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70)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70화(70/400)
미국에 도착한 한국 국가대표팀은 제일 먼저 산타모니카 고등학교에 방문했다.
시합 전까지 이곳에서 훈련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산타모니카 고등학교 건물을 본 오원상의 눈이 희번덕였다.
“와. 이게 고등학교 시설이 맞아요?”
최철순도 자신의 두 눈을 비볐다.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었음에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여기가 진짜 고등학교라고? 무슨 고등학교 시설이 한국 프로팀 시설에 뒤지지 않냐?’
잔디 상태부터가 한국과 비교하면 차원이 달랐다.
‘전문으로 관리하는 사람도 있는 건가?’
더 나아가 배팅 케이지와 피칭 머신. 내야 훈련 기계까지.
이것만으로도 놀라운데 최첨단 설비들은 국가대표 전원의 눈을 휘둥그레 만들었다.
“감독님. 저거 배팅 분석기 아닙니까?”
“이거 볼 스핀 분석해주는 기계 아니에요?”
몇몇 아이들은 동영상으로만 접한 최첨단 기술들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최철순 감독은 선수들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금세 자신이 협회에 내지른 말이 떠오르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장난하세요? 적어도 훈련은 제대로 된 곳에서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고등학교에서 훈련이 도대체 뭡니까! 저 아이들 국가를 대표해서 미국으로 향하는 아이들입니다!
‘아니. 이런 고등학교라고 자세히 좀 말해주던가.’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투수 코치이자 최측근 오원상은 최철순의 어깨를 톡톡 도닥였다.
“감독님. 그래도 다행이네요. 선수들이 다친다는 생각은 지워도 될 것 같아요.”
“그러게나 말이다. 미국 대표팀도 고등학교에서 훈련한다고 했을 때 그냥 잠자코 믿을걸.”
최철순도 인정했다.
하지만 두 눈으로 접한 격차 때문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시설부터 격차가 상당하구나.’
물론 메이저리거와 KBO을 비교하면 시설 차이는 월등히 뒤진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그 격차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어. 고등학교마저 이렇다니.’
한국 고등학교는 일본의 고등학교에 비해서 시설 면에서 압도적으로 뒤처진다.
하지만 미국은 일본보다 월등하면 월등했지, 뒤처지는 면이 하나도 없었다.
‘우, 우승이 가능할까?’
최철순은 이곳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기필코 우승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대표팀은 역대 한국 청소년 대표팀 중에서 제일 강했으니 말이다.
한국도 황금세대라고 불릴 만큼 투수와 타자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는 선수들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환경부터 다르다는 현실은 부러움과 질투심을 동시에 유발했다.
‘이런 완벽한 설비를 갖춘 학교가 한둘도 아닌 수천 곳이 넘는다고?’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스포츠 전문가들은 없다.
한국도 요즘에는 시설에서 발전을 이루고 있었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래도 학생들이 야구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인프라는 갖춰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개뿔! 오히려 더 멀어졌잖아! 환경부터 이렇게 격차가 나버리면 실력도…….’
최철순의 마음을 모르는 국가대표 선수들은 그를 졸랐다.
“감독님! 몸 풀고 바로 훈련해도 되죠?”
“저 장비 써보고 싶어요! 그래도 되죠?”
“와! 훈련할 맛 나겠다? 시설 지린다 진짜!”
최철순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야! 감독님 허락받았어! 빨리 다들 몸 풀어!”
최철순은 선수들이 몸을 푸는 사이 빈 더그아웃에 들어가 의자에 몸을 맡겼다.
정확히는 문화 충격 때문에 두 다리로 온전히 서 있을 수 없었다.
그러자 그때.
더그아웃 위편 관중석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오! 진짜 우리나라 대표팀이다!”
“와! 국대가 우리 학교에서 연습하다니! 빨리 사진 찍어!”
“찍는 중! 근데 왕은 어딨어?”
“그러게. 왜 에이스가 없냐?”
“설마 안 뽑은 거 아니야?”
“에이. 한국이 아무리 썩었어도 설마 도진이를 안 뽑았을까.”
“도진이 안 뽑았으면 예선 탈락하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리지 뭐겠냐?”
“킹한민국이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말임.”
“아니야. 도진이 명단에 뽑혔어. 하리가 알려줬어.”
“휴. 그래도 다행이네. 한국이 그렇게까지 멍청하지는 않아서.”
한국말이 들려오자 최철순은 관중석에 있는 저들이 이곳에 재학 중인 한국인임을 단숨에 알 수 있었다.
물론 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김도진? 도대체 그 선수가 누구길래?’
최철순은 아이들이 설레발 친다고 확신했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선수의 기량을 완벽히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들은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학생일 뿐이었다.
‘이곳에서 군계일학이었어도 큰물에 뛰어드는 순간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지.’
그리고 U-18은 큰물 중에서도 바다와 같았다.
최철순은 김도진이라는 선수가 아직 큰물에서 놀아보지 못한 선수라고 확신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에 대한 기대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런 시설에서 야구를 했으면 그래도 평균 정도는 할 것 같네.’
조금은 안도하던 그때.
관중석에서는 기대와 감탄 섞인 목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어! 도진이 왔다!”
“오오! 도진이가 우리 학교에서 연습하다니!”
“이대로 납치해서 강제 전학시켜 버려!”
“누가 밧줄 가져와!”
“도진이 납치하면 하리가 제일 좋아할 듯.”
“그러게. 빨리 납치하자!”
최철순은 급히 몸을 일으켜 연습장 안으로 들어오는 선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김도진이란 학생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는 즉시 통제할 수 없을 만큼 턱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최철순은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가 누군지 단번에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기, 김도진이 도, 동대 중학교 김도진이었다고?’
최철순은 도진을 실물로 접하는 순간 그가 누군지 완벽히 깨달았다.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도진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유망주였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150km를 우습게 던지는 선수였다.
거기에 왕중왕전 결승전에서는 퍼펙트게임까지 달성했다.
당연히 그를 보유한 고등학교는 3년 내내 우승하리란 것이 대한민국 모든 전문가의 예측이었다.
최철순 역시 국가대표팀에 감독을 맡기 전까지만 해도 동대 고등학교 감독이었다.
그 역시도 도진을 동대 고등학교에 입학시키려고 정말 많은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유망주는 쥐도 새도 모르게 한국에서 사라졌다.
그 후. 더는 그의 이름이 입에 오르는 일은 없었다.
‘미국에 있었다니…….’
무엇보다 대한민국 최고의 유망주가 이런 환경에서 지금까지 야구를 해왔다?
더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 * *
도진은 점심시간을 1시간 앞두고 FS 고등학교의 입구를 벗어났다.
이곳과 잠깐의 작별이었다.
‘아니. 진짜 너무하네?’
미국 대표팀은 FS 고등학교에서 훈련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니 자신보고 빨리 꺼지라는 마이크의 말이 떠올랐다.
‘내가 염탐을 하겠냐고!’
염탐이라기보다는 그저 어떤 기량을 갖췄는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아. 이게 염탐인가?
힘없이 터덜터덜 걷던 도진은 어느덧 산타모니카 고등학교에 도착했다.
‘역시. 이 학교는 그다지 어색하지는 않네.’
원정 경기를 뛰어본 적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하리와 다저스 경기가 끝난 직후 그녀를 이곳에 내려다 준 적도 있다.
‘물론 내가 내려다 준 건 아니었지만.’
실없는 생각이 이어하다 보니 도진은 어느덧 대표팀 훈련이 진행되는 산타모니카 제2 야구장 근처에 다다랐다.
제1 야구장은 산타모니카 1군이 훈련하는 장소였기 때문에 이곳에 배정된 것이었다.
‘2군 연습장이라도 훈련 시설은 지리네.’
캘리포니아 내 야구 명문들의 훈련 시설은 전부 훌륭했다.
2군들도 당연히 그 혜택을 고스란히 얻었다.
도진은 멀찍이 보이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한국 대표팀을 바라보며 고개가 절로 끄덕였다.
‘하긴. 나도 처음에는 저랬지.’
이게 정말 고등학교 야구 시설이 맞나 싶어 한 달 내내 혀를 내둘렀었다.
‘물론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졌지만.’
제2 야구장에 근처에 도착한 도진을 발견한 건 산타모니카 한국인 재학생들이었다.
그들은 마치 오랜 연인을 만난 것처럼 반가워했다.
“도진아! 왔구나!”
“응원하러 왔어!”
평소의 도진이라면 저들에게 인사라도 건넸겠지만, 대표팀 때문에 듣지 못한 척 시선을 외면했다.
그는 누구보다 한국 마인드를 잘 알고 있었으니까.
‘괜히 인사라도 나눴다가 긴장이 풀렸네. 개념이 없네. 이런 소리를 들을 게 눈에 훤하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들은 도진의 관심을 받고 싶었다.
그리고 방법도 알고 있었다.
“도진아! 여기 하리도 왔어!”
‘낚시다! 공갈이야!’
하지만 결국 도진의 시선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향했다.
절대 고개를 돌리면 안 된다는 다짐은 지켜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게 웬걸?
‘진짜 있네?’
도진은 결국 손을 들어 흔들었다.
하리도 도진을 향해 눈웃음을 짓더니 어서 가보라고 손짓했다.
도진은 도망치듯 서둘러 제2 연습장 안으로 피신했다.
물론 자신에게 인사를 건넨 학생들은 제2 연습장 관중석에 있었으니 완벽한 피신은 아니었다.
더욱이 이제는 산타모니카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국가대표 선수들도 도진에게 관심을 두었다.
그들 역시 한국인으로서 학생들의 대화가 전부 들렸으니 말이다.
‘도대체 김도진이 누구길래 대표팀에 합류한 거지?’
‘왜 저렇게 호들갑을 떠는 거지?’
국가대표 일원들도 그 주인공이 빨리 나타나길 기대하며 전부 입구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도진은 제2 연습장에 발을 디뎠다.
대표팀 일원들의 동공이 일순 동시에 팽창했다.
“도, 동대 중학교 김도진?”
“네, 네가 도대체 왜 여기에…….”
국가대표 선수들은 전부 그를 알아봤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생각했던 선수.
이제는 야구계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한 선수가 자신들의 눈앞에 있었으니까.
특히나 대한민국 청소년 국가대표 선수들은 중학교 때 그를 단 한 번도 넘어서지 못했다.
도진은 압도적인 관심에 팔을 어색하게 들어 올리더니 천천히 좌우로 흔들었다.
“하. 하하. 안녕?”
도진이 흔드는 손을 최철순이 다가와 맞잡았다.
그는 도진을 발견하는 순간 곧장 더그아웃에서 뛰쳐나갔다.
“기, 김도진! 지금까지 야구를 계속 해왔던 거냐?”
도진은 최철순을 알아봤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네. 그랬습니다.”
그동안의 얘기를 풀어놓기엔 시간이 너무나도 오래 걸린다.
특히나 개인 가정사를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도진은 그저 얼버무렸다.
“혹시. 요즘에도 공을 던지니?”
“네.”
“그럼 혹시 가볍게라도 좋으니 투구하는 모습 좀 볼 수 있을까?”
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히 허락했다.
비단 감독이라면 선수의 기량으로 전략을 짜는 법이란 걸 알고 있었다.
도진은 마운드를 힐끗 쳐다봤다.
이미 마운드에는 주인이 있었다.
고태준.
그는 최철순이 꼽은, 그리고 이미 KBO 드래프트 1순위에 발탁된 대한민국 1선발이었다.
하지만 그는 예상외로 순수히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그 역시도 도진에게 벽을 느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러므로 지금 도진의 기량이 어떤지, 자신보다 뛰어난지 가늠해보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자신감이었다.
아무리 김도진이라도 옛날 김도진이 아닐 테며, 자신도 옛날 고태준이 아니었으니까.
도진은 태준이 마운드에 물러서자 고개를 한 번 꾸벅하고는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고는 글러브를 손에 착용 후 포수에게 공 하나를 건네받았다.
‘몸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지만, 제대로 던져야겠지.’
도진이 투구 동작에 들어가려고 하자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누구는 스피드 건을.
누구는 투구 회전수를 잴 수 있는 볼 스핀 레이트 트래커를 들고 있었다.
도진은 와인드업했다.
손을 떠난 그의 공은 역회전을 잔뜩 품었다.
투구 음은 잔잔한 바람을 전부 집어삼킬 만큼 굉음을 내질렀다.
공은 홈플레이트 앞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휘어 버렸던 바람에 포수는 포구하지 못했다.
결국 도진의 투구는 포수의 어깨 보호대를 강타했다.
퍽.
경기장엔 침묵만이 흘렀다.
대신 이를 지켜보던 선수들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감독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최철순은 바들바들 떨리는 턱을 간신히 제어한 채 힘겹게 입을 열었다.
“구, 구속은 몇 나왔지?”
스피드 건을 손에 쥔 선수는 몇 번이나 자신의 눈을 비볐다.
찍힌 구속을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감독의 질문에 부응하겠다며 겨우 입을 열었다.
“9, 96마일이라고 찍혔는데요?”
154km가 넘는 패스트볼.
그것도 포심 패스트볼이 아닌 투심 패스트볼이었다.
더욱이 도진은 이제 갓 마운드에 올라 몸도 풀지 않고 던진 초구였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모두 넋이 나갔다.
제일 충격을 받은 건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 자리를 꿰찬 고태준이었다.
그는 턱이 벌어진 채 눈만 천천히 끔뻑였다.
여전히 넘을 수 없는 벽.
한 번 천재는 영원한 천재.
이제는 누구도 넘어 설 수 있다는 그의 자신감은 그저 착각이었다.
“더 던질까요?”
도진은 너무 놀라 토끼 눈이 되어버린 최철순을 힐끗 바라봤다.
최철순은 고개를 살포시 저었다.
“그럴 필요 없다네.”
초구부터 154km가 넘는 투심을 던졌다.
더 볼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도진은 자신의 얼굴을 대표팀에 알렸다.
단 한 사람만 빼고.
잠깐 화장실에 들렸다가 나온 이상우였다.
이상우는 도진을 발견하자 그의 짙은 눈썹이 더욱 짙게 찌푸렸다.
그가 불끈 쥔 주먹은 사정없이 진동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성큼성큼 마운드 쪽으로 다가갔다.
“김도진! 이 개새끼야!”
목소리에는 앙금이 가득했다.
도진은 주먹을 불끈 쥐고 한 대 치겠다는 기세로 다가오는 그를 발견했다.
그런데도 도진은 어떠한 방어 자세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듯 양팔을 차렷 자세까지 내려버렸다.
퍼억.
상우의 주먹이 도진의 얼굴에 제대로 얹혔다.
도진은 그 한 방으로 몸이 휘청거려 쓰러졌다.
“마! 말려!”
“누가 상우 좀 말려 봐!”
이 광경을 지켜보던 나머지 일원들은 전부 패닉에 빠져 상우에게 달라붙었다.
다짜고짜 주먹질이라니.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도진은 몸을 반쯤 일으키더니 손짓만으로 괜찮다며 주위를 만류했다.
상우를 뜯어말리던 일원들은 그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도진의 눈동자에는 후회라는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었으니 말이다.
도진은 호흡을 길게 뿜어내더니 최선을 다해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도진이 지은 인위적인 미소에는 슬픔만이 가득했다.
“잘 지냈냐. 상우야.”
그리고 말없이 사라져서 미안하다.
친구야.