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55)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55화(55/400)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은 야구인들의 축제다.
USA Baseball이 주최하는 가운데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지원한다.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대회가 끝나면 졸업을 앞둔 선수들은 머지않아 드래프트가 기다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메이저리그 구단의 스카우트들은 전부 파견된다.
더욱이 최고의 대회인 만큼 구단의 관계자들만이 아닌 모든 관심이 쏠린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유망주가 최고의 대회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누구나 기대하기 마련.
그렇기에 FS의 야구부 SNS 란에는 그 어떤 날보다 응원의 댓글이 수두룩하게 남겨졌다.
-FS 파이팅이다!
└캘리포니아를 대표해서 나갔으니 이번 대회만큼은 응원한다.
└적일 때는 몰랐는데 응원할 생각 하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페드로, 알렉산더 마이크 그리고…….
└KING!
└Your Majsety!
└오늘만큼은 너의 킹이 아닌 우리의 킹이다!
다른 학교에서도 응원의 방명록을 남긴 것이다.
FS 재학생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다른 학교 학생들이 자신들의 학교를 응원한다.
뽕이 차오르는데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 이번 대회만큼은 응원을 허락한다.
└하나가 된 캘리포니아! 주인공은 FS!
└웅장이 가슴해지는 중.
└그런데 대진표 들었어? 후버라던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NY 만날 뻔했다던데.
└NY는 이번 대회 예상 순위 2위 아니야? 천만다행이네.
└그래도 산 넘어 산이지. 후버도 절대 무시할 수준이 아니야.
└응원이나 해라. 초 치지 말고!
└우린 원래 언더독이었어. 그리고 반란을 일으켰지! 결국 왕관을 썼잖아?
어느덧 시합을 앞둔 지금.
FS와 후버. 후버와 FS의 라이브 방송이 진행됐다.
USA Baseball에서 시청자들을 위해 특별한 해설 위원을 불렀다.
FS와 후버의 경기를 담당하는 해설진은 유튭에서 구독자 수 500만 명 이상을 보유한 인플루언서였다.
그냥 인플루언서가 아닌 스포츠 전문 인플루언서였다.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은 대다수의 시청자가 학생들이다.
그들이 경기를 볼 때 지루하지 않게끔 전문 해설보다는 전문가 뺨치는 인물을 섭외한다.
[요! FS와 후버. 그리고 후버와 FS의 경기 해설을 맡게 된 토니.] [크리스라고 한다. 이야! 벌써 사람들 몰리는 것 봐. 축제다 축제!]아직 경기가 시작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청자 수는 무려 20만에 육박했다.
-오! 토니와 크리스라니!
-유명인들이 이 경기 해설을!?
-이게 다 캘리포니아 빨이다.
-인정. 캘리포니아가 순위는 병신 같아도 인기는 제일 많거든.
틀린 말은 아니었다.
캘리포니아는 성적과 별개로 인기 면에서는 언제나 1, 2위를 다퉜다.
영원한 라이벌 뉴욕과 비교해 인구수도 많아서 사실상 1위였다.
해설들도 동의했다.
해설 또한 상당히 힙했지만 시청자들은 오히려 좋아했다.
마치 친구가 말해주는 듯한 해설은 듣기 편했다.
그렇기에 자연스러운 반응이 묻어나왔다.
-무시하는 거냐?
-4천만의 캘리포니아 인에게 몰매 맞고 싶은 모양인가?
-4천만은 아니지. 물론 대회에서만큼은 FS를 응원하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 대회에서뿐이지.
-맞아. 결국 이 대회가 끝나면 다시 적인데.
-어쨌거나 이번 대회에서는 4천만이 맞잖아. 병신들아.
[자자. 싸우지 말고. 이제 슬슬 경기 시작한다.] [일단 라인업부터 확인해야겠지? 후버의 라인업이야.]1. 앤디 2B. R.
2. 에릭 1B. R.
3. 벤. 3B. R.
4. 니콜라스 C. R.
5. 케빈. DH. L.
6. 필립 LF. L.
7. 마크. RF. R.
8. 스콧. SS. R.
9. 폴. CF. R.
P. 아론. R.
[후버. 확실히 강팀이지. 특히나 저번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서 아쉽게 16강 탈락했지만, 올해 멤버가 변하지 않았어.] [올해 더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포부도 밝혔지. 특히나 4번 타자 니콜라스를 눈여겨봐야 해.] [뛰어난 리드에 장타력까지 갖춘 타자지. 포수라서 군침을 흘리는 구단도 많다고 알려졌고.] [선발 투수는 아론. 평균 구속 93마일에 육박하는 강력한 패스트볼과 커브 체인지업을 던져. 까다로운 투수야.] [리그에서 방어율이 1점대로 훌륭한 선수지.] [그럼 FS로 넘어가 보자고.] [캘리포니아 FS의 라인업이야.]1. 도미닉 2B. L.
2. 마이크 C. R.
3. 알렉산더 3B. S.
4. 도진 SS. R.
5. 벨론 LF. R.
6. 디에고 RF. R.
7. 다니엘 1B. L.
8. 이단 DH. R.
9. 라이언 CF. R.
P. 페드로.
[우리가 아는 선수들이 몇 명 보이네.] [인정. 페드로, 그리고 알렉산더. 마이크도 보이네? 페드로는 이미 다수의 메이저리그 구단이 군침을 흘리는 선발 투수지. FS의 캡틴이기도 하고!] [마이크는 중학교 때 캘리포니아 최고의 포수 유망주. 조사해보니 캘리포니아 인들은 대부분 아는 것 같더라고.] [알렉산더는 뭐. 이미 두 가지의 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슈퍼스타지. 작년 미식축구 결승전에서도 봤는데. 야구까지 섭렵했네?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알렉산더를 이렇게도 불러. 캘리포니아의 4번 타자. 그런데 오늘은 4번이 아니야.]캘리포니아인들이라면 대부분이 도진을 안다.
하지만 이 라이브 방송은 캘리포니아 인들만 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해설진은 도진에 대한 설명을 풀기 시작했다.
[오늘 FS의 4번을 맡은 타자에 관한 얘기를 좀 해줘야겠지?] [유격수를 보는 4번 타자 킴. 혜성같이 등장한 선수지. 올해가 첫해인데 미친 기록을 뽑아냈어. 투타 겸업이면서 타자로서는 타율과 홈런 그리고 타점에서 캘리포니아 5위 안쪽을 기록했거든.] [이뿐만이 아니야. 투수로서의 기록은 더 말도 안 돼. 듣고 놀라지 마.] [방어율 0점대? 아니죠. 0. 단 1점도 실점하지 않았어. 그렇다고 이닝이 적냐고?] [아니. 30이닝을 넘게 던졌어. 절대 적다고 말할 수 없는 이닝이지. 그럼 약팀만 상대했냐고?] [오히려 강팀을 상대로만 등판했지. 캘리포니아의 데이브나 카일리 같은 선수들에게도 실점하지 않았어.]-미친 거품 캘리포니아.
-방어율이 0이래. 저게 말이 되냐?
-그 동네 수준은 도대체 얼마나 낮은 거냐?
-저러니까 예상 순위 16위지.
비꼬는 채팅은 당연히 후버를 응원하는 시청자들이었다.
그들은 캘리포니아를 인정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방어율이 0은 쉽사리 와닿는 숫자가 아니었다.
그런 괴물이 캘리포니아에서 썩어가고 있다는 게 말이 된다고?
수준이 낮아서 가능하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시청자들보다 야구에 관심이 많은 시청자는 도진을 알고 있었다.
-유튭에 저 친구 검색해보면 영상 나온다.
-결코 무시할 수는 없음.
-잘 던지긴 하더라. 물론 우리가 이길 거지만.
해설들도 채팅창 반응을 보며 설명을 덧붙였다.
캘리포니아를 응원하는 시청자들은 이때다 싶어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개자식들아! 98마일이 너희 집 개 이름이냐?
-후버 98마일 투수 있음?
-없죠? 0점대 투수도 없는데?
미국엔 괴물이 득실거린다.
고등학생이지만 100마일을 던지는 투수도 존재하기 때문에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도진의 기록은 특별하다.
도진보다 구속이 빠른 100마일을 던지는 투수도 방어율 0을 기록하지는 못했으니까.
무엇보다 캘리포니아를 응원하는 시청자들만큼은 도진이 마운드에 섰을 때의 위력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늘 경기 불리하지만 해봄 직하다.
선수 한 명에게 거는 기대가 그만큼 컸다.
그가 여태껏 리그에서 보여준 퍼포먼스 때문이었다.
* * *
경기장에서 몸을 풀던 도진은 익숙한 얼굴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도진은 마이크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마이크는 몸을 풀다 말고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왜?”
“저기 이사장님이랑, 교장 선생님도 오신 것 같은데?”
“어. 제대로 봤네.”
“그리고 우리 학교 치어리더랑 밴드부 아니야?”
“잘 아네.”
“수업 빼먹고 왔…… 아니. 멀리까지 응원해주러 온 건가?”
“기본이지. 학교가 최고의 대회에 진출했는데 응원도 없이 경기 뛰게 할 것 같냐?”
도진은 그럴 법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한국도 다르진 않지.’
중학교 결승전이 떠올랐다.
동대 중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그리고 강제로 응원하러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는 한국이 아니잖아?
전부 비행기 타고 와야 하잖아?
‘돈 많이 나갔겠는데?’
물론 FS는 그 정도의 돈은 흔쾌히 지급할 능력을 갖춘 학교였다.
마이크는 도진의 팔을 붙들고 FS 응원단 앞에 섰다.
응원해주러 온 팬들에게 서비스는 기본이었다.
“흔들어. 손 흔들어. 빡세게 흔들어라.”
마이크가 먼저. 도진도 곧바로 손을 들어 흔들었다.
학교 응원단은 도진과 마이크의 성원에 환호를 보냈다.
“FS 파이팅!”
“승패에 연연하지 말고 멋진 경기 해!”
그들 또한 오늘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응원하는 학생들은 선수들이 최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큼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오. 기분 좋아졌어. 더 열심히 해야겠는데?’
도진은 가벼운 인사를 끝내고 다시 몸을 풀겠다며 등을 돌렸지만, 마이크는 여전히 과하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도진은 결국 강제로 마이크를 끌고 왔다.
“미친놈아. 몸 풀어야지. 시합이 눈앞인데.”
“이 새끼. 지 여자친구 못 왔다고 억지 부리는 거 보소.”
“뭔 개소리야.”
마이크의 여자친구 케이틀린은 학교 치어리더였다.
마이크는 그녀와 애정행각을 나누고 있던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애정행각까지는 좋다 이거야. 그래도 경기는 이겨야 할 것 아니냐!’
심술?
절대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내가 여자친구가 어딨어?”
마이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뭐…….”
“안 사귀어? 이야.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 이 모솔 자식아! 밥상 다 차려놓고 손에 포크와 나이프를 쥐여줬는데? 그걸 내팽개쳐?”
“그때 한번 봤는데 사귀긴 뭘 사귀냐?”
마이크는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금세 눈동자가 떨렸다.
“그럼 응원도 못 받고 경기 뛰는 거야? 오늘 경기력 망했네?”
“그럴 일은 없다.”
“미스 차에게 응원을 받았다는 건가?”
“그런 거 아니라고!”
“그럼? 미스 차는 필요 없다 이건가? 네 스타일이 아니야? 내가 대신 전해줄까? 뭣하면 지금 케이틀린한테 말해서 메시지라도 보내라고 하면 되는데?”
적당히 해라 이 자식아.
도진은 눈에 불을 켰지만, 나지막이 혼잣말을 지껄이듯 속삭였다.
“아냐. 받았어. 메시지 왔어.”
“안 들리는데? 뭐라는 거야?”
“응원받았다고. 최고의 컨디션이야.”
“올! 성장했네! 조만간 결혼 각이냐? 합동결혼식 고?”
도진은 말을 말자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물론 마이크와의 이런 장난은 의식 같은 것이었다.
언제나 큰 경기를 앞뒀을 땐 이런 식으로 긴장을 풀곤 했다.
마이크는 도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어쨌든 이기자. 미스 차도 라이브 방송으로 보고 있을 테니까. 멋진 모습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 트릭. 바로 선보일 거냐?”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회만 된다면 굳이 숨길 필욘 없겠지. 하지만 그 전에.”
후버 고등학교의 선수들이 하나둘씩 그라운드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도진은 그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인사부터 해야겠지?”
도진은 혀를 날름거렸다.
대회가 대회인 만큼 인사도 상당히 맵겠지.
* * *
“양팀 정렬!”
심판의 콜에 양 팀 선수들은 정렬했다.
“악수!”
도진은 자신의 앞에 선 마이크 혹은 알렉산더급 덩치를 가진 갈색 피부의 남성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는 후버의 4번 타자 니콜라스.
그 역시도 도진에게 저벅저벅 다가갔다.
둘은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다다랐다.
도진이 먼저 손을 뻗었다.
“굿 게임.”
니콜라스는 도진이 뻗은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살포시 힘을 주었다.
“굿 게임은 무슨. 우린 네놈들 같은 피라미들을 상대할 때가 아니다.”
야구는 신사의 스포츠다?
전부 개소리다.
큰 대회인 만큼 트래쉬 토크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더욱이 1패면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대회에서 상대의 멘탈을 무너뜨리는 것은 당연하듯 이어졌다.
특히나 현대 야구에서는 젊은 선수들이 꼰대 같은 기본 야구의 틀을 깨겠다며 자극적인 퍼포먼스를 가미하는 경우가 많다.
배트 플립이나 트래쉬 토크가 그런 부분이었다.
물론 여전히 메이저리그에서는 잘 통용되지는 않지만, 젊은 슈퍼스타들은 관중들의 재미를 위해 바꾸겠다며 노력한다.
그리고 조금의 성공은 거두고 있었다.
후발주자들 역시 그들의 뜻을 이어나가려고 한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미국인들 생각이고.’
도진은 트래쉬 토크에는 재능이 없었다.
하려면 할 수 있었지만, 굳이 먼저 시비를 건다는 건 취향이 아니었다.
‘선수는 스포츠맨십을 기반으로 매너 있는 경기를 펼쳐야 하니까.’
도진은 조금은 고지식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상대가 도발하지 않았을 때의 얘기지만.’
도진 역시 니콜라스와 맞잡은 손에 악력을 주었다.
“보이냐?”
느닷없는 도진의 질문에 니콜라스는 미간을 잔뜩 구겼다.
“뭔 개소리야?”
“보이냐고.”
“그러니까 뭐가?”
“오늘 후버 고등학교 짐 싸는 모습이.”
그런 뜻이었어?
니콜라스는 가소롭다는 듯 비웃었다.
“캘리포니아. 너네 존나 못하잖아.”
지금까지의 성적을 기반으로 트래쉬 토크를 하겠다?
도진은 오히려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캘리포니아? 그래. 여태 성적이 좋지는 않았지. 그런데 말이야.”
도진은 악력을 조금 더 주며 나머지 입꼬리도 올렸다.
“그건 내가 없어서 그런 거지. 개인 실력만 놓고 따졌을 때 너희 전부 나한테 못 미치잖아?”
니콜라스의 한쪽 입꼬리가 분노로 연달아 꿈틀댔다.
이 아시아인이 갖춘 실력만큼은 허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니콜라스는 당황하지 않았다.
‘실력만큼은 우리가 우위에 있다.’
그런 자신감 덕분에 금세 평온을 되찾았다.
“경기 끝나고도 여유를 부릴 수 있는지 두고 보자.”
“굳이? 지금 많이 봐놓는 게 좋을걸?”
니콜라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도진은 등을 돌리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경기가 끝나면 질질 짜느라 앞이 보이지 않을 테니까.”
빠드득.
도진은 어금니를 강하게 가는 소리에도 유유히 더그아웃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