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63)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63화(63/400)
[2035 NHSI의 우승자는! 뷰포드입니다!] [결승에서 뷰포드가 NY를 4:1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립니다!]티비를 지켜보던 갈색 피부의 남성 둘은 결과가 나온 즉시 전원을 껐다.
“페르난도. 정말 캘리포니아로 가려고?”
페르난도라고 불린 레게머리의 남성은 거침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디에고는 싫어? 재밌을 것 같지 않아?”
그와 똑 닮았지만 아프로펌 머리인 디에고는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뷰포드와 NY의 제안을 거절하고 갈만한 가치가 있는지 묻는 거지. 물론 난 상관없지만.”
“이번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경기들이 보편적으로 수준이 높았지. 하지만 심장이 뛸만한 경기는 단 하나밖에 없었어.”
디에고도 동의했다.
“8강 오늘의 매치를 말하는 거지? 확실히 그만한 경기는 없었지. 그 때문인가? 4강 결승도 별로 재미없었어.”
“그렇지? 물론 아빠와도 상의해보자고. 허락하시겠지만.”
“캘리포니아 어디로 가게?”
“몸소 겪어보고 결정하자고.”
* * *
4월을 눈앞에 둔 도진은 학생 신분으로 돌아갔다.
마이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오전 조회 시간에 도진의 옆 책상에 책가방을 올려놨다.
“인기남! 뭐하냐?”
도진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어딜 가도 FS 학생 전원의 인사를 받아줘야 하는 수준이 됐다.
하지만 도진은 마이크가 자신을 놀린다는 것을 알았기에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뭐하긴. 그냥 있잖아?”
“남아있는 대회는 안 나갈 거지?”
“안 나가. 감독님도 굳이 나갈 필요 없다고 하셨잖아.”
미국에는 야구 대회가 여럿 있다.
그리고 4월 이후의 대회는 그리 수준 높은 대회는 아니었다.
학교는 그런 대회에 2군 선수들이나 1군에서 제대로 뛰지 못한 후보 선수들을 출전시킨다.
내년을 위한 초석이었다.
마이크는 자신의 팔을 주무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넌 정말 지긋지긋하다.”
“뭐가.”
“아니.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끝났는데도 꾸준히 연습에 참여하잖아? 대부분 쉬엄쉬엄하는데 말이야.”
“쉬엄쉬엄해서 되겠냐?”
“알지. 그래서 너 때문에 나도 쌩 고생이고.”
마이크는 어제 온몸이 쑤실 정도로 웨이트 트레이닝에 힘을 썼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FS 선수들은 도진의 행동을 본받았다.
대회가 끝났고 시즌도 끝나기 직전이다.
하지만 내년에 더 좋은 결과를 내겠다며 그 누구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마이크는 자신이 꺼냈지만, 아침부터 야구 얘기를 하는 것이 달갑지는 않았다.
대화의 주제를 돌리고자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도진을 쳐다봤다.
“미스 차와의 진전은?”
“뭐. 그냥저냥.”
“그냥저냥? 그냥저냥? 쏘쏘라는 게 말이 돼? 너 어디 문제 있어?”
도진은 도발을 가볍게 무시하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이 끝난 직후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진 하리와의 문자를 확인했다.
[차하리: 고생 많았어! 정말 멋진 경기였어! 우리 학교도 FS가 NY를 잡을 뻔했다며 정말 아쉬워했어!] [나: 고마워. 결과에 보답하지 못해 부끄럽네.] [차하리: 결과에 보답한 거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낸 건데. 그래도 너라면 아쉬워할 수도 있겠지.] [나: 아쉽지는 않은 것 같아. 그냥 내가 부족해서 진 거지 뭐.] [차하리: 부족하다는 말에 인정하지는 못하겠지만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나: 잘자!] [차하리: 너두!] [나: 일어났어?] [차하리: 응. 오늘 너무 피곤해. 이제 슬슬 학년도 막바지라 그런가? 과제가 많네.]요즘에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락을 주고받았다.
진전이면 진전이겠지.
‘그래도 연애할 때는 아니니까.’
특히나 미국은 3학년 막바지부터 정말 바빠진다.
한국도 고3을 앞둔 시점부터 비슷하지 않던가?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나 스포츠로 미래를 바라보는 학생들은 내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졸업하면 더는 학생 신분이 아니게 되지.’
대학을 가거나 드래프트를 참여해야 한다.
도진은 드래프트 참여가 꿈이다.
자신이 경쟁력 있다는 사실을 전 구단에 알려야 할 때였다.
그래서 당장 연애는 힘들다.
물론 평생 모솔로 살아갈 거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저을 것이다.
더욱이 도진은 하리의 착한 심성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도진은 NY와의 시합이 끝난 직후 그녀와 통화를 나누고 확신할 수 있었다.
‘울먹이면서 괜찮냐고 100번은 연달아 말했었지.’
반대로 자신이 괜찮냐고 물어봐야 하는 수준으로 눈물 콧물 전부 빼고 있었으니까.
‘반대로 내가 달래주느라 고생 좀 했지.’
한창 연애하고 싶은 만 17세다.
이성은 대학 가면 만날 수 있다는 한국 부모님들의 말씀처럼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진전이 조금은 있을 수도 있겠지!
‘그거 다 거짓말이라고 했던 것 같기도?’
도진은 그래서는 안 된다며 문자라도 남기고자 메시지 내용을 다시 훑으면서 반성부터 했다.
‘또 내가 마지막으로 읽씹했네.’
뭐라고 답장해줘야 잘 답장했다고 소문이 날까?
[나: (하트)]마이크는 고작 답장 갖고 고민하는 도진의 핸드폰을 뺏어서 이모티콘을 보냈다.
* * *
“미친 새끼가!”
도진은 오늘 학교가 끝날 때까지 마이크의 면전에다 쌍욕을 퍼부었다.
“이게 맞아!”
“맞긴 뭘 맞아. 나한테 처맞고 싶은 건가?”
느닷없이 하트를 받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 양키 놈은 모르는 걸까?
물론 도진은 알지 못했다.
모솔은 감조차 잡을 수 없는 어려운 난도의 문제였다.
무엇보다 아직 하리에게서는 답장이 오지 않고 있었다.
처음으로 그녀에게 읽씹을 제대로 당하고 있었다.
마이크는 도진의 분노에도 개의치 않았다.
“미스 차. 하트 받고 좋아서 뭐라고 답장할지 고민하는 중.”
“주둥이 좀 닥쳐라.”
도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말이라면 못하면 모를까.
깐족깐족.
덩치만 작았어도 죽탱이를 갈겼을 텐데.
티격태격하다 보니 도진과 마이크는 어느덧 실내 연습장에 도착했다.
그러자 도진은 앞서 분노로 가득 찼던 감정들이 전부 사그라들었다.
‘오늘도 몸 좀 제대로 풀어볼까?’
야구라면 사족을 못 쓰는 도진을 옆에서 바라보던 마이크는 진심으로 걱정했다.
‘아. 미래가 보인다. 평생 독거노인으로 사는 미래가.’
도진은 마이크의 눈빛을 외면했다.
하지만 실내 연습장에 입장 후 재차 미간을 구겼다.
선수들이 하라는 운동은 안 하고 한 곳에 뭉쳐 있었기 때문이다.
‘노닥거리는 것 같은데? 아직 정신 들을 못 차렸네!’
도진은 패배 직후 승부욕이 더욱 타올랐다.
다음에는 꼭 이기고자 하는 마음가짐 때문에 하루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았다.
물론 모두가 자신과 같은 마음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연습할 때는 집중 해야지! 거 2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도진은 한마디 해야겠다며 선수들이 뭉쳐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마이크는 도진의 빨라진 걸음걸이에 위기를 느꼈다.
‘큰일 났네. 큰일 났어.’
도진은 화를 잘 내지 않는 성격이다.
하지만 NY의 경기에서 그가 다른 선수들에게 정신 똑바로 안 차리냐고 고함을 내지른 기억이 떠올랐다.
‘상당히 무서웠지.’
그렇기에 그 모습을 한 번 더 보나 싶었지만, 이게 웬걸?
도진은 그곳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을 발견했다.
바로 현역 메이저리거 조엘 오스틴이었다.
“오? 왔나?”
조엘은 도진을 발견하더니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도진 역시 손을 흔들었지만, 의문을 품었다.
‘곧 개막전을 앞둔 메이저리거가 왜 여기에?’
조엘은 선수들에게 이만 연습하러 가보라며 손을 휘휘 젓고 도진을 따로 불렀다.
“가자고.”
“어딜요?”
조엘은 도진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어디긴. 저기 사무실로.”
도진은 결국 조엘에게 이끌려 함께 사무실에 입장했다.
도널드 감독은 둘을 환영했다.
“와서 앉지. 그럼 즐거운 대화 나누도록.”
도진은 도널드 감독을 또렷이 쳐다봤다.
감독님은 어디 가세요?
단둘만 남기고 가시면 반칙이죠!
하지만 도널드 감독은 도진의 애절한 눈빛을 외면했다.
“훈련은 진행해야 하지 않겠나?”
도널드 감독은 그 말만을 남기고 잽싸게 사무실을 벗어났다.
결국 사무실에는 도진과 조엘 둘만 남게 됐다.
‘어후 어색해.’
도진은 막상 둘이 되자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아무리 학교 선배지만 접점이 없었으니까.
더욱이 상대는 메이저리거가 아니던가?
처음 그를 봤을 때보다 지금 그가 훨씬 대단해 보였다.
미국에서 직접 경기를 뛰어봤으니까.
미국 유망주들의 실력도 대단한데 다저스의 선발 투수는 도대체 얼마나 대단할까?
도저히 감도 잡히지 않았다.
조엘은 도진의 눈빛을 읽었다.
“칭찬은 거기까지.”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그런 눈으로 쳐다보던데?”
“어떻게 아세요?”
“대부분이 날 그렇게 쳐다보니까.”
도진은 절로 손뼉을 쳤다.
오. 자신감이 대단합니다. 라고 할 뻔했다.
그러나 그의 실력은 허세가 아니었다.
다저스 1선발이면 지구에서 제일 잘하는 투수 중 한 명이었으니까.
조엘은 도진의 어깨를 톡톡 도닥였다.
“경기는 잘 봤다.”
“보셨어요?”
“어. 물론 풀 경기를 보진 않았지. 하이라이트 위주로 봤다.”
하이라이트.
유튭에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이라고 치면 압축된 영상이 많았지만 도진은 보지 못했다.
아니. 보지 않았다.
괜히 아쉬움만 남을 것 같아서 그랬다.
“보지 않았어?”
“네.”
“미련 때문에?”
“아마도요?”
조엘은 피식 웃었다.
도진은 반년 사이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기 때문이다.
‘씩씩해져서 보기 좋군.’
조엘은 처음 도진을 봤을 때를 떠올렸다.
우물쭈물하며 사람을 어려워하는 모습이 기억 속에 생생히 존재했다.
물론 자신이 메이저리거라서 그런 것도 있을 테며, 그가 아시아인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이 낯선 땅에서도 잘 적응하는 모습에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뭐. 하이라이트는 나 말고도 다른 선수들도 전부 보니까.”
“메이저리거들이요?”
“메이저리거들뿐일까? 마이너리거 그리고 관계자들까지 다 보지.”
도진은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진출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구단과 계약을 맺는다.
물론 야구를 포기하는 학생들도 많지만, 어쨌거나 야구를 끝까지 하고자 하는 선수들의 종점은 결국 메이저리그였다.
그렇기에 차후에 동료 혹은 적.
더 나아가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 유망주들을 관심 깊게 볼 수밖에 없었다.
“하여튼 축하한다. 캘리포니아의 영웅이 된 건 알고 있지?”
“영웅은 아니죠.”
도진은 자신의 인기가 많아졌다는 건 실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경기가 끝난 직후 헤아릴 수 없는 DM 폭탄이 배달됐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이후로는 SNS를 일절 들어가지 않았다.
‘DM 숫자가 줄질 않아.’
더군다나 기숙사에서 먹고 자고 학교생활과 야구만 하는데 바깥세상에서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알 수가 없었다.
조엘은 아쉬워했다.
“하. 인기는 누리라고 있는 건데.”
“저는 꿈부터 이루겠습니다.”
조엘은 예상한 답변이 들려오자 피식 웃었다.
“좋은 마음가짐이네. 그래서 말인데. 오늘은 네 꿈의 발전을 위해 방문한 거야.”
그러고는 자켓의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도진에게 내밀었다.
“이, 이게 뭐예요?”
도진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뭘 넘겨주려는 지 일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용돈 주시는 건가요?”
조엘은 궁금하면 직접 열어보라며 턱짓했다.
도진은 서둘러 봉투를 열어 물건을 꺼냈다.
2개의 티켓이 있었다.
“다저스 홈 개막전 VIP 티켓이다. 물론 네가 차후에 다저스로 올 확률을 희박하지만, 후배를 위한 선물이라고나 할까? 내가 등판하는 경기고 개당 1,500달러짜리다.”
날짜를 보니 주말이었다.
조엘은 도진의 어깨를 톡톡 건드리며 이만 가보겠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사무실 문을 나가기 전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 티켓으로 네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이 정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