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41)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41화(41/400)
“스, 스트라이크 아웃! 게임 셋!”
FS의 더그아웃.
그리고 그라운드 내 선수들은 환호를 내지르며 일절 마운드로 달려갔다.
샌프란시스코 원정에서 승리했다.
이 덕분에 FS는 전반기의 연승을 그대로 이어나가게 되었다.
심지어 이긴 상대는 샌프란시스코다. 상대가 작년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초청받은 팀인 만큼 그 기쁨은 하늘을 찔렀다.
이제는 웬만해선 그 어떤 팀도 두렵지 않았다.
“이겼다! 우리가 이겼다고!”
“저 미친 한국인이 또 해냈다고!”
제일 먼저 도진의 앞에 도착한 건 마이크였다.
그는 도진에게 안기겠다며 점프했다.
도진은 능숙하게 마이크를 회피했다.
퍼억.
마이크가 땅바닥에 곤두박질쳐지자 환호를 내지르며 도진에게 다가가던 FS 선수들은 순간 멈칫했다.
도진은 눈을 끔뻑이다가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미안. 팔이 안 올라가서.”
또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잘만 움직이는데?’
하지만 잠깐의 침묵은 금세 다시 환호로 뒤바뀌었다.
대신 도진에게 안기겠다며 달려드는 선수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도진을 기점으로 원을 만들며 덩실덩실 춤을 추듯 돌고 있었다.
이런 행동을 보인 이유는 도진과 함께 승리를 자축하기 위함이었지만.
더 나아가 꼴사나운 모습을 보인 마이크를 가려주려는 이유가 더 컸다.
도진은 선수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널브러져 있는 마이크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미안. 진짜 팔이 안 올라가서 그랬어.’
타격, 수비 마운드를 소화해낸 건 늘 상 있는 일이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그 어떤 경기보다 어려웠다.
경기가 끝나는 즉시 온몸에 힘이 축 빠져서 정말 팔이 올라가지 않았다.
마이크에게는 진심으로 미안했다.
그래서 억지로 팔을 들어 올렸지만, 역시나.
찌릿찌릿했다.
마이크는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났다.
“이 새끼 진짜 쓰레기네.”
도진은 마이크의 욕설에도 반박하지 못했다.
아파 보이긴 했으니까.
그의 뜨거운 시선을 외면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도 구세주는 금세 등장했다.
도널드 감독이었다.
“모두. 정렬해라. 여긴 적진이다. 예의가 먼저다.”
선수들은 일제히 감독의 지시를 따랐다.
샌프란시스코 선수들과 일렬로 쭉 마주하자 심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양 팀. 악수.”
이번에는 경기에서 승리한 FS 선수들이 먼저 다가갔다.
도진은 자신의 앞에 선 카일리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가벼이 손을 내밀었다.
“굿 게임.”
카일리는 눈을 질끈 감더니 도진이 내민 손을 맞잡았다.
그러고는 손을 가볍게 흔들며 아쉬워했다.
“굿 게임. 젠장.”
도진은 카일리의 감정을 이해했다.
자신이 만약 저 위치였다면 같은 감정이었을 테니까.
그렇기에 도진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카일리는 감정을 추스르고는 눈을 번뜩였다.
“진짜 짜증 날 정도로 잘하네.”
도진은 피식 웃었다.
“너도. 페드로 선배가 쩔쩔매는 건 처음 본다.”
무거웠던 분위기는 사르르 녹아내렸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끝까지 긴장 놓지 마라.”
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옆에서 기웃대던 스테픈도 도진에게 악수를 권하며 대화에 난입했다.
“굿 게임.”
도진도 손바닥을 옷에 문지르고는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굿 게임.”
“젠장. 또 너냐?”
이번에도 도진은 피식 웃었다.
비꼬는 말투가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인정받고 있었으니 기분이 좋았다.
“너도 잘 던지더라.”
도진의 칭찬에 스테픈도 카일리와 비슷한 말을 건넸다.
“우린 아직 지지 않았어. 끝날 때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도진은 미소를 띠었다.
“그래. 플레이오프에서 만나자.”
도진은 진심이었다.
선수들과 인사를 끝낸 도진은 샌프란시스코 관중들에게도 허리를 굽혀 예를 갖췄다.
“덕분에 즐겁게 경기하고 갑니다.”
관중들은 아쉬워했다.
하지만 잘 싸워준 도진을 향해 기립박수를 건넸다.
물론 대부분 좋지 못한 말이 뒤이었다.
“야 이 개자식아! 승자의 여유냐고!”
“이 치사한 새끼야! 왜 우리 학교 상대로 특히 잘하냐고!”
“우리 학교로 전학 오지…….”
그 인사를 끝으로 FS 선수들은 경기장을 벗어났다.
FS 해설은 여운이 남아 라이브 방송을 떠나지 못하는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최종 스코어 3:2. FS가 샌프란시스코를 이겼습니다.] [정말 중요한 첫 경기를 잡았습니다. 이 기세를 이어나가는 게 좋겠죠. 수훈선수 발표가 곧 나오겠죠?]경기마다 수훈선수를 뽑는다.
대개 제일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가 수훈선수가 된다.
그리고 수훈선수는 대개 기자와 인터뷰를 나눈다.
-알렉산더의 2타점. 벨론의 결승 타점. 그리고……
-다 잘해서 수훈선수를 예측하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한 명을 꼽으라면 역시나 킴.
-4타수 1안타 1득점. 3.1이닝 무실점.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3이닝을 넘게 던지고 무실점이라니.
-우리 이러다 진짜 가겠어! 우리 이러다 진짜 가겠어!
-우리가 아니라 쟤네가 가는 거지. 어쨌거나 응원이나 열심히 하자.
수훈선수가 발표됐고 이번에도 도진이었다.
채팅창은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아. 아니 활약을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해.
-War로 따지고 보면 킴을 능가할 선수가 미국 고등학생 중에 있을까? 혼자 다 해 먹잖아.
War. 승리 기여도.
공격, 수비, 주루 그리고 투구까지.
이 복합적인 것들로 선수의 가치를 계산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투타 그리고 수비까지.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는 도진의 활약이 제일 뛰어날 수밖에 없었다.
* * *
FS가 샌프란시스코 원정 경기에서 승리했다는 건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대부분 FS의 패배를 예측한 기자들은 정정보도를 내야 했다.
[샌프란시스코 원정에서 마저 승리를 거둔 FS. 플레이오프는 더는 꿈이 아니다.] [한 선수가 팀 전체를 바꿨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도진 킴.]기사 내용은 도진의 활약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활로를 뚫어버리는 득점.
거기에 샌프란시스코의 핵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으니 말이다.
마이크는 도진에게 다양한 기사들을 보여주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이야. 이제 아주 연예인이 됐어?”
“연예인은 무슨.”
“이제 캘리포니아 야구에서 네가 없는 기사를 찾아볼 수가 없네.”
“너에 관한 기사도 있던데?”
“있긴 있지. 한 개.”
마이크는 한숨을 푹푹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마지 못해 나를 인터뷰하는 느낌이었어.”
그도 그럴 것이 샌프란시스코 전에서 마이크의 성적은 3타수 무안타 1볼넷.
물론 야구 전문가들은 포수 마이크의 가치를 알았지만, 야구는 전문가들만 보는 게 아니다.
일반적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은 보이는 결과에만 열광할 뿐.
숨은 공신에 관심을 두지는 않는다.
도진은 진심으로 슬퍼 보이는 마이크의 어깨를 도닥였다.
“괜찮아. 내가 알잖아? 네가 없었다면 우린 졌을 거야.”
“그래. 너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기운을 되찾은 마이크는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A4 용지를 꺼내서 도진에게 내밀었다.
리그 경기 스케쥴이었다.
도진은 다음 경기가 리그 꼴찌라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약팀이네. 좋다.”
“어. 근데 주축 맴버 넷은 출전 하지 않는다더라.”
“감독님이 그러셔?”
“그 종이도 감독님께 받아온 거야.”
도진은 있을 법한 일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샌프란시스코 원정에서 승리했으니 선수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리그 꼴찌라면 굳이 최정예 맴버로 나서지 않아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었다.
“다른 선수들도 이 기세를 이어나가는 게 좋겠지.”
“인정. 그런데 어차피 다음 경기가 중요한 게 아니야.”
마이크는 손가락으로 A4 용지 제일 아래 적힌 글자를 가리켰다.
FS VS 산타모니카.
마지막 경기에 배정되어 있었다.
“와. 일부러 이렇게 배정한 건가?”
“아마도 그랬을 거야. 제일 빅 게임은 마지막에 두는 법이니까. 그리고 재밌는 건 하나 더 있어.”
“뭔데?”
“샌프란시스코 vs 산타모니카. 마지막 라운드 바로 전 경기다.”
“오?”
“두 팀이 혈투를 펼친 이후에 우리가 산타모니카 원정을 떠난다는 거야. 물론 3일간의 휴식 때문에 큰 의미는 없지만, 만약 샌프란시스코가 이긴다면?”
“멘탈적으로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는 있겠네.”
물론 리그가 끝나려면 아직 8경기나 더 치러야 했다.
산타모니카 전은 여전히 머나먼 얘기였다.
물론 결구 그들을 쓰러뜨려야지만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초청받을 수 있다.
‘대비를 해야겠지.’
생각을 정리한 도진은 나지막이 읊조렸다.
“남은 후반기에는 타격에 좀 더 힘을 쓸까 해.”
“타격? 왜?”
“그야 샌프란시스코 전에서 확실히 느꼈어. 지금 내 약점은 타격이야.”
마이크는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도진은 마이크의 시선을 가볍게 무시했다.
“그냥 팀 상황 때문이지. 너도 알다시피 나와 페드로 선배가 한 경기 정도는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잖아?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만, 여태까지의 패턴은 그랬어.”
“그렇긴 하지. 그리고 그게 FS 승리패턴이고.”
“대신 샌프란시스코 전에서 느꼈어.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면 우린 졌어. 물론 속임수로 상대의 멘탈을 부쉈지만, 또 통할까?”
“그게 무슨 말이야?”
“강팀을 상대로 찬스가 왔을 때. 흔들 수 없는 상황에서도 제대로 칠 줄 알아야 해. 그리고 산타모니카에도 멘탈 부수는 게 통할지는 미지수니까.”
투수의 멘탈을 흔드는 것과 속임수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멘탈 스포츠에서 상대의 멘탈을 부수는 건 당연한 일.
산타모니카 전에서도 통한다면 계속해서 써먹을 생각이다.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써먹은 방법이 또 통한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실력으로 밀어붙여야 하는 거 아니겠어? 그래서 타격 실력을 늘려야 해.”
4타수 1안타는 도진에게도 충격이었다.
한국에서는 150km 이상을 던지는 선수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중학생 때였으니까.
중학생이 150km를 던지는 건 밤하늘에 별을 따올 만큼이나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고등학생이며 미국의 수준은 굉장히 높다.
스테픈도 93마일의 투구를 뿌려댔고 불펜진도 그에 못지않은 공을 던졌다.
‘빠른 공에 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어.’
타자가 매번 잘 칠 수는 없지만, 산타모니카 원정도 샌프란시스코 원정 못지않게 어려울 것이다.
마이크는 도진의 말에 오만상을 찌푸렸다.
“개자식아 너 팀 내 타율 1위야!”
범위를 캘리포니아로 넓혀도 전체 타율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도진은 타격에서까지 두각을 나타냈다.
마이크는 분이 가시질 않았는지 씩씩댔다.
“지랄을 한다. 지랄을.”
도진은 머쓱한 표정으로 질문을 이어나갔다.
“지금 캘리포니아 타율 1위가 누구지?”
“산타모니카 데이브. 타율, 홈런, 타점, 다 1위.”
공격만 놓고 본다면 산타모니카는 리그 내에서 제일 강했다.
FS는 투수 쪽이 강점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페드로와 도진 둘뿐이었다.
“카일리와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은 페드로 선배를 무너뜨리기 직전까지 갔어. 그런데 산타모니카는 샌프란시스코보다 더 뛰어난 공격력을 갖췄잖아?”
마이크는 일리 있는 말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타격전이 된다면 우리가 불리하겠지.”
샌프란시스코 전도 그랬지만 야구는 분위기가 좌지우지한다.
아무리 뛰어난 투수가 등판해도 타격전 양상으로 흘러가게 된다면.
투수들은 분위기 때문에 답도 없을 정도로 난타를 당할 때도 여럿 있다.
‘산타모니카 전이 창과 창의 대결일 거야.’
물론 그냥 창과 창의 대결은 아니다.
방패를 곁들인 창과 창의 대결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방패를 갈고 닦는 것보단 창을 더욱 날카롭게 갈고 닦는 편이 좋다.
FS의 방패는 상당히 굳건했으니까.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리그의 막바지를 향했다.
FS의 성적은 16승 1패.
샌프란시스코를 이긴 기세를 그대로 이어 후반기 전승을 달린 채, 산타모니카 전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간 도진은 자신의 약점을 보완했고 성황리에 그 목표를 이뤘다.
전반기보다 찬스를 맞이하는 경우가 현저히 들었음에도 만족스러운 타격지표를 기록했다.
일단 장타가 늘었다.
타격을 빌미로 더욱 많은 찬스를 생산해냈다.
마지막 홈 경기에서도 3개의 장타를 뽑아내며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났음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전부 핸드폰을 꺼내 타 구장 소식에 집중했다.
[9:9! 게임 셋! 샌프란시스코가 홈에서 산타모니카와 비겼습니다!]이로써 16승 1패 한 팀.
그리고 16승 1무 한 팀.
FS는 산타모니카와의 마지막 리그 원정 경기를.
그리고 산타모니카는 FS와의 마지막 홈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이 마지막 경기는 1위를 결정짓는 일생일대의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