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56)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56화(56/400)
“플레이 볼!”
1회 초. 후버의 선공.
리그에서 4할을 기록한 1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FS의 마운드에는 페드로가 올랐다.
마지막 대회에 임하는 그는 1회부터 제구, 구위 뭣하나 빠지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아웃!”
기분 좋게 삼진으로 시작한 페드로는 2번과 3번 타자 역시 범타로 처리하며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해설들은 페드로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군침을 흘리는 선수답게 후버의 강타선을 깔끔하게 막아냈는데?] [와우. 솔직히 우리가 FS 경기를 제대로 챙겨본 적은 없는데. 확실히 전미에서 이름을 알릴 만한 선수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미쳤다! 미쳤어! 이게 FS 1선발이지!
-뭐야? 1회 조루 페드로가 웬일이래?
-독기를 품었는데? 독사가 따로 없어!
-페드로가 1회에 실점하지 않는다? 오늘 이기겠어!
-설레발치지 마! 설레발치지 마!
1회 말.
FS의 공격.
후버는 리그에서 늘 1회부터 점수를 내며 이닝을 기분 좋게 시작한다.
그렇기에 FS를 상대로 1회에 득점하지 못한 것은 예상 밖이었다.
하지만 예상이 빗나갔다고 흔들리지는 않았다.
9이닝 중 이제 첫 번째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을 뿐이었다.
마운드에 선 후버의 투수 표정은 평온했다.
‘어차피 이기는 건 우리다.’
그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위력적인 투구를 뽐냈다.
“스트라이크 아웃!”
1번 타자인 도미닉이 삼진으로 타석에서 물러났다.
93마일의 공이 스트라이크 존에 팍팍 꽂혔다.
이를 지켜보던 FS 일원들은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제구, 구위 그리고 구속까지. 흠잡을 곳이 없는 완벽한 피칭이다.’
‘이게 진정 전미 레벨인가.’
‘치기 어려워 보이는데.’
그는 페드로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투수였다.
마이크 역시 타석에서 초구를 접하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젠장. 초반에 무너뜨려야 이길 확률이 있다고 했는데.’
FS는 어떻게서든 선취점을 내서 기세를 꺾는 게 1차 목표였다.
어제 종일 연습했던 작전을 꺼내려면 선취점으로 그들을 당황하게 해야 했다.
하지만 투수의 강력한 투구 때문에 시작부터 위기에 직면했다.
마이크는 카운트가 몰리자 다급히 배트를 휘둘렀지만, 체인지업에 삼진을 당했다.
‘젠장.’
마이크는 허탈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복귀했다.
도진은 그의 어깨를 톡톡 도닥였다.
마이크는 마음이 한결 편해지더니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생각으로 애써 입을 열었다.
“확실히 잘 던진다. 패스트볼에 힘이 있고 체인지업의 낙폭이 상당히 커.”
“어. 나도 보인다. 그래도 너무 풀 죽어 있지 마라. 놈들 기를 살려줄 필요는 없으니까.”
마이크는 피식 웃었다.
도진은 경기나 그라운드를 향해 지켜보라며 턱짓했다.
다음 타자는 FS의 자랑. 알렉산더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포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옆으로 빠져 앉았으니 말이다.
[자동 고의 사구!] [후버의 배터리는 알렉산더를 거르는 선택을 했네. 물론 알렉산더는 캘리포니아 내에서도 데이브를 넘어서 장타율 1위를 기록한 타자야.] [잘못했다가 장타를 맞고 분위기를 넘겨주기 싫은 거겠지. 충분히 있을 법한 선택이야.]시청자들은 들리지는 않겠지만, 알렉산더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불쌍해…….
-알렉산더 리그 초반이 생각나네. 어땠더라?
-타율 0할. 출루율 10할. 그걸 이 대회에서도 겪다니.
-그래도 풀 죽어 있을 필요는 없지.
-인정. 다음 타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무작정 좋다고 걸러버리네.
해설의 말마따나 포수 니콜라스는 알렉산더를 거를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알렉산더는 장타를 쳐낼 수 있는 타자였으니까.
그렇기에 자신의 독단으로 알렉산더를 걸렀다.
‘뒤이어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 또한 기록상으로는 장타력을 겸비했지만, 알렉산더와 비교할 수는 없지.’
그의 실력이 훌륭하다고는 하지만, 알렉산더를 웃돌까?
니콜라스는 아니라고 봤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적인 앙금도 있었다.
니콜라스는 앞서 도진과 악수할 때 그가 내뱉은 말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감히. 너 따위 놈이? 우리보다 잘한다고?’
니콜라스의 눈동자는 분노를 가득 품었다.
더욱이 아시아인이 자신에게 말 대답한 것 자체가 기분이 나빴다.
니콜라스는 눈동자에 분노를 가득 품었다.
‘그 오만함을 눌러주마.’
물론 포수의 독단적인 행동에 투수는 당황했다.
아무런 상의 없이 알렉산더를 걸러버렸기 때문이다.
오늘 자신의 구위가 예사롭지 않았다.
알렉산더라도 충분히 아웃카운트를 올릴 자신감이 있었기에 아쉬웠다.
하지만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없다며 금세 단념했다.
[다음 타자는 FS의 4번이자 유격수를 맡은 도우! 진! 킴!] [그를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지만, 조사해본 결과 대체로 그에 대한 평가는 뛰어났지.] [98마일을 던지는 투수가 타자까지 잘해버리니 그럴 수밖에 없지. 대신 여기는 리그가 아니야.] [큰 대회에서도 잘하는 선수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이 수두룩해. 아직 저 선수는 큰 대회에서 증명한 기록이 없어.] [이번 대회에서 그의 가치가 전미로 쭉쭉 퍼져나갈지. 아닐지는 오늘 경기에서 나타나겠지.]-이럴 때 보면 역시 외부인들이 확실히 무지하다고 생각함. 아직도 킴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네?
-인정. 괜히 King이겠어? 난 잘하리라 믿는다.
도진을 지켜봐 오던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
언제나 도진 앞에서 선수를 거르면 재앙이 들이닥쳤다.
그는 찬스를 놓치지 않는 해결사였으니까.
물론 긍정적인 시선보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훨씬 많았다.
-캘리포니아 새끼들. 올려치기 하는 거 봐라.
-그러니까 만년 꼴찌인 거야. 똥을 먹어봐야 아냐? 거품은 이번 타석에서 드러날 거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고 갑자기 용이라도 되는 줄 아나 보지?
-오늘 수준 차이 제대로 느끼고 반성하겠지.
-어차피 반성하는 순간 집으로 돌아가야 해.
도진을 깎아내리는 채팅의 화력은 그를 옹호하는 세력보다 훨씬 거셌다.
그도 그럴 것이 외부 세력이 합류해 20만 명이었던 라이브 방송 시청자가 어느덧 40만 명이 되었다.
도진이 타석에 들어섰다는 소식이 다른 라이브 방송으로도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의 투타 겸업.
두 개의 포지션에서 성적이 우수했던 선수가 타석에 들어선다.
호기심이 자극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채팅 내용처럼 도진에 대한 대부분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주인공은 언제나 미국인이어야 하는데 그는 미국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기 타석에서 연습 스윙을 하던 논란의 주인공 도진은 입꼬리가 치솟았다.
‘얼마 만이냐.’
자신을 상대하겠다고 앞선 타자를 거른다는 것이.
‘이건 기대하지 않았는데?’
영상으로 선수의 경기 성향을 파악할 수 있을지언정 성격까지 파악할 수는 없었으니까.
‘투수도 컨디션이 꽤 좋은데 굳이 1루로 내보낸다고?’
무엇보다 투수가 순간 당황한 표정이었다.
포수의 독단이었겠지.
‘너도 인종에 대한 편견이 있구나?’
도진은 배트를 빙글빙글 돌리며 유유히 타석에 들어섰다.
이런 행동은 자신의 날아갈 듯한 심정을 대변해주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도진은 심판에게 인사 후 타격 자세를 잡았다.
여유를 한 아름 품고 있던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하더니 좌중을 압도하는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런데도 포수는 개의치 않았다.
‘까불지 마라.’
곧이어 투수에게 사인을 내며 능숙하게 몸쪽으로 붙어 앉았다.
투수는 곧장 세트포지션으로 공을 던졌다.
위협적인 몸쪽 공은 타자의 기를 눌러 버릴 수 있는 최고의 공이었다.
하지만 도진은 이를 알고 있었다.
‘몸쪽. 패스트볼. 뻔해.’
따-악!
타구는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폭주 기관차처럼 좌중간으로 쭉쭉 뻗어나갔다.
* * *
초구부터 자신감 넘치는 스윙에 타구는 좌중간의 펜스를 훌쩍 넘겨 버렸다.
[와……] [미쳤네?]해설자들은 해설보다 감탄하고 있었다.
그만큼 도진의 물 흐르듯 이어지는 그의 타격은 완벽 그 자체였다.
[타격이 완벽한데?] [넋이 나갈 수밖에 없는 스윙과 결과였어. 오늘 투수의 공이 상당히 좋아 보였거든? 그런데 그걸 단번에 넘겨버리네?]시청자들은 해설을 뒤로한 채 감탄하는 저들의 모습이 웃겼지만, 이것이 유튭의 묘미였다.
-lol.
-개 웃김.
-솔직히 다들 저런 반응이긴 했지. 그런데 매번 새로워.
-얘들아! 나 RS인데! 소신 발언한다! 우리가 딱 저랬거든. 뭐야? 아시아인? 별거 없겠는데? 펑! 오우 쉣! 좌절.
-샌프란시스콘데 내가 딱 저랬음. 펑! 오우 쉣!
-난 산타모니카. 위와 같은 반응임.
해설들은 그제야 자신들의 소임을 다하고자 멋쩍게 웃었다.
[미안. 미안. 타구가 지구 끝까지 뻗어나가느라 정신 놓고 보고 있었네.] [이제는 진짜 정신 차려야겠지. 정말 훌륭한 타격이야. 이 선수 크게 될 것 같은데?]-인정하는 모습. 아주 보기가 좋습니다.
-우물 안에 갇힌 개구리가 세상 밖으로 어떻게 나가냐고? 용이 되었으니 나갈 수 있었던 거지.
-똥을 먹어봐야 아냐고? 안 먹어봤으니 모르지! 일단 적어도 홈런을 친 타자가 똥은 아닐 거 아냐?
-피융신들. 아무 말도 못 하죠?
채팅창은 희비가 엇갈렸다.
도진은 결과를 만들자 그를 옹호하는 세력의 채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FS 선수들은 홈런을 자축하며 더그아웃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후버 측 더그아웃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도진은 FS 응원단에게 손가락 하트 세레모니를 선보이며 베이스를 유유히 돌았다.
홈 베이스를 밟았을 땐 포수와 눈이 마주쳤다.
‘어때?’
도진은 그를 향해 피식 웃었다.
포수는 순간 분노했다.
하지만 전광판에 시선을 돌린 후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이제 고작 1회다. 경기는 이제 시작됐고 FS쯤은 언제든지 역전할 수 있다.’
그 자신감은 포수의 리드와 투수의 투구로 드러났다.
흔들릴 법했지만, 5번 타자를 상대로 아웃카운트를 올려 이닝 마무리를 지었다.
2회 초.
다시 후버의 공격.
그들의 눈빛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4번 타자 니콜라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별것도 아닌 캘리포니아 놈들이 선취점을 냈다고 기고만장하는 꼴이란.’
그 꼴을 눈뜨고 지켜볼 수 없었다.
그는 실력의 격차를 보여주겠다며 초구부터 타격했다.
따-악!
페드로의 93마일 패스트볼을 전광석화 같은 배트 스피드로 안타를 쳤다.
2회 초 무사 1루.
타석엔 클린업 트리오의 마지막 순번인 5번 타자.
정신을 차린 후버는 맹공을 펼쳤다.
페드로는 위력적인 유인구를 구사했지만, 타자의 배트를 끌어내지 못했다.
그만큼 타자는 타격 능력과 좋은 선구안도 갖추고 있었다.
카운트는 3-2 풀카운트.
페드로는 커브를 선택해 삼진을 노렸지만, 타자는 참아냈다.
“베이스 온 볼스!”
무사 1, 2루.
선취점을 내줬음에도 흔들리지 않은 후버의 저력.
FS 배터리가 기세에서 눌리기 시작했다.
이 악영향은 아군 선수들에게도 전달됐다.
‘강하다.’
선수들은 두려움이란 어둠에 집어삼켜지고 있었다.
전신이 굳어 몸이 무거웠다.
하지만 도진만큼은 달랐다.
그는 눈동자에서조차 어떠한 떨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위기에서도 후버의 습관을 낱낱이 파악하겠다며 주자와 타자에게서 한 치의 시선도 떼지 않았다.
‘안타를 쳤을 때도. 볼넷으로 걸어 나갈 때도 자연스레 더그아웃으로 시선부터 돌리며 호응을 유도해. 영상 그대로야.’
도진은 주변도 힐끗 살폈다.
선수들은 얼굴에 서린 긴장감은 결국 선수들의 몸을 굳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도 이대론 안 되겠어. 잠깐 끊고 가야겠는데.’
도진은 마이크에게 타임을 요청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마이크는 도진의 신호를 받고 서둘러 심판에게 몸을 돌렸다.
“타임 좀 요청하겠습니다.”
“타임!”
타임이 선언되자 그라운드 내 선수들은 일제히 마운드에 몰렸다.
마운드의 주인 페드로는 선수들이 몰려들었음에도 정신이 나가 있었다.
오늘 자신의 컨디션은 최고조다.
완벽한 공을 던졌다고 생각했지만, 안타 하나와 볼넷을 너무 손쉽게 내줬기 때문이다.
도진은 그런 페드로의 어깨를 톡톡 도닥였다.
‘지금 선수에게 필요한 위로는 상황을 타개해나갈 해결책이야.’
도진은 글러브로 입을 가렸다.
“선배. 그리고 마이크. 다음 타자에게는 몸쪽으로 승부 부탁해.”
몸쪽 공은 당겨치기 좋은 공이다.
바깥쪽 공보다 장타가 더 많이 나온다.
그렇기에 투수들은 몸쪽보다는 바깥쪽 승부를 선호한다.
특히나 주자는 1, 2루.
단타 하나면 1점을 실점할 수 있었으며, 장타면 순식간에 동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페드로는 굳이 이유를 묻지 않았다.
도진이 말한 트릭을 선보이려면 결국 유격수 방면으로 타구가 향해야 했다.
마이크도 거들었다.
“노골적으로 몸쪽 승부는 하지 않고. 결정구를 몸쪽으로 던진다고 의도적으로 리드할게.”
도진은 그거면 충분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운 후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짊어진 페드로에게도 한 마디 건넸다.
“선배는 늘 초반에 몸이 덜 풀리잖아요? 이번 이닝. 완벽히 막아 보도록 하죠.”
페드로는 심호흡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진의 자신감 넘치는 조언 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괜찮아 보이네.’
도진은 페드로가 안정을 되찾자 자신의 수비 위치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주자와 타자를 끊임없이 관찰했다.
그들은 이러한 결과가 마치 당연하다는 듯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솟아오른 입꼬리는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신났네. 신났어. 신바람 야구 시동을 걸려나 본데?’
도진은 서둘러 글러브로 자신의 입을 감췄다.
위기였음에도 자신의 입꼬리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쪼갤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
무사 1, 2루에 6번 타자와의 승부가 시작됐다.
6번 타자 역시 뛰어난 타격 능력을 보유한 타자.
마이크는 하위 타선이라고 얕봐서는 안 된다며 신중하게 리드했다.
몸쪽을 던지기 위해선 유인구가 필요한데, 그 유인구로 바깥쪽을 선택해 페드로에게 집요하게 요구했다.
“스트라이크!”
“볼!”
“볼!”
“스트라이크!”
마이크는 페드로에게 몸쪽 패스트볼 사인을 보냈다.
페드로는 위기의 상황에서도 지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보다 도진을 믿고 있었으니까.
이 1구를 위해 4구를 전부 바깥쪽을 보여줬다.
이제는 타자도 충분히 몸쪽을 예상해볼 타이밍.
공은 던져졌다.
타자는 예상대로라며 눈을 번뜩였다.
따-악!
타구는 유격수 방면으로 향하는 라인드라이브성 타구.
유격수 도진이 최대한 높게 튀어 올라 글러브를 뻗어도 닿을 수 없는 타구였다.
하지만 도진은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타자와 관중들이 보기에는 의미 없는 동작이었지만 주자들은 아니었다.
도진이 튀어 오르자 머뭇거렸다.
‘뭐지 잡히는 타군가?’
주자들은 헷갈렸다.
처음 타구의 발사각도를 봤을 땐 충분히 뒤로 흐르고도 남을 타구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유격수의 행동에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도진은 상대에게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았다.
‘주자를 속이려면 완벽해야지. 제대로 속인다.’
도진은 점프 후 착지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먹을 말아 쥐어 글러브에 퍽 소리가 나도록 쳤다.
그 소리는 마치 타구가 글러브에 들어간 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진은 이대로 만족하지 않았다.
빈 글러브에서 공을 빼내는 시늉을 했다.
그러고는 1루로 송구하는 동작까지 멈추지 않았다.
주자들은 유격수가 공을 잡았다고 착각하며 귀루했다.
서두르지 않는다면 병살타로 이어질 수도 있어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귀루 후 의문을 품었다.
“달려! 진루하라고!”
1루에 있는 주루 코치가 팔을 빙빙 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주자들은 그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진루하라고? 아웃 됐는데 왜?’
타자는 1루 베이스 앞에 머뭇거렸다.
2루와 1루 주자는 그제야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타구를 찾았다.
중견수가 타구를 처리해 3루로.
그리고 3루수 알렉산더가 2루 베이스를 커버하는 도미닉에게 공을 던졌다.
주자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공이 팽창했다.
‘트, 트릭?’
뒤늦게 유격수가 점프 후 1루로 송구한 동작들이 눈속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깨달았을 때는 이미 한창 늦었다.
“아웃!”
“아웃!”
중견수 3루수 그리고 2루수로 이어지는 8-5-4 병살타.
2회 초 무사 1, 2루가 2사 1루로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도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먹혀들 줄 알았어. 메이저리거도 당하는 속임순데 어련할까.’
후버의 혼을 빼놓는 도진의 트릭은 이제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