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65)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65화(65/400)
조엘 오스틴.
다저스의 1선발.
그가 마운드에 올랐다.
1선발은 곧 구단의 얼굴이자 에이스였다.
더욱이 그는 23살에 메이저리그에 데뷔 후 3년 동안 훌륭한 성적을 냈다.
이제 26살이 되었을 뿐이지만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에게만 주어지는 사이영상을 벌써 수상했다.
더욱이 미국 1선발이라고 불리는 그였다.
마운드에 선 조엘은 포수 뒤편에 앉아 있는 도진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입꼬리사 치솟았다.
‘왔구나.’
하지만 그는 금세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내 투구로 깨닫는 바가 있었으면 좋겠군.’
도진은 단 한 번도 같이 뛰어본 적 없는 후배다.
그런데도 조엘은 그가 마음에 들었다.
왜일까.
솔직히 이유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나도 천재를 좋아하나 보다.’
단순히 그렇게 생각했다.
굳이 도진의 장점을 나열하자면, 인품이나 성격 야구를 대하는 태도 등등.
여럿 나열할 수는 있겠지만, 솔직한 말로 그냥 도진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가 오늘 이 경기에서 깨닫는 바가 있었으면 했다.
“플레이 볼!”
애리조나의 1번 타자는 좌타자.
조엘은 우완투수였다.
포수는 패스트볼 사인을 내며 타자의 몸쪽에 붙어 앉았다.
조엘은 곧장 와인드업했다.
공은 조엘의 손을 떠났다.
투구는 마치 타자를 맞추겠다며 날아갔다.
타자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공에 엉덩이를 뒤로 크게 뺐다.
하지만 이 역회전이 잔뜩 걸린 투구는 스트라이크 존으로 급히 방향을 꺾더니 미트 안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퍼억.
“스트라이크!”
야구에서는 이 공을 투심이라고 불렀다.
한국에서는 뱀직구라고 불리기도 했다.
도진의 패스트볼은 일직선으로 뻗지만, 조엘의 패스트볼은 마치 춤을 추듯 끝에 가서 역으로 크게 휘었다.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아웃!”
타자 역시 메이저리거.
하지만 그의 배트는 애꿎은 허공만을 가를 뿐이었다.
* * *
조엘 오스틴은 다저스와 애리조나의 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 3피안타로 8삼진으로 승리투수가 되었다.
1회부터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지만, 도진은 놀라기보다는 분석에 더욱 중점을 뒀다.
‘정말 종횡무진이네.’
조엘은 종과 횡적인 구종을 다양하게 사용했다.
그리고 타자들은 그의 공을 어려워했다.
‘나랑은 스타일 자체가 완전히 달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달랐다.
비슷한 면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
투구 메커니즘부터 팔 각도, 사용하는 구종.
뭣하나 닮은 점이 없었다.
경기가 끝나자 앞서 안내를 도맡았던 남성이 도진에게 다가왔다.
“가실까요?”
“넵. 집으로 가는 거죠?”
남성은 피식 웃었다.
“아닙니다. 라커룸으로 갑니다.”
“네?”
“조엘은 당신을 다저스 라커룸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진의 동공이 팽창했다.
다저스 라커룸이라니.
메이저리거들이 몰려 있는 곳이 아니던가?
“그, 그래도 되나요?”
“문제 될 건 없습니다. 선수들의 가족들도 자주 방문하곤 합니다.”
“그래도 저는 가족이 아닌데요?”
“그렇죠. 그래도 킴이잖아요?”
도진은 그게 무슨 뜻이냐며 고개를 갸웃했다.
남성은 오히려 본인이 더 놀랐지만 금세 미소를 띠었다.
“캘리포니아의 위상을 드높인 당신을 다저스에서 초청했다고 보는 게 편하겠네요. 물론 정확히는 조엘의 초청이지만요.”
도진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남성은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며 곧장 앞장섰다.
하리도 도진의 등을 살포시 떠밀었다.
어느덧 라커룸 앞에 도착했다.
남성은 노크 후 다저스 라커룸 안으로 고개를 빼꼼 들이밀었다.
“조엘! 손님 모셔 왔습니다!”
30초 정도 후 조엘은 라커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도진에게 라커룸에 들어가자고 손짓했지만 금세 하리를 발견하며 정정했다.
“들어가 볼래? 아 여성분이 있으셨네? 여성분은 출입 금진데. 다들 헐벗고 있거든.”
“앗 괜찮습니다. 나중에 기회 되면 방문해보죠.”
하리는 기다리고 있을 테니 들어가 보라고 했지만, 조엘은 고개를 저었다.
손님 한 명을 덩그러니 내버려 두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조엘은 도진의 팔뚝을 팔꿈치로 툭 쳤다.
“어차피 FS 라커룸과 크게 다르지 않아. 시설과 사람만 조금 다를 뿐이지. 굳이 들어갈 필요 없잖아? 안 그래?”
도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그렇죠. 뭐 라커룸이 다 비슷한 거 아니겠어요?”
조엘은 하리가 미안해하지 않도록 서둘러 관계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Grande nonfat caramel macchiato with extra caramel drizzle 하나만 갖다줘.”
지령을 받은 관계자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금세 자리를 벗어났다.
도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저게 도대체 뭘까?
카라멜 마끼아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어쨌거나 이름 한번 살벌하네.
조엘은 도진과 하리를 라커룸 근처의 빈 사무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편히 앉아.”
도진은 하리와 함께 소파에 앉았다.
조엘도 둘의 맞은편에 앉았다.
때마침 주문한 음료가 도착했다.
관계자는 자연스레 하리의 앞에 음료를 놓았다.
도진은 조엘에게 제 것은요? 표정을 지었다.
물론 도진은 운동 선수이며 단 음식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괜스레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본 것이었다.
“넌 스포츠음료나 마셔라. 라커룸에 많은데 갖다줄까?”
“사양하겠습니다.”
“혹시 여자 친구분 것만 가져다줘서 삐지거나 한 건 아니지?”
하리는 도진의 표정을 살피더니 음료를 도진에게 살짝 밀었다.
도진은 재빠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 단 거 안 좋아해! 편하게 마셔도 돼!”
조엘은 둘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재밌는 광경이라고 낄낄 웃었다.
“마운드 위에선 누구보다 굳건하면서 지금은 또 고등학생다운 모습이군.”
“그만 놀려요. 안 그래도 학교에서 매일 놀림 받아요.”
“알았어. 알았어. 본론이나 얘기하자. 오늘 내가 널 왜 초청했는지 알겠어?”
도진은 손가락으로 이마를 문지른 후 살포시 눈에 힘을 주었다.
“이게 이유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변해야 한다? 어디 제대로 한번 들어볼까?”
도진은 중대 발표라도 하겠다며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투구 폼 자체를 뜯어고쳐야 할 것 같습니다.”
조엘의 한쪽 입꼬리가 치솟았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저는 지금까지 올드스쿨 메커니즘을 유지했죠. 하지만 현대 야구에 적합한 것 같지 않아요.”
도진이 말하는 메커니즘을 뜯어고친다는 건 폼을 뜯어고친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이유는?”
“옛것에 대한 장점이 또렷하지 않습니다.”
정통파 우완투수의 단점.
다룰 수 있는 구종이 제한적이라는 점이었다.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는 강하지만, 횡으로 휘어 나가는 변화구에는 무척이나 약하다.
“잘 알고 있네? 그것도 바로 알아차리다니. 역시 야구 천재는 다르네?”
“사실 옆에 있는 친구가 힌트를 줬어요.”
조엘의 눈이 번뜩였다.
그는 호기심 있는 눈빛으로 하리를 쳐다봤다.
하리는 음료를 마시다 말고 고개를 살포시 저었지만, 도진은 굽히지 않았다.
“정말이에요.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한 것 아닐까? 라고 힌트를 줬거든요.”
“오! 대단한데? 넌 몰랐고?”
“전 몰랐죠.”
“예식장은 알아봤어?”
“네에?”
도진의 눈이 희번덕였다.
미국인들은 왜 다 놀리지 못해서 안달이 나 있냐?
‘그냥 성인 마이크 아닌가? 마이크도 나중에 저렇게 되는 건가?’
하리도 카라멜 마끼아또가 목에 걸렸다.
이곳은 미국이며 대개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부류가 많다.
그래도 지금까지 미국에서 이런 대우는 처음 받아봤기에 적잖이 놀랐다.
더욱이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심장도 사정없이 쿵쿵대며 울렸다.
혹시나 자신의 감정이 도진에게 들통날까 하는 생각이었다.
더욱이 조엘에게 어젯밤에 했던 자신의 망상이 들통난 줄만 알았다.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참여한 도진을 끝까지 지켜봤던 하리의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이 커지고 있었으니까.
물론 조엘은 둘의 반응이 너무나도 재밌었다.
풋풋한 느낌은 저 나이 때가 아니면 쉽게 접하기는 힘들었다.
“저런 여자는 놓치는 거 아니다?”
“저 아직 고등학교 졸업도 못 했는데요?”
조엘은 도진의 반응이 재밌다며 끅끅 웃었다.
하지만 금세 표정을 굳혔다.
“어쨌거나. 맞았어. 난 네게 메커니즘을 변경하면 좋겠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초대한 거였거든.”
물론 강제로 바꾸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도진이 직접 깨닫고 선택하길 원했다.
그리고 도진은 그렇게 하겠다며 결단을 내렸다.
조엘은 긴 얘기를 하겠다며 목을 좌우로 한 번 풀었다.
“일단 그 전에. 투수의 투구에 대한 역사를 좀 알려줄게. 혹시 피칭 중 가장 중요한 요소가 넌 뭐라고 생각해?”
도진은 답을 알고 있었다.
피칭이라면 제구, 구위 그리고 구속도 포함된다.
더욱이 구종과 구질도 피칭의 중요한 요소였다.
“저는 구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왜지?”
“구속이 빨라야 피안타율이 낮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정답이야. 야구 선수들은 지금까지 더 빠른 공을 던지려고 노력해왔어. 네 말대로 빠른 공은 무기니까.”
조엘은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넌 지금까지 올드스쿨 메커니즘을 유지했지. 왜 그랬을까?”
“더 강하게 던지려고 그랬습니다.”
도진은 틀린 말은 아니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청소년들은 계속해서 신체가 자라나기 때문이다.
오히려 옛 방식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투구에 힘을 싣기 편했다.
현대의 투구 매커니즘은 힘을 완벽하게 압축해서 던질 수 있게 해준다.
신체가 힘을 완벽하게 압축한다는 뜻은 반대로 얘기하면 힘을 쥐어 짜낸다는 것과 같았다.
완벽히 자라지 않은 신체가 그것을 버틸 수 없었다.
하지만 도진은 이제 성인을 앞뒀다.
신체도 훌륭히 완성됐다.
“이제는 현대 야구 메커니즘을 채택하는 편이 좋을 거다.”
“저도 인버티드 W 메커니즘을 익혀보고 싶습니다.”
조엘이 원하던 대답이었다.
근래에 프로선수들은 올드스쿨 혹은 조금 더 발전한 뉴스쿨 메커니즘을 채택하지 않는다.
그보다 나은 방법이 있었으며 그것이 바로 인버티드 W였다.
인버티드 W는 현대 야구 피칭 메커니즘의 최고봉.
공에 힘을 완벽하게 싣게 해주는 메커니즘이다.
그리고 공에 더욱 힘을 실을 수 있다면?
구속과 구위는 자연스레 올라간다.
알려진 바로는 10% 혹은 15%의 구속 상승까지 기대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팔 각도도 낮출 거지? 네가 횡적인 구질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어서 당연히 그럴 것 같지만.”
오버핸드에서 스리쿼터까지 팔 각도를 낮출 거냐는 질문이었다.
“낮춘다면 네가 얻어갈 장점을 알려줄게.”
조엘은 내뱉은 말과는 다르게 올드스쿨의 단점부터 나열했다.
“올드스쿨 폼으로 큰 성공을 본 투수가 누군지 알아?”
“제가 본 선수로는 커쇼 선수가 있죠?”
“그렇지. 우리 구단의 전설 클레이튼 커쇼 선수가 있지. 그의 주특기는 커브였고.”
커쇼의 주 무기가 커브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
올드스쿨 폼은 대개 오버핸드 스로우였다.
오버핸드 스로우라면 종으로 떨어지는 구종의 강점이 있는 대신 횡적인 무브먼트가 상대적으로 약했다.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커브를 주 무기로 삼는 야구는 근래에 잘 없어. 왜 그럴까?”
“완벽한 구사율이 힘들어서요.”
“맞아. 더욱이 커브는 구종 가치가 높지 않아. 커브를 아무리 빠르게 던져봤자 커브니까. 특히나 근래에는 커브보다 뛰어난 변화구들이 많이 개발됐지.”
하지만 올드스쿨을 버리고 인버티드 W 메커니즘을 채택 후 팔 각도까지 낮춘다?
그렇게 된다면 뱀처럼 휘는 싱커 계열의 투심 혹은 정반대로 휘어져 들어가는 커터.
그리고 2020년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스위퍼도 구사할 수 있다.
팔 각도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도진은 조엘의 세세한 설명 덕분에 더욱 확신이 들었다.
‘바뀔 때가 왔어.’
도진은 금세 전율에 휩싸였다.
조엘이 자신을 이곳까지가 부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혹시. 제 교정을 직접 도와주시나요?”
“아니?”
너무나도 단호한 대답.
도진은 크게 아쉬워했다.
기대를 잔뜩 하게 만들어 놓더니 대답은 아니? 였다.
하지만 조엘은 도진의 반응이 재밌었기 때문에 일부러 뜸 들였던 것이었다.
“그럴 필요가 없거든.”
“왜요…….”
“나도 도널드 감독님에게서 배웠으니까. 물론 메이저리그 와서 조금 변화를 주긴 했지만.”
“그런데 감독님이 왜 제게 직접 제안하지 않았을까요?”
“아직도 감독님 성격을 파악 못 한 건가?”
도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감독님은 무조건 선수를 위하는 분이시죠. 그리고 고등학교 야구는 그저 고등학교 야구라고 생각하시는 분이고요.”
고등학교 야구는 야구 인생 중 아주 일부분일 뿐이었다.
많게는 20년을 프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으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정확해. 괜히 강요로 네가 폼을 바꿨다가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누구보다 감독님이 가슴 아파하시겠지.”
“네. 그럴 것 같아요.”
조엘은 피식 웃었다.
솔직한 말로 도진이라면 옛것을 고수해도 메이저리그 입성은 가능하다.
물론 마이너리그 기간이 얼마나 길지는 미지수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 여부는 알 수 없다.
‘여태껏 역대급 재능을 가진 유망주들도 메이저리그에서 실패를 경험한 선수가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어쨌거나 도진은 열심히 노력한다면 꿈에 발을 디딜 뛰어난 재능을 갖췄다.
도널드 감독도 이를 알고 있었다.
조엘은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눴기 때문이다.
‘감독님이 킴에게 이래라저래라하는 성격은 아니시지.’
그는 팀 승리를 위해 절대 선수를 소모품으로 생각하지 않는 감독이었다.
선수가 최대한 안전하게 졸업할 수 있도록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주는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감독님 입장이고.’
조엘은 도진의 마음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고등학교에서부터 미국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다음 시즌까지 5개월 남았지? 아주 긴 시간이잖아? 새로운 것을 몸에 익히고 투심을 장착한다. 이것이 내가 네게 내주는 과제다.”
“투심이라. 알겠습니다.”
조엘은 도진에게 전체적으로 폼 교정과 투심만 장착하라는 단 두 가지의 과제를 내줬다.
하지만 이 변화로 도진은 단순히 두 가지의 변화만 가져가는 것이 아니었다.
‘킴은 투심이 아닌 다른 구종을 던질 때도 원리를 쉽게 깨닫게 될 거고. 제일 중요한 구속 상승의 효과도 볼 수 있어.’
그렇게 된다면?
조엘의 입꼬리가 상승했다.
‘FS는 캘리포니아의 역대급 투수를 얻을 수 있게 되겠지.’
캘리포니아뿐일까?
전미에서 군침을 흘리는 재능이 되겠지.
물론 도진의 재능과 노력 여하에 결과는 달라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