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50)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50화(50/400)
야구부 전원에게 1주일 휴식이 주어졌다.
도진에게는 정신이 없는 한 주였다.
학교 내 어딜 가도 자신을 알아보는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그랬다.
하루에 100번이나 넘게 인사하는 삶을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지만 싫지는 않았다.
저들의 응원은 학교 우승에 일조했으니까.
물론 이러한 광경을 보며 마이크는 늘 그러던 것처럼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여! 슈! 퍼! 스! 타! 입이 찢어지겠어? 허허허!”
“좀 닥쳐라.”
“허허허! 그나저나 이번 주 토요일. 알지?”
“내일 왜?”
“뭐야? 못 들었어?”
도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마이크는 양쪽 입꼬리를 치켜세웠다.
“맛있는 거 먹으러 가야지!”
“무슨 맛있는 거?”
“진짜 못 들었어?”
못 들었다.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아. 또 여자애들과 인사한다고 헤벌쭉대느라 못 들었네.”
“개소리 작작해라.”
“그럼 왜 너만 못 들었을까?”
도진은 두 눈을 끔뻑였다.
그러게. 왜 나만 모르는 거지?
“그래서 뭔데?”
“우리 야구부 전원에게 고기라는 포상이 주어졌잖아?”
“그런 게 있었어?”
마이크도 연달아 두 눈을 끔뻑였다.
그저 대화 주제의 갈피를 못 잡은 줄 알았는데 정말 몰랐다니.
“학교 SNS 안 봄?”
“어.”
“좀 봐라.”
“부끄러워.”
마이크는 그럴 수도 있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야구부 SNS에는 온통 도진에 대한 칭찬뿐이었다.
그냥 잘했다 정도의 칭찬이라면 모를까 광신도급 칭찬이 달렸으니 충분히 그럴만했다.
도진은 첫 댓글이 아직도 잊히지 않았다.
-Kim: 너넨 나를 못 이겨!
-King: 너넨 나를 못 이겨!
학교 야구부 SNS란은 한국에서 떠도는 밈까지 적혀 있을 정도로 온통 국뽕 파티였다.
칭찬만 달려있는 것도 민망한데, 문제는 미국인에게서 국뽕까지 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팬들은 나름의 친근감을 표시한 거겠지만, 도진은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다.
정확히는 부담스럽다기보다는 손발이 오그라들며 얼굴이 시뻘게졌다.
“어쨌거나 내일 고기 먹으러 가는 거야.”
“그러니까 무슨 고기?”
“Alexander’s steak house.”
도진의 동공이 팽창했다.
“거기 엄청 유명한 스테이크 집 아니야?”
“어. 비싸지.”
“돈이 어딨다고. 나 돈 없어.”
“포상이라고 했잖아? 돈 걱정하지 말고 나만 믿어라.”
도진은 마이크를 한심스럽게 쳐다보며 눈초리를 가늘게 찢었다.
‘마치 네가 사는 것처럼 얘기하지 말아 줄래?’
아마도 이사장님은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티켓을 따낸 야구부에게 크게 감명하며 한 턱 쏜다는 것이겠지.
그래도 도진은 마이크를 믿지 않았다.
직접 SNS 야구부란에 접속 후 정확히 공지만 확인했다.
“정말이네?”
“그렇다니까? 어쨌거나 오늘 저녁은 굶어라.”
“왜?”
“내일 많이 먹어야지!”
“굳이 비싼 스테이크를 먹겠다고 오늘 저녁을 굶으라고?”
“뭐야? 그 반응은? 의왼데?”
마이크는 도진이 누구보다 반길 줄 알았다.
그렇기에 예상 밖의 반응이었다.
물론 착각이었다.
“저녁이 아니라 당장 지금부터 굶어야 하지 않을까?”
도진은 스테이크를 먹어본 적이 없다.
고기를 좋아하지만 비싼 스테이크 집을 갈 형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미국 내 최고의 스테이크 집의 공짜 이용권이 생겼다.
적어도 1kg은 먹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럼 그렇지.”
마이크는 도진을 벌레 보듯 쳐다봤다.
“공짜라고 좋단다.”
도진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뭐야? 넌 스테이크가 기대 안 돼?”
“애냐?”
고기 좋아하면 앤가?
아니 그보다 처음 얘기를 꺼냈을 때 분명히 신나는 톤이었는데?
도진이 반박하겠다고 입을 뻐금거리려는 찰나 마이크가 먼저 선수 쳤다.
“하여튼 내일 학교에서 모여서 출발하자.”
“좋지. 근데 우리 둘 말고 또 누가 가?”
“누구랑 가도 상관은 없어. 그런데 일단 알렉산더까지만 같이 가기로 했다. 다른 애들이랑은 시간이 안 맞네.”
“오? 알았어.”
“기대해도 된다. 가서 고기 썰면서 야구 얘기나 좀 하자고.”
마이크의 말에 도진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품격 있는 레스토랑에서 고기를 썰면서 야구 얘기를 하자고?
‘천국이 따로 없겠는데?’
“아 맞다! 따로 부를 사람 있으면 초청해도 된다고 했어.”
“무슨?”
“가족이나 친구도 동반 가능!”
“친구가 없는데?”
마이크는 도진을 불쌍하게 쳐다봤다.
도진은 마이크의 시선을 외면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갈까 싶었지만, 아무래도 자리를 불편해하시겠지.
‘다음에 돈 벌어서 내가 사드리자. 일단 우리끼리 먹는 게 낫겠어.’
마이크는 도진에게 어깨동무하며 읊조렸다.
“나는 여친 부를 거야.”
“그래도 돼?”
“여친도 친구니까.”
도진은 혀를 찼다.
된다고 진짜 데려오다니.
마이크의 철판이 꽤 두껍다고 생각했다.
“그럼 넷이서 먹나? 알렉산더도 혼자 온대?”
“어.”
도진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알렉산더라면 둘이서라도 야구 얘기를 즐길 수 있을 테니까.
‘잠깐만. 그러고 보니 알렉산더와 함께 알렉산더즈 스테이크 집이라.’
“알렉산더즈 스테이크하우스는 알렉산더와 함께라면 공짜인가?”
도진은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은 것을 후회했다.
마이크는 진심으로 주먹을 말아쥐었다.
도진은 미국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뺨이 위험하다고 느꼈다.
* * *
다음 날.
눈을 뜬 도진은 시간부터 확인했다.
‘여전히 약속 시간까지 2시간이나 남았네. 푹 잘 생각이었는데 배고파서 더 못 자겠어.’
괜히 굶었나 싶었지만 조금만 더 참으면 미국 최고의 스테이크를 원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없던 힘도 샘솟았다.
앞서 다른 야구부원들은 이미 스테이크 집을 방문했는데 혼자서 1kg을 먹은 선수도 있다고 들었다.
그만큼 비싼 스테이크 집임에도 마음 놓고 주문할 수 있었다.
도진은 서둘러 샤워를 끝낸 후 기숙사를 벗어나 실내 야구장으로 이동했다.
‘약속 시간까지 2시간 남았으니 몸이라도 가볍게 몸이나 풀어볼까?’
실내 연습장에 도착하자 먼저 온 손님이 있었다.
알렉산더는 도진을 발견하며 손 인사를 건넸다.
“뭐야? 왜 벌써 왔어?”
“어쩌다 보니 일찍 오게 됐다.”
‘혹시 배고파서?’
알렉산더도 자신과 같은 부류였던 건가?
도진의 안면 근육이 꿈틀댔다.
‘전혀 안 그렇게 생겨서는.’
평소 그의 행실을 보자면 더욱 그랬다.
굉장히 무뚝뚝한 성격이었다.
‘배고픈 고등학생은 다 똑같구나. 하긴 스테이크를 어떻게 참아?’
고기에는 장사 없는 법이지!
도진은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알렉산더는 도진의 표정을 귀신같이 읽었다.
“나는 아침도 먹고 왔다.”
뜨끔.
도진은 슬며시 알렉산더의 시선을 피하며 읊조렸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넌 야구 할 때 제외하면 표정에 전부 쓰여있지.”
도진은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왠지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2시간을 알렉산더와 단둘이 있어야 한다니.
물론 그는 자신에게만큼은 굉장히 살가운 친구지만 이렇게 단둘이 남게 된 건 처음이었다.
야구 얘기를 제외하면 그 어떤 사적인 대화를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도진은 금세 입꼬리를 올렸다.
‘야구 얘기를 하면 되잖아? 아니면 야구를 하던가.’
도진은 알렉산더도 승낙하리라 믿고 자신 있게 입을 열었다.
“알렉산더. 원아웃 승부 한판?”
“괜히 엄한 데서 힘 빼지 마라.”
“그럼 캐치볼은?”
“힘 빼지 말라 했다.”
땀을 흘린 후 먹는 고기가 진짜 꿀맛이란 걸 알렉산더는 모르는 걸까?
도진은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셨다.
알렉산더는 피식 웃더니 핸드폰을 확인했다.
“슬슬 올 때가 됐군.”
“누구? 마이크?”
도진도 동시에 핸드폰을 확인했다.
마이크가 출발했다면 자신에게도 연락을 줬을 테지만 어떤 알림도 없었다.
‘설마…….’
“알렉산더. 너도 누구 불렀어?”
“내가 부른 건 아니고.”
“응?”
자신이 부르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쫓아 온다는 뉘앙스가 아니던가?
도진은 나라를 잃은 표정이었다.
‘기만자들.’
이래서 인싸 놈들이 문제다.
가만히 있어도 여기저기서 찾아주니까 외로울 틈이 없겠지.
알렉산더는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입구로 가자. 도착한 모양이다.”
“네 손님인데 내가 왜?”
“날 보러 온 손님이 아니니까.”
알렉산더는 그 말을 끝으로 입구로 유유히 걸어갔다.
도진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을 끔뻑였다.
‘저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
확인해보면 알겠지.
도진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입구로 걸어 나갔다.
‘응?’
알렉산더는 금발의 여성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도진은 그 여성을 보며 눈이 번뜩였다.
‘우와. 엄청 귀엽게 생겼네. 연예인이라고 해도 믿겠는데?’
더욱이 그녀는 딱 봐도 중학생 정도로 상당히 어려 보였다.
‘알렉산더 동생인가?’
도진은 턱을 매만지며 미간을 모았다.
‘아니. 진짜로 왜 어디서 본 것 같이 생겼냐.’
물론 백인이 다 거기서 거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정말 느낌이 그랬다.
어디선가 분명히 봤다.
하지만 자신은 그 어떤 여성과도 교류가 없었다.
여성은 알렉산더와 대화를 나누다 말고 도진을 발견했다.
그녀는 진심으로 신기해하는 표정을 짓더니 총총걸음으로 도진과의 거리를 좁혔다.
“우와! 킴 맞죠? 매일 오빠에게서 이름만 들었지, 실제로는 첨 뵙네요! 반가워요! 저는 제니퍼 화이트라고 해요!”
도진은 엉겁결에 제니퍼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알렉산더의 동생……’
이 아니잖아?
둘의 성이 달랐다.
물론 이곳에서는 재혼이 많아 성이 다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건 지금 당장 중요하지 않았다.
‘제니퍼 화이트.’
도진은 그녀가 왜 이렇게 낯이 익은지 깨달았다.
이름을 듣자마자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는 할리우드에서 유명한 아역 배우였다.
‘잠깐만. 성이 화이트. 거기에 오빠라고?
도진은 너무 놀라 턱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서, 설마……”
“맞아요! 마이크 화이트가 제 오빠예요! 못난 오빠가 늘 신세를 져서 대신 이렇게 감사드려요.”
도진은 충격에 휩싸여 손발마저 벌벌 떨렸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가 마이크의 동생이라니……’
어떻게 동생 자랑을 한 번도 안 할 수가 있는 거지?
무엇보다 전혀 닮지 않았는데?
하지만 도진은 금세 고개를 저었다.
조목조목 따져보니 둘은 굉장히 닮았다.
‘생각해보니 마이크 놈도 굉장히 잘생겼지.’
알렉산더가 남성스럽게 잘생겼다면 마이크는 꽃미남처럼 잘생겼다.
‘늘 장난만 치던 놈이라 전혀 인지하지 못했어.’
도진은 호흡을 가다듬고 궁금증부터 풀기로 했다.
“둘은 어떻게 알아?”
알렉산더에게 물었지만 제니퍼가 대신 대답했다.
“알렉산더 오빠는 저희 오빠랑 같은 학교 출신이니까요. 같이 야구 했었어요. 데이브 오빠도 있었는데 지금은 산타모니카에 있죠.”
마이크, 알렉산더와 데이브가 한 팀이었다고?
‘중학 리그를 폭격했겠는데?’
도진은 유명 할리우드 배우가 마이크의 동생이란 사실보다 캘리포니아 야구 천재들이 한 팀이었다는 게 훨씬 더 놀라웠다.
스테이크고 나발이고 저들이 한 팀에서 뛴 경기를 한 번이라도 보고 싶다는 생각에 핸드폰을 꺼냈다.
“저기 제니퍼?”
제니퍼는 도진이 핸드폰을 꺼내자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났다.
“네?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오빠들 중학교가 어디였어?”
제니퍼는 두 눈을 끔뻑이더니 도진의 핸드폰 화면을 힐끗 쳐다봤다.
그러고는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줄 알았는데.’
전화번호는커녕 그의 핸드폰 화면엔 유튭 검색창이 떠 있었다.
“설마. 오빠들 중학교 야구 경기 찾아보려는 거 아니죠?”
도진은 어떤 대답도 하지 못했다.
제니퍼는 진심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당장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자신에게 사인을 받으려는 팬들을 줄 세워도 3시간은 걸릴 것이다.
무엇보다 제니퍼는 도진에 관한 얘기를 자주 들었다.
바보 같은 오빠가 집에만 들어오면 그에 관한 얘기를 나열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가 다시 야구를 하게 된 계기도 도진 때문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야구에는 일절 관심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FS가 리그 우승을 앞둔 마지막 경기.
그때 도진의 활약을 집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지켜본 제니퍼는 충격을 받았다.
스포츠에. 야구에 관심이 일절 없었지만, 전율이 흘렀기 때문이다.
‘굉장히 멋있었지.’
그 후로 제니퍼는 도진의 경기를 영상으로 전부 찾아볼 만큼의 팬이 되었다.
하지만 오늘 처음 만난 도진은 자신을 앞에 두고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야구 얘기가 나오니 눈에 활력이 돌았기 때문이다.
제니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짜 야구 바보가 맞네요.”
알렉산더는 풋 하고 웃었다.
“야구 바보는 아니고. 천재지.”
“하아. 오빠도 여전히 변하지 않았네요. 끼리끼리 모인다더니.”
바보는 마이크를 뜻했다.
제니퍼는 땅만 바라보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고 알렉산더는 핸드폰에 진동이 울리자 전화를 받았다.
“여기 다들 모여 있어. 도착했다고? 알았어. 입구로 나갈게.”
알렉산더가 통화를 전화를 끝내자 제니퍼는 능숙하게 도진의 팔짱을 꼈다.
“가요. 맛있는 거 드신다면서요?”
도진은 제니퍼의 말투에서 순간 희망을 봤다.
“어? 제니퍼는 같이 안 가?”
“네. 제가 낄 자리는 아니죠.”
“그렇구나.”
“아쉬워요?”
도진은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그, 그럼! 아쉽지!”
제니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도 입구까지는 에스코트 해주실 거죠?”
그 정도쯤이야.
도진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기를 썰면서 야구 얘기를 할 수 있겠어.’
상상만 해도 행복했다.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도 앞으로의 계획도.
온종일 대화만 나눠도 부족하겠다고 생각했다.
부푼 기대를 안고 마이크가 도착했다는 입구에 도착했다.
하지만 도진의 기대는 완전히 꺾여 버렸다.
마이크와 그의 여자친구가 시야에 들어왔지만, 저들 때문은 아니었다.
“왔구나!”
마이크는 도진을 발견하며 그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러고는 악마처럼 사악한 미소를 뿜어냈다.
마이크는 검은색 머리카락의 여성을 소개했다.
“누군지 알지? 하리 차. 내 여친이랑 친하다고 해서 너를 위해 불렀어.”
도진은 눈치가 빨랐다.
오늘 야구 얘기는 입 밖으로도 꺼내면 안 되겠구나.
‘그나저나 고기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