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49)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49화(49/400)
7회 초.
도진의 중월 홈런.
알렉산더의 백투백 홈런으로 점수는 6:4까지 벌어졌다.
2점은 7회 말밖에 남지 않은 산타모니카가 따라붙기엔 너무나도 큰 점수 차이였다.
더군다나 마운드에 선 투수에게서 실수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7회 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도진은 3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경기를 완벽하게 마무리 지었다.
[FS가 6:4로 경기에서 이겼습니다!] [아!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요! 이게 현실이 맞습니까? FS가 리그를 우승합니다!]해설의 목소리엔 감격이 실려 있었다.
채팅창도 가만히 듣고만 있지 않았다.
-이, 이게 꿈이냐! 생시냐!
-미쳤다. 미쳐버렸다고! 중하위권. 잘해야 중위권이라고 평가받는 우리가 우승이라니!
-뭐? 우리가 리그를 우승했다고? 이건 꿈일 거야! 꿈일 수밖에 없어! 볼을 꼬집어 봤는데 왜 아픈 거지?
-이건 꿈이 아니야! 이건 꿈이 아니야!
관중들은 마치 제일인 양 기뻐했다.
무수한 축하 멘트도 뒤이었다.
선수들이라고 다를까?
도진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마운드에서 포효했다.
동시에 그라운드 내 선수들과 더그아웃에서 세레모니를 준비하던 선수들은 일제히 마운드에 올랐다.
선수들은 마운드 위에서 서로 어깨동무하며 방방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널드 감독은 그들의 기쁨을 제지했다.
“원정이다. 예의를 갖춰라.”
선수들은 금세 행동을 멈추고 침묵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경기장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건 자신들 뿐이었다.
“환영 파티는 인사가 끝난 후 이어나가도록 하자.”
페드로의 말에 선수들은 정렬했다.
누구 하나 입꼬리조차 꿈틀대지 않았다.
자신들은 이렇게 기쁜데 반대로 상대는 어떻겠는가?
FS는 작년까지만 해도 패배가 익숙했다.
하지만 패배가 익숙하다고 슬픔이 익숙해지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늘 이기기만 했다가 어쩌다 한 번 진 산타모니카의 감정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자신들이 겪은 그 패배들보다 훨씬 더 깊고 고통스러운 슬픔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저들은 고작 1패밖에 하지 않았음에도 우승을 빼앗겼으니까.
“악수!”
심판의 목소리에 FS 선수들은 산타모니카 선수들에게 다가가 먼저 손을 뻗었다.
도진의 자신의 앞에 선 데이브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입은 뻥긋하지는 않았다.
진 선수 앞에서 으스대고 싶지 않았다.
데이브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도진의 손을 잡고는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졌다.”
도진의 입술이 바짝 말라버렸다.
마지막 경기였다.
여기서 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더군다나 악수한 손에서 느껴지는 굳은살이 도진을 놀라게 했다.
‘연습을 많이 했구나.’
느낄 수 있었다.
이 선수는 하루에도 백번 이상씩 스윙했다는 것을.
자신과 다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데이브는 눈이 동그랗게 뜬 도진에게 피식 웃었다.
“다음번에는.”
데이브가 말을 잇지 않자 도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다음 뭐? 플레이오프에서는 이기겠다고? 기대하고 있을게.”
이번 경기에서 승리했다고 FS가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초청받는 게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아직 플레이오프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타모니카와 결승전에서 다시 맞붙을 확률이 제일 높았다.
하지만 자신감 있게 받아칠 줄 알았던 데이브에게선 그 어떠한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문제가 있는 모양인데?’
데이브는 심호흡을 통해 마음을 추스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아마도 플레이오프에는 참여하지 못할 것 같군.”
데이브는 맞잡은 손을 풀었다.
그러고는 손목을 들어 올렸다.
퉁퉁 부어 있었다.
‘부상이구나.’
도진은 심각하게 부어오른 데이브의 손목에 미간을 잔뜩 구겼다.
하지만 데이브는 이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니라며 도진을 안심시켰다.
“내 잘못이다. 너무 무리하게 연습했어.”
도진은 단번에 이해했다.
그는 이 경기에서 이기고자 무리한 것이었다.
아니. 그는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거겠지.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란다.”
“큰 부상은 아니다. 며칠 쉬면 괜찮아질 테니까. 대신 플레이오프에는 참여하지 못하겠지.”
FS에게는 희소식이지만 기뻐할 수는 없었다.
도진은 남의 불행에 기뻐하는 부류는 아니었다.
“그럼 내년 리그에서 만나자.”
데이브와 도진은 동갑.
졸업은 내년이다.
아직 이들에겐 1시즌이 더 남아 있었다.
데이브는 히죽 웃었다.
“세상일은 모르는 법이지.”
도진은 이번만큼은 데이브의 말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데이브는 신경 쓰지 말라며 도진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서도 잘해라. 물론 쉽지는 않을 거다.”
“그래. 여전히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네 몫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도진은 데이브와 악수를 끝내고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자 침묵했던 경기장에는 무수한 박수 세례가 쏟아졌다.
오늘 멋진 경기를 펼친 선수들을 위한 감사의 인사였다.
도진은 입꼬리가 더욱 치솟았다.
특히나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한국 학생들에게도 다가갔다.
“김도진! 네가 최고다!”
“정말 멋있었어! 앞으로도 쭉 응원할게!”
“미국 고등학교 스포츠에서 한국 유학생이 이렇게 두각을 나타내는 건 너밖에 없을 거다!”
도진은 자신의 모자를 벗어 흔들었다.
“고마워. 응원 덕분에 이길 수 있었어.”
진심이었다.
침울한 분위기에서 힘을 써준 건 다름 아닌 생판 처음 보는 한국 친구들이었으니까.
도진은 그들에게 일일이 고맙다며 답변해줬다.
그 후 치어리더 복을 입은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도진은 입을 뻥긋하는 대신 미소를 지었다.
‘차하리라고 했지. 고마워. 덕분에 이 나라에서도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게 됐어.’
차하리도 도진과 같은 의미에 미소만을 전달했다.
* * *
알렉산더는 샌프란시스코 더그아웃으로 이동하는 데이브를 불렀다.
“야.”
데이브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
둘은 서로를 마주보기만 할 뿐.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하지만 알렉산더가 먼저 침묵을 깼다.
“손목. 괜찮냐?”
그제야 데이브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티 났냐?”
“6회에 발생한 거지?”
데이브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친구. 정말 대단한 구위를 갖췄더군.”
“어. 말도 안 되는 괴물이지.”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둘은 중학교 때 MVP를 다툴 만큼의 라이벌이었지만, 한 학교에서 같이 뛰며 학교를 우승시킨 둘도 없는 친구였다.
물론 고등학교가 갈라지면서 자연스레 교류는 없어져 지금은 어색했다.
이번에는 데이브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재밌냐? 야구?”
“그래.”
데이브는 FS 더그아웃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도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 친구 덕분이지?”
“어. 덕분에 야구에 다시 재미를 붙일 수 있게 됐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미식축구에 비중을 더 뒀을 땐 좀 그랬다.”
“그랬냐?”
“어. 그래서 저 친구한테 감사한 마음도 있어.”
알렉산더도 그의 시선을 따라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그가 없었다면 자신도 이곳에 없었을 터.
데이브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확실히 그렇지.”
“가서 잘해라.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쉽지 않다는 거 알고 있지?”
“안다. 미식축구로는 이미 뛰어 봤으니까.”
“지금 FS 뎁스로는 좋은 성적 거두기 힘들 거다.”
“알고 있다. 이번 시즌은 힘들겠지.”
침묵은 흘렀다.
둘은 너나 할 것 없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그래. 다음 시즌에 보자고.”
이 인사는 가벼운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 * *
관중들은 오늘 경기의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힘들다는 감정을 처음 느꼈다.
관중들뿐만이 아니었다.
오늘 경기를 지켜보던 스카우트들도 포함이었다.
“하. 하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예측과 동떨어진 결과였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은 전문가다.
하지만 FS는 전문가의 예상을 비웃으면서 보란 듯이 이겨버렸다.
그들은 전광판에서 눈을 연달아 끔뻑이며 헛것을 본 것은 아닌지 재차 점검해야만 했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정말 미친 수준의 경기였네요. 이게 고등학교 경기가 맞을까요?”
“캘리포니아 리그는 기나긴 암흑기를 걷어낸 느낌이 듭니다.”
캐서린은 서둘러 노트북을 꺼냈다.
평소의 자신이라면 경기의 MVP인 도진의 인터뷰를 진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의 기쁨을 독차지할 수는 없지.’
그가 오늘만큼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기쁨을 만끽하길 바랐다.
다른 기자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차후에 인터뷰를 잡으면 잡았지, 오늘만큼은 그들을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기자로서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법.
캐서린은 스카우트들의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경기 전 앞서 말했던 발언들 전부 취소합니다.”
오클랜드 스카우트였다.
그는 도진을 저평가 한 스카우트 중 한 명이었다.
샌디에이고 스카우트도 다르지 않았다.
그 역시 민망하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1회를 봤을 때 일방적인 경기가 되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고등학교 야구를 수없이 봐온 자신들은 알고 있었다.
이렇게 역전될 경기가 아니었다는 것을.
그리고 한국에서 온 선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 경기를 뒤집은 일등 공신이었다.
어찌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 한 선수가 경기의 분위기를 뒤바꿀 수 있다? 비록 고등학교 경기지만 그에겐 잠재력이 있습니다.”
슈퍼스타로서의 잠재력이.
물론 여전히 속단하기는 이르다.
자신들은 그런 선수들을 여럿 봐왔고 그런데도 실패한 선수들도 많이 봤다.
하지만 도진의 저평가는 자신들의 실수였다.
그는 훌륭한 선수다.
이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이로써 그를 노리는 경쟁자가 늘어버렸네요.”
다저스 스카우트는 너스레를 떨고자 얘기한 말이었지만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하아. 이래서 FS가 떨어지길 바랐는데.’
자신들은 그의 잠재력을 다른 구단의 스카우트보다 빨리 발견했다.
FS 출신의 메이저리거 조엘 오스틴의 확신 덕분이었다.
그는 저 한국인을 눈여겨봐달라고 했다. 실망하지 않을 거란 설명도 뒤이었다.
메이저리거의 눈은 정확했다.
무결점의 고등학교 선수를 지켜보는 것은 즐거웠다.
물론 그가 아직 프로 레벨이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아직은 부족한 면이 많지.’
그런데도 그의 성장세는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소문으로는 2년 남짓 야구를 쉬었다고 했다.
그런데 복귀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아 그는 FS 소속으로 캘리포니아 리그를 우승했다.
그런 그를 제대로 키울 기회가 주어진다면?
‘도무지 저 아이의 잠재력이 어디까지인지 짐작도 안 돼. 하. 우리 구단이 탐낼만한 인재인데.’
하지만 다저스 스카우트는 금세 아쉬움을 털어냈다.
그가 훌륭한 선수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솔직히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다.
자신도 오늘에서야 그에 대한 믿음이 100% 확신으로 뒤바뀌었으니까.
‘어차피 머지않아 모두가 알 수밖에 없는 선수였어.’
큰 경기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드러낼 수 있는 선수는 결국 세상에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에인절스 스카우트의 생각도 다저스 스카우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포스트 오타니 쇼헤이.”
둘의 스타일은 분명히 다르지만, 그만큼 영향력을 끼칠 선수가 되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모든 대화를 기록한 캐서린은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한번 도진의 뒷모습을 힐끗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증명해낼 줄 알았어.’
남은 큰 대회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 *
플레이오프는 1위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1위는 단 한 번의 경기밖에 치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2위는 최소 2경기. 3위는 최소 3경기를 뛰어야 하는 방식이었다.
결승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산타모니카가 다시 만났다.
데이브가 빠진 산타모니카지만, 그들은 2위로 홈에서 경기를 치렀고 샌프란시스코를 이겼다.
하지만 데이브가 없는 산타모니카는 FS에 7:1로 패배하며 크게 졌다.
마지막 리그 경기에서의 패배 때문에 위축된 것도 있었으며, 도진을 향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FS 관중들이 그냥 넘어가지 않은 것도 영향을 끼쳤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데이브의 빈자리였다.
그리고 플레이오프를 우승하며 마침내 FS는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티켓을 따냈다.
그들은 이제 전미에서 최고들만 모인다는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을 앞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