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53)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53화(53/400)
53화 FS 선수들은 호텔에서 제공해준 뷔페를 먹었다.
도진은 만족스러운 식사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음식이 정말 잘 나오네. 원래 호텔 음식이 이런 건가?”
마이크는 접시를 비우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다 협회에서 준비해준 거지.”
“정말 유망주에 대한 지원이 끝이 없네.”
식사가 거의 다 끝나갈 때쯤 도널드 감독은 특정 선수들을 호명했다.
모든 학교가 필수적으로 임해야 하는 인터뷰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페드로, 알렉산더, 그리고 킴. 셋은 나와 함께 인터뷰에 참여한다.”
마이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솔직히 인터뷰는 귀찮기 때문이다.
도진은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역시도 인터뷰는 귀찮았다.
캐서린 기자와의 인터뷰라면 모를까.
다른 기자들의 자극적인 질문은 여전히 불편했다.
‘그래도 감독님 그리고 페드로 선배랑 알렉산더도 있으니 묻어가자.’
도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다녀오마.”
“그래. 포부를 내비치고 와라.”
“포부는 무슨.”
도진은 서둘러 도널드 감독의 뒤에 줄을 섰다.
아직 알렉산더와 페드로는 식사 중이었다.
감독은 혼자 뻘쭘하게 서 있는 도진에게 긴장하지 말라며 등을 툭 쳤다.
“기자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회가 대회인지라 자극적인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 흥분할 필요 없다. 다른 학교들도 비슷한 질문을 받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도진은 나름 씩씩하게 대답했지만,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어떤 질문이 오가길래 감독님께서도 이러는 거지?’
지금까지 캘리포니아 내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때는 주의를 받은 적은 없었으니까.
식사를 끝낸 알렉산더는 도진의 뒤에 서서 나직이 읊조렸다.
“대답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 내가 대신해주지.”
알렉산더는 평온한 표정이었다.
도진은 정말 걷잡을 수 없는 멘탈이라고 생각했다.
‘감독님도 조금은 긴장해 보이시는 것 같은데. 얘는 아무렇지도 않네.’
알렉산더는 불쑥 대답했다.
“몇 번 해봐서 안다.”
아. 그렇구나.
참 좋으시겠어요.
도진은 알렉산더의 저 강철같은 멘탈이 부러웠다.
그는 예정에 없던 자연재해가 들이닥쳐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을 것만 같았다.
마지막으로 페드로까지 합류했다.
도널드 감독은 선수들을 인솔해 인터뷰가 진행되는 호텔 내의 회의실로 이동했다.
* * *
3성급 호텔에 인터뷰를 진행할 장소가 어딨겠냐마는.
이곳은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대회가 열리는 장소라 인터뷰를 위한 장소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왼쪽부터 도널드, 페드로, 알렉산더 그리고 도진이 차례대로 앉았다.
착석한 도진은 20명이 넘는 기자들을 발견하곤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와. 진짜 기자회견이라도 하는 것 같네?’
그만큼 대회의 기대치가 높은 거겠지.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10초간 이어졌다.
그 후 기자들은 즉각 본론으로 들어갔다.
“워싱턴 베이스볼 매거진 기자입니다. 감독님께 질문하겠습니다. 이번 대회 어떻게 보십니까.”
“쉽지 않은 대진. 쉽지 않은 일정이지만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도진은 생각보다 질문이 무난하다며 안도했다.
질문은 한 명씩 번갈아 가면서 진행됐고 다음 질문은 페드로에게 향했다.
“필라델피아 기자입니다. 페드로 선수는 이번 대회가 마지막 대회입니다.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좋은 감독님과 팀원들 덕에 이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알렉산더였다.
“애리조나 기자입니다. 야구로서는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처음 진출하는 건데요. 이미 미식축구로는 훌륭한 기록을 남기셨죠. 야구에서도 자신 있습니까?”
“네.”
짧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는 미국에서도 촉망받는 유망주였으며 대부분 인터뷰가 저랬다.
다음 차례는 도진이었다.
‘질문이 맵지 않아서 충분히 대답할 수 있겠는데?’
하지만 갑자기 자신의 차례부터 질문의 강도가 매워졌다.
“앨라배마주 기자입니다. 첫 상대로 후버 고등학교를 만났습니다. 경기 어떻게 보십니까?”
“쉽지 않은 경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만, 최선을 다해 이길 생각입니다.”
도진은 그 어떤 답변보다 깔끔하게 잘했다고 자찬했다.
하지만 기자는 가소롭다는 추가로 질문했다.
“후버는 이번 대회 예상 랭킹 12위입니다. FS보다 무려 4단계나 높죠.”
비록 4단계이지만 그 격차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다.
이런 뉘앙스였다.
그런데도 도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 정도의 자극적인 질문은 캘리포니아 내에서도 자주 들어봤지.’
“저는 대회가 처음이라 잘 모릅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상대를 이겨야만 하는 게 선수의 숙명이 아닌가요?”
“네. 최선을 다해보시길 바랍니다.”
질문의 끝에 기자는 조용히 혀를 찼다.
도진은 그 광경을 보았다.
최선을 다해봐라. 가능할 것 같냐?
딱 이런 느낌이었다.
반박하고 싶었지만, 다음 기자의 질문이 감독에게 향했기에 입을 꾹 다물었다.
‘으. 기분 나빠.’
무엇보다 감독과 페드로 그리고 알렉산더에게 향하는 질문은 굉장히 일반적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도진의 차례가 다가왔다.
“뉴욕주의 기자입니다. 타카시 사토라고 아시죠?”
아시죠?
당연히 알아야 한다는 저 말투는 도대체 뭐지?
물론 도진은 능숙하게 영업용 미소를 유지했다.
“압니다.”
“아시겠죠. 당신은 그와 비슷한 면모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그를 따라 하시는 겁니까?”
도진은 순간 욱하는 감정을 억누르느라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무슨 질문이 저따위냐?’
투타 겸업을 하면 모두가 타카시 사토를 따라 하는 건가?
솔직히 자신은 이번 시즌 초반만 해도 그가 누군지도 몰랐다.
백번 양보해서 오타니 쇼헤이를 따라 하냐고 묻는다면 또 모를까.
그는 투타 겸업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거둔 선수였으니까.
물론 도진은 오타니를 따라 한 것은 아니었다.
‘난 야구 시작했을 때부터 투타 겸업이었어! 이 자식아!’
한국은 선수 풀이 적어 어렸을 적부터 투타 겸업이 필수다.
그럼 오타니는 한국인을 따라 한 건가?
‘말 같은 소릴 해야지.’
물론 이렇게 대답했다가는 난리가 날 테니 그저 방긋 미소를 띠었다.
“그런 건 아닙니다. 한국인은 대체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투수와 타자를 겸업해서 할 뿐입니다.”
“그럼 그와의 대결에서도 승리할 자신이 있습니까?”
“글쎄요. 붙어봐야 알겠죠. 물론 그 선수가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은 예로부터 라이벌이란 말이 많았지만,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나 봅니다.”
“네?”
갑자기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아직 NY와 만남이 성사된 것도 아닌데, 너무 과한 질문이었다.
더욱이 만나본 적도 없는 선수를 리스펙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저렇다니.
‘말려드는 순간 지는 거다.’
도진은 더는 대답하지 않겠다며 마이크에서 입을 뗐다.
‘확실히 전미에서 몰려드는 대회이다 보니 캘리포니아에서 접한 질문들보다 한층 더 하네.’
캘리포니아의 기자들이 천사로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근데 왜 나한테만 이딴 질문을 하는 거지?’
하지만 이 생각마저도 도진의 착각이었다.
질문이 2바퀴 정도 돌자 순위에 관한 질문이 줄을 이었고, 인터뷰에 참여한 FS 일원들을 부글부글 끓게 했다.
“먼 길 와서 금세 돌아가야 해서 아쉽겠습니다.”
“처음부터 강팀을 만나 힘든 경기가 예상됩니다.”
“기록상으로도 수준 차이가 상당합니다. 대책이 있는 겁니까?”
아직 경기를 치르지도 않은 캘리포니아 대표에게 쏟아지는 질문이었다.
질문을 받은 당사자들은 감정을 겉으로 표출하지 않았다.
전력상 16위?
인정한다.
FS는 여전히 약한 뎁스로 캘리포니아 내에서도 우승권의 전력은 아니었다.
만약 샌프란시스코나 산타모니카가 이곳에 왔다면 같은 질문이었을까?
아닐 것이다.
기자들은 은연중에 FS를 무시하고 있었다.
굴욕.
하지만 전력이 제일 약한것만큼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감독과 선수들은 과민반응 하지 않았다.
도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분하지만 어쩌겠나?
반박할 방법은 결과뿐이었다.
‘실력으로 보여줘야겠지. 그래도 이 기자회견은 빨리 끝났으면 좋겠는데.’
괜찮은 척하고 있지만 척은 척일 뿐이다.
불편한 질문은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마른 사막에도 오아시스는 있는 법.
마지막 질문만큼은 달랐다.
제일 구석에 앉아 얼굴이 보이지 않았던 기자가 손을 번쩍 들었다.
“캘리포니아 베이스볼 매거진 기자 캐서린입니다. FS는 이번 시즌 기적을 일으켰죠. 그 기적이 이번 대회에서도 나오리라고 믿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기자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누가 기대를 한다는 거지?
그런 표정으로 몸까지 완전히 돌려 캐서린을 흘겨봤다.
하지만 캐서린은 그들의 시선을 가볍게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적어도 4천만의 캘리포니아인들은 FS를 응원합니다. 더 나아가 믿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캘리포니아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도 전부 인정했습니다.”
다른 기자들은 입을 꾹 다물더니 캐서린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4천만이 어디 적은 숫자이던가?
더욱이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까지 그랬다는 데 왈가왈부할 수 없었다.
캐서린은 서론은 여기까지 하겠다며 미소를 띠었다.
“저 역시도 캘리포니아의 팬으로서 같은 생각입니다만 경기를 직접 뛸 FS 선수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도진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여기서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캐서린 기자가 있었을 줄이야.
‘역시 캐서린 기자님만큼은 천사라니까.’
아마 그녀도 FS를 향한 기자들의 짓궂은 질문에 수모를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유종의 미를 장식하겠다며 마지막까지 기다렸던 거겠지.
그러니 원하는 대답을 들려줘야겠지.
그리고 이 대답은 그녀에게만 전달하는 것이 아닌 FS를 응원하는 캘리포니아 지역에 전달하는 메시지였다.
“최근 10년간 캘리포니아는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죠?”
캐서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럼 1승만 해도 기적을 일으킨 것이겠네요. 그 기적. 저희가 한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캐서린은 솟아오르는 입꼬리를 제어하지 못했다.
“자신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도진은 그저 말뿐인 자신감이 아니라며 눈에 힘을 가득 주었다.
“네. 결과로 확실히 보여드리겠습니다.”
이것도 도발이면 도발이겠지.
적어도 FS를 만나는 팀에게는 도발일 것이다.
상대적 약팀이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강팀을 이기겠다.
이것이 도발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나도 아직 애구나.’
도진은 피식 웃었다.
최대한 억누르려고 했다.
하지만 캐서린 기자가 힘을 보태자 결국 참지 못했다.
‘그러니 입만 산 놈이 되지 않으려면 1차전은 기필코 이겨야겠지.’
* * *
인터뷰는 그대로 끝이 났다.
도널드 감독은 일원들에게 고생했다며 다독였다.
“잘했다. 도발에 넘어갔다면 피곤했을 거다.”
도진은 아쉽다며 한숨을 뿜어냈다.
막상 인터뷰가 끝나고 나니 조금의 후회가 밀려왔다.
1년도 채 되지 않은 야구부 신입이 주제넘게 나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괜찮다. 잘했다.”
도널드 감독은 근심 어린 표정을 짓는 도진의 어깨를 도닥였다.
진심이었다.
자신이 직접 나서서 자신감을 내비쳤어도 모자랄 판에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도진과 생각이 달랐으니 말이다.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이 그저 좋은 경험이 되길 바랐을 뿐이었지.’
이기겠다는 생각보다는 경험을 쌓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토너먼트까지 끝나고 6일 후에 이곳에 도착했다.
대진표가 나오지 않아 준비할 시간도 없었다.
FS는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진출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은 팀이다.
고작 6일이란 시간에 특별한 훈련을 진행해봤자 드라마틱한 실력 향상을 기대할 순 없었다.
‘그래서 참여에 의의를 뒀던 거지.’
자신만 그랬을까?
이사장과 교장도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진출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이 결과면 충분하다는 듯 앞으로 야구부에 전폭적인 지원까지 약속했다.
즉, 이 이상의 기대는 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도진 만큼은 달랐다.
그는 이 대회에서도 기적을 일으키고 싶어 했다.
‘물론 쉽지는 않아.’
선수 뎁스의 차이가 너무 심각했기 때문이다.
전미 최고의 학교들이 모이는 이 대회는 캘리포니아 리그보다 몇 단계는 수준이 높았다.
FS가 대회에 참가한 그 자체만으로도 기적인데 8강에 진출한다?
솔직한 말로 그런 그림은 그려지지 않았다.
도진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는 야구 보는 눈마저도 뛰어나다.
이 대회가 왜 자신들에게 불리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선수는 그리지 못한 승리라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진 거겠지.
‘감독 실격이구나.’
도널드 감독은 선수들 앞에서 티를 내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크게 실망했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만족했다.
무엇보다 도진을 제외하면 다른 선수들도 이번 대회에 그저 참가한 것에 의미를 두었다.
눈빛만으로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경험만 쌓겠다고 은연중에 생각한 것이었다.
더욱이 인터뷰에 참여한 페드로와 알렉산더라고 다를까?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인터뷰 후에 완전히 뒤바뀌었다.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찾아볼 수 없던 투쟁심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도널드 감독은 그런 둘에게 질문했다.
“페드로, 알렉산더. 어떻게 생각하지?”
페드로는 도진을 힐끗 쳐다보더니 먼저 대답했다.
“저는 고등학교 졸업 전 마지막 대회입니다. 후회 없이 던지고 싶습니다.”
알렉산더도 뒤이어 도진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참가한 이상 16강 탈락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기적이자 축제다.
페드로와 알렉산더는 이번 대회에서 쉽게 물러설 생각은 없었지만, 개인적인 목표만 있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훌륭한 활약을 펼쳐 눈도장을 찍고 싶다고.
하지만 도진은 달랐다.
그는 개인이 아닌 팀으로서 더 높은 곳을 향하길 원했다.
진심으로 팀이 이기길 바라고 있었다.
그렇기에 둘의 생각이 뒤바뀌었다.
‘이기고 싶다.’
도널드 감독은 선수들의 표정을 읽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전원 집합시켜라. 언더독으로서 반란을 일으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