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57)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57화(57/400)
-응? 이게 무슨 일이야?
-후버 왜 저래? 바보인가?
-그러게? 안타를 쳐놓고 달리질 않네?
채팅창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중계로 볼 때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해설들은 곧장 중재에 나섰다.
[워워. 선수를 펌하하지 말아줘. 이런 결과가 나온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거든.] [맞아. FS의 유격수 킴이 주자를 속인 거야. 일명 트릭이라고 하지.] [주자들에게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라고 착각하게 만든 거지. 그래서 주자들은 깜짝 놀라 귀루할 수밖에 없었어.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는 귀루하지 못하면 병살타로 이어지니까.]해설의 정확한 설명에도 채팅창은 대부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너무나도 초보적인 실수로 보였기 때문이다.
해설은 시청자들을 이해시키고자 부연적인 설명을 이어나갔다.
[안 좋은 말로는 주자가 타구에 집중하지 않은 거긴 한데.] [그렇긴 해. 집중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거야. 하지만 후버만 욕할 수는 없어.] [맞아. 플레이를 봤을 때 FS가 노렸거든.]-노리다니? 무슨 말이지?
-그러게. 이런 게 가능하다면 매번 트릭을 해보는 게 좋은 거 아냐?
해설은 질문에 능숙하게 대답했다.
[그건 아니야. 트릭은 일단 손이 빨라야 해. 손이 느린 선수는 트릭 자체를 할 수 없어.] [맞지.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트릭에 전문화된 선수는 극소수야. 그리고 트릭이 잘 나오지 않는 이유도 분명히 존재하지.] [수비에게 제일 중요한 건 후속 대응이거든. 안타가 나온 순간 상황은 시시각각 변해. 절대 예측할 수 없지. 만약 저런 행동이 간파당했다? 유격수는 다음 행동이 그만큼 늦어져. 중계 플레이를 위한 동작이 그만큼 늦어진다는 거지.] [중계 플레이가 늦어지면 들어오지 않아도 될 주자가 홈까지 들어오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방금 플레이는 도박이나 다름없는 거야.]-근데 통했잖아요?
-맞아. 통했는데?
[그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 앞서 말했지만, 노렸다고 했지? FS는 마치 이 플레이를 설계한 것처럼 보였어.] [투수는 타자에게 4구 연속 바깥쪽을 보여줬어. 그리고 5구째. 중견수와 좌익수 둘 다 좌익수 방면에 수비가 쏠려 있었어. 마치 이런 타구를 예상했다는 듯이 말이야. 그래서 이 트릭이 들어맞을 수 있었던 거야.]좌익수와 중견수가 수비 간격을 좁히지 않았다면?
타구는 데굴데굴 굴러 펜스까지 굴러갈 수도 있었다.
그러면 도진의 이러한 행동들이 전부 의미가 없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해냈다.
애당초 마운드에 몰려들었을 때 이 장면을 위해 설계를 했기 때문이다.
FS는 도진이 트릭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했을 때 그에 따른 수비 훈련도 함께했다.
-와. 정말 세세하잖아?
-이렇게 들으니 정말 미친 것 같아.
-그러게. 완벽한 합작품이네?
해설들은 선수 한 명을 칭찬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이 모든 것이 도진의 설계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FS 전원이 잘했다.
제3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FS는 이 세세한 작전들이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는지 알고 있었다.
마이크는 유격수 방면으로 힐끗 시선을 돌린 후 보고도 믿지 못하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미친놈. 진짜 정신 나간 새끼.’
욕설이 절로 나오는 승부수였다.
도진의 트릭이 없었다면?
상대는 1점을 따라붙었을 것이다.
상대가 트릭을 간파했다면?
2점이나 실점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무실점.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닌 이상 위기의 상황에서 이런 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
알렉산더 역시 표정에서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 역시 도진을 힐끗 쳐다보며 감탄했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이런 과감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을 거다.’
위기에서 벗어난 페드로는 입꼬리가 치솟았다.
자칫 잘못했다간 대량 득점이 나올 위기였다.
그런데 이제는 단 1명의 타자만 잡으면 이닝이 마무리된다.
그 힘을 바탕으로 페드로는 이닝을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
2회 초.
이번에도 FS는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도진의 속임 동작 트릭으로 말이다.
* * *
2회 말.
6번부터 시작하는 FS의 하위 타선은 별다른 점수를 내지 못했다.
3회 초. 스코어는 여전히 2:0.
8번부터 시작하는 후버의 타선.
후버의 하위타선은 약하지 않다.
그들은 캘리포니아에서 선두를 다투던 3곳의 학교에서도 클린업에 들어갈 만한 능력을 갖추었다.
그들의 방망이는 쉬지 않았다.
따-악!
타자는 1, 2루 사이를 빠져나가는 안타를 만들며 이번 이닝에도 선두타자가 출루했다.
무사 1루.
타석엔 9번 타자.
후버의 더그아웃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감독은 왼팔을 연달아 세 번 터치하며 작전을 냈다.
맞불 작전을 놓겠다는 뜻이었다.
도널드 감독도 분주히 사인을 냈다.
‘작전이 나올 수도 있다. 대비해라. 아마도 런 앤드 히트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도널드 감독의 예상 그대로였다.
후버는 바로 작전을 걸었다.
런 앤드 히트.
주자는 타격 여부와 관계없이 뛴다. 타자는 어떤 공에도 타격한다.
자칫 잘못하다간 병살타가 나올 수도 있지만, 안타가 나온다면 주자는 순식간에 3루 혹은 홈까지 도달할 수 있다.
작전이 맞아떨어진다면 좀처럼 넘어오지 않는 분위기를 단번에 되찾아올 수 있다.
더욱이 후버는 9번 타자의 타격 능력을 믿었기에 시행할 수 있는 작전이었다.
공은 던져졌다.
동시에 주자는 뛰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타구는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냅다 2루로 뛰었다.
따-악!
타격도 나왔다.
타구는 높게 뜨더니 중견수 방면으로 향했다.
도진은 이번에도 자신과 전혀 관 없는 타구였다.
그런데 그는 이번에도 움직였다.
마치 병살타를 잡겠다는 듯.
오른발로 2루 베이스를 스치며 1루 베이스로 향해 송구하는 시늉을 했다.
주자는 뒤늦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2루에 들어갔다.
도진의 움직임은 병살타 코스라고 오해할만한 동작이었으니 말이다.
주자의 손이 도진의 발보다 먼저 베이스에 도달했다.
주자는 자칫 잘못했으면 늦을 뻔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그러고는 더그아웃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지만 기대하던 환호는 돌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역정이 들려왔다.
“뭐해! 돌아가라고!”
“중견수 플라이잖아!”
“빨리! 귀루해! 귀루하라고!”
이외의 반응에 주자는 몸이 얼어붙었다.
하지만 뒤늦게 타구는 병살타 코스가 아닌 중견수 플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중견수 플라인데 미친 듯이 뛴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도진의 연기에 완벽하게 속아 병살타를 당했다.
또다시 절호의 기회가 날아간 후버는 1번 타자 역시 범타로 물러나며 삼자범퇴 이닝이 됐다.
* * *
“젠장! 뭐 하는 거야? 집중 제대로 안 해?”
니콜라스는 솟아오른 분노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에게 화를 냈다.
이렇게까지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던 적이 있던가?
지금쯤이면 점수 차이가 압도적으로 벌어졌어도 모자랄 판에 여전히 스코어는 2:0이었다.
더욱이 안타의 개수는 자신들이 더 많았음에도 말이다.
놀아난 기분이다.
자신들보다 훨씬 약하다고 평가받는 FS에게 말이다.
아니.
‘망할 아시안 새끼.’
이 모든 건 저 아시아인의 설계였다.
그 한 명에 팀 전체가 놀아나고 있었다.
가만히 듣던 선수들도 겉으로 표출하지는 않았지만, 저마다 불만이 있었다.
2회 절호의 기회에 어이없는 주루로 병살타를 내준 게 누구였더라?
니콜라스였다.
그런데 오히려 역정을 내고 있었으니 어이가 없을 수밖에.
‘젠장.’
니콜라스는 선수들의 눈빛이 서늘해지자 결국 분노를 가라앉혔다.
하지만 가라앉은 선수단의 분위기가 금세 되살아날 순 없었다.
3회 말. 투수가 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지만, 이것이 분위기 반전의 시발점이 되지 못했다.
이미 서로를 탓하는 선수들은 본인의 능력을 새삼 발휘하지 못했다.
“아웃!”
“아웃!”
4회 초.
2아웃.
타석엔 4번 타자 니콜라스.
그는 배트를 손에 쥔 채 씩씩대며 타석으로 이동했다.
‘젠장. 이럴 순 없어.’
그는 타석에 들어서기 전 전광판을 확인했다.
여전히 FS는 안타 1개와 볼넷 1개로 단 두 번의 출루만 했다.
그 안타가 홈런이라서 그렇지 여전히 자신들이 안타와 출루의 개수가 더 많았다.
‘아직 2점 차야. 충분히 뒤집을 수 있어. 대신 지금 이 가라앉은 분위기부터 뒤집어야 한다.’
니콜라스는 어금니를 바득바득 갈았다.
‘2아웃이지만, 장타로 분위기를 되찾아온다.’
니콜라스의 눈은 분노의 파도로 요동치는 거친 바다 같았다.
자신과 후버는 고작 FS에게 떨어질 수 없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하지만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다.
자신은 시간을 과거로 돌릴 능력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니콜라스는 유망한 포수답게 배터리와의 수 싸움에도 능했다.
타자가 갖춰야 할 조건이었다.
그는 초구부터 떨어지는 페드로의 커브를 걷어 올렸다.
따-악!
타구는 좌중간을 향해 쭉쭉 뻗어가더니 펜스를 직격했다.
니콜라스는 이번만큼은 타격 직후 곧장 세레모니를 하지 않았다.
2루에 도달하고 심판에게서 세이프 판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세이프! 세이프!”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는 주먹을 불끈 쥐어 들어 올렸다.
“할 수 있다고! 이기는 건 우리다!”
그의 포효에 침울했던 후버 측 더그아웃의 분위기도 금세 되살아났다.
충분히 할 수 있다.
여전히 자신들이 실력 적으로 우위에 있다.
더욱이 아직 4회다. 경기의 절반도 뛰지 않았으며 고작 2점 차이일 뿐이다.
“2점은 당장에라도 뒤집을 수 있는 점수다!”
후버는 니콜라스의 세레모니로 사그라들었던 기세가 다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일전에 더그아웃에서의 악감정은 접어두고 일단 경기부터 이기자며 눈에 불을 켰다.
그 열기는 FS 더그아웃까지 전달될 정도로 거셌다.
하지만 도진은 또다시 글러브로 입을 가렸다.
자신에게는 미래를 볼 능력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만큼은 미래가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좋단다. 지금에라도 많이 좋아해라. 금세 나가리 될 테니까.’
도진은 아직 후버를 위해 준비한 마지막 트릭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 트릭은 네놈들 숨통을 끊어버릴 거다.’
* * *
4회 초. 5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도진은 마이크가 자신을 바라보게끔 자신의 오른팔로 왼팔을 짚고는 그를 원 없이 쳐다봤다.
마이크는 유격수 방면에서 뜨거운 시선이 느껴지자 그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오호라. 알겠다.’
포수마스크 사이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마이크는 웃고 있었다.
그러고는 타석에 들어선 타자를 힐끗 쳐다봤다.
‘오우. 무서워라. 큰 거 한 방 날려버릴 기센데?’
후버의 5번 타자는 장타력이 뛰어난 타자다.
아직 4회일 뿐이다.
캘리포니아 리그는 이닝이 7회까지밖에 없어 4회면 중반을 넘어섰다는 거다.
하지만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은 9이닝.
여전히 경기의 절반도 치르지 못했다.
‘페드로 선배도 슬슬 지쳐가고 있어.’
평소와 다르게 완급 조절을 하지 않았기에 빠르게 지쳐가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큰 거 한방으로 분위기가 뒤집힐 수 있겠지만, 오늘 경기 유격수를 보는 천재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
마이크는 페드로에게 사인을 보냈다.
‘사인은 이겁니다.’
페드로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들이마신 심호흡을 크게 내쉬었다.
그와 동시에 도진은 곧장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갔다.
페드로도 타이밍에 맞춰 2루를 향해 견제구를 던졌다.
니콜라스는 느닷없는 견제구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2루 베이스를 간신히 터치했다.
도진은 페드로의 견제구를 글러브로 받고 니콜라스를 터치했다.
“세이프! 세이프!”
아슬아슬했지만, 세이프.
도진은 심판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 이게 세이프에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연기였다.
도진은 연기를 이어나갔다.
도진은 보란 듯이 글러브에서 공을 빼내 1루로 던졌다.
그 장면을 본 니콜라스는 안도의 한숨을 쓸어내렸다.
어쨌든 자신은 세이프 판정이 되었고, FS의 작전이 실패한 듯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안도 대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2아웃에서 견제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2아웃 상황이면 투수는 주자보다 타자에 신경을 써야만 했다.
1개의 아웃만 잡으면 이닝이 마무리되는데 굳이 주자를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그렇기에 니콜라스는 분노했다.
‘이 치사한 새끼들. 이렇게 더럽게 이기고 싶은 건가?’
그러고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유니폼 앞면에는 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이것을 말끔히 털어내겠다며 양손으로 툭툭 털어내던 그때.
“아웃!”
심판의 콜이 울려 퍼지자 니콜라스는 세상의 무게가 자신을 짓누르는 것처럼 무력감을 느꼈다.
유니폼을 털어내겠다며 은연중에 나온 행동에서 자신의 발이 잠깐 베이스에서 떨어져 있었다.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 틈에 도진이 자신을 태그해 아웃시켰던 것이었다.
‘왜. 왜 아웃인 거지? 공을 1루 쪽으로 던지지 않았던가? 빈 글러브가 아니던가?’
니콜라스는 도진의 행동을 머릿속에서 천천히 다시 뜯어보자 자괴감이 몰려왔다.
도진은 1루로 공을 던지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던지지 않았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는 이것이 무언인지 알았다.
‘히, 히든 볼 트릭…….’
또 속았다.
그렇게나 조심한다고 했지만, 결국 또 당해버렸다.
아니. 속을 수밖에 없었다.
태어나서 히든 볼 트릭에 처음 당해봤기 때문이다.
‘이, 이게 야구 선수가 맞나?’
도진의 블러핑은 배우를 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연기였다.
후버는 도진에게 완전히 놀아났다.
이런 생각이 들자 니콜라스의 멘탈은 결국 와르르 무너졌고 은연중에 행동에서까지 드러났다.
그는 하체에 힘이 풀려 양 무릎이 바닥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너져내린 억장처럼 후버 전원의 멘탈도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순식간에 기세가 뒤바뀌기 시작했다.
이제 경기는 갓 태어난 갓난아기도 승부를 예측할 수 있을 만큼 불 보듯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