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69)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69화(69/400)
‘국가대표라.’
도진은 복잡미묘한 감정이었다.
자신의 국적은 한국이 맞다.
도피성 이민을 왔다고 미국의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있었던 건 아니었으니까.
누가 뭐래도 한국인이며 국가대표로 뛰어야 한다면 한국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뽑힐 줄은 몰랐어.’
한국을 도망치듯 떠났다.
그곳에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심 기분이 좋았다.
이곳에서의 활약이 모국까지 전달되었다는 말이 아니던가?
도널드 감독은 내용을 확인한 일원들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알다시피 참여는 자유다.”
“감독님. 그런데 기간이 개막전과 겹치는데요?”
“그래. 하지만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결정은 온전히 너희 몫이다. 하지만 U-18에 참여하게 된다면 큰 경험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도진은 동의했다.
‘확실히 올해 개막전 경기는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겠지.’
이번 신입생들의 실력이라면 FS의 주축 멤버들이 없어도 충분히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감독님 말마따나 좋은 경험이 될 거야.’
U-18은 지구에서 야구를 제일 잘하는 청소년들이 모이는 대회였다.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과는 다르지만, 적잖은 경험이 되어주리라고 확신했다.
문뜩 이상함을 느낀 도진은 마이크를 힐끗 쳐다봤다.
그 역시도 국가대표로 초청받았으니까.
‘지구에서 야구를 제일 잘하는 청소년들이 모이는 대회가 아니었나?’
마이크는 도진의 장난기 가득한 눈빛에 이를 바득바득 갈더니 검지와 중지를 세웠다.
“눈알을 확!”
도널드 감독은 피식 웃더니 자세한 설명을 했다.
“이번 대회는 캘리포니아에서 열린다.”
미국은 여태껏 청소년대표팀을 최정예로 꾸린 적이 없었다.
정확히는 그럴 수가 없었다.
이유는 시즌 준비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1라운드 드래프트를 앞둔 선수들의 생각은 대개 청소년 대표보다 시즌을 우선시했다.
시즌 마무리를 잘해서 드래프트에서 우수한 픽을 받기 위함이었다.
“뷰포드나 NY측 선수들은 대부분 거절했다. 그래서 다음 순번이 바로 캘리포니아를 홈으로 쓰는 너희들이다.”
마이크는 팔짱을 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솔직한 말로 자신은 전미 NO. 1 포수는 아니었다.
정말 후하게 쳐줘야 포수 랭킹 10위 안에 들겠지.
작년 시즌을 기준으로는 그랬다.
그래서 땜빵이란 느낌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도널드 감독은 마이크의 기분을 이해했지만, 땜빵이 결코 나쁘다고 생각지 않았다.
“국가대표 경기는 큰 경험이다. 특히나 이번 미국 국가대표 명단에는 데이브, 카일리, 스테픈이 전부 참여하게 됐다. 그들 역시 땜빵이지.”
산타모니카의 데이브는 캘리포니아에서도 내로라하는 타자이며 구단에서도 눈독을 들이는 선수다.
샌프란시스코의 스테픈과 카일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FS에 가로막혀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정말 뛰어난 타자들이었다.
가만히 듣던 도진은 두 눈을 끔뻑였다.
‘뭐야. 캘리포니아 올스타잖아?’
진짜 정신 나간 나라다.
물론 도진은 저들이 땜빵이란 사실이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이미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서 괴물들이 득실거린다는 경험을 직접 해봤으니까.
도널드 감독은 이뿐만이 아니라며 말을 이었다.
“아. 이번 대회에는 뷰포드에서도 1명이 차출됐다.”
알렉산더와 마이크의 눈이 동시에 번뜩였다.
그들은 그게 누구냐며 눈빛으로 질문을 보냈다.
“놀란 카브레라다.”
마이크는 저도 모르게 헉! 소리가 입 틈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알렉산더 역시 눈이 동그랗게 떴다.
언제나 평정심을 유지하던 그에게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표정은 아니었다.
도진은 양옆에 앉은 마이크와 알렉산더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들의 표정은 우스꽝스러웠지만, 비웃지는 못했다.
‘놀란 카브레라? 왜 이렇게 익숙하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자 제니퍼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생긋 웃더니 도진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놀란 카브레라. 뷰포드의 4번 타자예요.”
뷰포드의 4번 타자.
전미 고등학교 랭킹 1위.
도진도 그제야 기억이 났다며 고개를 절로 끄덕였다.
‘이번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결승전에서 타카시 사토를 상대로도 2개의 솔로 홈런을 뽑아낸…….’
도진은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사정없이 뛰기 시작했다.
“감독님! 전 참여하겠습니다!”
국가를 위해 뛴다는 건 영광이다.
도진은 어렸을 적부터 국가대표를 꿈꿨다.
더욱이 U-18은 성인 국가대표가 아니었음에도 도진은 긍정적으로 봤다.
‘얻어가는 게 많을 거야.’
최소 고등학교에서만큼은 최고로 야구를 잘하는 선수로 각인되고 싶었다.
그러니 대회 참가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U-18에서 얻은 결과 또한 전부 차후 드래프트에 긍정적인 요소가 된다고 들었어.’
도진의 이번 시즌 목표는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우승.
FS가 헤쳐나갈 난관 중 제일 커다란 벽은 바로 뷰포드.
그중 4번 타자와 미리 한번 상대해볼 수만 있다면?
차후에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서 만날 때를 대비도 할 수 있었다.
“좋다. 킴은 내가 대신 한국에 팩스를 전달해 놓겠다. 너희 둘은?”
“참여하겠습니다.”
“저도요.”
이로써 FS 3인방은 전부 U-18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 * *
최철순 한국 국가대표 감독.
그는 협회에서 국대 감독을 맡아 달라고 했을 때 이런 조항을 삽입했다.
“선수 구성의 전권을 제게 주십시오.”
그들도 웬만해선 그렇게 하겠다고 허락했기 때문에 국대 감독을 맡았다.
그렇기에 최측근이자 투수코치인 오원상에게서 들려온 소식은 달갑지 않았다.
“감독님. 협회에서 선수 한 명을 끼워 넣었는데요?”
“하. 또 지랄이네.”
최철순 감독은 머리를 쥐어 싸매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2023 WBC 이후.
한국 야구의 위상은 바닥에 처박혔다.
예선도 통과하지 못해 거품이 가득 끼었다는 조롱은 하루가 멀다 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그 악순환이 반복되어 지금까지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번에는 기필코 우승하고 싶었는데.’
마지막으로 한국이 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기억이 언제였더라?
2008년이 마지막이었으니 무려 30년을 앞두고 있었다.
한국 야구가 다시 세계와 대적하려면 청소년 야구부터 잘되어야 한다.
그들이야말로 한국 야구의 미래였으니까.
하지만 누군가의 청탁으로 실력 미달인 선수가 국가대표에 합류하게 된다면?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해.’
이는 오래전부터 유지되던 중, 고등학교 야구부의 악습관이다.
몇몇 악질 감독들은 뒷돈을 받고 기량 미달 선수들을 좋은 구단이나 대학에 넣을 힘을 갖추고 있었다.
그게 국가대표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에 한숨이 절로 튀어나왔다.
‘협회도 갈 데까지 갔구나.’
이 나라를 발전할 생각이 없다.
그저 자신들만 잘 먹고 잘 사면 된다.
그런 이기심들이 결국 다른 유망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며, 한국 야구가 다시 부흥하지 못하는 원인이었다.
옆 나라 일본을 봐라.
그들은 매년 괴물들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한국은?
이제는 그들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최철순 감독은 한국의 유망주들이 전부 등에 날개를 달고 훨훨 날길 바랐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나서서 선수를 일일이 선발했다.
꼭 우승해서 한국 야구의 위상이 조금이나마 다시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는 자신만의 염원은 아니었다.
한국인들이라면 한국 대표팀이 국제전에서 훌륭한 성적을 내길 원했다.
하지만 일개 감독으로서 자신에게는 힘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고작 1명이라는 사실에 조금은 안도했다.
‘어차피 수준 미달인 선수는 안 써도 된다. 1명을 사용하지 못하는 건 뼈 아프지만 어쩔 수 없지.’
“그래서. 그게 누구지?”
“여기요.”
오원상은 최철순에게 A4 용지 하나를 건넸다.
이를 받아든 최철순은 프로필을 읽어나갔다.
“김도진. FS 고등학교? 뭐야? 미국에서 뛰는 애네?”
“네. 신기하죠? 특히나 한국인이 미국에서 야구를 한다니. 흔치 않잖아요.”
“흔치 않지. 애당초 아시아인이 미국에서 야구로 성적을 내는 것 자체가 이상하니까.”
최철순이 품었던 불만은 더욱 거세졌다.
미국에서 야구를 한다?
한국보다 적잖은 돈이 들어간다.
역시 결국 또 이렇게 되는구나.
그는 씁쓸한 입맛만 다셨다.
하지만 선수가 남긴 이력은 호기심을 유발했다.
“캘리포니아 리그를 우승했네?”
“네. 물론 미국 야구에는 리그가 수백 개도 넘는다고 했어요.”
“수준 낮은 리그에서 우승했다고 보는 건가?”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한국의 전문가들도 미국 야구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일절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한국의 유망주를 미국으로 유학 보내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이거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8강은 무슨 말이냐?”
“글쎄요. 제가 알 리가 없죠. 아! 영어는 역시 머리가 아프네요.”
최철순은 선수들과 2일 뒤에 미국으로 뜬다.
그렇기에 이 김도진의 정체를 알아보고 싶어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국내 선수였다면 누군가에게 시켜서 금세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뛰는 선수에 대한 정보를 어디서 얻어야 할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야구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유튭에 전부 영상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어로 검색을 해야 하는데…….
최철순과 오원상은 영어와 친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철순은 무언가 익숙함을 감지했다.
‘김도진. 김도진. 왜 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냐.’
최철순은 흑백 처리된 증명사진도 눈초리를 가늘게 찢으면서까지 또렷이 쳐다봤다.
‘왜 얼굴도 어디서 본 거 같지?’
그러자 오원상은 손목시계를 톡톡 건드리더니 재차 물었다.
“어떡하죠? 저 김도진이란 학생이 대표팀에 합류하면 이만오가 빠져야 하는데요? 이만오는 원포인트로 쓸만하잖아요.”
이만오는 최철순이 마지막 퍼즐을 끼워 맞추기 위해 넣은 선수였다.
그는 145km의 빠른 직구와 수준급 체인지업을 던지는 투수였다.
좌완 원포인트는 위기 상황에서 좌타자 상대로 등판시키는 조커 역할이었다.
하지만 도진의 프로필에는 우투우타라고 적혀 있었으니 국가대표에 필요한 좌완 투수가 아니었다.
“좌완 원포인트 대신 우완 투수를 명단에 넣기는 좀 그렇잖아요?”
“이미 명단은 미국으로 넘어갔을 거다. 이건 통보야.”
오원상도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렇겠네요. 결국 이만오 대신 이 김도진이 포함됐겠네요. 하. 만오한테는 미안하네요.”
최철순은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저 김도진이란 이 미지의 선수를 써먹을 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며 간절히 바랐다.
* * *
한국 국가대표팀은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최철순은 오원상을 시켜 새로 합류하는 선수에 대한 정보를 선수들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오원상은 김도진의 프로필을 따로 작성해 비행기 안에서 선수들에게 재빨리 돌렸다.
미국 고등학교에 다니는 김도진이 국가대표에 합류한다는 소식을 일제히 접한 선수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미국 고등학교에서 뛰는 선수라고?”
“이야. 미국이면 잘 던지는 거 아니야?”
“돈 많은 부자가 야구를 잘할 것 같냐?”
“그것도 그렇네. 만오 대신 들어오는 선수라 조금은 기대했는데.”
선수들은 그저 호기심만 보였다.
새로운 선수가 왜 참여하는지는 딱히 관심 없었다.
한 선수를 제외하고는.
이상우.
남성 조각상을 그대로 빼다 박은 것 같은 짙은 인상인 그의 눈동자에 살기가 담겼다.
어금니를 강하게 씹어 전신이 파르르 떨리기까지 했다.
더욱이 코치에게서 건네받은 종이는 이미 갈기갈기 찢어발겨져 있었다.
‘김도진. 이 개새끼.’
이상우는 A4 용지에 박힌 프린팅된 흐릿한 흑백사진만으로도 이 김도진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아봤다.
‘쥐도 새도 모르게 미국에 숨어 있었다고?’
이상우는 대한민국 국가대표에 최고의 선수가 합류했다는 사실에도.
그토록 행방을 찾고 있었던 도진을 발견했음에도.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증오는 꾸준히 부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