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66)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66화(66/400)
상담을 끝낸 다음 날 실내 연습장.
도진은 도널드 감독과의 면담도 끝냈다.
도널드 감독은 전부 바꾸고 싶다는 도진의 결단을 흔쾌히 허락했다.
도진은 그가 만류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답변에 당황했다.
“어…… 정말요?”
“그래. 네가 원한다는데 더 할 말은 없다. 어차피 다음 시즌까지 5개월이나 남았으니 변화를 주는 것도 괜찮다.”
도널드 감독은 도진에게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을 전부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도진은 다음 시즌부터 선발 투수로 뛰게 된다.
선발 투수라면 구종의 다양성을 가지고 싶어 할 터.
물론 FS에게는 득보다는 실이었다.
수비와 불펜 측에서 큰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도진의 수비는 고등학교 내에서도 탑 클래스.
그런 그가 선발 투수로 나서면 지명타자로 나서야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도널드 감독은 도진이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길 바라는 마음에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곧바로 훈련으로 이어졌다.
“인버티드 W에 대해서 좀 알고 있나?”
“알고는 있습니다.”
“그럼 얘기는 쉽겠군. 인버티드 W는 쉽게 말하면 힘을 압축시켜 강하게 던질 수 있는 투구 메커니즘이지.”
인버티드 W는 부상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말도 있지만, 완벽히 증명된 바는 없었다.
특히나 도진은 유연성이 굉장히 뛰어났다.
체조 선수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훌륭한 유연성 덕분에 다른 투수들보다 부상 빈도가 적을 것이다.
“팔 각도도 바꾸고 싶다고?”
“네. 횡적인 무브먼트에 강점을 두고 싶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지. 일단 시범을 먼저 보여주도록 하지.”
도널드 감독은 도진에게 동작을 천천히 선보였다.
그리고 동작 하나하나에 전부 의미를 부여했다.
도진은 그것을 이해하고자 귀를 쫑긋 세우며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 뒤, 원리와 동작을 머릿속에 새긴 도진은 계속해서 도널드 감독이 보여준 동작을 반복했다.
도널드 감독도 도진의 곁에서 1시간을 붙어 있으며 그가 틀릴 때마다 지적해줬다.
이를 지켜보던 FS 선수단은 지긋지긋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이크가 먼저 운을 뗐다.
“미친놈.”
다른 선수들도 마이크의 욕설에 동의했다.
도진은 첫 시즌부터 훌륭한 성과를 냈다.
하지만 그는 안주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족함을 느꼈는지 더 발전하려고 들었다.
“보는 내가 무섭다.”
“과해! 정말 과해!”
“한국인이 집념이 좀 있잖아? 게임 같은 거 보면 알 수 있지. 언제나 제일 먼저 클리어하는 건 한국인이니까.”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의 집념이 무섭다고까지 느낀다.
건물을 짓거나 농사를 하는 힐링 게임을 예로 들어보자.
한국인들이 그 게임을 플레이하면 더는 그 게임의 장르가 힐링이 아니게 된다.
힐링의 정의는 휴식이지만 한국인들은 휴식을 빙자한 노동을 했으니까.
그 집념은 다른 문화의 사람들은 공포라고도 느꼈다.
즐긴다? 한국인은 즐긴다는 의미를 모르는 것 같았다.
도진을 봐라.
오프 시즌임에도 그는 마치 시즌을 준비하는 선수 같았다.
시즌이 진행될 때보다 더욱 구슬땀을 흘리는 게 어떻게 즐기는 모습이던가?
FS 선수들은 혀가 바짝바짝 마르고 마른침이 꼴딱 넘어갔다.
‘고통을 즐기는 게 확실해.’
도진의 솟아오른 입꼬리 때문이었다.
야구는 스포츠지만, 육체를 사용한다.
육체를 오래 사용하면 몸은 피로를 느끼며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도진은 웃고 있었다.
오늘만이 아니었다.
그는 늘 야구를 할 때면 싱글벙글했다.
도진은 여전히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가 문뜩 자신을 바라보는 선수들의 시선에 피식 웃었다.
‘어렸을 적부터 길든 습관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불안해.’
끝없이 발전해야 한다.
발전하지 못하면 뒤처진다.
뒤처지는 순간 패배자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인이라면 어렸을 적부터의 교육 방식 때문에 이런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도진은 누가 뭐래도 한국인이었다.
‘난 그냥 목표를 위해 노력할 뿐이지만.’
물론 다른 선수들의 눈에 비친 도진은 노력이라기보다는 야구를 하지 않는다면 죽는 병에 걸린 것처럼 보였다.
* * *
“마이크. 공 좀 받아줘.”
도진은 감독의 도움을 받아 인버티드 W 메커니즘의 동작을 익혔다.
오버핸드에서 쓰리 쿼터로 팔 각도도 낮췄다.
투심에 대한 그립까지 완벽히 전부 완수 받았다.
이제는 이것들은 완전히 몸이 흡수하는 과제만 남겨두고 있었다.
‘9월까지만 완벽해지자.’
4개월이란 긴 시간이 남아 있었으므로 열심히 한다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확신했다.
마이크는 포수 장비를 착용했지만,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난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뭐가.”
“어떻게 다 뜯어고칠 생각을 하냐?”
도진의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았다면 또 모를까.
그는 훌륭한 성적을 냈다.
물론 그의 기준에서는 훌륭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야구인이라면 누구라도 그에게 훌륭한 시즌이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울 것이다.
도진은 피식 웃었다.
“원래 언젠가는 바꿀 생각이었어.”
도진은 순혈 한국인이다.
보편적으로 한국인의 신체적인 능력이 백인이나 흑인에 비해 우월한가?
인정하기 싫지만, 백인과 흑인에 비해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물론 특출난 몇몇 한국인들도 존재하지만, 정말 극소수였다.
“그래서 기다렸지.”
도진은 야구를 하기에 신체적으로 아주 뛰어난 조건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어렸을 적부터 인지하며 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신체가 완성돼 폼을 바꾸기 위한 때만을.
노력도 더해졌다.
선천적이 아닌 후천적으로라도 훌륭한 신체를 갖추고자 공부와 관리를 꽤 열심히 했다.
기본적으로 스트레칭을 1시간씩 한다거나.
성장에 방해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여러모로 노력했다.
미래. 즉 오늘을 위해서였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야구에 인생을 걸었구나?”
“원래 한국인들은 하나만 주야장천 파고든다.”
도진을 보며 혀를 내두른 마이크는 쪼그려 앉아 미트를 뻗었다.
도진 역시 투구에 들어가기 전.
꼭 지켜야 할 수칙을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일단 전력투구는 절대 금지.’
도진은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 훈련했다.
몸도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특히나 새로운 메커니즘을 장착한 지금은 그의 야구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부상을 방지하면서 완벽하게 메커니즘을 몸에 익히는 것을 제일 중점으로 둬야 했다.
‘좋아. 가보자.’
도진은 곧장 와인드업했다.
바뀐 폼이 어색하게 다가왔다.
투심을 던졌지만, 뱀처럼 휘어지는 무브먼트는 없었다.
“풋.”
마이크는 도진의 피칭을 받자마자 대놓고 비웃었다.
‘너도 인간이구나?’
그간 너무 완벽했던 모습만 봐왔기에 이 상황이 재밌었다.
무엇보다 지금이 아니면 놀리지 못한다.
마이크는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다.
“그냥 올드스쿨로 돌아가는 게 어떰?”
“닥쳐.”
도진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솔직한 말로 한 번에 잘 해낼 줄 알았다.
‘다시 해보자.’
하지만 이번에도 웃는 건 마이크였다.
“아이고! 내가 몰랐네! 투심이 아니라 포심 연습하는 거였어? 내가 착각했어!”
빠직.
도진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세상 어떤 투수라도.
심지어 메이저리그에서 난다 긴다 하는 선수라도 투구 메커니즘을 바꾸자마자 처음부터 잘 던질 수 없다.
‘아는데 열 받네.’
도진은 솔직히 야구 외적으로 자신을 놀리면 별다른 타격이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야구에 관해서 놀리면 분노를 쉽게 참을 수 없었다.
마이크는 낄낄거리더니 일순 표정을 굳혔다.
“이 방법은 어때?”
도진은 눈초리를 가늘게 찢었다.
어차피 또 놀릴 텐데 굳이 들어봐야 하나?
“영상을 찍어보자. 누가 여기 영상 좀 찍어줘!”
오?
도진의 양쪽 입꼬리가 꿈틀댔다.
꽤 괜찮은 생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뭐가 문제인지 영상을 찍어보면 쉽게 찾을 수 있겠는걸?’
도진의 눈은 믿음이 가득 차 있었다.
‘마이크는 놀리는 것만 좋아할 뿐이었어.’
사실은 누구보다 훌륭한 조력자였다.
생각해보면 미국에서 야구를 다시 하게 된 계기도 온전히 마이크 덕분 아니었던가?
‘아휴. 성질 좀 죽여라. 도진아.’
괜히 이마에 힘줄까지 세운 자신이 부끄러웠다.
마이크는 영상을 찍어주겠다고 다가온 후배에게 자신의 핸드폰을 건넸다.
“가보자고! 포심 패스트볼!”
“아 거참!”
하지만 도진은 이미 마이크의 깊은 뜻을 알았던지라 더는 앙금 따위는 없었다.
와인드업 후 던진 공은 손을 떠났다.
퍼억.
이번에도 원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도진은 개의치 않았다.
이제 영상을 보고 뭐가 문제인지 토론을 하면…….
하지만 마이크는 도진에게 영상을 보여주기는커녕 핸드폰을 등 뒤로 숨겼다.
“뭐해? 같이 봐야지?”
“같이 보긴 뭘 같이 봐?”
“응?”
“난 미스 차한테 네 허접한 모습을 보내려고 찍은 건데?”
도진은 벌어지는 턱을 통제하지 못했다.
이거 진짜 미친놈인가?
이렇게까지 놀린다고?
때마침 도널드 감독이 둘에게 다가왔다.
“어디 한번 보지.”
“네! 기다렸습니다!”
마이크는 도널드 감독에게 즉각 영상을 보여줬다.
도진은 여전히 얼이 나가 있었다.
도널드 감독은 영상을 보는 순간 도진의 문제를 즉각 인지했다.
“새로운 메커니즘을 장착하자마자 새로운 구종을 던지려고 해서 그런 것 같다. 일단은 자세부터 완벽히 네 것으로 만들어라.”
마이크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마디 툭 던졌다.
“아! 그러니까 내 말이 맞잖아! 꼭 내 말은 안 들어요.”
도진은 죽은 동태 눈이 되었다.
언제 그랬어…….
입은 뻐끔거리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뻔뻔해도 너무 뻔뻔했으니까.
마이크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감독님. 제가 포심부터 연습하라고 했는데 굳이 투심을 던지겠다고 오기를 부렸다니까요?”
“흐음. 나도 이번만큼은 마이크의 말에 동의한다. 아직은 공을 던지는 방법에만 익숙해지면 되는 거니까.”
와.
저 치졸한 놈.
* * *
시간은 흘러 6월이 됐다.
학생들은 3개월이란 긴 방학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물론 FS 야구부는 주말을 제외하면 훈련이 예정되어 있어 평소와 다르다고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크게 바뀌는 점 또한 존재했다.
바로 졸업생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FS 선수들은 졸업식을 끝내고 실내 연습장을 방문한 졸업생들을 제각각의 방식으로 맞이했다.
누구는 슬퍼했고 누구는 축하했고 누구는 아쉬워했다.
도진은 축하해주는 부류였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페드로는 도진에게서 꽃다발을 건네받고 진심 섞인 미소를 띠었다.
“고마웠다. 진심이다.”
“에이. 무슨 더는 안 볼 사람처럼 얘기해요?”
“그랬나? 그 뜻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
페드로는 도진이 정말 고마웠다.
그가 없었다면 자신은 4년 내내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문턱조차 밟지 못했을 테니까.
선수가 큰 대회 경험이 있냐 없냐는 앞으로의 미래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만큼 경험은 얻고 싶다고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도진은 자신 있는 관심 분야로 화제를 돌렸다.
“드래프트는 다음 달이죠?”
“음. 그렇지?”
“이야! 메이저리거라니! 정말 부럽습니다.”
페드로는 피식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고민이다.”
“무슨 고민이요?”
“곧장 메이저리그를 가는 게 맞을까?”
“왜요?”
“부족함을 느꼈으니까. 조금 더 배우고 프로 무대에 들어가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대학을 뜻했다.
일부러 프로에 입단하지 않고 대학을 거쳐 가는 유망주들도 꽤 많았다.
곧장 프로의 벽에 부딪혀 자신감을 잃고 바닥까지 추락하는 선수들이 대다수였으니까.
대신 대학에 들어가면 안정적으로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를 호령한 맥스 슈어저도 대학에서 기량이 확 올랐던 케이스였다.
“물론 드래프트가 되어봐야 알겠지만, 아직 확실한 노선을 정하진 않았어.”
“프로나 대학이나 둘 다 선택지가 괜찮죠. 저는 선배가 어디에서든 잘하리라 믿습니다.”
페드로는 고맙다며 도진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졸업생들과의 작별 인사가 끝나자 도널드 감독은 남아 있는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페드로가 졸업해 캡틴이 공석이 됐다. 더군다나 팀에서 캡틴은 무조건 필요한 법이지.”
도진은 무턱대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했으니까.
‘왜, 왜 이래?’
“아무래도 결정이 된 것 같군.”
도진은 도널드 감독에게 재빨리 손을 휘휘 저었다.
잠깐만요! 결정되긴 뭐가 결정돼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잖아요!
“내일부터 FS의 새로운 캡틴은 킴이다. 다들 그렇게 알아라.”
도진은 일방적인 통보에 양손으로 머리를 박박 비볐다.
‘아니! 제 의사는요?’
라는 눈빛으로 최선을 다해 실내 연습장 전원을 쏘아봤지만, 통할 리는 없었다.
그로부터 3개월이 더 지나 9월.
드래프트를 앞둔 마지막 시즌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