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58)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58화(58/400)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히, 히든 볼 트릭이라고?]시청자들은 주자가 왜 또 아웃이 됐는지.
그리고 해설이 이렇게 놀라는지 알 수 없었다.
-뭐야? 왜 갑자기 주자가 아웃이 된 거야?
-그러니까. 주자가 뭘 잘못했길래?
그만큼 주자에게서 어떤 오류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해설은 시청자들에게 히든 볼 트릭에 대해 친절히 설명했다.
그제야 시청자들도 이해했다.
몇몇은 그 장면을 다시 돌려보고 나서야 완전히 이해했다.
-자세히 보니까. 진짜 공을 던지는 시늉만 한 거네?
-주자도 몸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자세히 살피지 못했던 것 같아.
-아니. 몸을 일으키면서까지 공을 끝까지 쳐다봐야 한다고?
-어쨌거나 다른 선수들은 쉽게 할 수 없는 플레이잖아? 킴만이 가능한 플레이 아냐? 나 이런 거 실제로 처음 봐.
해설들도 채팅창의 반응에 동의했다.
[정말 대단한 선수야. 이게 쉬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쉬운 게 아니거든?] [어. 우리도 속았어. 이건 당한 주자를 탓해서는 안 되는 거야.] [인정. 주자 잘못은 아니지. 이건 메이저리거라도 당했을 거야.] [그만큼 앞서서도 말했듯이 누구나 할 수 있는 동작은 아니야. 손도 빨라야 하고 연기력도 좋아야 해. 동작이 자연스러워야 하거든.] [메이저리거라고 전부 저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오히려 극소수지. 그러니까 이건 순전히 킴의 개인 센스라는 거야.]완벽히 이해한 캘리포니아를 응원하는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그러니까. 킹이 또 만들었다 이거네?
-인정. 이쯤 되면 2회 위기부터 전부 킹의 설계가 아니었을까 싶다.
-장담한다. 이건 전부 캘리포니아 대표 아시아인에서 나온 작전이 확실하다!
해설들도 동의했다.
[일리 있는 말이야. 아까는 몰랐는데 저 친구의 설계라고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그만큼 너무나도 완벽하고 능숙한 플레이였어.] [난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려. 메이저리거도 하기 힘든 동작을 고등학교 대회에서 본다? 이 또한 축복이지.]해설과는 별개로 경기는 지속됐다.
하지만 후버는 더는 경기를 지속할 상태가 아니었다.
이미 멘탈이 무너진 그들의 타격은 형편없었다.
마운드를 지키는 투수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경기 이길 수 없다는 불안감에 잠식됐다.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상대를 이길 수 없다.
그 틈을 타 FS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5회 말! 10대0! 콜드 게임으로 FS의 승리!]결국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FS가 승리했다.
그것도 혈전이 아닌 일방적인 승리였다.
도널드 감독은 선수들과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하는 도진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허. 혼자서 후버를 무너뜨리다니.’
단 하루뿐이지만 승리의 가능성을 높이고자 정말 다양한 훈련을 했다.
스몰볼을 시작으로 런 앤드 히트 같은 작전들 위주로 대거 연습했다.
하지만 결과를 봐라.
준비한 작전들은 단 한 개도 선보이지 못했다.
5회 말. 10:0 콜드 게임.
트릭을 제안한 것도 도진이며, 그 혼자만의 힘으로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정말이지. 한 치도 걷잡을 수 없구나.’
도진은 뛰어난 선수이며 앞으로 크게 될 것이란 확신이 있긴 했다.
그리고 이 경기를 통해 확실해졌다.
그는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게 될 선수라는 것을.
반드시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걸.
‘아니, 더 나아가 한 획을 그을 만한 잠재력까지 갖추었어.’
전문가인 도널드의 눈에는 확신이 비쳤다.
또 다른 전문가들.
오늘 FS와 후버의 경기장을 찾은 스카우트들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보스턴, 뉴욕, 필라델피아 등.
굵직한 메이저리그 구단의 스카우트들도 당연히 이 경기에도 파견되었다.
‘이거. 스카우팅 리포트를 당장 뜯어고쳐야겠다는걸?’
‘리포트 잘못 작성됐네. 이거 누가 기록한 거지?’
‘역시. 선수는 큰 대회에 나와봐야 그 진가를 완벽히 알 수 있지.’
스카우트들은 처음 이 경기에 배정됐을 때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았다.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는 구단의 스카우트들이 대부분 파견되지만, 이 경기에 배정된 것은 반길만한 소식은 아니었다.
그만큼 이 경기에서 주의 깊게 지켜볼 선수가 없었다.
본인들의 손에 쥐어진 스카우팅 리포트 때문이었다.
페드로나 알렉산더 혹은 니콜라스 같은 선수들은 이미 완벽한 스카우팅 리포트가 작성되어 있었다.
스카우트들은 새로운 선수들을 발견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기에 굳이 그들을 다시 보러 올 필요가 없었다.
물론 굳이 찾아보자면 눈여겨볼 만한 새로운 선수가 없진 않았다.
도진이었다.
도진에 관한 스카우팅 리포트에는 98마일을 던지며, 타석에서도 괜찮은 기록을 내는 선수라고 쓰여있었다.
하지만 그런 문구들은 스카우트들에게 흥미를 끌지 못했다.
도진의 포지션 때문이었다.
그는 투타 겸업을 넘어선 올라운더라는 포지션을 수행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팔방미인이지만, 구단들이 원하는 건 그런 인재보다는 한 포지션만 파더라도, 그 포지션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선수다.
그러니 굳이 도진을 스카웃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리포트 마지막 줄에는 ‘캘리포니아 리그 특성상 거품이 가득 끼어있을 수 있음’이라는 문구도 있었다.
이로 인해 보스턴 레드삭스의 스카우트는 빨간색 볼펜으로 도진의 스카우팅 리포트에 X자를 그렸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X자를 억지로 O자로 바꾸며 도진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저 선수의 가치가 제대로 책정되지 않았어. 제대로 세밀하게 관찰해달라고 구단에 다시 요청해야겠군.’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스카우트도 다르지 않았다.
‘올라운더를 표방하지만 딱히 특징적인 포지션이 없다고? 리포트에 써 있는 건 완전 개소리야. 가장 적게 플레이했던 유격수로 저런 모습을 보일 정도면, 다른 포지션에서는 그야 말로 미친놈일 텐데!’
뉴욕 양키스 스카우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스카우팅 리포트를 아예 찢어버렸다.
‘요즘 놈들 일 대충 하는군. 이번 대회에서 저 선수의 랭킹이 고작 중위권이라고? 탑 텐 안에 들어도 모자랄 판에.’
더욱이 양키스 스카우트는 다른 스카우트들보다 FS에 더 관심을 보였다.
FS의 다음 상대가 바로 자신들의 지역 NY였으니 말이다.
두 팀의 예상 순위는 1등과 꼴찌라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다음 경기가 기대됐다.
‘저 선수 때문이야. 저 선수만큼은 NY 고등학교의 누구와도 밀리지 않아.’
아니. 이것도 저평가다.
저 선수는 NY 고등학교 역대 최고의 재능이라고 불리는 타카시 사토와 견줄만한 인물이었다.
양키스 스카우터는 분명 그럴 것이라고 확신했다.
스카우트가 선수를 평가할 때는 기본기를 본다.
스윙이나, 투구, 혹은 수비나 주루 같은 기본을 본다.
그가 보기에 도진의 기본기는 완벽 그 자체였다.
더 나아가 트릭이라는 변칙적인 도박을 던져 승리의 가능성을 높일 줄 아는 선수였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미래를 지켜봐야만 하는 선수임은 틀림없었다.
‘내일 경기. 재밌겠군.’
양키스 스카우트는 확신에 찬 눈동자로 경기장을 벗어났다.
* * *
경기가 끝난 즉시 대량의 기사가 쏟아져나왔다.
기사 대부분이 FS의 승리를 조명했다.
그만큼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이변이 일어났다.
[캘리포니아를 8강으로 이끈 승리의 주역. 도진 킴!]└야! 그거 해봐 그거!
└그거? 캘리포니아의 랭킹은 16위입니다. 10년간의 긴 암흑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도태되어서 그런 겁니다.
└16위 아닌데요? 이제 최소 8윈데요?
└캘리포니아가 10년간의 암흑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요? 그건 킴이 없어서 그런 건데요?
└King! 사랑해요! 우린 해낼 줄 알았어!
오늘만큼은 캘리포니아인들 에게는 큰 축제였다.
10년간 매번 1라운드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울분을 모두 풀어버리겠다는 듯 FS에 관련된 기사에는 전부 댓글을 남겼다.
하지만 이 기사에서만큼은 상대와 충돌했으니.
[후버를 압도한 FS! 그들의 상대는 뉴욕의 강호 NY!]└랭킹 2위 NY? 해볼 만하다.
└후버를 콜드 게임으로 격파한 FS. NY도 두렵지 않다.
└병신 같은 새끼들. 고작 후버 잡고 기세등등한 거 보소.
└12위 잡고 좋아하는 16위란. 이래서 수준 낮은 놈들이랑은 대화가 안 된다니까?
NY의 랭킹은 무려 2위다.
후버와 동급으로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전력이었다.
아무리 기세등등한 캘리포니아 인들도 꾸준한 성적을 내는 NY의 댓글 부대를 이길 수는 없었다.
딱히 내세울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진도 마이크가 이러한 기사 링크를 시도 때도 없이 핸드폰으로 공유했기에 다양한 기사를 접하고 있었다.
“야! 바로 옆에 있잖아! 그냥 말로 하라고!”
마이크는 도진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기사 링크만 벌써 40개를 넘게 보냈다.
도진은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진동에 결국 눈에 불을 켜고 옆 침대에 누워 있는 마이크를 째려봤다.
“방해된다고!”
마이크는 그런 도진을 음흉하게 쳐다봤다.
“뭐가 방해된다는 거지? 이렇게나 쏟아져 나오는 기사는 관심도 없다는 건가?”
기세등등했던 도진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었다.
마이크를 말발로 이긴다는 건 인생 2회차 때나 가능할 것 같았다.
“아니. 그냥 좀 쉬려는데 자꾸 진동이 오잖아.”
물론 마이크는 도진이 왜 저렇게 반응하는지 알고 있었다.
“무음으로 바꿔놓으면 된다는 걸 모를 리는 없을 테고. 혹시. 미스 차와 사랑을 속삭이는 중이라 방해가 되는 건가?”
도진은 이를 악물었다.
“그른근으닌데?”
“그런 거 아니면 계속 보내줄게.”
“그른그 므즈.”
“뭐라는 거야? 안 들리는데?”
마이크는 도진을 굉장히 잘 다뤘다.
포수에서도 도진을 리드하는 포지션이라서 그런가?
그의 행동이 훤히 보였다.
그리고 언제나 잠자코 당하는 건 도진이었다.
결국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맞아! 그러니까 그만 좀 보내라! 고생했다는 메시지에 아직 답장도 못 했어!”
마이크는 마치 넓은 아량을 베풀어주겠다는 듯 아빠 미소를 띠었다.
“알았다. 잠깐 5분간 휴식을 주도록 하지.”
네가 뭔데?
도진은 눈을 동그랗게 쳐다보고 마이크를 쳐다봤지만, 그는 자신의 시선을 능숙하게 무시했다.
‘에휴. 일단 답장부터 하자. 기다리겠다.’
[하리: 오늘 경기 잘 봤어! 정말 고생 많았어!] [도진: 앗! 고마워! 운이 좋았네!] [하리: 겸손해라~ 나 야구 모르는 거 아니다? 어쨌든 다음 경기도 힘내! 캘리포니아는 정말 한마음 한뜻이거든! 우리 학교도 지금 난리야.] [도진: 산타모니카도 우리 응원해주는 건가?] [하리: 응. FS는 캘리포니아 대표니까 당연하지! 특히나 우리 학교 한국인들이 어찌나 좋아하던지. 한국인 단톡방 있는데 온통 네 기사로 도배하고 있다니까?]도진은 한국인 친구들도 마이크가 자신에게 보인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자 피식 웃었다.
[도진: 부끄럽긴 하네.] [하리: 이런. 너무 오래 붙잡아둬서 미안. 좀 쉬어야 하지? 푹 쉬고 내일 경기도 잘해!]앗! 그건 아닌데.
도진은 대화가 급하게 단절되자 내심 아쉬웠다.
그러나 그때.
바로 옆에서 얼굴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이거! 이거! 사랑을 속삭이는 중?”
도진은 마이크를 벌레 쳐다보듯 쳐다봤다.
“무슨 말인지 모르잖아?”
도진은 하리와 한국말로 대화를 나눴고 마이크는 당연히 한국말을 몰랐다.
“후후. 한글? 모르지. 그런데 난 표정만으로도 대화를 유추할 수 있지.”
“표정? 무슨 개소리야.”
마이크는 도진의 반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 하나를 전송했다.
도진이 핸드폰을 들고 웃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는 사진이었다.
“이래도 발뺌이냐?”
“아니. 이건 진짜 네가 생각하는 그게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지금 당장 학교 SNS에 올려 버린다?”
“아니! 이게 뭐라고 올리냐고!”
“FS의 킴! 사실은 배신자! 산타모니카와 작당 모의 중.”
진짜 미친놈인가?
‘하리를 정식으로 소개해준 건 네놈이잖아?’
혹시…….
나를 놀리기 위해서 소개해준 건 아닐까?
도진은 합리적인 의심이라며 절로 고개가 끄덕였다.
마이크는 그런 도진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일단 빨리 씻어라. 오늘 훈련은 없어도 팀 미팅은 있다.”
“그렇네. 인터뷰도 있다고 했지?”
“어. 그러니 준비해라. 특히나 너 같은 연애 고자는…… 상대에게 답장할 기본이 안 되어 있는 놈은……”
“무슨 개소리야.”
도진은 진심으로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마이크는 도진의 표정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지 새어 나오는 한숨을 제어하지 못했다.
“내가 한글은 몰라도 글자 수가 뭔지는 알거든? 너 이거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딱 여기까지. 나머지는 알아서 깨닫길 바란다.”
도진은 마이크가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이크는 오히려 그가 지금 당장은 모르는 게 낫다는 듯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
내일 경기에 방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연애 고자들이 문제야. 장문은 장문으로 되받아쳐야지. 미스 차가 참 착하다니까? 나였으면 답장 도중 쌍욕 박았다’
물론 야구 바보가 이런 사소한 문제로 내일 대회를 망칠 것 같지는 않았다.
‘에휴. 나나 잘하자. 대회 앞두고 연애 훈수질이나 하려고 하다니.’
마이크는 금세 반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