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59)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59화(59/400)
FS 선수들은 짧은 휴식 후 팀 회의를 위해 모였다.
도널드 감독은 눈동자에 자신감이 서린 선수들을 바라보며 흡족해했다.
‘확실히 첫 경기 승리가 가진 의미가 크군.’
후버와의 경기에서 콜드 게임으로 크게 이겼다.
그 덕에 캘리포니아는 FS를 영웅처럼 추앙하며 응원했다.
그런 응원이 선수들에게는 사기로 돌아온 것이었다.
“다들 오늘 경기 고생 많았다. 하지만 승리를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적다는 건 유감이다.”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은 4강까지 3일 내내 경기를 치른다.
결승에 진출한 팀은 3일의 휴식이 주어지지만, FS는 그 단계를 생각할 때는 아니었다.
“일단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우리 쪽 선발 투수는 자키엘이다.”
자키엘은 FS의 2선발이다.
페드로는 오늘 당장 선발로 나섰기에 그를 또다시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릴 수는 없었다.
승리보다는 선수 생명이 중요시되는 미국이었으니까.
어떠한 반박도 들려오지 않자 도널드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NY의 투수는 타카시 사토겠지.”
NY의 1선발 타카시 사토는 16강에서 등판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들은 예상 랭킹 8위의 PH를 10대0 콜드게임으로 이겼다.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거다. 더욱이 영웅이 역적이 되는 건 한순간이다.”
10년 동안 8강에 진출하지 못한 캘리포니아였다.
하지만 FS는 캘리포니아를 8강으로 이끌었다.
기대에 없던 팀이 기록을 써내버리자 희망이며 영웅이 되었다.
그러므로 팬들은 FS의 분전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일 맞붙는 팀은 보통 잘하는 팀이 아니다.
미국 내 1, 2위를 다투는 최강의 팀이었다.
“후버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 미디어나 전문가들은 우리가 승리할 확률은 0%라고 한다. 그만큼 힘든 경기가 될 거다.”
현실과 부딪힌 선수들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감독이 자신들을 깎아내리려고 하는 말이 아님을 알았다.
미국 고등학교 야구 선수라면 NY가 갖는 명성이 의미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도널드 감독이나 FS 선수들은 1차전과는 다르게 겁을 지레 먹지 않았다.
일단 첫 경기에서의 승리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다.
이긴다고 확신할 수는 없을지언정 충분히 해봄 직하다고 생각했다.
“다들 나와 같은 생각으로 보이는군. 그래. 절대 쉽게 물러설 생각은 없다.”
팬들 역시 결과가 뻔한 상황에서 승리를 기대할까?
아니.
그저 무기력하게 패배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감독도 선수들도 이를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도널드 감독은 더는 서론을 길게 늘어놓을 필요가 없었다.
“내일 우린 총력전을 펼칠 것이다. 마지막 경기라 생각하고 경기에 임하길 바란다.”
상대에 관한 분석?
트릭? 스몰볼?
NY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선수들 개개인이 초월적인 힘을 발휘하는 수밖에 없었다.
* * *
팀 회의가 끝난 직후 선수들은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은 이후에는 인터뷰가 기다렸다.
“킴. 너는 특별 인터뷰가 준비되어 있다.”
도진은 도널드 감독의 전언에 먹던 소시지가 목에 턱 막힐뻔했다.
‘특별 인터뷰는 또 뭐람?’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인터뷰 자체를 안 하는 게 멘탈 캐어를 위한 최고의 방법 아닌가?’
그런데 더 나아가 특별 인터뷰라고?
그래.
팬서비스를 위해 해야 하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근데 왜 나만 특별 인터뷰냐고.’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네 전담 기자분께서 인터뷰를 도와주실 테니까.”
“캐서린 기자님이요?”
“그래.”
도진은 피식 웃었다.
전담 기자라는 말에 자신의 입에서 캐서린의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게 웃겼다.
‘그래도 다행이네.’
도진은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캐서린 기자라면 특별 인터뷰라도 충분히 해봄 직했다.
식사 후 인터뷰실로 이동 중 캐서린 기자와 만났다.
“킴! 승리 축하드려요!”
캐서린 기자는 오늘만큼은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그녀는 흰색 와이셔츠에 정장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굉장히 어른스러워 보였다.
‘어른이 맞긴 하지만.’
특히나 뿔테 안경 때문인지 성공한 커리어 우먼 느낌이 물씬 들었다.
평소에는 캐주얼한 복장의 대학생 느낌이 이었으니 더욱 대조됐다.
도진은 먼저 답례부터 하겠다며 고개를 꾸벅했다.
“감사합니다. 운이 좋았네요.”
“운이라! 킴이 운이라면 운이겠죠. 그건 그렇고 오늘 인터뷰 들으셨죠?”
“특별 인터뷰라고……”
“네. 맞아요. 뉴욕주의 유명 기자 한 분도 올 거예요.”
“그럼 두 분이 저를 인터뷰하는 건가요?”
도진의 질문에 캐서린은 애매하게 대답했다.
“알고 보니 한국에서 오늘 경기를 접한다면 상당히 흥미로워할 거라던데요? 물론 오늘 인터뷰 내용이나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경기가 한국까지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마도 한국은 모를 겁니다.”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대회는 미국에서만 진행되는 대회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이런 대회가 있다는 것을 알까?
한국에 있는 전문가들도 잘 모를 것이다.
‘알아봤자 별로 의미가 없거든.’
일본이나 한국에서 미국의 유망주를 영입하려고 드는 경우가 있나?
‘영입 못 하지. 미국 유망주들이 야구 본고장을 떠날 이유도 없고.’
물론 미국의 전문가들이나 스카우트들은 다르다.
미국은 한국의 대통령배나 청룡기 같은 굵직한 대회나 일본의 고시엔에도 큰 관심을 둔다.
‘잘만하면 괜찮은 선수를 수급할 수 있으니까. 하리의 오빠 차성현이 그런 케이스고.’
차성현은 고등학교 대회에서 훌륭한 활약을 펼쳐 미국으로 직행했던 케이스였다.
그런데 대화의 흐름이 왜 이렇게 흘러갔지?’
도진은 앞서 캐서린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한국에서도 흥미로워할 거라고?’
NY와의 경기인데 한국이 흥미로워할 거라니.
그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설마……’
도진은 인터뷰실로 들어가는 순간 자신의 예상이 한 치도 빗나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곳엔 뉴욕주의 기자와 NY의 선수.
타카시 사토가 먼저 인터뷰실에 도착해 있었다.
훤칠한 이목구비에 키가 190cm쯤 되어 보였으며, 피지컬도 상당히 좋았다.
누가 봐도 굉장히 야구를 잘하게 생긴 외형이었다.
도진은 순간 미간이 꿈틀댔다.
‘아…… 기자님. 이건 아니죠.’
타카시 사토는 일본인이며 자신은 한국인이다.
무엇을 뜻하겠는가?
한일전이라면 한국인과 일본인도 관심을 가질 맞대결이었다.
하지만 이건 한일전이 아니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의 대결이잖아!’
하아.
도진의 입 틈에서 한숨이 뿜어져 나왔다.
허탈한 표정으로 캐서린을 힐끗 쳐다봤다.
그녀는 헤실헤실 웃고 있었지만, 왠지 모를 미안함이 얼굴에 쓰여 있었다.
‘천사 같은 캐서린 기자님도 결국 기레…… 아니 기자였지.’
* * *
이 자리를 만든 캐서린에게도 사정이 있었다.
이 제안은 뉴욕주 기자가 요청한 것이었다.
그녀는 왠지 도진을 이용하는 것 같아 처음에는 합동 인터뷰를 거절했다.
“킴에 관한 기사만 따로 보도해도 특종이라 아쉬울 건 없는데요?”
-캘리포니아 소속 선수에 대한 믿음이 없나 보군요. 하긴. 격차가 상당하잖아요? 타카시 사토와 킴의 실력 차이는 초등학생도 알 정도죠.
하지만 캐서린은 결국 뉴욕주 기자의 매우 유치한 도발에 넘어갔다.
도진에 대한 믿음이 그 누구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뭐요? 자신이 없다고요? 자신이 없어요? 누가? 킴이? 타카시 사토보다 못한다고요?”
절대 그럴 리 없다.
솔직히 캘리포니아에서 난다 긴다 하는 페드로, 알렉산더, 데이브 카일리 등등.
이런 선수들과 타카시 사토를 비교했다면 한발 물러섰을 것이다.
그만큼 타카시 사토는 1라운드. 더 나아가 상위권 픽은 확정적으로 먹고 들어가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아직 3학년이었음에도 말이다.
그는 전미 탑텐? 아니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최고의 유망주였다.
‘하지만 우리 킴도 1라운드 상위권 픽이 될 거거든?’
물론 아직 타카시 사토의 퍼포먼스에 비해 도진이 보여준 건 없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도진은 미국에서만큼은 뒤늦게 야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에 대한 믿음 때문에 이렇게 홀라당 넘어갔던 것이었다.
결국 현실로 돌아온 캐서린은 자신의 선택이 후회했다.
‘킴에 대한 단독보도 보다는 특종이 될만하긴 하는데.’
특종?
‘이렇게 마음이 불편한 걸 보니 취소했어야 했어.’
도진은 마음이 싱숭생숭한 캐서린의 어깨를 검지로 톡톡 찔렀다.
“기자님. 저는 괜찮아요. 진행하죠.”
도진은 조금이나마 캐서린의 마음을 이해했다.
왜 이런 자리가 만들어졌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녀가 자신을 이용하려고 만든 자리가 아니라며 확신했다.
‘기자님이 당황한 건 처음 보네.’
캐서린은 결국 미안하다는 말을 두 번 읊조리며 도진에게는 타카시 사토의 옆을.
그리고 자신은 뉴욕주 기자의 옆에 앉았다.
뉴욕주 기자는 드디어 시작이라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일단 두 선수 먼저 악수를 해 주시겠어요?”
도진은 옆을 힐끗 쳐다봤다.
타카시 사토 역시 자신을 힐끗 쳐다봤다.
둘은 너나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어 맞잡았다.
회의실 안에는 셔터 소리가 10초간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찍은 사진을 확인한 기자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일단 앉으시길 바랍니다. 바로 질문을 해보도록 할게요. 그럼 첫 번째 질문입니다. 두 분 모두에게 해당하는 질문이니 편하게 대답해주시면 됩니다. 내일 경기. 어떻게 보십니까?”
타카시 사토가 먼저 대답했다.
“최선을 다해 이길 생각입니다.”
도진은 심히 놀랐다.
대답 자체는 일본인답게 겸손이 바탕이 되었지만, 대답하는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자신감이 상당하네.’
더욱이 그의 대답은 미국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일반적인 대답이었다.
그간 트래쉬토크를 밥 먹듯이 내뱉는 미국인들만 봐와서 그런가?
선뜻 적응되지는 않았지만, 도진도 의젓하게 대답했다.
“쉽게 물러설 생각은 없습니다.”
동방예의지국 출신인 두 아시아인 선수다운 대답.
하지만 뉴욕주 기자는 이런 훈훈한 모습을 원치 않았다.
미국에서는 흔치 않은 투타 겸업 선수들의 맞대결이다.
더욱이 두 선수 모두 훌륭한 기량을 보유했다.
전미가 이 둘을 주목한다.
그리고 그는 이 인터뷰를 통해 타카시 사토가 훨씬 더 주목받았으면 했다.
‘Winner takes all.’
서로 입을 터는 악당이라도 승리하는 쪽은 영웅이 되는 곳이 바로 이 미국 사회였다.
그리고 승리하는 건 NY이며 타카시 사토일 것이다.
전 재산을 걸게 되더라도 NY에 걸 수 있을 만큼 승패는 뚜렷하다.
그러므로 이 자리를 만든 것이며 이렇게 싱겁게 흘러가길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은 앙숙이라는 말이 있던데요. 두 선수는 그렇지 않나 보군요. 이 인터뷰가 모국에 전달돼도 사람들이 기뻐할까요? 자신감이 너무 없는 거 아닌가요?”
뉴욕주 기자는 오늘의 인터뷰가 한국과 일본에도 대서특필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물론 뒤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내뱉은 공갈이었다.
자신이 쓴 기사가 한국과 미국에 전달된다?
그럴 일은 없었다.
그저 투쟁심을 유발하기 위한 미끼였다.
도진은 기자의 뜻을 꿰뚫어 보았다.
‘하. 역시 기레기는.’
놈은 생전 처음 만난 두 선수의 사이를 극명하게 갈라놓으려는 심보였다.
자신은 그걸 알았지만, 과연 옆에 있는 이 일본인도 저 의미를 알까?
하지만 이번에도 타카시 사토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물론 옆에 있는 선수와 투수와 타자로서 맞붙게 된다면 일한전이 될 수는 있겠죠.”
타카시 사토는 눈을 번뜩였다.
“하지만 NY와 FS를 무작정 한일전으로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함께 피땀 흘린 동료들이 들러리 취급받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들은 모두 훌륭한 동료이자 미래의 메이저리거들입니다.”
도진은 타카시 사토의 대답에 속으로 피식 웃었다.
정말로 한 치도 엇나가지 않은 일본인다운 대답이었다.
더 나아가 이런 선수는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어디였더라?
‘오타니 쇼헤이 선수와 비슷하다.’
오타니 쇼헤이는 겸손, 실력. 무엇하나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워 야구에 귀감이 될만한 선수였다.
‘하긴. 야구 선수가 꿈인 일본인이라면 누구라도 오타니 쇼헤이를 꿈꿀 수밖에 없지.’
도진은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죽했으면 한국에서도 오타니 선수는 까는 게 아니라는 말이 떠돌 만큼 대단한 선수였으니까.
타카시 사토는 지금 자신의 포부를 내비치겠다며 도진에게 눈빛으로 양해를 구한 뒤 재차 입을 열었다.
“저는 일본의 우상. 메이저리그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오타니 쇼헤이 선수의 뒤를 잇고 싶습니다.”
타카시 사토가 내뱉으려는 말의 의미는 이랬다.
자신은 목적은 명확했기에 시답지 않은 대결 놀이에 끼고 싶은 생각은 없다.
결국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 뉴욕주의 기자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그를 돋보이게 하고자 내뱉은 질문들이지만 막상 선수가 원치 않았다.
도진 역시 타카시 사토를 인정했다.
‘처음 봤지만 멋진 놈이네.’
캐서린 기자는 생각보다 인터뷰가 잘 끝났다며 안도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선수의 포부도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니겠나?
“타카시 사토 선수가 멋진 포부를 남겨주셨는데요. 캘리포니아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킴의 목표도 듣고 싶어 할 것 같습니다.”
“제 목표요?”
도진에게는 어려운 질문이 아니었다.
타카시 사토와는 다르지만, 자신만의 멋진 포부가 있었다.
그리고 이곳은 미국이다.
그새 미국물을 좀 먹어서 그런 걸까?
도진의 입에선 미국인이 할법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훗날 미래에. 유망주들에게 메이저리그 역사상 어떤 선수가 최고였느냐 묻는다면 그들의 대답 중 제 이름이 포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도진의 말뜻은 이랬다.
훌륭한 업적을 남긴 누군가의 뒤를 따르는 건 좋아.
그런데 한 번 사는 인생에서 그걸로 만족할 수 있겠어?
꿈은 크게 가져도 괜찮잖아?
난 내가 최고가 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