. 사실 저런 장면이 메이저리그에서는 쉽게 나오지 않잖아요?] [일단 야구 선수들이 사용하는 근육은 저런 동작을 선보이기 꽤 힘들거든요. 오로지 킴에게서나 볼 법한 장면이 나왔다고 보는 게 맞겠네요.] [경기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요?] [글쎄요. 사실 상대가 다저스죠. 그 다저스는 언제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역전을 했습니다만, 오늘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유는 아실 겁니다. 지금까지 에인절스를 향한 예측은 전부 빗나갔으니까요.]모두의 예상을 계속해서 뒤엎고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도진.
그가 바로 다저스의 적이었다.
그리고 경기는 해설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6회 말이 끝난 가운데 스코어는 여전히 1:0.
도진은 안타를 맞고 있었지만, 실점만큼은 하지 않았다.
아나운서는 7회를 앞두고 이번에도 한 메이저리거를 찾았다.
“에인절스와 다저스는 현재 숨 막히는 혈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에스리우스 로자리오. 경기에 대한 당신의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과연 다저스가 역전할 수 있을까요?”
“야구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에스리우스 로자리오의 대답에 침울하던 다저스 스타디움에 활기가 돋기 시작했다.
팬들은 그 대답에 보답하고자 환성을 내질렀다.
“역전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시는군요?”
“그렇습니다. 다만.”
순간 활개 치던 활기가 자취를 감췄다.
아나운서는 곧바로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어떤 문제라도 있을까요?”
“답을 아끼고 싶네요. 제 답변은 이곳을 찾아준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겁니다.”
Answer!
팬들은 하나가 되어 에스리우스의 대답을 요구했다.
아나운서는 어깨를 으쓱했다.
“팬들이 원하고 있습니다.”
에스리우스의 낯빛이 순간 뒤바뀌었다.
표정에 각오가 담긴 그가 벼락같이 대답했다.
“다저스가 역전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자의로는 불가능합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죠?”
“상대의 실수가 나오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걸 말씀드리는 겁니다.”
“조, 조금 더 정확한 답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일단 야구에서 기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조엘 오스틴은 메이저리거 중에서도 그 기세를 휘어잡을 줄 아는 선수이며, 한번 승기를 잡으면 절대 쉽게 놓지 않습니다. 그는 데뷔 이래 언제나 MVP 후보. 그 어떤 선수보다 더 대단한 선수가 맞습니다. 그러니 저는 그를 이렇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MVP들의 MVP.
에스리우스는 조엘을 그렇게 평가했다.
“하지만.”
에스리우스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덧붙였다.
“언제나 곁에 존재할 것 같은 희망. 때로는 주변에 없을 때도 있습니다.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깊게 파고들면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야구에서는 저 같은 선수 출신들이 제일 빨리 알아차릴 뿐입니다.”
에스리우스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조엘을 칭찬하고 있었다.
MVP들의 MVP.
역사상 이런 칭찬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최고의 칭찬이었다.
그런데 희망이 없다니. 앞뒤가 맞지 않았기에 아나운서나 팬들은 도무지 그가 무슨 말을 내뱉고 있는지 깨닫지 못했다.
그렇기에 에스리우스는 가볍게 설명을 보충했다.
“지금 마운드를 한번 보십시오.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에스리우스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야유를 보내던 팬들의 시선은 전부 마운드로 향했다.
머지않아 팬들은 일제히 탄성을 내뱉었다.
아…….
오늘 경기는 졌구나.
마운드 위에는 등짝에 51번이라는 커다란 숫자가.
그 숫자 위에는 KIM이라는 알파벳이 새겨진 옷을 입은 선수가 우뚝 서 있었다.
그 모습은 다저스가 자랑하는.
야구 종주국 미국을 대표하는.
지구 1선발.
난공불락인 조엘 오스틴이 겹쳐 보였으니 말이다.
그랬다.
에스리우스는 조엘이란 존재를 빌려 도진을 언급하고 있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